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가즘? 섹스밤? 코코?' 뷰티 컬러명의 모든 것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오르가즘’, ‘섹스밤’, ‘코코’, ‘라파엘’, ‘오해’, ‘여왕처럼’ 등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단어들의 공통점은? 바로 당신이 사랑하는 메이크업 제품의 컬러명이라는 것! 이름만 듣고는 절대 컬러를 연상할 수 없는 이런 단어를 제품 이름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가? ::오르가즘, 섹스밤, 코코, 라파엘, 오해, 여왕처럼, 뷰티, 컬러, 이름, 아이템,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 오르가즘,섹스밤,코코,라파엘,오해

The taboo 어반디케이는 ‘담배꽁초’, ‘퉁명스러운’ 등 뷰티에서 금기시되는 단어들을 사용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The sex bombs ‘섹스는 잘 팔린다’는 법칙은 뷰티에서도 통했다. 나스의 오르가즘은 블러셔의 전설이 되었다. The mis-understood 간혹 동음이의어 등으로 인해 제품의 이름이 잘못 해석돼 화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맥의 헤로인처럼 말이다. nail Effect 가장 자극적이고 튀는  이름이 사용되는 영역은 역시 매니큐어다. 조금이라도 차별점을 둬야 선택받기 때문.마감 중 코스모 사무실에서는 가끔 혼자 박장대소하는 뷰티 에디터가 있다. 마감의 고통으로 실성한 것이 아니다. ‘시럽빼고 테이크아웃’, ‘수줍은 손깍지’, ‘달콤고소미숫가루’, ‘샌드위치속핑크햄’ 등 상상도 하지 못한 이름이 붙은 화장품을 보고 빵 터진 것이다. 이름만 들으면 대체 무슨 컬러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이런 이름을 셰이드명으로 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비슷비슷한 컬러와 이름을 지닌 제품 속에서 조금이라도 튀어야 소비자의 기억에 남을 수 있기에 고심 끝에 탄생한 이름일 것이다. 사실 컬러와 전혀 상관없는 이름이 붙은 화장품은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2015년 트위터에 한 메시지가 올라오면서 이런 이름에 대한 뜨거운 논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트윗의 내용은 간단하다. 메이크업 브랜드 캣 본 디(Kat Von D)의 매트한 레드 컬러 립스틱 사진과 “도대체 어떻게 이게 립스틱 컬러일 수 있죠?”라는 문장이었다. 컬러는 수만 가지 레드 컬러 립스틱과 비슷했다. 문제가 된 것은 새빨간 립스틱에 붙은 ‘미성년 레드(Underage Red)’라는 이름. “10대에게 성적인 이미지를 부여했다”부터, “인신매매를 촉진한다”까지 온라인을 통해 수많은 비난이 브랜드 설립자이자 타투 아티스트인 캣 본 디에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실 캣 본 디가 논란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2013년에 ‘무식한 유명인’이라는 뜻을 지닌 ‘Celebutard’라는 이름의 제품이 소비자와 몇몇 단체의 반발을 사 회수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캣 본 디가 일부러 제품에 자극적인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도 있지만, 그녀가 페이스북에 올린 해명 글에 따르면 ‘언더에이지 레드’라는 이름에는 그녀의 자전적 스토리가 담겨 있다. 16세 때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록 밴드의 공연을 볼 수 없자, 진한 레드 립스틱을 바르고 공연에 갔다는 것. 그녀는 이러한 이유로 언더에이지 레드 립스틱은 성적인 메타포가 아니라 오히려 ‘여성의 반란’을 상징한다고 해명했고, 그녀에게 쏟아지던 비난을 피해 갈 수 있었다. 논란의 당사자인 그녀는 괴로웠을지도 모르지만, 이 논란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언더에이지 레드는 완전 매진을 기록했다. 이 컬러가 출시된 지 7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기상천외한 이름, 왜 붙일까?이러한 이름에 열광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으로 나뉘어 반응은 극단적일 수 있지만, 제품명을 이렇게 짓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한다. 코즈메틱 산업의 특이한 네이밍 전략을 연구한 매사추세츠 대학교 마케팅 부교수이자 박사인 엘리자베스 밀러는 “독특한 이름들을 보면 우리는 ‘아~ 그들이 쿨하고,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죠. 이건 브랜드와 고객 사이에 암묵적인 신뢰 관계를 만들어줍니다”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이런 대담한 이름은 고객들에게 그들이 말을 거는 하나의 방법인 것이다. 세포라의 판촉 부분 선임 부사장인 아르테미스 패트릭은 이렇게 설명한다. “브랜드가 고객과의 연결 고리를 찾는 하나의 방법으로 과감한 네이밍 전략을 세우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 농담을 던지고 윙크를 찡긋하는 것처럼 ‘우리는 한편이야’라는 암묵적 메시지를 던지는 거죠.”하지만 ‘언더에이지 레드’와 같은 이름을 보고 불쾌함을 느끼거나, ‘심쿵 코럴’ 같은 이름에 ‘한글 파괴’라 화를 내는 소비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제품의 타깃층이 아니라면, 사실 브랜드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매우 적습니다”라고 밀러 박사는 말한다. 예를 들어 만약 극단적으로 보수적인 사람들이 캣 본 디의 이름에 대해 투덜거린다고 브랜드에 해가 될까? 이에 대해 밀러 박사는 “소셜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회사에서 저지른 실수가 실시간으로 퍼져나가고, 또 이를 막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발 빠른 소셜 미디어를 위급 시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도 있죠. 부정적인 여론을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긍정적인 스토리로 이를 대체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캣 본 디의 해명이 빠르게 확산된 것이 그 단적인 예다. 오르가즘 이펙트섹스어필한 네이밍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것은 언더에이지 레드가 처음은 아니다. 어쩌면 당신 화장대의 한쪽을 차지하고 있을지도 모를 나스의 ‘오르가즘’이 그 시초라 할 수 있다. 1999년 메이크업 아티스트 프랑수아 나스는 섹스 후에 띠는 홍조를 나타내기 위해 시어하고 반짝이는 피치 핑크의 블러셔를 만들었고, ‘오르가즘’이라 명명했다. 그는 이름을 먼저 생각한 다음 그 이름에 맞는 컬러를 만들었다고 한다.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는 블랙 패키지 역시 한몫했다. 이 시크하고 비밀스러운 패키지 안에 무엇이 들어 있길래 ‘오르가즘’이란 이름이 붙었을지 수많은 여성이 궁금해했고, 그것을 얼굴에 바른 여성들은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그리고 ‘오르가즘’은 지금까지 나스의 베스트셀러이자, 블러셔의 대명사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나스는 “이런 대담한 이름이 아니었다면, 이 정도로 아이코닉한 제품이 될 수 있었을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한다.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섹스어필한 이름은 판매에 도움이 되고 있다. 2013년에는 미국 메이크업 브랜드 투페이시스가 ‘베러 댄 섹스’라는 이름의 마스카라를 만들었고, 론칭과 동시에 이 제품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심지어 이 제품을 론칭한 후 투페이시스는 3자리 숫자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2011년에 론칭한 베네피트의 ‘데아리얼(They’re Real!)’ 마스카라는 베네피트뿐 아니라 세포라의 넘버원 셀링 마스카라가 되었다. 물론 단순히 선정적인 이름 때문에 제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것은 아니다. 섹시한 속눈썹을 연출해주는 제품력도 인기를 얻는 데 한몫했을 것이다. 그러나 섹시한 이름은 손해를 보지 않는 법. 언프리티 뷰티 어반디케이는 네이밍의 역사를 새로 쓴 브랜드다. 국내에는 최근에 론칭했지만, 어반디케이가 뷰티 신에 돌풍을 불러일으킨 것은 1990년대 말. “핑크만 보면 구역질이 나나요?(Does pink make you puke?)”라는 광고 문구에서 알 수 있듯 어반디케이가 선보이는 컬러는 일반적이지 않았다. 글리터가 함유된 라임, 메탈릭한 보라색, 글로시한 청회색 등 독특한 컬러를 선보였을 뿐 아니라 이 컬러들에 ‘Kush(고급 마리화나 품종)’, ‘Roach(담배꽁초)’, ‘Blunt(퉁명스러운)’ 같은 전혀 아름답지 않은 이름을 붙여놓았다. 이런 이름을 고안해낸 것은 어반디케이의 설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웬디 좀니르. 그녀는 “금기시된 이름을 지닌 화장품을 사용하면, 스스로 용기 있고, 즐기며 사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반항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더라도, 그 이름을 지닌 어떤 것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그와 비슷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쿨한 이름이 주는 효과 때문이었을까? 어반디케이는 2012년 로레알에 인수되어 세포라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색조 브랜드가 되었고,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 중 하나로 랭크되었다. 맥 또한 대범한 네이밍 전략을 펼치는 브랜드 중 하나다. 하지만 작년 에지 있는 퍼플 컬러의 립스틱 ‘헤로인(Heroine)’이 뜨거운 도마 위에 올랐다. 헤로인이란 발음이 마약을 연상시켰기 때문. 맥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제임스 가거는 철자를 보면 그런 뜻이 아님을 알게 될 거라고 말하면서도 “이 이름이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가끔 논란이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죠”라고 고의성을 시인했다. 이야기를 담은 네일 컬러화장품 매장에 들어가자마자 펼쳐지는 수많은 네일의 향연. 비슷비슷해 보이는 수백 가지 컬러에 당신이 직접 이름을 붙여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여린 핑크, 더 여린 핑크, 진한 핑크, 깜짝 놀랄 핑크 등 얼핏 보면 똑같아 보이는 저 수많은 컬러에 무슨 이름을 붙여야 하나 막막해질 것이다. 네일 컬러 브랜드가 더 과감한 네이밍을 시도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비슷비슷한 것들 사이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시선을 확 잡아 끌 만한 무언가가 필요한 다. OPI의 베스트셀링 컬러인 ‘Suzi and Lifeguard’나 이니스프리의 ‘와랑와랑 김녕파도’처럼 말이다. OPI의 공동 설립자인 수지 와이즈 피스만은 “많은 네일 컬러가 음식이나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하는 반면, 저희는 흥미로운 여성의 삶을 담은 이름으로 고객을 끌었어요. 개인적으로 느껴지는 제품이 아무래도 선택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라고 말한다. 수지와 인명구조원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또 ‘나는 웨이트리스가 아니에요’라는 이름을 보면 그녀가 과연 어떤 여자인지 궁금해지지 않는가? 이러한 궁금증 덕에 OPI의 ‘I’m not really a waitress’는 1999년부터 OPI의 가장 잘 팔리는 셰이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니스프리 역시 ‘주상절리 현무암’과 ‘해녀의 잠수복’ 등 독특한 이름의 네일을 많이 내놓고 있다. 특히 ‘와랑와랑 김녕파도’의 경우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뜻의 제주 방언을 그대로 사용한 독특한 네이밍. 늘 있던 평범한 컬러지만, 재밌고 감성적인 컬러명 덕분에 주목을 끈 케이스다. 감성 충전 200%외국 브랜드가 섹스어필하거나 금기시되는 단어를 사용해 히트를 기록해왔다면 국내 브랜드는 이니스프리의 ‘와랑와랑 김녕파도’처럼 감성적인 이름을 선택하거나, 에뛰드하우스의 ‘사랑은 모래성’, ‘자유로운 연애중’, ‘시럽빼고 테이크아웃’처럼 통통 튀는 네이밍을 짓는 경우가 많다. 에뛰드하우스 MC팀 이수민 과장에 따르면 “수없이 많은 제품이 출시되는 메이크업 시장에서 다른 제품과의 차별성을 살리고 즐거운 화장놀이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20대 특유의 풍부한 감성을 담아내는 네이밍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유치하거나 이름이 길고 어렵다는 평도 있었지만, 지금은 에뛰드하우스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죠. 또 최근에는 자발적으로 독특한 네이밍을 제안하는 고객들이 있을 정도입니다”라고 말한다. 단순히 제품의 컬러를 식별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라, 독특한 이름을 부여함으로써 여타 제품들과 다른 정체성을 가지게 되고, 동시에 그 제품의 사용자끼리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는 것. 이러니 수많은 화장품 브랜드가 보다 자극적이고 통통 튀는 이름을 찾아 헤매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