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LESS IS MORE! 블랙 터틀넥의 A to Z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패션 아이템, 블랙 터틀넥에 대하여.

프로필 by COSMOPOLITAN 2024.02.04
 
 
3.1 Phillip Lim 2024 Pre-Spring

3.1 Phillip Lim 2024 Pre-Spring

“Less is more.” 20세기를 대표하는 독일의 건축가 미스 반데어로에가 남긴 이 유명한 문구에서도 알 수 있듯 우리는 적을수록, 또 비울수록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이 정신이 가장 잘 드러나는 패션 아이템을 꼽으라면 블랙 터틀넥이 아닐까? 목부터 팔, 허리까지 상체를 빈틈없이 감싸는 터틀넥은 가장 적게 몸을 드러내면서도 많은 것을 보여준다. 모던함, 세련미, 지적인 분위기, 우아함 그리고 관능미까지. 사실 블랙 터틀넥엔 저항 정신까지 깃들어 있다. 고요하지만 힘이 느껴지는 이유다. 블랙 터틀넥을 즐겨 입고, 디자인한 디자이너 로이 홀스톤은 이런 말을 남겼다. “터틀넥은 가장 편안한 옷이다. 당신의 몸과 함께 움직이며, 얼굴을 강조하고 몸매를 아름답게 드러낸다. 그리고 삶을 매우 쉽게 만든다. 당신은 터틀넥을 입고 출근할 수 있고, 그 위에 재킷을 입으면 매우 드레시한 룩을 연출할 수도 있다. 터틀넥을 입고선 당신이 원하는 그 어디든 갈 수 있다.”

 

FASHION ICONS 

Marilyn Monroe, 1953Audrey Hepburn, 1957Jacqueline Kennedy, 1969
 

HISTORY

Calvin Klein 1996 F/W

Calvin Klein 1996 F/W

터틀넥은 본래 중세시대 기사들을 위한 옷이었다. 쇠사슬로 엮은 갑옷에 피부가 쓸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입던 목이 긴 상의가 그 원형이다. 그리고 긴 시간이 흘러 19세기엔 야외 활동을 하는 노동자나 선원, 해군, 폴로 선수들을 위한 니트 소재의 활동복으로 발전했다. 목을 감싸는 것만으로도 체온을 3℃ 이상 높일 수 있으니 그럴 수밖에. 이처럼 여타 다른 패션 아이템과 마찬가지로 터틀넥 또한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 니트 소재의 터틀넥은 계속해서 노동복과 군복으로 이용되어 오다가 1920년대에 영국의 극작가 노엘 카워드를 비롯한 지식인 남성들이 입기 시작하며 지적인 이미지를 얻게 됐다. 1930년대엔 클라크 게이블과 같은 할리우드 배우들도 즐겨 입으며 더욱 대중 속으로 파고 들었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언제 처음 터틀넥을 입기 시작한 걸까? 때는 1890년대로, 터틀넥 스웨터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선 미국 최고의 여대 웰즐리 칼리지 조정팀 학생들의 사진 속에서 터틀넥에 심어진 최초의 페미니즘 코드를 발견할 수 있다. 이후 터틀넥은 1900년대 초반 당시 크게 유행한 깁슨 걸 스타일의 대표적 디테일로 여성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1940년대에 들어선 로렌 바콜 같은 여배우들도 니트 터틀넥을 입기 시작했다. 당대의 여성들은 몸에 밀착되는 스웨터를 즐겨 입었는데, 터틀넥 디자인도 그중 하나다.
 
Balenciaga Couture 2021 F/W

Balenciaga Couture 2021 F/W

그리고 1950년대, 터틀넥은 관능과 저항이란 상반된 이미지를 동시에 얻게 된다. 할리우드에서 마릴린 먼로, 제인 맨스필드와 같은 섹시 아이콘들이 블랙 터틀넥을 입고 자신의 몸매를 은근히 과시하는 한편, 파리에선 좌파 실존주의자들의 상징적 존재였던 가수 줄리엣 그레코가 블랙 터틀넥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뒤이어 관습에 저항했던 비트족이 이 아이템을 자신들의 상징으로 삼기 시작했고, 1957년 개봉한 영화 <퍼니 페이스>에서 블랙 터틀넥을 입은 오드리 헵번에 의해 전 세계 여성들의 마음속에 세련된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하게 됐다. 1970년대엔 글로리아 스타이넘을 비롯한 페미니스트들이 사회운동을 할 때 즐겨 입었는데, 이로써 블랙 터틀넥은 저항의 상징으로 진화하게 됐고 프랑수아즈 아르디, 알리 맥그로와 같은 가수나 배우, 철학자, 예술가를 비롯한 보헤미안들의 사랑을 받게 됐다. 그리고 1990년대에 블랙 터틀넥은 비로소 런웨이 무대에 오른다. 블랙 터틀넥의 단순한 형태에 매료된 캘빈 클라인, 프라다, 질 샌더와 같은 미니멀리스트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패션쇼와 패션 매거진에 등장하는 단골 아이템이 됐다. 이 시기에 블랙 터틀넥을 멋스럽게 소화한 패션 아이콘들이 여럿 탄생했다. 그중 한 명이 캐럴린 베셋 케네디(그의 시어머니 재클린 케네디도 블랙 터틀넥을 상징하는 패션 아이콘이다)다. 2000년대에 들어선 이세이 미야케의 블랙 터틀넥을 유니폼처럼 입던 스티브 잡스에 의해 성공한 IT 사업가의 이미지를 얻는 등 재미난 스토리가 계속 더해져왔다. 최근엔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도 등장하며 우리에게 절대 없어선 안 될 베이식 중의 베이식 아이템이 된 블랙 터틀넥. 이번 시즌 1990년대 미니멀리즘 스타일의 귀환과 더불어 블랙 터틀넥은 다시금 자신의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Carolyn Bessette Kennedy, 1996

Carolyn Bessette Kennedy, 1996

 

FROM THE RUNWAY 

Filippa K 2024 S/S

Filippa K 2024 S/S

 
Heliot Emil 2024 S/S

Heliot Emil 2024 S/S

 
Helmut Lang 2024 S/S

Helmut Lang 2024 S/S

“블랙 터틀넥은 건축적이고, 형식적이며, 신중합니다. 그리고 신체를 하나의 요새로 만들 수 있습니다.“ 로이 홀스톤처럼 블랙 터틀넥을 사랑하는 또 다른 디자이너 릭 오웬스의 말이다. 이번 시즌 헬리엇 에밀의 컬렉션을 보면 그의 말에 완전히 동의할 것이다. 베이식한 롱 슬리브부터 슬리브리스, 크롭트 등 다양한 디자인의 블랙 터틀넥을 런웨이에 올리며 1990년대의 캘빈 클라인이 연상되는 모던한 룩을 대거 선보였다. 블랙 터틀넥을 입고 런웨이에 선 모델들은 그 누구보다도 강인하고 시크해 보였음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다른 디자이너들은 어떤 룩을 런웨이에 올렸을까? 필리파 K는 크롭트 디테일로 S/S 시즌에 입기 좋은 니트 터틀넥을 선보였고, 브랜든 맥스웰은 오버사이즈 실루엣의 우아하고도 여유로운 룩을 제안했다. 블랙 터틀넥의 완벽한 스타일 메이트는 모던한 슬랙스와 데님 팬츠라 말하고 싶지만, 드레시한 하의와 믹스매치하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다. 심지어 지난 시즌 미우미우 컬렉션에선 시퀸이 장식된 브리프에 매치되지 않았던가. 이번 시즌엔 브랜든 맥스웰, 데이비드 코마의 룩을 참고해보자. 날씨가 온화해지면 코치 런웨이에 오른 터틀넥처럼 얇게 짜여진 디자인을 입어 보길. 독특한 디자인을 찾고 있다면 컷아웃으로 포인트를 더한 펜디나 피터 도처럼 남다른 디테일이 가미된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드레스로 변형된 블랙 터틀넥 또한 눈여겨봐야 한다. 지난 시즌의 펜디 쿠튀르와 이번 시즌의 모스키노·발렌시아가 컬렉션을 보면 알 수 있듯 극강의 시크한 이브닝 룩을 연출할 수 있으니.
 

HOW TO WEAR?  

Fendi Couture 2023 F/W

Fendi Couture 2023 F/W

 
Brandon Maxwell 2024 S/S

Brandon Maxwell 2024 S/S

앞서 말한 것처럼 블랙 터틀넥은 모던한 슬랙스와 입을 때 가장 멋지다. 블랙 터틀넥의 모던함과 시크함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 입은 이에게 시선이 온전히 집중되는 블랙 터틀넥의 장점이 부각되는 드레싱이다. 또한 특유의 세련된 직선 실루엣을 더욱 강조해준다. 온 패션계가 환호했던 피비 필로의 터틀넥 룩을 떠올려보라. 캐주얼하게 입을 때는 단연코 데님 팬츠다. 캐럴린 베셋 케네디의 룩이 그 증거다. 모던함과 편안함 그리고 세련미가 동시에 느껴지지 않는가. 그가 선택한 것처럼 슬리브리스 또는 하프 슬리브의 디자인을 선택하면 블랙 터틀넥을 초여름까지도 즐길 수 있다. 블랙 터틀넥을 멋스럽게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 있을까? 셔츠나 스웨터 안에 레이어링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는 더 로우의 올슨 시스터즈가 애정하는 드레싱이기도 하다. 슬립 드레스나 튜브톱 드레스 안에 겹쳐 입으면 우아한 룩에 모던함을 불어넣을 수 있다.
 
 

Credit

  • Editor 이병호
  • Photo by imaxtree.com(런웨이)/getty images(셀렙)
  • Art designer 진남혁
  • Digital designer 민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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