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카피라이터, 영화감독이 추천하는 청춘 영화 6편
찰나라 더 반짝이는 순간. 아름다운 청춘을 기록한 6편의 청춘 영화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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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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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하지 않은 것 투성이었다. 모자란 나와 누구인지 모르겠는 나 사이에서 오래 헤맸다. “왜 난 이렇게 안 생겼을까? 이게 내 최고의 모습이라면?” ‘레이디 버드’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 그 시기의 나를, 그리고 우리를 흔들었다. 그 고백은 청년들의 거울이었고, 동시에 거울을 깨는 돌이었다. 10년 후 같은 영화를 다시 보는데 어색하다. 더는 발이 뜨겁지 않다. 그새 우린 우리에 대해 좀 더 알게 됐고 나는 모자라도 좋으니 부리나케 뛰고 싶다. 목을 아끼지 않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싶다. by 이훤(시인, 사진가)
트레인스포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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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라는, 지겹도록 들어온 말이 있다. 1980년대 말 스코틀랜드에는 고통을 자처한 네 청춘이 있다. <트레인스포팅>의 주인공 ‘마크’는 친구 같기도, 원수 같기도 한 ‘식 보이’, ‘스퍼드’, ‘토미’와 어울리며 헤로인에 빠져 방황한다. 도둑질과 마약, 원나이트 스탠드로 얼룩진 나날을 보내는 이들은 하릴없이 시간을 흘려보내지만, 이상하게도 패배감보다는 묘한 해방감이 느껴진다. 모두가 좇는 커리어와 가정, 고급 아파트 대신 길바닥을 구르는 삶을 기꺼이 받아들인 듯하기 때문이다. 주류 사회에 편입되기를 거부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고집하는 모습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푸른 청춘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약에 취한 듯 폭발하는 생명력과 지금 들어도 세련된 이기 팝과 블러, 그리고 언더월드의 전자음악이 이끄는 영화의 질주를 따라가다 보면, 대학과 직장의 간판만으로 나를 증명하려던 고민은 한없이 사소하게 다가온다. 방황과 중독, 평범과 안정을 가르는 갈림길 앞에서 ‘마크’가 짓는 마지막 웃음을 마주하는 순간, 영화는 결국 하나의 질문을 남긴다. 나는 내 청춘을 스스로 선택한 적이 있었던가? by 이도연(영화 마케터)
해피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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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영화는 늘 현재형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난 청춘 영화는, 그때는 보이지 않던 감정을 조용히 건네오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내게 그런 청춘 영화는 <해피엔드>다. ‘유타’, ‘코우’ 두 주인공의 스쳐 지나가는 표정과 그 둘을 맴돌던 음악. 말하지 못한 마음이 오래 남는 잔상처럼 곁에 한동안 머물렀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간 후에도 한동안 그들의 계절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돌아보면 나의 청춘도 늘 무언가를 위해 달려가는 시간이었다. <해피엔드>를 보고 나서야 그 시절이 가장 푸르른 계절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레몬 서울 이름으로 <해피엔드>의 OST와 리믹스 앨범을 만든 것도 그런 이유다. 영화는 끝났지만, 음악만큼은 누군가의 여름 속에서 계속 살아주길 바라는 마음. 좋은 영화는 끝나는 순간 비로소 시작된다. 잊고 있던 마음을 다시 떠올리게 하고, 지나간 시간을 다시 살아보게 만드는 영화. 청춘은 언젠가 우리를 지나쳐 버리겠지만, 이 영화만큼은 이 푸르른 계절에 오래도록 머문다. by 김보라(‘레몬 서울’ 오너)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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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실감은 청춘 테두리 바깥으로 나갈 때 비로소 선명해진다. 스물두 살에 본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는 내게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20대와 30대의 경계선에 서 있는 지금은 안다. 왜 두 주인공이 화려한 네온사인 아래에서 그토록 불행한 얼굴로 걸었는지. 사랑만으로는 사랑할 수 없고, 생활이라는 벽을 넘어야 하는지 말이다. 밤하늘이 검은색이 아니라 ‘가장 짙은 파란색’이라는 사실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청춘의 가능성과 희망을 나타내는 동시에, 그만큼 깊은 불안이 오래 함께한다는 걸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가능한 한 이 영화를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빨리 보길 바란다. 당장 완벽히 이해할 수 없더라도 괜찮다. 머지않은 미래에 이 영화를 다시 꺼내 보며, 끝내 이해하지 못했던 청춘의 나를 마침내 마주하게 될 테니까. by 김수인(‘폴인’ 에디터)
싱 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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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한눈에 반한 ‘라피나’에게 잘 보이고 싶어 밴드를 한다는 거짓말을 하게 된 ‘코너’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좋아하는 소녀의 눈길을 끌기 위해 무작정 악기를 잡고 노래를 만드는 이 엉뚱하고도 대책 없는 에피소드는, 청춘의 메커니즘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그 시절 우리가 품었던 호기심에는 강렬한 휘발성이 있었고, 앞뒤 재지 않는 무모함은 그 연료에 불을 붙여줬다. 순식간에 타오른 불꽃은 삶을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동력이 돼주지만, 본래 청춘의 불꽃이 그러하듯 이내 짧게 타오르다 꺼지게 된다. 무엇을 잃을지 가늠조차 하지 못한 채 기꺼이 뛰어들었던 그 시기의 몸짓은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뜨겁고 순수하다. 지금에 와서 어렸을 때 했던 자신의 무모한 행동을 돌아보면 ‘대체 그때는 그걸 어떻게 했나’ 싶어 헛웃음이 나오는 일이 누구에게나 하나쯤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요령과 계산을 먼저 배우게 된 지금,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마음이 명령하는 방향으로 가보았던 그 겁 없는 마음을 다시 한번 재생하고 싶다면 부디 이 영화를 보기를. 그리고 멈춰 섰던 도약대 앞에서 이 대사로 내 청춘을 시작해보는 거다. “Drive It Like You Stole It!(훔친 듯이 달려!)” by 오하림(카피라이터)
동동의 여름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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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갖고 싶어서라도 영원히 학생이고 싶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는 여름방학을 그다지 귀하게 여기지 못했다. 긴긴 낮이 너무나도 지루하고 지겨워서 시간이 유독 느리게 가는 것만 같았다. 어디 멀고 좋은 곳으로 여행을 떠날 계획도 없었고, 학원에 다니질 않으니 친구들을 만날 일도 없었다. 특별할 것 없는 매일이 비슷한 듯 다른 듯, 자유로운 듯 갑갑한 듯 흘러갔다. 나는 그게 싫었다. 엄청난 것이 아니더라도, 2학기에 학교 가서 자랑할 만한 사건 하나쯤은 있었으면 했으니까. 그런 게 없어도 충분하다는 걸 그땐 왜 몰랐을까.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건 대체로 사소한 날들이다.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다가 퇴근하는 엄마가 저 멀리 횡단보도에 서 있는 게 보여 막 손을 흔든 날. 언니랑 책 읽으러 도서관에 가고선 영화만 보고 돌아온 날. 지극히 평범해서 일기장에도 쓰지 않았을 날들이 왜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운지. 모든 날을 기억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서 <동동의 여름방학>을 보면서 향수를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극 중에선 초등학교를 막 졸업한 ‘동동’과 어린 여동생 ‘팅팅’이 엄마의 입원으로 인해 시골 외가댁에 맡겨진다. 어른들은 왜 저러는지, 죽음이라는 건 뭔지,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모르는 것 투성이다. 낯설고 따분한 그곳에서 남매는 친척들과 가까워지고 새로운 친구도 사귀며 시간을 보낸다. 실컷 놀고, 땀 흘리고, 이런저런 사건을 겪으면서 울기도 웃기도 하다 보면 어느새 방학의 끝자락, 집에 갈 시간이다. 참 많은 일이 있었지만, 다 기억하지는 못할 것이다. 남매는 아직 어리니까.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엔 분명 알게 될 것이다. 무엇 하나 사소하지 않았다는 걸. 그 긴긴 여름이 나를 키운 계절이었다는 걸. by 오세연(영화감독)
Credit
- 에디터 천일홍
- 사진 IMDB(동동의 여름방학)·왓챠피디아(나머지)
- 아트 디자이너 장석영
- 디지털 디자이너 유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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