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열렸던 국제 갤러리의 〈에이스트릭트(a’strict)〉 전과 성수동 에스팩토리의 〈라이프 오아시스〉 전에 이어 또다른 미디어 아트 전시가 서울을 찾아왔다. 이번엔 무려 팀랩! 뉴욕, 런던, 파리, 싱가포르, 도쿄, 베이징 등 세계 곳곳에서 작품을 선보였던 아트 컬렉티브 팀랩(teamLab) 전시를 직접 볼 수 있다니! DDP에서 열리는 〈teamLab : LIFE〉전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세계 곳곳에서 모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아트 컬렉티브 팀랩.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수학자, 과학자, 엔지니어, 애니메이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작품을 만들어낸다. 그 덕에 팀랩 작품은 감상자가 경험할 수 있는 요소도 풍성한 편! 이번 전시에서도 미학적 요소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요소도 많이 녹여냈다.
특히 감상자가 손짓을 하면 작품이 움직이는 인터랙티브적인 요소가 많다. 작품 〈꽃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2〉에서는 지나가는 동물을 만지면 동물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들린다. 동시에 동물을 구성하는 꽃잎도 함께 떨어진다. 사람의 움직임으로 인해 동물의 삶이 어떻게 되는지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은 맥락으로 작품 〈경계를 초월한 나비 떼, 경계 너머 태어나는 생명〉에서도 나비 떼를 매만지면 나비가 내 발밑에 떨어져 죽어버린다.
그런가 하면 감상자가 직접 컴퓨터와 함께 그려내는 작품도 있다. 이번 전시 마지막에 설치된 작품인 〈꽃과 사람, 제어할 수 없지만 함께 살다〉에서는 나의 움직임에 따라 작품도 움직이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물줄기가 가득한 공간에 발을 디디면 물줄기가 갈라진다. 벽면에 다가서면 내 위에 내리던 물줄기가 흩어지고 그 속에서 꽃이 핀다. 나의 움직임을 읽고 컴퓨터 프로그램이 실시간으로 작품을 그리는 원리인데, 내 위치를 읽어내는 똑똑한 컴퓨터 덕에 내가 함께 작품을 만들어내는 듯한 개인적인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이번 전시는 DDP 배움터에서 열린다. 넓고 높은 공간인 만큼 공간적 제약이 적은 전시장에 미디어 아트가 설치되니 정말 압도적이다. 거기에 거울을 적극적으로 설치해 작품이 나를 에워싸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바닷속에 빠진 듯 나를 휘감는 파도, 창밖에서 나비가 날아오는 듯한 연출, 개미가 꽃을 우러러보듯 천장까지 이어지는 꽃의 크기,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까지. 사방에서 작품이 나를 에워싸고 있으니, 마치 우주에 몸을 맡긴 것처럼 몽환적인 기분이 든다.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이 들 수도!
삶을 의미하는 '날 생(生)'을 3D 아트로 표현한 작품 〈생명은 생명의 힘으로 살아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삶이다. 인간과 자연이 어떤 관계를 이루고 살아가는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우리는 분명 위대한 문명의 혜택을 누려왔고 그로 인해 잘 살아가고 있으나 자연의 입장에선 어떨까? 문명의 선과 악을 절대 따질 수는 없지만, 인간의 문명이 자연에 닿았을 땐 어떻게 되는지는 명백하다. 마치 자연과의 거리 두기가 어떤 것인지 가르쳐주는 코로나 시대가 도래한 것처럼. 따질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필연적인 이 관계를 담아내고 있는 이번 전시. 팀랩의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자연과 인간의 삶을 돌이켜볼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DDP에서 2021년 4월 4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