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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무슨 향? 기분까지 좋아지는 찐 힐링 향기는?

아침마다 몸은 천근만근, 넋 빠진 상태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길 몇 시간, 기분은 처지거나 화나거나 둘 중 하나다. 장기화된 ‘코시국’,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코를 킁킁대며 맡을 수 있는 기분 좋은 향기다!

BYCOSMOPOLITAN2021.05.15
 
30분 넘게 모니터만 노려보고 있다. 빈 문서 속 커서는 깜빡깜빡, 나는 눈만 끔뻑끔뻑. 아침에 진하게 내려 마신 커피도 뇌를 깨우기엔 역부족이다. 환기가 필요한 순간이다. 창문을 열고 다시 자리에 앉다가 파우치로 시선이 갔다. 맞다, 그게 있었지! 아베다 스트레스픽스 컨센트레이트. 딱 접시물에 코 박고 죽고 싶던 어느 출장지에서, 오만상을 쓰고 있는 내게 다가와 귀 뒤에 오일을 문질러주던 동료의 선물이다. 이걸 원고 막힐 때 쓰랬던가, 멱살 잡고 싶을 때 쓰랬던가? 아무튼 은은하게 올라오는 식물 향에 마음이 풀린 그날 이후 아로마 롤온은 지치고 짜증 날 때를 대비한 상비 아이템이 됐다. 귀 뒤와 뒷목, 엄지와 검지 사이에 문질문질 바른 뒤 깊게 호흡하면 비염 있는 코가 뚫리며 엉켜 있던 생각도 풀리는 것 같았다(지금도 커서가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재택근무가 기본인 프리랜서에게 공간의 향은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복지 중 하나다. 작업 공간이라고 해봐야 3면이 옷으로 둘러싸인 옷방 겸 컴퓨터방이지만, 수완나품 공항에서 큰맘 먹고 산 판퓨리 디퓨저가 출근 기분을 업시킨다. 가장 사랑하는 휴가지 방콕에서, 나를 위한 호사로 누렸던 스파와 호텔의 기억 덕분이다. 이런 사람이 나 하나만은 아닌지 요즘 호텔업계는 공간의 시그너처 향을 판매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 롯데호텔은 시그니엘 서울에 적용한 ‘워크 인 더 우드’ 향에 대한 구매 문의가 이어지자 디퓨저로 출시했고, 부티크 호텔 레스케이프는 펜할리곤스와 메종 마르지엘라 등을 개발한 조향사 알리에노르 마스네와 협업해 만든 ‘레스케이프 라 로즈 포에지’를 향수와 향초, 룸 스프레이 등으로 판매 중이다. 디오 퍼퓨머 하우스의 대표이자 조향사 권시연은 향과 장소를 묶어 기억으로  저장하면 오래도록 연상 작용이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향이라는 기억을 저장하는 곳이 뇌의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 쪽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단순히 향만 제시했을 때 반사적으로 기억이 떠오르는 거고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호황을 누리는 업계 중 하나는 향기 시장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향수 시장 규모는 6127억원으로 추정되고, 지난 2월 한국무역협회는 실내용 방향제 수출 규모가 전년 대비 86.3% 증가한 4400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만큼 실내 인테리어가 발달했다는 북유럽 이야기는 팬데믹 이후 우리의 이야기가 됐고, 최근엔 향기(Scent)와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인 ‘센테리어(Scenterior)’가 인기다. 고가의 가구나 가전을 집 안에 들이지 않고도 공간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으며, 정서적 힐링에도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권시연 조향사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며 일상에서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 향기를 기호 제품이자 치유의 수단으로 찾게 됐다고 이야기한다.
 
코시국인 만큼 외적으로 뽐낼 수 있는 향보다는 내적으로 위안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향을 더 많이 찾는 추세예요.



센테리어도 하고 싶고, 향기 테라피도 받고 싶지만, 나와 어울리면서도 내게 필요한 향을 찾기가 막막하다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분명 당신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일상의 향기가 있을 것이다. 입욕제가 잔뜩 쌓여 있는 코즈메틱 매장일 수도 있고, 프리지어 다발을 내놓은 꽃가게일 수도 있으며, 핸드드립 카페일 수도 있다.
 
우연히 맡게 된 향에 자연스레 기분이 좋아진 경험이 있을 거예요. 화난 기분은 안정되고 가라앉은 기분은 업되는 제품도 있을 거고요. 아주 멋스럽게 꾸미고 나갈 때만 뿌리는 향수를 가끔 집에서 뿌리거나,  사이프러스·샌들우드· 제라늄 같은 자연의 향을 실내에 사용하면 기분 전환에 효과적입니다.
 
향을 테스트할 때는 용기에 코를 대거나 종이에 묻히기보다는 제품의 용도에 따라 직접 뿌려보는 것이 좋다.
향수는 스킨에, 패브릭 전용 제품은 섬유에 뿌려봐야 해요. 스킨 테스트 후 몇 시간 정도는 외부에서 생활해봐야 향수가 내 체취와 섞여 어떻게 발향되는지 알 수 있어요.
미국 모넬 화학 감각 연구센터 레이철 헤르츠 박사는 데카르트의 말을 변형해 후각이 감정에 미치는 영향력을 강조한 바 있다. “나는 냄새를 맡는다. 고로 나는 느낀다”라고. 그의 말을 이렇게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향기를 맡는다, 고로 나는 힐링한다!
 

 

향기로운 집콕 생활

권시연 조향사가 상황별  실내 향 테라피를 조언한다.
 
▶ 친구들과 홈 파티를 할 때
음식의 풍미에 영향을 끼치지 않게 과일 향이나 약간의 풀 내음이 나는 제품을 두자. 캔들은 워머로 켜는 것이 발산은 물론이고 인테리어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파티가 끝난 후에는 룸 스프레이나 인센스로 남아 있는 냄새를 없애자. 인센스라고 하면 나무 향만 떠올리기 쉬운데, 요즘은 꽃부터 시트러스까지 다양한 향의 제품이 출시돼 있다.
 
▶ 홈트를 할 때
근육과 정신을 깨우고 집중해야 하는 순간. 룸 스프레이를 주변에 뿌리거나 코롱 타입의 스프레이를 운동복에 살짝 뿌려두자. 유칼립투스나 사이프러스, 페퍼민트처럼 신선한 향이 좋다.
 
▶ 재택근무를 할 때
집중력을 올리는 데는 제라늄이나 사이프러스 같은 숲의 향이 효과적이다. 단, 라벤더, 샌들우드처럼 진정성이 강한 향은 침대로 직행하는 선택이니 피하도록 하자.
 
▶ 잠이 오지 않을 때
아로마 오일로 목둘레와 팔목, 종아리, 발 등의 림프절을 마사지해주자. 필로 미스트를 뿌려두면 안정적인 수면에 도움이 된다. 패브릭 전용 제품은 공간용보다 향을 바꾸는 것이 자유로운 편이니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뿌려보자.  
 
▶ 화병이 의심될 때
긴장을 푸는 휴식이 중요하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샌들우드와 바닐라 향, 독소를 빼는 데 효과적인 주니퍼베리 향이 포함된 보디로션으로 다리와 발을 부드럽게 마사지하자. 수고한 자신을 쓰다듬는 의식을 치른 뒤 샌들우드 향을 뿌린 베개에 머리를 대면 좋은 꿈을 꿀 것이다. 정말 화가 많이 쌓인 상태라면 상담 전문가를 찾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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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eelancer editor 김가혜
  • photo by Getty Images
  • art designer 박유진
  • digital designer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