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더로 동성 친구 만들기 가능할까?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데이팅 앱으로 ‘친구’를 사귀어보라는 틴더 광고는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동성연애 말고, 연애보다 진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여사친을 만드는 일 말이다. 코스모 에디터가 친해지고 싶은 여성 프로필에 ‘좋아요’를 누르고 직접 만나봤다.


친구를 발견하는 새로운 방법?
틴더의 수심은 얕고도 깊다. 오늘따라 애닳는 몸을 달래줄 하룻밤 상대를 찾는 ‘원나이트 스탠드’부터 부부의 연을 맺는 ‘틴더 매리지’까지, 이곳에선 마음만 먹으면 어떤 만남이든 이뤄진다. ‘가벼운 데이트 상대를 찾는 데이팅 앱’이라는 오명을 벗고 싶었던 걸까? 틴더는 지난해 국내 정식 론칭 이후 ‘동네 친구 사귀기’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다. 최근에는 앱으로 만난 두 여자가 단짝이 된다는 내용의 광고도 내놓았다. ‘아, 진짜! 다 알면서 자꾸 왜 이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데이팅 앱이 ‘친구를 발견하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그들의 주장처럼 정말 틴더로 마음 맞는 동성 친구를 사귈 수 있는지 말이다.

사람 보는 눈은 다 똑같다
틴더의 원리는 간단하다. 상대방의 사진을 보고 ‘좋으면’ 오른쪽, ‘아니면’ 왼쪽으로 화면을 밀면 된다. 서로 ’라이크’를 누르면 경쾌한 알림음이 울리며 이른바 ‘매칭’이 이뤄지는데, 매칭된 사람끼리만 대화할 수 있다. 내 경우 여사친을 찾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상대의 성별’ 옵션을 여성으로만 설정했다. 스와이프를 하다 보니 친구를 찾는 건 애인을 물색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트 상대를 고르듯, 어느새 나는 깐깐하고 엄격하게 여사친 후보를 고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어쩐지 ’느낌 있는’ 여자들에게 호감을 느꼈다. 요가복 셀카로 몸매를 과시하는 킴 카다시안 지망생보다는 여행을 좋아하는 보헤미안, 조신한 쪽보다는 발칙한 쪽, 뽀샵 필터보다는 필카 필터, 셀카보다는 남이 찍어준 사진이 좋았다. 이유는 모르겠고 그냥 느낌이 그랬다. 틴더는 느낌이니까.

불러도 대답 없는 내 님아
여자끼리 매칭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남자를 대상으로 데이팅 앱을 사용했을 때는 매칭되기가 무섭게 메시지가 날아왔는데, 여자와는 매칭이 된다 해도 대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없었다. 그렇게 서서히 여사친 사귀기에 흥미를 잃어가던 중, 미스 남가주 스타일의 J와 첫 매칭이 이뤄졌다. “글을 쓰고 돈을 씁니다”라는 내 프로필을 보고 “나도 글 쓰고 돈 쓰고 싶다!”는 멘트를 보내왔다. “같이 쓰자”라고 화답했지만, 그녀는 치고 빠졌다. 에잇 나쁜X. 미스치프를 좋아하는 힙스터 같은 A와도 매칭됐다. 그녀는 내게 “성격 맞으면 친구 하자”라고 몇 차례 대화를 걸더니, 내가 “언제 볼래?”라며 날을 잡자고 하자 답장이 뚝 끊겼다. 에잇 망할X. 혹시 그녀들은 나를 레즈비언으로 생각하는 걸까? 황급히 프로필에 이성애자임을 뜻하는 ‘straight’ 와 ‘heterosexual’을 추가했다. 쇼트커트에 보이시한 T는 처음엔 대화에 적극적이었지만 이성애자임을 밝히자 나를 떠났다. 에잇 썩을X. 교포 느낌 물씬 나는 B는 자신은 미국인 남자와 교제 중이라고 했다. 거기에 ‘more than friendship’한 ‘unique’한 관계를 찾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스리섬하자는 얘기였다. “그냥 친구 하면 안 돼?”라는 나의 반응에 그녀는 “용기 없는 너는 그냥 우리랑 밥이나 먹든가”라며 빈정댔다. 에잇, f**king bitch!

세상 참 좁다
내 메시지를 무시한 여자 중 가장 궁금한 사람을 고르라면 J였다. 나는 그녀에게 질척대기 시작했다. 마침 크리스마스라 “메리크리스마스”라는 인사를 보냈다. 씹혔다. 며칠 뒤, “주말 잘 보냈냐”는 식상한 문자로 구애했다. 씹혔다. 내겐 새해라는 좋은 핑계가 있었다. 1월 1일이 되자마자 “Happy New Year”라는 신년 인사를 보냈다. 씹혔다. 남친에게도 해본 적 없는 문자 폭탄을 투하하며 그녀에게 집착했다. 나는 마치 영화 〈10일 안에 남자 친구에게 차이는 법〉의 케이트 허드슨처럼 차여도 싼 오답만 골라 하는 진상 같았다. 왜 내가 여자에게 이런 천대를 당해야 하는 건지 갑자기 현타가 왔다. 동료 S에게 J가 만나주지 않는다며 하소연했다. 내가 정말 남자라도 된 것처럼 “예쁜 애가 튕기니까 더 오기가 생긴다”라는 말도 육성으로 했다. “아니, 얼마나 예쁘길래 그래?”라는 S의 말에 나는 그녀의 사진을 보여줬는데 의외의 반응이 돌아왔다. “어머, 나 이 사람 알아. 내 절친의 친구야!”

내 썸녀 예쁘지!
결국 나는 S의 도움으로 J와의 ‘소개팅’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정말 소개팅에서나 할 법한 “내 (틴더) 첫인상 어땠어?” 같은 질문도 했다. 최근 J는 생각을 글로 남기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됐는데, 마침 글을 쓴다는 내 프로필을 보고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고 했다. 내 메시지를 무시한 이유는 예상대로였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대화했지만 내가 무서울 정도로 들이대 동성애자로 오해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꽤 통하는 부분이 많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대화를 나눴고, 그중에는 내가 남자였다면 설렐 것 같은 심쿵 포인트도 몇 개 있었다. 넷플릭스 추천을 하면서 “네가 좋아할 것 같아. 왜냐하면 나도 좋아하거든!”이라는 말로 은연중에 서로가 잘 통한다는 것을 암시했기 때문이다. 프리랜스 비디오그래퍼인 J는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언제든 떠나는 디지털 노매드로 산다고 했다. 나도 보헤미안 같은 그녀의 ‘바이브’와 시원한 성격이 퍽 마음에 들었다. 어쨌든 식사 후에 J가 2차로 한잔 더하자고 제안한 걸 보면 나도 그녀에게 친구로서 좋은 인상을 남긴 것 같다. 마지막에는 “오늘 어땠어?”라며 또 한번 소개팅식 질문을 했는데, 자기와는 다른 일을 하는 내가 ‘다른 세계에 사는 요정’ 같았다고 했다. 어려운 미션을 완수한 듯 뿌듯했다. 그녀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센스 있게 계산도 끝마쳤다. 그날 나는 완벽한 매너녀였다.

그래서 우리는 친구가 되었나?
솔직히 말해 동료의 도움이 없었다면, J와 만날 수 없었을 거다. 추후에는 틴더로 여사친을 만드는 수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대답도 없는 여자에게 애걸복걸해가면서까지 친구를 만들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인연이 있긴 한 건지 그녀와 나는 만났고, 우리는 친구가 됐냐고? 함께 만들어나가는 빈 술병의 개수가 그날의 분위기를 말해준다고 믿는 애주가로서, 그날 ‘썸녀’와 나의 케미 점수는요? 하얼빈 8병에 테라 1병.
10병 만점에 9병이다.

연애보다 진한 우정을 나눌 상대를 직접 고를 수 있다면 그건 꽤 근사한 일이니까!
데이팅 앱으로 ‘친구’를 사귀어보라는 틴더 광고는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동성연애 말고, 연애보다 진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여사친을 만드는 일 말이다. 코스모 에디터가 친해지고 싶은 여성 프로필에 ‘좋아요’를 누르고 직접 만나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