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생에서 대기업 디렉터까지! 김희선이 일하는 법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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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생에서 대기업 디렉터까지! 김희선이 일하는 법

카이스트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후 스튜디오 fnt에 합류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희선. JTBC의 브랜드 리뉴얼, 메가박스 리브랜딩, 현대백화점 BI 리뉴얼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숨 가쁜 날들을 지나온 그에게 잠시 걸음을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을 순간이 필요했다. 생활의 정취를 더하는 TWL 숍과 핸들 위드 케어가 그것. 이제 이 공간이 모두의 풍요로운 일상을 만드는 매개가 되길 꿈꾼다.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2.11.17
 

스튜디오 fnt 김희선

스튜디오 fnt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TWL과 핸들 위드 케어의 대표. 두 영역을 넘나들며 브랜드의 이야기를 명료한 시각언어로 표현한다. JTBC, 현대백화점, 메가박스 등의 리브랜딩부터 고유의 취향을 담아 만든 TWL과 핸들 위드 케어까지, 오랫동안 음미할 수 있는 비주얼을 지향한다.
당신은 TWL의 대표이자, 스튜디오 fnt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각 영역에서 이뤄지는 비주얼 디렉팅에 대해 소개해준다면.
비주얼 디렉팅에 대한 방향성을 잡아가는 방법이 아무래도 다른 것 같다. TWL은 ‘좋은 일상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더 즐겁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개인적인 궁금증을 가지고 시작한 숍이었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어 어떤 물건을 골라야 하는지, 계절이나 절기를 함께 고려하기도 하는 등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적용하고 있다. 반면 fnt에서 하는 프로젝트는 질문의 방향이 클라이언트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JTBC 브랜드 리뉴얼 작업을 진행했을 당시, 의뢰와 함께 앞으로 방송 디자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질문이 세팅돼 있었다. 2가지 모두 시각적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선 비슷한 결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비주얼을 다루는 일을 해왔다. 그동안 어떤 이력을 거쳐왔는지 궁금하다.
카이스트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고, 이후 주로 디지털 매체를 다루는 디자인 회사에서 근무했다. 웹사이트부터 삼성전자의 론칭 쇼를 디자인하기도 하고, 디지털 매체의 홀로그램, 공간 매핑 등 다양한 형태의 비주얼을 만들어왔다. 주로 디지털 기반의 작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실체가 있는 물건을 다루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그렇게 회사를 떠나 다음 스텝을 고민하던 차에 지금 fnt를 함께 이끌고 있는 이재민·길우경 실장과 함께 메가박스의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그게 3명이 함께 했던 첫 번째 프로젝트였다. 그걸 계기로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 같다. 각자 어떤 부분에 특화되어 있는지, 함께했을 때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합을 다져온 셈이다.
 
3명의 디렉터가 함께하는 체제에서 당신이 맡은 역할은 무엇인가?
공식적인 크레디트상 나의 역할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 우리가 가지고 가야 할 큰 방향성은 무엇이다”라는 식으로 큰 좌표를 찍어주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판단하는 역할을 주로 한다. 각자 맡은 업무도 나뉘어 있긴 하지만, 서로의 프로젝트를 들여다보고 의견을 나누며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스튜디오 fnt 내에서 진행했던 주요 프로젝트를 소개해준다면?
먼저 앞서 말한 JTBC의 브랜드 리뉴얼 작업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3D 위주의 기존 방송국이 전개하던 방법과는 다른 그래픽 디자인을 적용했는데, 작업한 지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형태를 거의 그대로 사용해오고 있는 것 같아 보람을 느끼는 작업 중 하나다. 제안한 결과물이 오랫동안 잘 사용되는 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작업자로서 느끼는 보람이 크다. 현대백화점의 BI를 재정립하는 프로젝트도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것 중 하나인데, 그때의 작업이 이어져 현대백화점의 키즈 부문 브랜딩 아이덴티티를 정립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백화점이라는 공간을 성인과 어린이의 시각으로 각각 바라보고 시각화하는 작업을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현대백화점 B1 리뉴얼 간판, 쇼핑백, 패키지 등 전반의 아이덴티티 작업을 맡았다.

현대백화점 B1 리뉴얼 간판, 쇼핑백, 패키지 등 전반의 아이덴티티 작업을 맡았다.

 TWL를 오픈한 2012년, 당시만 해도 리빙 편집숍이 많지 않았던 시기다. TWL이라는 숍을 기획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론칭을 준비하던 때가 나를 비롯한 팀원들이 새로 가정을 꾸리거나, 독립을 하는 등 각자의 생활 공간이 생겼던 시점이다. 생활하면서 필요한 것들, 이런 것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일상 도구나 소품이 각자의 마음속에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판매하는 곳을 찾기 어려웠다. 지금이야 국내외 리빙 제품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만 그때는 부족함을 많이 느꼈던 거다. ‘Things We Love’라는 이름처럼 우리가 좋아하고 찾고 있던 물건들을 판매해보면 어떨까, 자연스럽게 이어졌던 것 같다. ‘아즈마야’라는 일본 브랜드의 제품도 내가 쓰고 싶어 콘택트했던 건데 TWL을 대표하는 제품이 됐고, 한국의 공식 유통을 담당하는 디스트리뷰션의 기회도 찾아왔다.
 
브랜드 운영 초반부터 공식 유통 제안이라는 유의미한 수확을 거두었다.
유통 경험이 전무했던 시절, 여러 우여곡절 끝에 도쿄에서 아즈마야와 첫 미팅을 가졌다. 사실 일본 브랜드의 경우 시장이 워낙 내수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 여러 번 문을 두드린 끝에 성사됐던 미팅이었다. 그 자리에서 홀세일이 아닌 디스트리뷰션을 맡아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왔다. 홀세일과 디스트리뷰션의 차이도 정확히 모르면서 덜컥 수락했던 기억이 난다.(웃음) 아즈마야의 제품을 좋아한다는 진정성을 느꼈던 게 아닐까 싶다.
 
TWL이라는 이름에 대해 설명해줬는데, 어떤 정체성을 지닌 숍으로 명명해나갔나?
미리 설정해둔 특별한 방향은 없다. 유행하는 물건보다 나와 팀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 관심을 가지고 사용해보니 좋았던 것을 모아 소개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런 마음이 이름에도 자연스레 담긴 것 같고. 오히려 TWL 안에 하나둘 모인 제품을 보고 우리가 어떤 성격을 지닌 브랜드를 좋아하는지 본질을 바라보며 공통적인 특징을 정리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언젠가 아즈마야의 구마타 대표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좋은 바탕을 가지고 있다면 무늬는 필요 없다고. 좋은 흙과 유약으로 만든 도자기라면 그 자체로 지닌 아름다움이 있다는 말이다. 처음엔 그 뜻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TWL의 이름으로 선보이고 있는 제품이 지닌 결이라는 것도 말이다.
 
현대백화점 ‘쁘띠플래닛’ 키즈 부문의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정립한 프로젝트. 브랜드 이름부터 그래픽 전반을 디렉팅했다.

현대백화점 ‘쁘띠플래닛’ 키즈 부문의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정립한 프로젝트. 브랜드 이름부터 그래픽 전반을 디렉팅했다.

TWL만의 큐레이션 방법이 흥미롭다. 단순히 신상품이나 베스트 상품을 내세우는 것이 아닌 ‘Things by You’, ‘가을 단장’과 같은 주제로 엮거나, 브랜드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팀의 사심을 토대로 하는 셀렉션이기 때문에 ‘우리는 왜 이걸 좋아할까, 어떤 이유에서 잘 사용하고 있을까’를 꾸준히 관찰한다. 그러다 보면 깨닫는 점들이 있다. 다수의 제품이 제작자의 애정으로 빚어진 것이기도 하니 우리만 알고 넘어가기 아쉬운 뒷이야기도 많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컸다. 때로는 이 많은 텍스트를 누가 다 읽을까 고민하면서 콘텐츠를 만들곤 하지만, 지금까지 지속할 수 있는 건 사물과 맺는 관계의 즐거움이 이 일의 시작과 끝이기 때문이다.
 
TWL 숍을 열고 5년 뒤, 핸들 위드 케어를 오픈했다. 두 번째 공간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TWL은 매일을 씩씩하게 살아가는 생활인의 도구를 소개하는 플랫폼인 반면, 핸들 위드 케어는 달려가길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게 하는 장치들을 소개한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차 도구일 수도 있고, 계절을 담은 향이 될 수도, 입체 작품일 수도 있다. 돌이켜보면 TWL을 만들었던 시기엔 몸도 마음도 바빠서 나와 함께 일해줄 도구에 집중하지 않았나 싶다. 나이 들면서 무언가를 응시할 여유가 조금은 생겼고, 그게 필요한 시대에 접어든 결과가 핸들 위드 케어로 이어졌다.
 
이름을 그대로 담은 듯한 BI가 인상적이다.
매번 이름을 정할 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를 생각해 그걸 최대한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담으려 한다. 핸들 위드 케어에서는 소중히 만들고 그것을 정중히 전하는,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사물의 여정이 그려졌다. 자연스레 핸들 위드 케어라는 이름을 떠올리게 됐고, ‘손’을 사용한 심벌과 한 글자씩 정성 들여 쓴 로고의 형태를 fnt 이재민 실장이 구현해주었다. ‘정중히 전하는 손길’을 상징하니 시각적인 목소리를 늘 낮고 차분하게 유지하려 한다.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핸들 위드 케어의 전시 또한 이곳의 정체성이 된 것 같다. 제품을 구경한다는 느낌보다 하나의 예술 전시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데, 개인적으로 명주라는 소재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레이어드 온 레이어스’를 인상적으로 봤다.
예술과 일용품의 경계에 있는 공예품부터 동시대의 시선을 담은 작품을 엄선해 연간 8~10회 정도 전시를 진행해오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많은 애정을 가진 명주 프로젝트를 인상적으로 봤다니 기쁘다. 2018년 브랜드 로부터(Robuter)의 전시를 보고 함창 지방의 명주에 대해 처음 알게 됐는데, 그걸 계기로 매년 그들과 함께 다양한 형태의 명주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엔 명주의 다양한 종류와 특징을 소개하는 〈명주_로부터〉 전시를 열었고, 2020년에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활동하는 정현지 작가와 〈오·마주·봄-정현지 함창 명주 작품展〉을 선보였다. 그리고 2021년엔 스튜디오 오유경의 디자인으로 ‘레이어드 온 레이어스’ 컬렉션을 발표했다. 과거 명주가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최고급 원단이었다면, 결국엔 옷으로 만드는 것이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겠다는 마음이 늘 있었다. 패션은 생소한 분야라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여러모로 뿌듯했던 시도였다.
 
핸들 위드 케어 예술과 일용품의 경계에 있는 공예품 등을 엄선해 선보이는 전시 프로젝트.

핸들 위드 케어 예술과 일용품의 경계에 있는 공예품 등을 엄선해 선보이는 전시 프로젝트.

본업이 있는 상황에서 브랜드를 운영하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 당신의 동력은 어디서 오는지 궁금하다.
누군가 내게 본업이 뭐냐고 물어보면 둘 다라고 답한다. 물론 2가지 일이 다른 유형인 것은 맞다. 제품을 판매하는 일과 클라이언트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일은 엄연히 다르니까. 하지만 다르기 때문에 느끼는 긍정적인 영향도 분명 있다. 한쪽에서 일하며 받는 스트레스는 다른 쪽의 일을 하면서 해소하고, 이쪽에서 지치면 저쪽에서 도움을 받으며 에너지를 얻는다. 실제로 TWL을 운영하면서 알게 된 작가님이나 브랜드를 통해 fnt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fnt의 디자인적인 자산이 TWL 제품의 패키지로 적용되는 등 많은 도움을 받곤 한다.
 
클라이언트가 존재하는 프로젝트를 주로 하다 보면 ‘내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지치지 않고 TWL을 이끌어갈 수 있었던 것에도 영향을 주었을까?
많은 디자인 회사가 각자의 것을 꿈꾸기는 하는 것 같다. 나 역시 fnt의 프로젝트를 하며 지칠 때 TWL에서 위안을 받곤 하지만, 반대로 ‘디자이너는 정말 좋은 직업이야!’라고 느낄 때도 많다. 그만큼 TWL에서의 일은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어려움이 늘 펼쳐지거든.(웃음) 어떻게 보면 2가지 일이 동전의 양면 같기도 한데, 아직까진 재미있게 하고 있다.
 
TWL과 스튜디오 fnt의 협업으로 시너지를 냈던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국가 브랜드로서 한지를 브랜딩하는 작업이 있었다. 한지는 어떤 대상을 지칭하는 일반 명사의 개념이자, 전통 문화유산이라는 특성이 있어 이것을 어떻게 브랜드화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조선시대의 한지 사용 방법을 살펴보다 글이나 그림 등의 작업을 당시에는 항상 인장으로 마감한다는 걸 알게 됐다. 인장을 통해 “나는 이런 사람이고, 이런 걸 좋아한다”라고 그 시절의 방법으로 표현하고자 한 거다. 추사 김정희에겐 개인 인장이 수백 개가 있었다고 한다. 그게 현재 시점에서 보면 브랜드를 상징하는 로고이자 심벌 같은 역할인 거지. 거기에서 착안해 한지의 고유한 특징을 담은 로고가 될 수 있도록 인장을 디자인했다.
 
TWL은 어떤 파트를 담당했나?
툴프레스나 물나무 사진관 등의 브랜드와 함께 한지 상품을 개발하는 역할을 했다. 한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 만드는 과정, 사용성 등을 고려해 패턴을 만들고, 그 패턴을 입힌 오리지널 한지를 만들었다. 또 그 한지를 활용해 부채, 봉투 세트 등의 제품 개발을 함께 진행했고, 지금까지 TWL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JTBC 브랜드 리뉴얼 주로 3D 형태로 제작되는 기존 방송국 시각 언어에서 벗어나 2D 형태의 새로운 비주얼을 제안했다.

JTBC 브랜드 리뉴얼 주로 3D 형태로 제작되는 기존 방송국 시각 언어에서 벗어나 2D 형태의 새로운 비주얼을 제안했다.

당신의 작업물을 보고 있으면 클래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동시대의 트렌드를 빠르게 반영했다는 감상보다 오랜 시간 축적해온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현시점에 좋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옛날부터 누적돼온 것이 많다.  최근 남편과 함께 음악을 듣다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 세대에 즐겨 들었던 영국 밴드 중에 ‘고릴라즈’라는 밴드가 있다. 1990년대 말에 데이먼 알반이 기획한 밴드였는데, 노래는 직접 하지만 각자 페르소나가 있는 4명의 카툰 밴드였고, 최근까지도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때는 지금처럼 메타버스라는 개념도 없었고, 캐릭터를 내세운 아이돌의 세계관이 나오기도 전인데, 20여 년 전에 이미 그런 개념을 선보였던 거다. 결국 트렌드라는 건 새롭게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것들이 현시대에 맞게 조금씩 변주되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하지만 향수를 느끼고 마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유효한 게 무엇일지 반추해보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당신이 만들어낸 비주얼엔 당신의 어떤 일면이 담겨 있나?
하루하루 일상을 즐겁게, 잘 살고 싶다는 마음. 바쁘게 지내다 보니 평범하게 흘러가는 일상을 잘 누리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던 것 같다. 생활을 알차고 밀도 있게 영위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공간과 제품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TWL과 핸들 위드 케어가 오랜 시간 사랑받는 숍으로 존재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비결은 잘 모르겠다. 다만 요즘은 브랜드도, 사람도 자기 이야기를 지치지 않고 계속하는 것만큼 어렵고 대단한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호기심과 의욕을 잃지 않을 만큼만 무리하면서 신선함과 패기를 대신하는 지혜를 갖춘, 잘 나이 든 브랜드가 되는 것이 바람이다.
 
최근 본 비주얼 중 신선하다고 느낀 것이 있다면?
지난 주말 MMCA를 다녀왔는데, 최우람 작가의 〈작은 방주〉전을 인상적으로 봤다. 작품 자체도 좋았는데, 매 시간 30분마다 작품이 움직이는 순간을 보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관객들의 모습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떠올렸을 때 쉽게 보지 못했던 광경이고, 젊은 세대부터 어르신까지 여러 세대가 가장 동시대적인 기술을 활용한 작품을 보려고 기다리는 모습이 생경하게 다가왔다. ‘미술관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 될까’, 그 장면을 보며 생각해봤던 것 같다.
 
레이어드 온 레이어스 컬렉션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명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명주로 만든 옷을 선보인 전시.

레이어드 온 레이어스 컬렉션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명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명주로 만든 옷을 선보인 전시.

동감한다. 작품을 감상하러 가는 공간이 아닌 인증샷을 찍으러 가는 공간으로 미술관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안타깝기도 하다. ‘인스타그래머블’이라는 단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요즘엔 거의 모든 것을 휴대폰으로 소비하고 있지 않나. 그러다 보니 휴대폰이라는 포맷에 맞춘 비주얼이라는 것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데, 나는 그게 되게 재미있으면서도 아쉽다. 똑같은 사진이나 그림을 휴대폰 화면으로 작게 볼 때, 아이맥스로 크게 볼 때 다르게 느껴지는 것처럼 지금 우리는 정교한 디테일이 생략된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무조건 저항할 수 있는 개념도 아니고, 개인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도 다르겠지만, 이 안에서 어떤 내용을 어느 만큼의 밀도로 추구할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한다고 느낀다.
 
동시대 비주얼 디렉팅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각의 힘과 비중이 커진 시대에 살고 있다. 나만 봐도 하루 종일 작은 화면에 맞춘 시각 정보를 수용하기 바쁠 때가 많다. 무언가를 응시하고 음미한다는 개념이 소멸되고 있는 것 같아 걱정되기도 한다. 그만큼 비주얼 디렉터로서 단편적인 감각으로 눈속임하지 않고 정직한 고민이 담긴 장면을 만들어가고 싶다. 누구나 시각적으로 전해야 하는 것이 많고 눈길을 잡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진 만큼, 시각 언어를 적절하고 명료하게 만드는 디렉팅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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