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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를 자발적 서포터즈로 만드는 브랜드들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에도 케미가 있다. 소비자를 자발적 서포터즈로 만드는 브랜드들.

BYCOSMOPOLITAN2020.12.31
 
유독 소비자와 찰떡같은 케미를 보이는 브랜드가 있다. 브랜드발 이슈가 있는 곳이라면 아이돌 콘서트 가듯 달려가는 소비자 팬덤을 확보한 기업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소비자의 참여를 끌어내는 브랜딩에 능숙하다는 것이다. 공식 서포터즈나 앰배서더를 임명해 브랜드의 활동을 알리기도 하지만, 소비자 스스로 브랜드의 팬이 돼 막강한 서포터즈 역할을 수행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소비자를 자발적 서포터즈로 포섭하는 브랜드는 SNS상에서 퍼다 나르지 않으면 못 배길 정도로 재밌는 캠페인, 동경할 만큼 멋진 사람들이 잔뜩 참여하는 힙한 이벤트 등, ‘나도 같이 끼여 놀고 싶다’라는 욕구를 자극하는 브랜딩을 선보인다. 이렇게 브랜드와 소비자가 함께 어울리는 과정에서,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호감은 밈(meme)처럼 복제되고 확산된다. 결국 잘되는 브랜드는 소비자와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를 잘 안다는 얘기다.
 
웃기거나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소비자와 잘 놀기로 소문난, 소비자 참여형 마케팅에 특화된 브랜드다. 지난해부터는 떡볶이 전문가 시험도 생겨났다. 11월 11일을 떡볶이의 날로 정하고, 최고의 떡볶이 전문가를 가리는 ‘배민 떡볶이 마스터즈’를 진행 중이다. 올해는 팬데믹 시국에 온라인으로 진행했는데, ‘찹찹’ 음식 씹는 ASMR을 듣고 무엇을 먹는 소리인지 맞히는 ASMR 유형, 떡볶이 매장에서 주문하는 외국인이 추가한 토핑은 무엇인지 맞히는 영어 듣기 유형, 매장 인테리어만 보고 어느 동네의 유명 떡볶이 맛집인지 맞히는 공간 파악 유형 등, 오직 떡볶이에 관한 45개 문항이 펼쳐졌다. 배민의 유쾌한 캠페인은, 이미 ‘배달민족’의 후예라면 누구나 즐기는 놀잇거리로 자리매김했다.
 
멋지거나 스포츠 브랜드업계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몸소 느끼고 체득할 수 있는 체험형 이벤트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스포츠업계의 신흥 브랜딩 강자는 룰루레몬이다. 요가부터 러닝, 짐내스틱, 필라테스, 주짓수 등 다채로운 분야의 정상급 강사진으로 구성된 앰배서더가 호스트가 돼 온·오프라인 라이브 커뮤니티 클래스를 운영하거나 운동 튜토리얼을 소개하고 있다. 팬데믹이 장기화되자 지난 10월부터는 매트와 모바일 디바이스만 있으면 집에서도 운동할 수 있는 랜선 클래스를 시작했다. 룰루레몬 소비자 100명을 선정해,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으로 함께 커뮤니티 클래스에 참여하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운동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땀 흘리는 것만으로도 ‘건강하고 즐겁게 땀 흘리는 스  라이프’를 추구하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수혈된다.
 
 
● INTERVIEW_ 소비자와 찐친처럼 궁극의 케미를 자랑하는 두 브랜드의 마케팅 담당자를 만났다. 
 

농심켈로그첵스

‘파’이널리 파뿌리 민주주의 실현
농심켈로그는 한국형 소비자 참여 마케팅의 조상 격이다. 국내 바이럴 마케팅 분야의 ‘본좌’로 통하는 ‘파맛 첵스 사건’ 때문이다. 2004년 12월, 농심켈로그에서 자사의 시리얼인 ‘첵스초코’를 홍보하기 위해 ‘첵스초코 나라 대통령 선거 이벤트’를 열었는데, 초코 첵스를 공략으로 내세운 체키와 파맛 첵스를 공략으로 내건 차카의 대결 구도라는 설정이었다. 대개 파를 싫어하는 어린이들의 특성상 체키가 당선될 거라는 회사의 예상과 달리, 장난기가 발동한 네티즌이 차카에 무더기 표를 던져 차카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회사의 개입으로 승리가 무효화되고 체키가 당선돼 부정선거 논란이 일었는데, 올해 첵스초코 출시 15주년을 맞아 파맛 첵스에 대한 관심이 재점화되면서 약 16년 만에 제품 출시가 현실이 됐다. 무려 2000년대 초반에 소비자에 의해 바이럴되고, 16년 뒤에 소비자에 의해 제품이 만들어진 ‘첵스 파맛’의 브랜딩 스토리가 농심켈로그에 안긴 건 무엇일까?
 
▶ 농심켈로그 마케팅팀 서지혜 차장
첵스 파맛 출시는 어떤 성과를 거뒀나요? 농심켈로그 첵스 파맛 캠페인은 소비자 요청으로 16년 만에 출시된 한정판이라는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Z세대와의 접점을 확장했어요. 특히 제품 출시 배경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는 소비자도 맥락을 유추하고 신제품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했는데요, 가수 태진아 씨의 ‘미안해’를 콘셉트로 내세워 유쾌한 홍보 영상을 만들어 디지털 놀이터인 유튜브에서 재밌는 놀잇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죠. 그 결과 첵스 파맛 완판은 물론 첵스초코 브랜드 판매량이 2배 성장하며 시리얼 전체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어요.  
 
소비자는 왜 브랜드의 제품 출시에 관여하고 싶어 할까요? 첵스 파맛 사전 체험단의 경우 출시 전에 단 6초의 바이럴 영상을 공개했을 뿐인데,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 1위를 비롯해 각종 포털 사이트 검색어 트렌드에 오를 만큼 화제를 모았어요. 50명의 사전 시식단 모집에 1만4000명이 넘게 지원할 정도였죠. 이런 브랜드 서포터즈는 제품 및 브랜드를 남들보다 먼저, 그리고 자세히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이러한 특징이 온라인상에서 개인의 영향력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것 같아요. 
 
브랜드 입장에서 팬슈머 마케팅은 어떤 효과가 있나요?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팬슈머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는 실제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확인하고 반영할 수 있어요. 소통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는 브랜드에 대한 호감과 충성도가 생기게 되고, 브랜드 또한 기업 이미지가 개선되거나 경쟁력을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거든요. 
 
팬슈머 마케팅의 주요 타깃인 MZ세대 소비자의 특징은 뭐라고 파악하고 있나요? MZ세대는 누구보다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예요. 밈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놀이 문화에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특성이 있죠. 첵스 파맛이 지난 16년 동안 꾸준히 출시 요청을 받았던 이유 역시, 2004년에 화제를 모은 ‘파맛 첵스 사건’이 지속적으로 회자되면서 MZ세대에게 유머이자 하나의 놀이 문화로 여겨졌기 때문인데요, 팬슈머 마케팅은 소비자의 다소 엉뚱하지만 색다른 발상을 제품에 적극 반영해 재미와 활력을 더하는 과정이에요. 브랜드와 소비자가 함께 소통하며 제품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어요. 
 
과거에 비해 열성적인 팬슈머가 늘어나는 배경과 까닭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팬슈머가 늘어나는 이유는 과거에 비해 소비자가 직접 기업과 브랜드에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온라인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소비자는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파트너로서 시장 반응을 주도하는 등 온라인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요. 
 
팬슈머 마케팅을 할 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은 뭐예요? 소비자들의 의견과 요청을 기꺼이 수용하되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잊지 말아야 해요. 또한 단기적인 유행을 따르기보다 진정성 있는 메시지로 지속 가능한 팬슈머층을 확보해 브랜드와 함께 나아가는 것이 중요해요.
 
 

러쉬

질투가 날 정도로 ‘젤러쉬’한 랜선 핼러윈 파티
영국의 뷰티 브랜드 러쉬는 자연을 생각하는 자연 친화적인 기업이다. 자연에서 얻은 안전한 원료를 고집하고, 최소한의 포장과 보존제를 사용하는 깐깐한 철칙을 고수하고 있다. 러쉬는 다채로운 캠페인 활동을 전개해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 철학을 알리고 있는데, 이 중심에 러쉬의 브랜드 앰배서더가 있다. 질투가 날 정도로 러쉬스러운 소비자를 뜻하는 ‘젤러쉬’다. 모집 요강부터 “러쉬에 대한 애정이 깊고, 환경과 동물을 사랑하고, 텀블러와 낫랩(보자기 포장)을 즐겨 사용하는 자”를 내걸고 선발된 이 소비자들은, 불필요한 포장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고 네이키드(Go Naked)’ 캠페인 등을 알리며 지구 수호에 앞장선다.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브랜드와 연대하며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것이다. 젤러쉬는 온·오프라인 이벤트 기획에 참여하기도 하는데, 지난 핼러윈 데이에는 국내 최초 언택트 핼러윈 파티 ‘러쉬 호러 라이브 쇼’의 기획과 홍보 과정 전반에 참여했다
 
▶ 러쉬코리아 브랜드 커뮤니케이션팀 김태경 사원
소비자는 왜 브랜드 앰배서더로 활동하고 싶어 할까요? 러쉬는 제품 곳곳에 브랜드의 철학과 위트가 숨어 있어요. 앰배서더는 제품을 직접 체험해보고 자유롭게 의견을 펼칠 수 있으니, 제품 안에 숨어 있는 메시지를 발견해나가는 과정을 사랑해주시는 것 같아요. 일반 소비자가 아닌 브랜드의 친밀한 팬으로서 소통하며 공감하고, 때로는 서로를 응원하며 좋은 러닝메이트가 돼준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끼는 게 아닐까 해요. 
 
브랜드가 팬슈머 마케팅으로 얻는 건 뭔가요? 내가 애정하고 사랑하는 브랜드에 나의 의견을 피력한다는 건, 그런 소통으로 많은 것이 가능해진다는 걸 의미해요. 콘텐츠 협업뿐 아니라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고객의 진심 어린 조언을 자주 접할 수 있으니까요. 마케터로서 저는 고객의 의견이 늘 옳다고 생각해요. 러쉬의 ‘찐 팬’은 종종 신랄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데,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자양분으로 삼고 있어요. 소비자의 ‘피드백’은 브랜드가 한발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선물’이에요. 
 
팬슈머 마케팅의 주요 타깃인 MZ세대 소비자의 특징은 뭐라고 파악하고 있나요? ‘윤리적 구매’ 혹은 ‘착한 소비’ 열풍이 불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인데요, 요즘 소비자는 ‘소비 철학에 진심인 편’인 것 같아요.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초월해 사회적 의미나 윤리 의식을 함께 구매하는 거죠. 브랜드 입장에서 고객들이 가장 먼저 알아주셨으면 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효과적인 제품, 그 안에 녹아 있는 엄격한 기준, 그리고 “이 브랜드 제품 진짜 괜찮다”라는 칭찬을 이끌어내기까지 투입된 많은 고민을 발견해내는 거죠. 실제로 러쉬의 열혈 팬들은 브랜드의 이런 노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소비자 같아요. 
 
과거에 비해 열성적인 팬슈머가 늘어나는 배경과 까닭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요즘은 개인의 취향과 신념을 솔직하고 거침없이 드러내는 ‘미닝아웃(meaning-out)’ 시대잖아요. MZ세대 소비자는 자신을 표현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에 익숙하다고 생각해요. 고객이 브랜드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죠. 자신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브랜드와 소통하며, 브랜드가 잘하는 점을 칭찬하고 실수에 대해 피드백을 하니까요. 이런 소비 과정 자체가 소비자에겐 자신의 생각을 개진하고, 취향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진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요. 
 
팬슈머 마케팅을 할 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은 뭐예요? “팬이 안티로 돌아서면 가장 무섭다”라는 말이 있죠. 브랜드를 좋아해주시던 분들이 등을 돌릴 땐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담당자로서 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려고 노력해요. 늘 완벽할 순 없지만 저와 함께하는 젤러쉬분들에겐 더욱 마음이 쓰여요. 항상 ‘우리 오래도록 함께 행복하자’라는 마음을 담아 커뮤니케이션하죠. 그런데 어떤 방식으로든 드린 만큼 그 마음을 알아주시고 또 돌려주시더라고요. 그들의 존재가 소중한 만큼, 더욱 쉽고 다정한 방법으로 소비자와 소통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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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하예진
  • Art Designer 김지은
  • 기사등록 온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