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제대로 연애하는 법

코로나19는 사람들을 잠시 떨어져 있게 만들었지만, 연인과의 거리까지 멀어지게 만들진 못한다. 코로나19가 쏘아 올린 이런 사랑, 저런 데이트도 있다.

BYCOSMOPOLITAN2020.05.09
 
 
서울숲 대신 동물의 숲
우리는 사귄 지 한 달 된 커플. 따뜻한 계절이 오면 함께 별도 달도 보러 가자고 약속했었는데, 한창 좋을 때 코로나19가 터져버렸다. 별과 달이 웬 말이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느라 여자 친구와 그 흔한 카페 가기도 조심스럽다. 하지만 요즘 우리는 원없이 마음껏 대자연을 활보할 수 있게 됐다. 바로, 닌텐도 스위치〈모여봐요 동물의 숲〉(이하 ‘모동숲’)의 멀티플레잉 기능으로 랜선 데이트를 시작한 것이다.〈모동숲〉은 무인도에서 생활하는 콘셉트의 게임이다. 나만의 무인도에서 자원을 채굴하거나 물건을 만들고, 그것을 판 돈으로 집을 짓고 인테리어를 꾸미고 정원을 가꾸며 일상을 보낸다. 또 하나의 자아와 제2의 삶이 펼쳐지는 셈이다. 데이트 관점에서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현실과 게임의 실제 날짜, 시간대가 동일하게 흐른다는 것이다. 사계절의 변화를 반영하기 때문에 애인과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며 알콩달콩 데이트를 할 수 있다. 오히려 뚜벅이인 내게는 현실 세계에서보다 여친을 데려갈 곳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많다. 요즘 우리는 단둘이 아쿠아리움을 돌아다니고, 해 질 녘 바닷가에 앉아 노을이 지는 풍경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그런 멋진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현실에서 술 한잔 걸치며 보일 법한 속마음을 허심탄회하게 나누기도 한다. 한번은 게임에서 돌쇠처럼 철광석을 캐는 내 모습을 보고 여친이 “주차권을 입에 물고 차 후진시키는 남자처럼 섹시하게 느껴진다”라고 칭찬할 정도로 몰입도도 높다. 하하.  2등신 같은 아바타 모습으로 낑낑대며 내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그녀의 모습은 또 얼마나 귀여운지!〈모동숲〉은 3월에 출시된 신작인데, 벌써부터 없어서 못 산다고. 품절 대란의 원인이 랜선 커플들 때문은 아닐지 추측해본다. - 겜덕의연애(34세)


이런 사랑 또 없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전이 되면서 사람도 그립고 사랑도 그리워졌다. ‘이건 다 코로나19 때문이야. 이 시국이 끝나면 연애해야지’라고 다짐하는 날이 많아졌는데, 브루클린의 한 사진작가가 SNS에 올린 영상을 보고 알게 됐다. 연애는 감염병이 끝나면 저절로 하게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될 놈은 된다는 옛말처럼 이 와중에 연애할 사람은 알아서 다 한다는 것을 말이다. 화제의 영상 속에는 예쁜 커플 한 쌍이 등장한다. 브루클린의 사진작가 제러미 코언이 ‘자가 격리 중인 귀염둥이와 데이트하는 법(How to Date a Quarantined Cutie)’이라는 제목으로 만든 애정 공세 영상이다. 미국 전역이 자가 격리를 시행하는 가운데, 그는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옆집 옥상에서 춤을 추는 여성에게 한눈에 반한다. ‘닿을 수 없는 그녀’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해 코언은 이 여성이 있는 옥상으로 드론을 날려 자신의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를 전달한다. 다행히 그녀도 그에게 답장으로 호감을 표시했다. 자, 이제 고백도 해야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실천하는 상황. 그가 선택한 방법은 초대형 에어 버블 속으로 들어가 접촉을 차단한 채 고백을 하는 것이다. 마치 투명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 든 피규어처럼 말이다. 투명한 에어 볼 속에 든 남자가 꽃을 들고 연인에게 달려가는 영화 같은 광경을 현실에서 보게 될 줄이야. 그래서 둘은 어떻게 됐냐고? 이런 지극정성인 스위트 가이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을 여자가 어디 있겠나! - 다들사랑하며살고있구나(28세)


남친 탄생 설화
나는 요즘 단군 이래 가장 스위트한 연애를 하고 있다. 웅녀는 한 달 동안 마늘과 쑥을 먹고 인간이 됐고, 어떤 남자는 한 달 동안 자진해 자가 격리한 끝에 내 남친이 됐다. 중국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할 당시 만난 중국인 썸남과 코로나19 때문에 생이별을 했다. 우한 폐렴으로 중국이 난리가 나자, 나는 가족이 있는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어를 잘 못하고 내 중국어 실력도 썩 훌륭하지 않으니 화상 통화를 하는 것만으로는 마음을 나누기 충분치 않았다. 이대로 그와 영영 멀어지는 건 아닐까 슬퍼하던 찰나, 그가 한국에 들어왔다. 오직 나를 만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말이다. 한국에 머물 곳이 없는 그는 국가에서 지정한 숙박 시설에서 14일간 체류비 140만원을 지불해가며 자가 격리를 해야 했다. 내가 보고 싶어서, 가족 하나 없는 낯선 나라에서 자가 격리를 당하는 그가 안쓰럽고 고마웠다. 2주 동안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사식을 넣어주는 것뿐이었기에 매일 쿠팡맨을 통해 사랑을 전했다. 14일의 자가 격리가 끝나고 우리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손을 잡고 가슴 벅차게 포옹했다.
하지만 중국인인 그는 30일 이하만 머물 수 있었기 때문에, 15일 만에 다시 중국으로 돌아갔다. 물론 중국으로 귀국해서도 14일간 자가 격리를 해야 했고 말이다. 나와 함께하는 15일을 위해, 한 달이라는 시간을 기꺼이 투자한 그. 이런 사람이라면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마지막 남은 하루를 함께 보내고 싶다는 신뢰가 생겼다.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서 그를 만나 뜨겁게 안아주고 싶다. - 님아그감기에걸리지마오(29세)


너와 나의 방구석 콘서트
록 페스티벌에서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 그녀와 결혼을 약속했다. 올해 우리의 버킷 리스트는 세계 3대 음악 축제 도장 깨기였다. 다가오는 여름에 결혼식을 올리기 전, 싱글로서 마지막 봄을 음악 축제에서 불태워보자고 약속한 것이다. 3월에는 미국 텍사스에서 열리는 SXSW, 4월에는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코첼라 페스티벌에 갈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행사가 모두 취소됐고, 우리는 나라를 잃은 것처럼 부둥켜안고 울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바이러스 때문에 지친 몸과 마음을 음악으로 치유하고자 하는 뮤지션들이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공연이 줄줄이 취소된 뮤지션들이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을 시작한 것이다.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은 #togetherathome을 주제로 인스타그램 라이브 공연을 선보였고, 원디렉션 출신의 해리 스타일스는 NPR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와 협업해 멋진 방구석 콘서트를 열었다. 우리 커플이 최근에 본 스트리밍 콘서트는 노이지와 바이스에서 주관하는 모금 공연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힘든 시기를 겪게 된 세계 곳곳의 아티스트를 후원하는 이벤트로, 한국의 힙합 크루 바밍타이거를 비롯해 세계 곳곳의 아티스트 12팀이 각자의 작업실이나 집에서 20분간 공연했다. 비록 3대 뮤직 페스티벌은 못 갔지만, 훨씬 다채로운 자가 격리 콘서트를 보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여름으로 예정된 결혼식 일정을 취소했다. 대신 절약한 결혼식 비용을 코로나19 피해자들을 돕는 데 기부하기로 했다. 음악으로 세상을 치유한다는 움직임에 동참하는 건 결혼식보다 멋진 일이니까. –사랑은음악을타고(33세)


여자 친구가 전지현보다 예쁜 이유는…
코로나19 때문에 독수공방 중. 마음은 닳고 닳았는데 몸만은 강제 순결을 당하고 있었다. 80년대생 ‘라떼’이기에 기억하는 명카피가 떠올랐다. 2000년대 초반 ‘터치폰’이 처음 나왔던 시절, “여자 친구가 전지현보다 좋은 건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진리의 카피가 등장했던 것이다. 나는 남친에게 전지현보다 좋은 여자 친구가 되고 싶은데, 물론 나 역시 함께 살 부비고 만질 수 있는 남자 친구가 좋은데…!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건 아닐지 걱정과 그리움이 밀려왔다. 연인 사이에도 코로나19 비상 대책이 필요했다. 그렇게 머리를 맞대고 고안한 방법이 바로 원격 조정 섹스 토이의 도입이었다. ‘몬스터펍’이라는 바이브레이터인데, 두 사람의 휴대폰에 각각 설치된 앱과 이 기기를 연동하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유사 섹스를 할 수 있다. 잠실에 있는 그가 망원동에 있는 내… 아니, 나의 그곳 속에 있는 작은 몬스터를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작고 귀여운 디자인이라고 얕본 건 이 섹스 토이에 대한 결례였다. 전화기 너머 서로의 신음 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그의 손가락은 나의 그곳을 어루만지듯 휴대폰 액정을 터치하고, 내 안의 몬스터는 그와 빙의해 나를 전율하게 만들었다. 솔직히 상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청각만 자극하니 더 야한 것 같기도 하다. ‘지이이잉’으로 시작해 ‘위이이잉’거리다가 끝은 ‘하아앙’을 유도하니, 실제 섹스처럼 전희부터 기승전결이 다 있다. 기특한 몬스터. –수녀되는줄알았잖아(30세)


그 누구도 자취하지 않는 커플의 영화 데이트
영화를 좋아하는 우리 커플의 주된 데이트 장소는 극장이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극장에 다녀갔다는 ‘카더라’ 소식이 속속 전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태가 쉽사리 진정되지 않고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기에 이르자 영화관 데이트는 꿈도 못 꾸는 일이 됐다. 남친도 나도 가족과 함께 사는 처지라, 애인 집에 놀러 가서 함께 영화를 볼 환경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 시국에 팔자 좋게 호캉스를 할 수도 없었다. 영화 데이트를 원천 봉쇄당한 바로 그때, 미드 〈가십걸〉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블레어’와 ‘척’이 각자의 집에서 같은 영화를 동시에 틀어놓고 통화를 하며 ‘꽁냥꽁냥’하던 바로 그 장면 말이다. 우리는 정해진 시간에 영화관에 입장하듯, 매일 저녁 8시마다 넷플릭스 영화의 재생 버튼을 클릭했다. 수화기 너머로 “하나, 둘, 셋, 자 틀어!”라고 말하는 유치한 대화마저 6년 차 커플에게는 새로운 자극이 돼줬다.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느껴보지 못했을 애틋한 감정이었다. 최근에는 영화뿐 아니라 SNS 피드에 돌아다니는 웃긴 영상을 실시간으로 함께 볼 수 있는 기능도 발견했다. 페이스북 동영상 플랫폼 워치(Watch)의 ‘함께 시청하기(Watch Party)’ 기능인데, 라이브나 녹화 영상을 보면서 각자의 집에 있는 친구와 소통할 수 있다.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도 없어 편하고, 동영상 하단의 채팅창에서 바로 “야, 이거 진짜 웃기지 않냐” 따위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데이트할 때, 둘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같은 영상을 보며 육성으로 “크크크크크크” 하고 웃고 떠들던 바로 그 순간처럼 말이다. –이동네사랑꾼은나야(28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