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EBRITY

류승룡, 하지원이 그리는 찐한 가족 연대기, 영화 [비광]의 모든 것

사랑보다 짙은 가족애로 묶인 두 사람. 류승룡 하지원의 누아르.

프로필 by 김미나 2026.08.28
점퍼, 재킷, 셔츠, 슈즈 모두 Bottega Veneta.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점퍼, 재킷, 셔츠, 슈즈 모두 Bottega Veneta.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셔츠, 팬츠, 스카프 모두 Tod’s. 슈즈 Dries van Noten.

셔츠, 팬츠, 스카프 모두 Tod’s. 슈즈 Dries van Noten.


이지원 감독의 <비광>은 톱스타 부부의 삶을 살던 두 사람 ‘중구’(류승룡)와 ‘남미’(하지원)가 벼랑 끝에 몰린 딸을 구원하기 위해 사건을 추적해나가는 영화입니다. 두 분이 <비광>의 로그라인을 다시 만들어본다면 어떨까요?

하지원(이하 ‘지원’) 지금껏 인물 소개와 줄거리 위주로 작품 홍보가 많이 됐으니 좀 더 비유적으로 말해보고 싶어요. ‘비를 맞아본 사람만이 우산을 씌워줄 수 있다.’

류승룡(이하 ‘승룡’) 저는 집으로 가는 이야기 같아요. 영화에 이런 장면이 있어요. 프로야구 선수인 ‘중구’가 홈런을 치고 하는 인터뷰에서 “야구가 뭐라고 생각하세요?”라는 리포터의 질문에 “홈 밟는 거요”라고 답해요. 이 대사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라고 생각해요. <비광>은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영화예요.



극 중에서 ‘중구’와 ‘남미’는 부부로서 파경을 맞지만, 딸을 위해 8년 만에 재회하죠. 이 복잡 미묘한 케미를 어떻게 해석하려고 했는지 궁금해요.

지원 8년 만에 다시 만나는 장면을 찍었을 때도 그렇고, ‘중구’와 ‘남미’의 감정선을 이해해보려고 감독님과 엄청나게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서로를 깊이 사랑했고, 결국 헤어졌고, 그 과정에서 상처도 받았지만 다시 만났을 때는 반가움과 경계심도 있었을 거고, 여전히 미워하지만 정은 남아 있는. 그런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어요.

승룡 시나리오가 정말 잘 짜인 설계도 같았어요. 저희는 공사만 잘하면 됐죠. 사실 배우자는 내 의지로 선택하는 유일한 가족이잖아요. 그런데도 헤어졌을 때 남보다 못한 게 또 부부 관계거든요. 그래서 본인을 희생하면서까지 의리를 지키는 두 사람의 찐득찐득한 관계가 더 아름답고 중요하게 느껴지죠.



이미 공개된 트레일러를 보면서 이입이 어려웠던 부분은 ‘남미’가 친딸도 아닌, ‘중구’의 딸 ‘동주’(김시아)를 위해 움직인다는 사실이었어요. 부부가 파경을 맞은 것도 사실 갑자기 나타난 ‘동주’ 때문이잖아요.

승룡 쉬운 일은 아니죠. 하지만 ‘동주’의 사건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과거의 오해와 어긋났던 부분들이 해소돼요. ‘동주’로 인해 생겼던 얽히고설킨 문제들이 다시 하나씩 해결되어가는 거죠.



(류승룡)재킷, 터틀넥, 팬츠 모두 Heonkim. (하지원)재킷, 팬츠, 벨트 모두 Tod’s.

(류승룡)재킷, 터틀넥, 팬츠 모두 Heonkim. (하지원)재킷, 팬츠, 벨트 모두 Tod’s.

재킷 Kimseoryong. 팬츠 Heonkim. 이너 톱,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 Kimseoryong. 팬츠 Heonkim. 이너 톱,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김시아 배우와의 부녀 케미는 어땠나요?

승룡 김시아 배우는 오래전부터 내 딸 같은 느낌이었어요. 실제로 제 둘째 아들과 동갑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괜히 장난도 많이 치고, 농담도 많이 하고 그랬죠. 시아가 워낙 ‘I’예요. 그래서 되게 쑥스러워하거든요. 그걸 놀리는 게 그렇게 재밌어요. 아, 너무 꿀맛이야!(웃음)



실제로도 케미가 좋았다니, 더 기대되네요.(웃음) ‘남미’는 톱 여배우에서 생계형 배우로 전락하는 인물이죠?

지원 표면적으로 설명하면 그렇고요, 사실은 눈앞에 놓인 고통스러운 상황들을 하나하나 견디면서, 처절하게 살아가는 캐릭터예요. 같은 여배우로서 커리어를 쌓거나 새로운 색깔을 입히는 것이 아닌, 버텨내며 살아간다는 건 어떤 마음일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프리프로덕션 동안 감독님과 캐릭터에 대해 되게 많이 공부하고 연구했어요. 그리고 오롯이 ‘남미’로 살아보려고 했죠. 그래서 촬영장에서도 연기를 한다기보다는 힘듦을 버텨내는 과정에 가까웠어요. 정말 ‘남미’ 그 자체였죠.



바이커 재킷, 셔츠, 팬츠, 슈즈 모두 Loewe. 선글라스 Balenciaga.

바이커 재킷, 셔츠, 팬츠, 슈즈 모두 Loewe. 선글라스 Balenciaga.


직전 작품도 이지원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클라이맥스>예요. 그 작품에서도 여배우인 ‘추상아’를 연기했죠. 어쩔 수 없이 겹쳐 보이는 지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지원 둘 다 여배우라는 점, 그리고 화려한 모습 뒤에서 생존, 욕망과 분투하는 모습들이 비슷하기는 한데, 결이 다른 지점도 있어요. ‘상아’는 욕망을 좇아서 밀어붙이는 캐릭터라면, ‘남미’는 놓인 상황을 그냥 견뎌요. 막 처절하게. 여배우라는 설정은 같은데 인물의 속은 너무 달랐죠. 그래서 어렵지만 또 재미있었어요.



온종일 배역에 몰두해 촬영하다 보면 가끔은 캐릭터가 진짜 삶 속에 침투하는 경향도 있을 것 같아요.

승룡 저는 코드 뽑듯이 모드 전환이 빠르게 되는 스타일이에요. 집에서도 일 얘기 아예 안 하고요. 그래서 애들이 제가 배우라는 걸 잊어버리더라고요.(웃음) 가끔 어디 나갔을 때 누가 알아보시면 “아, 맞다. 아빠 배우였지” 이래요.

지원 저도 어떤 작품을 한다고 해서 촬영 현장에서 겪는 감정이나 여운을 잊지 못하고 집까지 가져오진 않거든요. 그런데 <비광>은 좀 달랐어요. 제가 배우로서 신념이 흔들리고, 자아가 혼란한 시기에 찾아온 작품이거든요. 그래서 작품에서 드러나는 인간관계, 작품 속 세상, 힘든 감정 이런 것들이 촬영 끝나고도 계속 마음속에 남아 있었어요. 오히려 그러면서 깨닫게 된 것도 많아요. 어떤 작업을 하든 내 관점을 좀 더 넓히고, 세상에도 좀 더 관심 갖고, 그 경험들을 작품 안에서 성숙하게 풀어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거든요. 그 시초가 <비광>이었죠.



이야기를 듣다 보니 <비광>에 합류하게 된 과정이 궁금해져요.

승룡 시나리오가 먼저 들어왔고, 영화 <미쓰백>을 너무 좋아하는 이지원 감독의 팬으로서 함께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바로 승낙하지는 못했어요. 사실 아빠 역할을 너무 많이 하기도 했고, 잘할 수 있을까 싶은 우려도 조금 있었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이 자필로 편지를 보내셨더라고요. 감독님이 이 작품에 대해 얼마나 깊게 생각하는지 편지 5장에 빼곡히 적혀 있는데, 그때 어떤 믿음이 생겼어요. 그래서 바로 작품을 하기로 결심했고, 지금은 수락하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 저를 잡아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지원 저도 시나리오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제안이 왔을 때는 승룡 오빠가 이미 캐스팅된 상태였어요. 그래서 오빠와도 연기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고, 저 역시 <미쓰백>을 너무나 좋아했거든요. 모든 상황이 안 할 이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류승룡)재킷, 이너 톱 모두 Heonkim. (하지원)재킷, 벨트 모두 Tod’s.

(류승룡)재킷, 이너 톱 모두 Heonkim. (하지원)재킷, 벨트 모두 Tod’s.


오늘 화보 촬영장 분위기를 보니 <비광> 촬영 현장도 무척 유쾌했을 것 같습니다.

승룡 영화가 워낙 진지하고 위기에 빠지는 장면이 많다 보니 몰입에 방해되지 않으려고 했어요. 배우들도, 스태프들도 몰입이 한 번 깨지면 부서진 크리스털처럼 다시 집중하기가 힘들거든요. 그래서 분장차에서 조금씩 아이스브레이킹하는 정도였어요. 지금은 홍보하는 기간이라 봉인이 완전히 해제됐죠.



촬영 현장에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요?

승룡 무릎을 꿇고 눈물, 콧물을 쏟으면서 머리에 깍두기를 뒤집어쓰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진짜 더운 날씨였거든요? 그런데 준비된 깍두기가 소품으로 모양만 낸 게 아니고 까나리액젓과 고춧가루에 팍팍 무친 진짜 깍두기였던 거예요. 저는 그게 머리에 부어지는 순간 NG를 직감했어요. 깍두기 하나가 이마에 딱 붙어서 안 떨어지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이 오케이 사인을 내시는 거예요. 아마 다시 못 찍을 거라고 생각하셨나 봐요. 정말 오케이가 맞나 싶어서 모니터로 확인하는데 설상가상으로 눈에 깍두기 국물이 들어가서 사경을 헤매고 있더라고요. 진지한 장면인데 좀 우스워진 거예요. 그래서 결국 스태프들에게는 쉬는 시간을 주고, 저는 근처 여관을 대실해서 샤워 싹 하고 그 장면을 색소로 다시 찍었어요.(웃음)

지원 하하. 처음부터 색소로 했어야 됐는데.

승룡 (지원에게) 그러니까! 나중에 메이킹으로 이 장면 나가면 정말 재밌을 거야.

지원 저는 비 오는데 우산 들고 걸어가는 신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대사도 없었는데 우산의 각도와 제 다리 모양, 걸음 속도 때문에 테이크를 엄청 많이 갔거든요. 제가 살짝 팔자걸음인데 그게 마음에 안 드셨던 거죠. 그 정도로 감독님이 디테일하세요.

승룡 그런데 깍두기 신은 한 번 만에 오케이였다고? 말이 안 되잖아요!(웃음)

지원 정말로 영화를 보시면 평범하게 걸어가는 장면들도 다 하나하나 계산된 결과예요.

승룡 허투루 찍은 장면은 하나도 없어요. 디테일이 정말 엄청나요.



(류승룡)재킷 Kimseoryong. 이너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지원)코트, 셔츠, 스카프 모두 Tod’s.

(류승룡)재킷 Kimseoryong. 이너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하지원)코트, 셔츠, 스카프 모두 Tod’s.


이지원 감독의 작품은 하나같이 인간의 깊은 내면과 욕망을 탐구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잖아요. 주연배우로서 <비광>은 인간의 어떤 욕망을 담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나요?

승룡 그러게요. 감독님 작품을 보면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굉장히 냉랭한 것 같기도 하면서, 넘어진 인간을 가엾게 여기고 잡을 수 있는 동아줄을 던져주죠. <비광>도 마찬가지예요. 모든 가족 관계가 그렇겠지만 드라마틱하게 행복하고 화목한 집이 그리 많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저변에 깔린, 숨기고 싶은 가족사를 민망할 정도로 들추고 끄집어내서 나열하고, 그것들을 잘 봉합해가요. 정말 다시 찍으라고 해도 못 찍을 정도로 모든 걸 쏟아부었어요. 보시고 ‘정말 좋은 영화 봤다, 돈 안 아깝다’ 생각하실 거예요.



영화를 다 본 뒤에 관객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극장을 나서면 좋을까요?

승룡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혹은 당연하게 생각했던 가족의 존재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셨으면 해요. 연락까지 드리면 더 좋고요.

지원 맞아요. 그런 여운이 있는 영화예요.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 내가 지키고 싶은 사람을 한번 떠올리게 되거든요. 꼭 가족이 아니더라도 가족애처럼 뜨겁고 강렬한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니 많은 분이 보시길 바라요.


관련기사

Credit

  • 피처 에디터 김미나
  • 포토그래퍼 곽기곤
  • 헤어 백가영 by애브뉴준오(류승룡)·이민이 by에이바이봄(하지원)
  • 메이크업 김미소 by애브뉴준오(류승룡)·조해영 by에이바이봄(하지원)
  • 스타일리스트 송희경(류승룡)·정기빈(하지원)
  • 어시스턴트 정주원
  • 아트 디자이너 김지원
  • 디지털 디자이너 유영호

MOST LIKED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