디즈니 인어에서 흑화된 인어가 된 림킴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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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인어에서 흑화된 인어가 된 림킴

어느 시간, 어느 순간보다 김예림스럽게. 지금, 림 킴.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1.08.26
 
미니드레스 4백40만원,부츠 1백23만원 모두 발렌티노.

미니드레스 4백40만원,부츠 1백23만원 모두 발렌티노.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세이렌을 모티브로 한 신곡 ‘Falling’을 발표했어요. 세이렌 하면 인어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문득 투개월 시절에 이승철 씨가 예림 씨를 두고 “인어에게 홀린 목소리”라며 극찬한 게 기억났어요.
저도 기억나요. 그 이야기를 기억하시는 분이 되게 많은데, 제 안의 어딘가에도 늘 박혀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인어 같네요.
뭔가 느낌이 다른 인어이긴 하지만요. 그때가 디즈니스러운 인어였다면, 지금은 좀 더 밤에 어울리는 흑화된 인어인 것 같아요.


왜 하필 세이렌을 주제로 곡을 썼어요?
어쩌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림 킴 플레이리스트가 떠서, 우연히 제 옛날 노래를 듣게 됐어요. 한동안 안 듣다 들으니 기분이 묘했죠. 그러던 와중 세이렌에 대한 영상을 보게 됐는데, 세이렌은 상대를 추억에 젖게 하는 노래를 불러 유혹한다고 하더라고요. 이를 모티브로 곡을 만들면 재밌겠다 싶었어요. 이 노래가 사람들에게 그런 느낌을 준다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리스너를 추억에 젖게 만들 수 있나요?
녹음할 때 예전에 노래하던 제 목소리를 생각하며 노래를 불렀어요. 예쁘게 레코딩된, (투개월) 김예림의 목소리 있잖아요. ‘Falling’이 회상을 노래하는 곡이기도 해서, 노래가 과거로부터 시작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음색도 그랬으면 했고요.


파격적인 림 킴이 아닌, 김예림의 보컬을 그리워하는 팬들에게는 반가운 노래겠네요.
확실히 그런 분들이 꽤 있어요. 최근 〈비긴어게인 오픈마이크〉에 출연했는데, “이런 노래를 다시 할 줄 몰랐다”, “노래하는 모습을 영영 볼 수 없을 줄 알았다”라는 댓글이 많더라고요.


림 킴은 주로 주체적인 여성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은 음악을 해왔잖아요. 그 때문에 남자들을 벌벌 떨게 하고 파국으로 이끄는 팜파탈로서의 세이렌을 그릴 거라 예상했는데, 신곡은 알 수 없는 존재에게 끌리는 자신의 이야기더라고요. 예상과는 다른 방향이었어요.
지금까지의 작업은 제 생각인 동시에 좀 더 많은 사람을 대변할 만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아시아 여성으로서의 얘기를 가장 하고 싶은 시기에 그런 주제의 곡을 만들었던 거죠. 지금도 음악을 만들 때면 그때그때 저를 채우고 있는 가장 강한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데, 요즘은 개인적인 생각이 더 강해요. 특별한 이유가 있어 주제 전환을 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드레스, 귀고리, 앵클부츠 모두 가격미정 프라다.

드레스, 귀고리, 앵클부츠 모두 가격미정 프라다.

신화를 모티브로 작업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잖아요. 과거 브랜드 미스치프와의 협업 음원은 한국 신화의 창세신 마고를 주제로 다뤘어요. 두 경험은 어떻게 비슷하고 달랐나요?
신화는 뚜렷하게 형상화돼 있으니 콘셉트적으로 다가가기 좋긴 해요. 한편으로 신화 자체는 그냥 오래된 이야기잖아요. 자세히 보면, 인물이 전지전능하다는 점만 빼면 사람들이 모여 사는 모습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신화를 신비로운 역사처럼 읽되, 그 속에서 현대의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게 재밌어요. 세이렌도 마냥 신비로운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불러서 유혹하는 건 지금의 뮤지션들과 비슷하더라고요.


신이든 인간이든 세상살이는 다 똑같네, 이런 관점으로요? 주제가 바뀌어서인지, 음악이 화가 많이 풀린 느낌이에요. 그간 하고 싶은 얘기를 양껏 했더니 해소가 된 것 같달까?
정말이에요! 그동안 앨범 만들면서 충분히 화를 발산하며 자연스럽게 사그라든 것 같아요. 슬픔이나 분노는 끝까지 고조되고 나면 사그라들잖아요. 요즘은 저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기 같아요. 과거와 미래, 혹은 현재의 저에게 집중하고 있어요.


요즘 어떤 주제에 관심 있어요?
메타버스요. 아직 직접 아바타를 만들어보진 않았고 입문 직전의 어떤 단계예요.(웃음) 게임 쪽도 너무 재밌을 것 같아요. 게임 세계에서는 뭐든지 할 수 있잖아요. 요즘처럼 많이 움직이지 못하는 시기엔 특히 흥미로운 공간 같아요.


림 킴으로 별의별 콘셉트를 시도해봤잖아요. 현생에서 더 이상 도전할 새로운 콘셉트가 없으니, 초월적인 세계로 가야겠다는 마음일까요.(웃음)
뮤지션이 곡을 쓰고 콘셉트를 정하는 작업은 또 다른 자아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그런 점에서 메타버스와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요. 메타버스에서 뭔가 만들면 잘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이번 신곡은 DPR CREAM이 프로듀서로 참여했어요. 어떤 인연으로 작업하게 됐나요? 예림 씨의 픽이에요?
3년 전쯤 DPR 크루를 잠시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문득 같이 작업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몇 년 만에 DM을 보냈는데 흔쾌히 좋다고 해주셨죠. 저는 곡 쓰기 전에 콘셉트 먼저 정하는 편이라, 미리 구상해둔 느낌을 공유하니 바로 트랙을 만들어줬어요. 계속 생각을 주고받으며 작업했죠.
 
드레스, 귀고리, 팔찌 모두 가격미정 보테가 베네타.

드레스, 귀고리, 팔찌 모두 가격미정 보테가 베네타.

그 밖에 종종 교류하는 아티스트가 있어요?
‘인친’에 가까운 사람이 있긴 한데, 실제로 자주 만나지 않으니 친하다고 해도 될지 모르겠어요. 릴체리는 엄청나게 막역한 사이는 아니지만 가끔 연락하고 지내요. 일 얘기를 하면 대화가 잘 통하거든요. 백예린 씨도 한 번 뵌 적 있는데, 서로 음악 잘 듣고 있다는 식의 연락을 주고받아요. 친하다기보다는 응원한다는 느낌이랄까요. 제가 만나는 사람의 폭이 넓진 않아서요.


김예림 본캐가 궁금해지는 대목인데요? 평소 SNS도 잘 안 하고, 인터뷰에서도 주로 진지한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요.
제가 그렇게 무거운 사람은 아닌데, 음악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진지하게 대답을 하게 되더라고요. 실제로 저를 본 분들은 음악 스타일만큼 ‘강하지 않아서’ 놀라곤 해요. 평소 수수하게 하고 다니고, 센캐가 아니기도 해서요.


센캐도 다양한 종류가 있잖아요. 제시처럼 외면이 센캐가 있다면, 림 킴은 웬만한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단단한 기운이 느껴지는 센캐랄까요?
스스로 컨트롤 못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주변에서도 제가 강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약한 모습이 아주 없거나 외부 자극에 타격감이 없다기보다는, 자신을 둘러싼 레이어가 조금 두꺼운 거죠. 예를 들면 어렸을 때 뭔가 나서서 하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었어요. 선생님이 뭐 시키면 얼굴 빨개지는 스타일이었는데, 그런 내향적인 모습이 외부에 보여지는 게 너무 창피하더라고요. 어느 순간 그런 샤이한 모습을 컨트롤하자고 마음먹고 시도해봤는데, 정말 컨트롤이 되는 거예요.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해서 자연스럽게 들렸지만, 그런 식으로 자신을 가다듬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라고 봐요.
〈슈퍼스타K3〉에 출연했을 때도 관객이 많은 무대에 서는 경험은 처음이었지만, 딱 그런 마음으로 해냈던 것 같아요. 음악 일을 하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이 생길 때, 컨트롤하고 극복하는 일을 정말 많이 해왔고요. 그럴 때마다 ‘아, 내가 또 한번 이겨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제 안에서는 많은 갈등을 겪긴 하지만요.


그 얘기를 들으니, 단단한 림 킴과 말랑말랑한 김예림 양쪽 모두 자연스럽게 들려요. 과거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소속사에서 원하는 대로, 대중문화가 여성 뮤지션을 바라보는 틀 안에서 음악을 했다”라며 종종 음악적 변화를 설명하곤 했잖아요. 자칫 예전 소속사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의미로 오해하는 사람도 많죠.
엄청 가깝게 지내진 않지만 과거 인연들과도 여전히 잘 지내요. 오래전부터 저를 알던 지인들은 저의 음악적 변화도 신기하지만, 소속사도 없이 혼자 이렇게 활동하는 것도 신기해해요. 재밌는 건요, 얼마 전에 박명수 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녹음을 하러 갔는데 “4~5년 만에 봤는데 너무 똑같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를 그냥 한 사람으로 보면 똑같은가 봐요. 사실 김예림이라는 인간 자체는 변함없으니까요. 모든 일은 크고 작은 선택으로 이뤄지잖아요. 그냥 받아들여야 했던, 혹은 선택해야 했던 것 모두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었어요. 음악 역시 어떤 장르를 해봐야 나랑 맞는지 괜찮은지 안 괜찮은지 알 수 있고, 옷도 여러 스타일을 입어봐야 어울리는지 안 어울리는지 알 수 있는 것처럼요. 뭐가 맞고 틀렸다기보다, 이런 것도 저런 것도 할 수 있는 거죠. 전 여전히 김예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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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Feature Editor HA YE JENE
    Photographer LEE SE HYUNG
    Stylist 박안나
    Hair 오지혜
    Makeup 최민석
    Assistant 김미나
    art designer 조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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