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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짜 혼자 일하고 싶은 이유 5

어차피 혼자 사는 세상, 회사를 확 때려치워? 오늘도 기분은 저조하고 이상은 높은 당신에게 몇 가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BYCOSMOPOLITAN2020.12.06
 
대학 친구의 남자 친구가 독일 유학을 다녀오더니 별안간 서촌에 펍을 차린다. 데면데면하게 지내던 고등학교 동창이 어느 날 갑자기 내 유튜브 알고리즘에 뜬다. 친하게 지내던 무명 작가가 1인 출판사를 차리더니 급기야 텀블벅 펀딩을 통해 문예지를 낸다. ‘혼자 일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은 것 같고,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프리랜서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뒷광고 논란이 있었지만 인기 유튜버들의 월 평균 수익이 억대라는 뉴스를 접하고 보니 혹하는 마음이 생긴다. 오늘도 퇴사를 꿈꾸는 마음 한편에는 나 혼자 일해서 잘 먹고 잘 살고 싶다는 로망이 있다. 하지만 로망은 로망일 뿐. 당장 4대 보험을 잃고 금융 기관의 문턱이 높아진다는 것 외에도, 홀로 자본주의라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현실은 어떨까? 인기 유튜버부터 1인 식당 운영자까지, ‘혼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하고 싶어서 하는 일?

혼자 일하고 싶은 사람들은 ‘내 것’을 하고 싶다는 이유로 퇴사하곤 한다. 거대한 구조물 안의 톱니바퀴 신세에서 벗어나, 오로지 내 노력만으로 완성되는 순도 100%의 결과물을 찾아서. 하지만 톱니바퀴이길 거부하는 그 순간, 모든 톱니바퀴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독립 출판물? 낭만적인 얘기다. 기획부터 홍보, 인쇄 공장을 찾아 발주하는 일, 종이와 서체를 골라 디자인하는 일 모두 다 내 몫이 된다. 1부터 10의 과정 중 하나가 삐끗하기 시작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목적은 희석되기 마련이다. 잡일을 처리하느라 기운을 뺏기거나, 매출 때문에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때가 가장 타격이 크다. 출판평론가 한미화가 전국 곳곳의 독립 서점을 관찰해 펴낸 책, 〈동네책방 생존 탐구〉에는 매출이 나오지 않아 책방에서 굿즈나 커피를 팔다가 ‘현타’ 맞은 서점 주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유명 라이프스타일 유튜버 A씨는 “하고 싶은 콘텐츠로 시작한 유튜브라도 최소 6개월에서 1년의 무명 시절을 거치고 나면 결국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나’로 눈길을 돌리게 돼요”라고 얘기한다. 6년 차에 접어드는 프리랜서이자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의 서메리 작가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운명이 되는 순간’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1부터 10까지 모두 ‘내 일’이 된 이상, 과정에서의 변수가 본래 목적에 언제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 그걸 명심하고 시작한다면 크고 작은 변수 앞에서 중심을 유지할 수 있다. 
 
 

하고 싶을 때 일한다?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만큼 일한다는 건 혼자 일하는 사람에게는 무서운 족쇄가 되기도 한다. 4년째 쇼핑몰 ‘업노멀’을 운영하는 배진우 씨는 아직까지도 먹고 자고 씻고 운동하는 시간 외에는 늘 일을 한다. “자영업자의 최대 단점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안 하면 그냥 끝나는 일이니까요.” 사람들에게서 잊히지 않아야 하는 운명을 가진 유튜버 B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장 바쁘던 시기에는 일주일에 2~3회 정도 동영상을 업로드하곤 했어요. 조금이라도 공백이 생기면 사람들이 흥미를 잃진 않을까, 누가 비슷한 콘텐츠를 먼저 올려 내 콘텐츠의 오리지널리티가 떨어지진 않을까 전전긍긍했죠. 15분짜리 영상 편집하는 데 15시간이 걸리다보니, 촬영 다음 날은 밥도 컴퓨터 앞에서 먹으며 편집하곤 했죠.” 연희동에서 1인 비스트로 ‘파라다이스’를 운영했던 이지훈 씨의 말을 들어보자. “저녁 장사를 하려면 오후 3시에 출근해요. 대신 새벽 2~3시에 퇴근하죠.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해산물이 들어가는 메뉴를 위해 새벽 4시에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서 경매를 해요. 사 온 식재료를 정리해두고 퇴근하면 아침 6시예요.” 프리랜서는 프리랜서대로, 클라이언트의 연락을 놓칠 수 없기에 대부분의 사람이 일하는 낮에는 깨어 있어야 한다. 매일같이 출근할 필요 없는 기쁨도 잠시, 사이클이 한 번 꼬이기 시작하면 건강도 일도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수 있다.
 
 

상사 없는 세상 좋은 세상?

회사 울타리 밖으로 나가면 미운 상사는 없지만 불특정 다수의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 유튜버들이 악플로 겪는 고통을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화가 나서 섣불리 대응했다가는 ‘캡처’당해 SNS상에서 조리돌림 당하거나, 아예 영영 ‘매장’당한다. 유튜버들의 소속사 MCN 역시 마냥 유튜버 편은 아니다. 뷰티 유튜버 B씨는 “MCN은 브랜드로부터 의뢰받은 광고 건을 소속 유튜버들에게 배분하는 역할을 하기에 아무리 구독자 수가 많은 유튜버라도 MCN을 무시할 수는 없어요. 소속사가 나를 브랜드에 어떤 포인트로 셀링하고 있는지, 대체 어떤 기준으로 광고를 배분하는지 알 수 없거든요.” 최근 불거진 유튜버 뒷광고 논란 때도 전문가들이 소속사나 광고주의 책임은 쏙 빼놓은 채 유튜버 개인에게 비난의 화살이 몰리는 것을 경계했던 이유다. 혈혈단신으로 새로운 분야에서 일하게 된다면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 파악할 수 없는 ‘그들만의 리그’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돈 좀 덜 벌어도 즐기면 그만?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저축해둔 돈이 바닥나기 전까지 말이다.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하기까지 프리랜서와 자영업자들은 인고의 시간을 보낸다. 배진우 씨가 쇼핑몰을 계속 운영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한 때는 처음 시작하고 1년 7개월 뒤였다. 유튜버 A씨는 “구독자 1천 모으는 것도 정말 힘들어요”라고 말한다. “보통 구독자 수가 10만이 넘어서면 퇴사해도 괜찮다고 얘기하는데, 1년 안에 10만 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식당을 운영하며 주변 상권을 꾸준히 관찰해온 이지훈 씨는 “자영업자들끼리는 한두 달 내에 매출이 오르지 않으면 바로 접어야 한다고들 얘기해요. 네트워크가 탄탄한 사람이 아니면 안정권에 진입하는 속도가 더디죠”라고 말한다. 희소식은 자기 것을 끈기 있게 이어가는 사람들에게 그만큼 보상이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이다. 유튜브 앰배서더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A 씨는 “만약 10만 뷰가 나온 영상이 있다면, 그중 5만 뷰는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으로 유입된 거라 봐도 무방해요. 그런데 유튜브는 좋은 콘텐츠를 꾸준히 일정하게 올리는 계정의 콘텐츠를 추천하지, 원 히트 원더를 추천하지는 않거든요.” 해외에서 오래 공부하다가 서울로 와 ‘비빌 언덕’ 하나 없이 장사를 시작했던 이지훈 씨 역시 “알아볼 사람은 알아봐요”라는 소신을 밝혔다. “1인 식당을 하려면 사교적인 성격이 좋지만, 그게 아니라면 아예 마니악한 것도 괜찮아요. 뭐든 자기 스타일이 뚜렷하면 거기에 동조하는 단골이 생기기 마련이죠.” 
 
 

나만 잘하면 오래갈 수 있다?

이지훈 씨가 식당을 운영한 지 1년 3개월 만에 문을 닫은 건 ‘너무 잘돼서’다. “손님들과 1:1로 소통하는 편안한 공간을 생각했는데, 주말에 사람이 몰리는 날이 많아 응대를 위해 직원을 고용할 수밖에 없었어요. 단골손님들은 불만이 생기죠.” 1인 식당의 가치를 유지할 것인가, 사업을 확장할 것이냐의 기로에 섰던 이지훈 씨는 전자를 택했다. 한편 유튜버 A씨는 구독자 수가 50만을 넘어섰을 무렵 돌연 유튜브 중단 선언을 했다. “10만 유튜버 시절에는 휴식기를 가지는 50만 유튜버들을 보며 한심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그 입장이 되니 왜 그런지 너무 잘 알겠더라고요. 계속해서 사람의 이목을 붙잡아둔다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A 씨는 주변의 직업 유튜버 중에 정신과 상담을 안 받아본 사람은 드물다고 했다. 배진우 씨는 개인 SNS 계정에 매일같이 코디 사진을 올리면서 30분 간격으로 ‘좋아요’ 수를 체크한다. “‘좋아요’ 400개를 평균치라 한다면, 기준에 못 미치는 게시물은 바로 삭제하고 다른 걸 올려요. 이거 영업 비밀 아니냐고요? 어떻게 하는지 알려줘도 될 사람은 되고 안 되는 사람은 안 돼요. 실행하지 않거든요.” 혼자 잘해 꾸준히 지속할 수 있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하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지속 가능성’의 기준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1인 식당을 하고 싶었던 이지훈 씨의 바람은 성공한 걸까, 아닐까? 구독자 수가 조금은 줄었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버 A씨는? 한 가지 확실한 건, 이지훈 씨는 여전히 동네 근처에 가게를 차리기 좋은 자리를 물색 중이고, 배진우 씨는 매주 끊임없이 촬영 스케줄을 잡고 있으며, 유튜버 A 씨는 나와 통화하던 날도 브랜드와의 저녁 식사 자리에 나갔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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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김예린
  • Design 오신혜
  • Photo by Getty Images
  • 기사등록 온세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