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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청춘의 초상

드라마에서 줄곧 교복을 입던 배우 김정현이 마침내 20대 청춘의 얼굴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에게는 별로 대수롭지 않아 보인다. 중요한 건 배역이 아니라 연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BYCOSMOPOLITAN2018.01.25


그는 풋풋한 청년과 성숙한 남자의 얼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니트 톱 가격미정 살바토레 페라가모. 


지난해 드라마 <역적> <학교 2017> 등으로 바쁜 1년을 보냈어요. 기대주와 괴물 신인으로 빠지지 않고 꼽히는데, 기분이 어때요? 

되게 감사한 일이지만 부담감도 느껴요. 괴물 신인이라고 불러주니까 거기에 부응해야겠다는 마음보다는 기대해주시는 만큼 좋은 연기로, 좋은 작품으로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요. 사람들이 기대하는 배우라는 사실은 좋지만 작품을 대하는 마음은 늘 똑같아요.


‘신인’이라는 딱지를 빨리 떼고 싶다는 조바심도 생길 것 같아요. 

예전에는 빨리 저를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지금은 더 오래, 더 많은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신인이라는 위치를 벗어나는 과정에 있는 거잖아요. 작품을 할 때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연기를 하는지, 어떻게 성장했고, 어떤 나쁜 버릇이 생겼는지 등을 고민해요. 그런 것이 쌓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요? 


2월 방영 예정인 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가 드라마로는 두 번째 주연작이죠? 

네.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강동구’라는 인물로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드라마에 시트콤적인 요소가 있어 가볍긴 하지만 인물들의 삶은 매우 치열하거든요. 이전에 연기해보지 않은 캐릭터라 지금은 시험 보기 직전처럼 무섭고 떨려요. 시청자들이 어떻게 보실지 모르니깐요. 


그동안 드라마에서 교복 입은 학생 역할을 많이 했잖아요. ‘강동구’는 딱 20대 또래의 인물이라 연기할 때 친근감을 많이 느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동구’는 친구들과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망하기 일보 직전인 상태예요. 수도세를 내지 않아 수돗물이 끊길 지경인데 어느 날 누군가가 집 앞에 아기를 놓고 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죠. 드라마다 보니 극적인 설정은 있지만, 인물의 감정과 상황 등에 공감하고 있어요. 


‘강동구’는 당신과 닮았나요, 아니면 다른 점이 많나요?

상상해서 연기로 표현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저와 다르면서도 비슷한 점이 있어요. 이 친구는 상처를 많이 받아 염세적이고, 부정적이에요. 그렇지만 삶을 대하는 태도가 가볍지는 않죠.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동생을 챙기고, 게스트하우스를 꾸려가는 책임감 있는 모습은 저와 비슷한 것 같아요. 


한 인터뷰에서 “연기할 때 가장 나다워지는 것 같다”라는 말을 했어요. 어떤 의미인가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을 때 인간 김정현의 반응과 인물 ‘강동구’의 반응은 다르잖아요. 인간 김정현으로서는 하지 못하는 리액션을 ‘강동구’라는 인물은 할 수 있어요. 그러면서 몰랐던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연기를 하면서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던 것을 깨부수게 되고, 점점 확장되는 것 같아요. 


선이 굵고 남자다운 얼굴인데, 자신의 외모에 아쉬운 점도 있어요?

아뇨. 제 이미지를 부정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에요. 캐릭터에 따라 어떻게 이미지를 변화시켜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건 있죠. 하지만 그 정도예요. 갈등할 때도 있어요. ‘지금보다 더 곱상하게 생기고, 키가 더 크고, 몸이 더 좋다면 어땠을까?’ 그러다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요. 있는 그대로의 저 자신을 받아들이기 위해  제 안에서 숱하게 투쟁하고 있어요.(웃음) 


경상도 출신인 데다 남성적인 외모 때문에 꽃을 좋아한다는 점이 의외였어요. 

집에서 키울 정도는 아니지만, 꽃을 좋아해요. 꽃은 평범한 배경도 아름답고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개나리와 벚꽃이 활짝 피었을 때는 물론이고 꽃 선물을 받은 사람들의 표정을 볼 때면 기분이 좋아져요. 부모님과 친구들에게도 가능하면 선물로 꽃을 주는 편이에요. 


창밖을 바라보는 김정현.

팬츠 1백만원대 디올 옴므. 터틀넥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동성 친구에게 준 적도 있어요? 

그럼요. 고등학교 때 친구 생일 선물로 화분을 준 적이 있어요. 남자한테 꽃 받아본 거 처음이라 이상하다고 하면서도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물론 뒤에서는 싫어했을 수도 있지만요. 하하.


올봄에도 꽃구경 가겠네요?

한동안 해마다 친구들과 여의도로 꽃구경을 갔었는데 요즘은 사람이 너무 많아 잘 안 가요. 사실 여의도 말고도 벚꽃이 예쁜 곳은 많아요. 여의도 가기 전 아파트 단지 길도 있고, 저희 학교 캠퍼스도 있고요. 올해는 3월까지 촬영을 할 테니 오며 가며 볼 수 있겠죠? 꽃은 어디에든 있으니까요. 


촬영 안 하고 쉴 때는 뭐 해요?

고향 친구들과 술 마시고, 학교 친구들과는 밤 12시까지 커피를 마셔요. 제 주변엔 후배나 선배보다 또래 친구가 훨씬 많은 것 같아요. 


남자가 볼 때 어떤 사람이 멋있어 보여요?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 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오. 그런 분들을 보면 제가 기성세대가 돼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생각하게 돼요. 


이제 29살이에요. 나이에 숫자 ‘9’가 붙으면 싱숭생숭해지곤 하는데, 1월 1일에 기분이 어땠어요?

예전 같았으면 아마 의미를 많이 두고, 스스로를 괴롭혔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그냥 일상의 하루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29살이라고 해서 달라진 건 없어요. 나이를 좀 먹었을 뿐 저는 예전과 똑같거든요. 만약 누군가 과거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저는 싫다고 할 거예요.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지금보다 더 나아질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그때 그렇게 했더라면…’이라는 후회로 저를 괴롭히고 싶지 않거든요.


그럼 지금 행복한가요?

연기를 하기 전엔 삶이 너무 치열했어요. 물론 그 나름의 좋은 것도 있죠. 그때 했던 실패와 노력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뭔가를 이뤄가는 과정에 있는 지금이 좋아요. 


교수님의 권유로 군대에서 책 100권을 읽었다던데,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책은 뭐예요?

김어준의 <건투를 빈다>요. 너무 오래돼 내용이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여느 자기 계발서보다 위로가 많이 됐어요. “그런 인생도 괜찮으니까 너무 스스로를 괴롭힐 필요 없다”라는 맥락의 말이 많았는데, 이 책을 읽을 당시에 조금 힘들었기 때문에 많이 와닿았죠. 세상이 나 없이도 잘 돌아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거든요.


책 읽는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요?

아, 그렇다면 정말 좋을 텐데…. 하하. 데뷔하기 전엔 책 읽고 싶으면 도서관 가고, ‘옷 살 돈으로 책을 사자’라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책 읽을 시간이 없어요. 읽어야 할 대본이 너무 많거든요. 그래도 이동할 때 생기는 자투리 시간에 최대한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앞으로 당신의 이름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었으면 좋겠어요?

‘뜨겁다’요. 연기할 때도, 삶을 살아갈 때도 뜨거웠으면 좋겠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받은 사랑을 잊지 않고, 항상 따뜻하게 사람들을 대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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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Photographs by Chae Dae Han
  • Feature Editor 전소영
  • Stylist 한종완
  • Hair 문현철
  • Makeup 정다은
  • Assistant 전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