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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었더니 가마니로 보이세요?

“티 내지 말고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라”는 ‘조선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가 사회에서 얻는 교훈이 있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가 된다는 것. 하지만 지나친 열의를 보이다간 ‘나대는 애’로 낙인찍히기 쉽다. 영민하게 티 내고, 기회를 쟁취하는 ‘똑똑하게 나대는 법’ 5.

BYCOSMOPOLITAN2021.03.25
 

원하는 게 있으면 ‘태도’가 아닌 ‘말’로 티 내라 

자신이 남들보다 과중한 업무를 해내고 있다면 티를 내서 일을 줄이든지 업무적인 인정이라도 받아내야 한다. 솔직히 이 정도 티를 내는 것은 ‘나대기’보단 ‘업무적인 생존법’에 가깝다. 이 기초적인 티 내기가 안 되면 일을 실컷 잘하고도 업무적인 인정 대신 내 시간과 체력만 동난다. 식품 회사에 다니는 A가 그랬다. 팀 내에서 중간 연차인 그는 상사부터 막내 사원의 업무까지 요령 있게 ‘마크업’하는 직원이다. 문제는 밤낮으로 많은 일을 처리하며 팀의 허리 역할을 하다 보니 본인 허리가 휠 지경이라는 것. 이러다 죽겠다 싶어 A는 상사의 업무 지시에 굳은 얼굴과 딱딱한 말투로 응하거나 후배 직원의 요청에 한숨을 쉬는 등 ‘소심한 티 내기’를 시전했다. 그럼에도 일은 전혀 줄지 않았고, 더 큰 문제는 여전히 A가 그토록 많은 일을 하고 있단 걸 아무도 모른다는 거였다. A가 자신의 과중한 업무를 어필하기 위해 취한 굳은 표정, 한숨 쉬기 등의 ‘비언어적인 제스처’는 적절한 티 내기 방법이 아니다.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의 저자 박소연은 책을 통해 ‘분명히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상대방은 우리에게 생각보다 관심이 없고 굳은 표정이나 한숨과 같은 우리의 안색 따위는 전혀 눈치채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한다. 같은 논리로 A와 같은 소극적인 반응은 별문제가 아니라 밥이나 한번 사면 충분하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저자는 업무 시 “어두운 표정, 싫은 기색, 한숨, 투덜거림 등을 상대가 눈치채기를 기대하지 말라”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회사에 어필할 일이 있으면 ‘태도’가 아닌 ‘말’로 해야 한다. 정확히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회사에 기대하는 바를 이야기하는 것. 이것이 ‘티 내기’의 첫 단계다.  
 

‘프로 질문러’가 돼 ‘질문’으로 나대라 

내가 일에 얼마나 애정과 힘을 쏟고 있는지를 티 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질문하기’다. 일하던 업계를 떠나 마케팅 회사로 이직한 B는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었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기는커녕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기에도 벅찼다는 것. 잘 모르는 마케팅 용어를 검색하느라 진이 빠졌고, 비슷한 업계에 있는 지인들에게 도움도 구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인터넷 검색과 지인에게 전화 걸기를 그만뒀다. 대신 B는 회사 내 사람들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건네받은 정보보다 팀 내 사람들의 정보가 더 정확하고 회사를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B는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솔직히 말한 뒤 주변 동료들에게 열심히 질문하며 빠르게 일을 배웠다. 그렇게 3개월을 보낸 후 B가 회사에서 받은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상사는 B를 의욕과 열정이 있으며, 직원과의 네트워킹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꼭 이직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업무를 할 때 이 법칙은 통용된다. 〈20대 여자 직장 상사 조종법〉을 쓴 박희인 또한 책에서 내키는 대로 하면서도 회사에서 인정받는 법에 대해 말하며 “나의 무지를 오픈하라. 그래야 그들에게 기꺼이 발탁하고 끌어주고 싶은 직원으로 인식될 것이다”라고 조언한다. 다만 먼저 알아보지도 않고 질문부터 하는 태도는 삼가는 것이 좋다. 이런 ‘핑거 프린세스’ 같은 질문은 질문자를 귀찮은 사람으로 인식되게 할 가능성이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사실 모두가 알고 있다. ‘질문을 잘하는 사람’은 일도 잘한다는 걸.
 

‘야근’으로 티 내지 마라 

열심히 일하는 걸 티 내고 싶은 사람이 하는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는 ‘영양가 없는 야근’을 하는 거다. 오래 자리를 지키는 사람을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시대는 지났다. 일을 잘해내기 위해 야근을 자처하는 태도는 좋지만 얻을 게 없는 야근은 하지 않아야 한다. 디자인 회사에 다니는 C의 동료는 매일같이 야근하는 사람이었다. 대부분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했다. 특히나 상사가 자리를 뜨지 않으면 절대 먼저 집에 가는 적이 없었다. C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도대체 매일 무슨 일을 하는 거지. 일이 좀 느린가’라고 생각했는데, 얼마 뒤 다른 팀원과 상사 또한 C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요즘 직장 생존법〉의 저자 M과장은 “야근으로 얻을 게 없다면 당당히 일어나라”라고 말하며 “회사에 남아 있는 사람 중에 누군가는 야근하는 자신을 봐주길 바라며 야근을 한다. 일이 없어도 남아 있는 것은 미덕도, 의리도 아니며 ‘미련한 야근’이다”라고 덧붙였다. 야근을 위한 야근, 사내 정치를 위한 야근으로 티 내기가 유효하지 않은 이유다.
 

‘팀 프로젝트’는 나대기에 최적의 타이밍 

팀 프로젝트만큼 나대기 좋은 타이밍도 없다. 평소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더라도 의욕 과잉으로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팀 프로젝트에선 보통 ‘나대는’ 사람이 리더십 있고 일에 열정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는 반면, 뒤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무임승차’하는 것으로 평가받을 때가 많다. 이건 대학교 때 하던 팀별 과제만 생각해도 답이 나온다. 자신의 업무 능력을 티 내기 위해 “내가 잘하니 모두 내가 하겠다”라며 무조건 일을 떠안기보단 자신의 노하우를 팀원들에게 공유하는 스킬을 써보자. 광고 회사에 다니는 D는 업무 특성상 팀이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많다. 그럴 때마다 D는 누가 도움을 청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알고 있는 노하우를 팀원들에게 공유했다. 보고서에 설득력을 더하는 ‘한 끗’이나 대행사 담당자와 커뮤니케이션할 때의 팁 같은 사사롭지만 중요한 것들 말이다.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니 다른 팀원이 잘하면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라 생각해 베푼 호의지만 매번 D는 ‘일잘알’에다 ‘네트워킹 능력까지 좋은’ 직원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됐다. 회사는 팀 플레이의 연속이고 이때 ‘MVP’가 되는 것만큼 확실한 눈도장은 없다. M과장의 말처럼 회사 동료는 “대학교 시절 팀플처럼 한 학기만 만나고 말 사람들이 아니다”라는 걸 기억하자. 그들은 당신의 활약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또 이야기할 사람들이다.
 

가끔은 동료에게 ‘순수한’ 문자 보내기 

‘열정’과 ‘의욕 과잉’은 한 끗 차이다. 이 한 끗은 본인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렸지만 사람들이 내 행동을 어떻게 봐주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이미 직장 내 관계 형성에 실패해 관계가 좋지 않은 직원이 하는 행동을 호의적으로 봐줄 사람은 없다.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당신을 고깝게 여길 가능성이 크단 얘기다. 그럼 직장 동료와 호의적인 관계를 맺는 방법은 뭘까? 직장에서 만난 사람은 기본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힌 사이다. 그래서 사적으로 문자를 하면 선을 넘는 건 아닐지 고민될 때가 많은데, 아주 가끔 업무적인 문자가 아닌 ‘순수한’ 문자를 보내보자. 가장 쉬운 방법은 명절, 생일 혹은 각종 경조사를 챙기는 것. 이때를 놓치지 말고 연락하되 ‘복붙’한 듯한 뻔한 문자 말고 마음을 담은 내용으로 연락한다.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E는 직장 동료를 잘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E는 각종 경조사뿐만 아니라 직장 동료가 힘든 기색을 보이면 퇴근 후 기프티콘과 함께 “힘내라”는 메시지를 보내곤 했는데, 그런 작은 호의가 동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데 한몫했다. 회사에서 일을 잘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함께 일하는 동료를 살피는 것. 회사는 ‘직원들’ 이전에 ‘사람’이 모인 곳이다. 사적인 영역을 침범하는 선 넘기가 아닌 선을 지키며 호의를 담은 ‘나대기’를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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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reelancer editor 김소희
  • art designer 박유진
  • photo by Getty 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