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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진모영 감독이 말하는 오랜 사랑의 비결은?

평균 동거 기간 50년, 그 어려운 일을 해낸 6개국 노부부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감독에게 ‘오랜 사랑의 비결’을 물었다.

BYCOSMOPOLITAN2021.05.18
 
6개국 노부부들의 로맨스를 담은 다큐 〈님아 : 여섯 나라에서 만난 노부부 이야기〉

6개국 노부부들의 로맨스를 담은 다큐 〈님아 : 여섯 나라에서 만난 노부부 이야기〉

전 국민을 울린 로맨스 다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 이어, 이번에는 6개국 노부부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담은 〈님아:여섯 나라에서 만난 노부부 이야기〉를 선보였어요.
넷플릭스를 통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원작으로 글로벌 프로젝트를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진짜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서로 다른 나라, 다른 기후, 생경한 풍경 속에 펼쳐지는 커플들의 모습을 기록하는 일이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죠.
 
 
원작의 조병만·강계열 부부에게서 발견한 ‘사랑이 있다’는 진리를 세계 각국으로 확장시키는 프로젝트였겠네요.
조병만·강계열 부부와 같은 커플들이 한국에만 있을 리 없잖아요? 이번 시리즈를 통해 ‘오랫동안 사랑하며 살았던 부부들에게는 국적을 불문하고 이러한 공통점이 명쾌하게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거죠. ‘저들은 진짜 사랑하는가?’에서 시작해 ‘저렇게 사랑하면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남자와 여자는 서로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었어요.
 
 
그 해답을 발견했나요? 오래 사랑하는 커플들에게서 발견한 명쾌한 공통점은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하네요.
분명하게 발견한 공통점은 그들 사이에 ‘유머’가 있다는 거였어요. 서로 대화가 잘 통한다는 것은 유머러스한 부분, 일종의 개그 코드가 잘 맞는다는 의미기도 하잖아요. 한쪽에서 농담을 하면 다른 쪽에서 되받아 리액션을 하고, 그러면서 대화를 이어가게 되니까 유머가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발견했어요.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발휘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여섯 커플 중 ‘여-여’ 커플도 있지만, 남녀 커플의 경우에도 기존의 고정화된 성 역할에 기대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주로 남성들의 성 역할에 차이가 있었겠군요.
그렇죠. 작품 속에 등장하는 남성들의 경우 ‘남편, 가부장’ 이런 역할을 흔쾌히 내려놓은 사람들이에요. “‘내가 남편인데, 나한테 이런 말을 해?”, “내가 이런 일을 왜 해?” 이런 식으로 고정화된 남성성을 보이지 않았죠. 부드럽고, 유머러스하고, 가정적인 모습이었어요. 오래가는 커플들은 남성이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지 여부가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오히려 사회에서 오랫동안 답습해온 ‘잘못된 성에 대한 교육’이 가족이 깨지는 교육이었던 것 아닌가, 어떻게 보면 사회가 ‘이혼할 수 있는 인물’로 키워낸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오래가는 커플의 조건에 ‘사랑의 강도’나 ‘운명’ 같은 극적인 요소보다는 ‘성향’, ‘자질’ 등의 요소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가장 근본적인 것은 “당신은 그럴 만한 사람입니까”에 대한 답을 할 수 있느냐예요. 단순히 “유머러스한 남자를 만나면 돼”, “배려심 있는 여자를 만나면 좋아”’와 같은 것이 아니라, 개별의 존재로서 “당신은 그런 사랑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입니까, 그런 사랑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까”가 훨씬 중요하게 생각할 부분인 것 같아요. ‘네가 잘해주면 나도 잘해줄 수 있어’라는 대가의 세계가 아니라, 서로에게 더 좋은 삶을 주려고 노력하는 두 인격체가 만나 그 생각을 실현하려고 전진하는 것이죠. ‘난 원래부터 이런 사람이야. 나 몰라? 한번 아니라면 아닌 거야!’ 이렇게 자신을 고착화하는 사람이 아니라, 계속해서 좋은 것은 따라 하고 배우면서 자신을 변화시키고 좋은 인간으로 성장하려는 생각이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오래가는 사랑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물론 ‘난 100일마다 연인을 바꿀 거야’라든지, ‘내 평생 100명은 만날 거야’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과는 무관한 이야기예요. 하지만 한 사람과 오랜 사랑을 하고자 하는 이라면 ‘어떤 사람을 만나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지만 ‘나는 어떤 사람으로 준비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거죠.
 
 
이 다정한 부부들의 소소한 일상에서도 갈등 상황은 있었겠죠? 갈등이 일어날 때 해결하는 방식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그들 안에서도 갈등의 순간이 찾아오죠. 완벽한 성인군자 둘이 함께 사는 게 아니잖아요. 덜거덕댈 수도 있고, 실수할 수도 있으니까요. 가끔 틈이 벌어지기도 하고요. 비유를 하자면, 어느 산길에 솟은 큰 나무 밑에 오랜 시간 쌓인 돌 무더기와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수년의 세월 동안 나그네들이 지나가면서 돌을 던져 만들어진 돌 무더기와 솜씨 좋은 석공이 며칠 사이에 쌓아 올린 탑을 비교해본다면 어떨까요? 석공이 쌓아 올린 탑은 보기에는 아름다울 수 있어도 어느 날 누군가 밀어서 넘어뜨린다면 쉽게 와해되지만, 오랜 시간 쌓은 탑은 꼬맹이들의 장난으로 이따금 하나둘씩 돌이 떨어질 수는 있어도 한꺼번에 쓸려 넘어지지는 않죠. 그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그 중심에 단단한 회복력을 가지고 있죠. 오랜 시간 함께하며 자라온 인내심,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여러 가지 요소. 과거와 현재의 것들이 계속해서 상호작용을 하면서 굳건한 사랑의 실체를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상황이 좋지 않을 때도 결국 함께 극복해나갈 수 있는 일종의 지구력, 관성적인 힘이 생성되는 거죠.
 
 
이번 시리즈가 커플들에게 ‘사랑의 교과서’가 되길 바란다고 했죠. 특히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사랑’이라는 단어는 언어적으로 심플한 두 글자죠. 하지만 이걸 둘러싸고 있는 토대는 너무나 다양하잖아요. 연민이나 짠함, 안타까움, 심지어는 증오까지도 다 결합돼 있는 세계죠. 사랑하는 대상에게서 보이는 다양한 모습. 나의 가족, 나 하나 믿고 함께하는 저 사람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발견하시길 바라요.
 
 
비혼, 비연애가 트렌드일 만큼 많은 이들이 사랑에 거리두기를 하는 요즘입니다. 사랑, 결혼, 동반자… 이러한 가치의 필요성에 의문을 던지는 이들에게는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은가요?
“사랑은 좋은 것이니 해라” 어떻게 이런 말을 하겠어요. 그들의 소중한 선택인데요. 결혼 후 망한 사례를 보다가 도출한 결론이지 않겠어요? “연애가 밥 먹여주냐”부터 시작해 “결혼하면 망해”, “애기 낳으면 인생 끝이야”로 이어진 현실이고, 우리 사회의 숙제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두 사람이 사랑할 준비가 됐느냐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우리 사회는 과연 준비됐을까요? 아직도 근대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끊임없이 모두에게 결혼을 강요하잖아요. 연애하고, 손잡고, 품어보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어요? 하지만 거기까지만 하고 싶거나, 혹은 ‘나 몰라. 그냥 혼자 있을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그들의 결정 역시 당연히 존중받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다만 ‘뛰는 가슴’은 인류가 멸망하기 전까지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해보지 않으련?” 정도로 말할게요. ‘사랑은 죽었다’고 치부하기보다는 스스로 준비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서 극복하며 살아보는 삶도 괜찮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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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김혜미
  • photo by 넷플릭스
  • art designer 조예슬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