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ety

여성의 날을 축하하는 10가지 방법

요즘 우리에겐 챙겨야 할 것 같은 날이 참으로 많다. 애인 없으면 섭섭한 ‘데이’가 달마다 있고, 크리스마스처럼 가만있자면 소외감 드는 날도 여러 날이다. 상술도 싫고, 애인 없으면 측은해지는 분위기도 싫은 당신. 3월엔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보면 어떨까?

BYCOSMOPOLITAN2020.03.08
 

오늘 무슨 날이야?

1908년 3월 8일, 뉴욕의 루트커스 광장에 1만5천여 명의 여성 노동자가 모였다. 그들이 거리를 행진하며 외친 구호는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였다. 열악한 작업장에서 하루에 12시간 넘게 일하며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아야 했고, 선거권이나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조차 누리지 못했던 그들에게 빵은 생존권을, 장미는 참정권을 의미했다. 이는 세계 각국에서 여권 신장 운동을 펼치는 계기가 됐으며, 1977년 유엔은 세계 곳곳에서 기념 행사를 열어오던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화했다. 그렇다면 한국은? 일찍이 모던 걸 나혜석과 박인덕은 1920년부터 여성의 날 기념 행사를 가졌다. 하지만 일제의 탄압으로 그 맥이 끊겼다가 다시 공식적으로 기념하기 시작한 때가 1985년이다. 그리고 지난 2018년 ‘양성평등기본법’의 일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3월 8일을 법정 기념일인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했다. 그렇다면 우리, 법정 기념일 3주년인 올해 세계 여성의 날부터 기념해보는 건 어떨까? 코스모팀이 아이디어를 모아봤다.  
 
언니는 돈을 좀 쓸게, 팍팍!
하고 싶은 것도, 알리고 싶은 것도 많았다. 축제도 참여하고, 어느새 5년 차에 접어든 노브라의 신세계를 설파하고…. 그러다 불현듯! 내 나이 바야흐로 서른 하고도 아홉수. 이제 닥치고 지갑 열 때라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뼈를 때렸다. 이번 여성의 날에 나는 돈을 팍팍 쓸 거다. 특히 1020 여성들에게.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지원하는 단체에 정기 후원을 시작할 거고, 이번 총선을 위한 페미당 창당 모임에 자금을 보탤 것이다. #걸스캔두폴리틱스! 여성 작가가 쓴 책 10권을 한 번에 구매해 아이 키우는 엄마 친구들에게, 어쩌다 함께 살고 있는 한남… 아니 한국 남자와 그 일당(!)들에게 고루 보내고. 아, 그 전에 인스타에도 예쁘게 찍어 올려야지. 다 하려면 한 50만원은 족히 필요할 것 같은데, 일단 5… 5만원씩만 보내볼게. 같이 하실 분? ‒디지털 디렉터 성영주


답답한 건 던져, 브라!
친구에게 가슴을 조이지 않는 브라렛을 선물하고 싶다. 두께가 있는 니트 톱을 입을 땐 노브라도 괜찮고 넉넉한 셔츠를 입을 땐 볼륨 있는 가슴보다 밋밋한 가슴이 예쁘다는 조언과 함께. ‒패션 에디터 김지회


야, 너두 우먼스 마치!
이번 여성의 날, 나는 할리우드 배우들의 ‘우먼스 마치’ 연설을 되돌려보며 영어 공부를 하겠다. 대학생 때 매주 토요일 영어 스피치를 분석하는 스터디를 했는데, 당시를 추억하며 스칼렛 요한슨과 만삭인 나탈리 포트먼의 스피치 영상을 돌려볼 예정. 그것도 이틀 전 내가 직접! 거금 주고! 새로 산! 무려 아이패드 프로로, ‘리퀴드 레티나 디스플레이’에서! 스피커 4개에서 뿜어져 나오는 입체적인 오디오로! 그녀들의 당찬 말들을 새겨들어야지. We should all be feminist! ‒디지털 에디터 정예진  


선배, 웰컴백!
여성의 날을 기념해서가 아니라도, 전업주부에서 아주 오랜만에 필드로 복귀하는 직장 선배를 돕고 싶다. 사회 초년생인 나에게 여러 가지 도움을 주고, 오래전 임신 초기에 아무것도 모를 때 국공립 어린이집 들어가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며 나 대신 알아서 대기 명단에 올려준 덕분에 쉽게 딸을 등원시킬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선배. 강원도 깊은 산골에서 도시로 온 것처럼 오랜만의 업무가 낯설고 너무 많이 변했다는 선배를 내 능력 최대치로 응원하고 싶다. ‒디자인 디렉터 김수아


⑤ 들어봐주세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출신 송은지가 중심이 돼 기획한 컴필레이션 음반 〈이야기해주세요〉 3집의 노래를 팀원들과 공유하고 싶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세 번째 앨범. 텀블벅 모금이 마감돼 CD를 구입할 방법은 없지만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디지털 음원은 구할 수 있다. 김완선, 황보령, 김일두, 슬릭 등이 참여한 총 16곡의 음악을 들으며 과거부터 현재까지 여성들이 겪어내고 있는 현실을 살펴보는 건 어떨지. ‒아트 디렉터 구판서


⑥ 윤진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여성의 날을 맞아 주변 친구들에게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 진짜 내가 원하는 메이크업을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한때는 뷰티 에디터로서 매 시즌 트렌디한 메이크업을 전하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남자들이 좋아하지 않거나 기가 세 보인다는 이유로 청순여리여리한(실제로는 청순구리구리한) 메이크업을 고수했던 나. 매거진에서는 늘 때로는 프로페셔널하게, 때로는 섹시하게 메이크업하라고 당당하게 말하면서도 실상은 청순병에 걸려 늘 병약한 메이크업만 알파고처럼 했던 거다. 그러다 어느 순간 현타가 왔고,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내 눈에 예뻐 보이는 메이크업을 이것저것 시도했더니 자신감도 생기고 메이크업 실력도 상승했다는 사실. 그러니 여러분도 하고 싶은 메이크업 다 해! ‒뷰티 디렉터 하윤진


같이 읽을까, 이런 마음
어떤 삶을 살든 내가 주체면 된다는 것을 일깨워준, 김환기의 아내 김향안의 수필집 〈월하의 마음은〉을 친구들과 함께 읽고 싶다. 어떤 삶을 살든 우리가 ‘여성’임을 감사하고, 어떤 방향이든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자. ‒패션 디렉터 김지후


친구들아, 맘껏 욕망을 채워볼까?
나이 들면 좋은 게 있다는 친구의 말이 신선하게 느껴진 적이 있다. 도대체 왜? 무엇이? “용기가 생기더라고. 남자에게 먼저 모텔에 가자는 말을 할 수 있는 용기.” 일동 얼음! 그런데 시간을 두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30대 중반인 여자가 성욕이 있다는 것과 섹스를 남의 눈치 안 보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제 와서 그 욕망을 부끄러워하는 것은 새삼스럽지만, 벌써부터 그 욕망을 포기하고 덮어두는 친구가 많다. 애인 없는 싱글은 물론이고 결혼, 육아 때문에 자의든 타의든 금욕의 삶을 살고 있는 친구들. 그들에게 예쁘고 귀여운 신상 자위 도구를 선물하고 싶다. 아직 우린 젊기에~ 괜찮은 쾌락이 있기에~ 그날만큼은 자유롭게 욕망을 표출하자! ‒피처 디렉터 전소영


엄마의 이름을 불러줘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에 붙은 문구를 볼 때마다 씁쓸하다. ‘내일의 주인공을 위한 자리’에 여성은 어디에도 없다. 얼마 전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가 임신했다는 이야길 듣고, 선물이라도 하나 해줘야지 싶어 이것저것 머릿속에 떠올려봤다. 장난감? 배내옷? 기저귀? 뭐가 좋으려나…. 그런데 이틀 뒤 트위터에서 어떤 글을 읽고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출산 선물로 립스틱을 가져갔다가 언니를 엉엉 울렸다는, 다들 아기에게 줄 선물만 가져가면 산모가 소외감을 느낀다는 이야기였다. 출산하면서 여자로서의 자신은 지워졌다는 생각이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다고. 올해 여성의 날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엄마들의 다른 이름을 되새겼으면 좋겠다. 한 소녀이자 여자였고, 늘 엄마였지만 동시에 엄마 아닌 다른 사람들이기도 했으며, 앞으로도 엄마 외에 그 누구라도 될 수 있는. 휴대폰에 저장된 이름을 ‘엄마’ 대신 본명으로 바꾸는 것도 좋은 시작이라 생각한다. ‒피처 에디터 김예린


민낯이라도 괜찮아
20대 후반까지만 해도 휴대폰 앨범에 빼곡했던 셀피가 지금은 스크롤을 한참 거슬러 올라가야 할 만큼 적어졌다. 예전보다 눈 밑이 축 처져 보여서, 오늘은 메이크업이 잘 먹지 않아서, 어느 날은 볼에 존재감 강한 뾰루지가 올라와서. 풀로 세팅한 완벽한 상태여야만 셀피를 찍을 마음이 들곤 했는데, 그조차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내 외모를 옥죄는 코르셋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여성의 날인 만큼 화장기가 1도 없는 내 얼굴을 셀피로 남겨보고 싶다. 마음에 든다면 SNS에 모처럼 내 얼굴도 올려보게! ‒뷰티 에디터 송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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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프리랜스 에디터 김가혜
  • Digital Design 조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