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g Woo Chul
」사랑을 떠올리면 ‘빛과 그림자’ 같은 말이 생각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느낄 수 있는 것과 느낄 수 없는 것, 아는 것과 모르는 것. 구분이 아니라, 어쩌면 모호함으로부터 이쪽과 저쪽, 여기와 거기를 두루 헤아릴 수 있는 성숙과 이해를 바라게 된다. 스스로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그런 마음으로 사진을 골랐다.

Chung Mel Mel
」지난가을, 2주 정도 프랑스에 머무르며 가장 자주 찾은 산림 공원이다. 호수엔 나룻배가 떠다니고, 시원시원하게 뻗은 나무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매일 이곳을 걸으며 연인이나 가족, 반려견과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강아지,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을 선택한 이후부터는 어딜 가도 그들이 생각난다. 돈과 시간을 들여 떠나온 이 먼 곳에서도 말이다. 사랑하는 존재와 차분히 시간을 보내는 이들을 바라보면 사랑이 느껴지다가도 나는 지금 왜 여기에 와 있나 싶다.

Maeng Min Hwa
」런던 포토벨로 마켓 길거리에서 만난 백발의 할아버지. 꽃을 짊어진 그의 등을 보며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꽃을 선물하는 장면을 떠올렸던 것 같다. 연인에게, 가족에게, 때로는 나에게. 존재만으로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 꽃을 선물하는 행위란 그 자체로 사랑이다.

Silver Kim
」지난해 12월, 태국 여행 중에 찍었던 사진이다. 방콕에서 카오락으로 넘어온 날이었는데, 해변에 누워 따스한 햇빛과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있는 순간 문득 내 삶이 충분히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자유가 불러온 나 자신에 대한 사랑. 그 시간을 온전히 담아두고 싶었다.

Kwak Ki Gon
」차를 타고 가는데 문득 프런트 윈도에 반사돼 부서지는 빛이 아름답게 느껴져 카메라를 들었다. 사방으로 쏟아지는 빛이 황홀하기도 하고, 미스터리하게 느껴지기도, 스파크가 튀는 어떤 순간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꼭 마법을 부린 것처럼 말이다. 사랑에 빠지는 찰나를 표현한다면 이런 장면이 되지 않을까?

HA HYE RI
」10대부터 20대까지 담은 일상의 풍경, 그리고 사랑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한 장에 엮었다. 사진 속 피사체는 모두 긴 시간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카메라와 마주하고 있는 순간, 카메라 뒤에 있는 나를 그리고 다시 렌즈와 눈을 맞추는 모습. 서로가 좋아하는 순간을 마주하고 있다는 감각이었다. 상대를 진정으로 아끼고 있다는 느낌. 사랑에는 다양한 모습이 있지만, 내가 느끼는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서로에게 다채로운 감각을 선물해주고, 적절한 거리에 서서 오래 바라보며 서로의 세계를 확장해주는 것.

CHAE DAE HAN
」2019년 봄 나오시마 선착장으로 가는 배 위, 산란하는 물방울의 모습을 그렇게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었다. 사진에 담기지 못한 바닷속 깊은 곳처럼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아름다움이 자연 곳곳에 존재한다고 믿는다. 마치 우리가 보고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에 사랑이 깃들어 있는 것처럼.

PARK HYUN GOO
」지난해 6월, 뉴욕의 한 갤러리 카페에서 찍은 사진이다. 카페 안은 조용했고, 노부부는 별다른 말 없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귓가에 들리는 건 그저 창밖의 풀벌레 소리뿐이었는데, 자꾸만 눈길이 가는 따뜻한 순간이었다.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 그게 사랑이 아닐까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