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럴 섹스의 양자역학성(2)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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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럴 섹스의 양자역학성(2)

‘양자역학이 왜 여기서 나와?’ 싶겠지만, 만물은 물리학으로 설명될 수 있다. 오럴 섹스에서 힘의 역학 관계를 나노 단위로 이해하기 위해 굳이 양자역학을 들이밀었다.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2.10.13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남자가 하는 것보다 받는 걸 더 좋아할 거라 생각해요. 근데 말씀을 듣고 보니 정말 그 쾌락이 지배욕과 연결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럴이라는 게 서비스 행위잖아요. 그 행위 자체를 너무 좋아해서 한다기보다, ‘해준다’는 관점이거든요.” 우빈 씨에 따르면 여성이 오럴 해주는 걸 싫어하는 것만큼이나 남자들도 오럴 해주는 걸 꺼린다고 한다. “몇몇 친구들은 ‘무슨 남자가 그런 걸 해주냐’라기도 해요. 아무래도 도미넌스를 잃는다고 생각해 그런 것 아닐까요?” 여성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박고 있는 것 자체가 남자로서 모양 빠진다는 얘기 같다. “그게 너무 좋아서 하는 남자들은 제가 볼 땐 20% 이하일 것 같아요.” 배신당한 기분이었다. 아무래도 나와 내 친구들이 만난 남자들은 그 20%에 속할 것이라고 스스로 합리화했다. “자기는 삽입으로도 충분히 여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데 굳이 남성스럽지 못한 행위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다행히도(?) 우빈 씨는 20%에 속하는 편이었다. “남성은 여성보다 더 빨리 오르가슴에 이를 확률이 높잖아요. 사정을 참거나, 다른 애무 방법을 통해 그 순간을 맞추는 게 즐거운 섹스죠. 아무리 능숙하고 피지컬이 좋은 남자라 해도 삽입만으로 여성을 만족시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오럴은 기능적인 거라고 봐요. 커닐링구스가 당연히 들어가야 남녀의 템포가 맞다는 거죠.” “그럼 우빈 씨는 오럴 해줄 때 봉사한다고 느끼나요?” “딱히 그런 생각은 안 해요. 받을 때도 저는 도미넌스를 느끼려고 오럴을 이용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상대방이 정말 나를 사랑해서, 나를 배려하는 게 느껴지는 오럴을 받을 때가 제일 좋죠.” 재미있는 건, 수화기 너머로 1시간여를 얘기한 끝에 그도 오럴 섹스의 힘의 역학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정했다는 거다. 단, 남자로서 펠라치오를 받는 측면에서만. 남성의 80%가 커닐링구스를 싫어하는 반면, 우빈 씨의 견해에 따르면 95%에 육박하는 남성이 펠라치오를 받을 때 능숙함과 관계없이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분명 도미넌스가 작용한 결과일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지배욕이 강한 남성이라면 요구하거나 강요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20대 중반의 여성 김서희 씨는 아무래도 우빈 씨가 언급한 95%의 남성과 주 서식지가 겹치는 것 같았다. “남자들이요? 못 이기는 척 해주면 엄~청 좋아하죠! 싫어하는 사람 본 적이 없어요. 저는 반골 기질이 있어서 좋아하고 요구하면 더 해주기 싫더라고요. 가끔 막 어깨 누르는 애들이 있긴 한데… 뭐, 그냥 눌려주긴 해요.” 멋쩍게 웃었지만 서희 씨는 확신의 ‘커닐링구스파’다. “당연히 받는 게 더 좋죠. 걔가 나한테 봉사해주는 느낌이니까. 근데 커닐링구스 잘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어요. 질 입구에서만 우물거리는 애들을 만나면 뭐랄까… 제가 다 뻘쭘해요.” 짧은 대화였지만, 서희 씨가 했던 첫마디가 머릿속에 오랫동안 맴돌았다. “제가 해줄 때요? 그냥 개새끼라는 생각밖에 안 들던데.” 또 다른 확신의 ‘커닐링구스파’인 20대 후반의 정지수 씨는 펠라치오가 귀찮다고 했다. 대신 자기가 원할 때 오럴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편이다. “해달라고 할 때는 어떻게 말해요?” “그냥, ‘나 입으로 해줘!’ 이렇게?” “그렇게 귀엽게 말해요? 안 어울리게 애교 있네요.” 대낮의 이탤리언 가정식 집에서 같은 포모도로 파스타를 입에 넣으며 우리는 까르르 웃었다. “그런데 제가 마조히즘 성향이 있어서 가끔은 펠라치오 해줄 때 머리채 잡히거나 하는 걸 즐기기도 하는 것 같아요. 평소의 저는 그렇지 않은데, 가끔 강압적인 섹스를 상상해요. 스스로 놀라서 ‘내게 왜 이런 욕망이 있지?’ 생각을 할 정도로요. 결핍이랑 연관된 것 같아요. 어릴 때 방목형 부모님 밑에서 자랐거든요. 친구들은 고등학교 때까지 통금이 있었는데, 저는 그런 통제를 납득하지 못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원했던 것 같아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이야기 끝에 지수 씨는 상당히 강압적인 섹스 경험에 대해 토로하며 말했다. “의무감이나 압박감에서 비롯한 오럴은 싫어요. 선물도 내가 주고 싶을 때 줘야지 상대방이 줬으니까 주는 건 별로예요. 오럴 받는 걸 좋아하는 건, 순전히 제가 원하는 지점에 가장 쉽고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서예요.” 마조히스트 지수 씨는 이렇게나 커닐링구스에 대해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근데 저 ‘낮이밤져’인 거 같긴 해요.” “에이, 먼저 오럴 해달라고 하는 여자가 어떻게 ‘낮이밤져’예요?” “아, 그런가요?” “하지만 뭐, 귀엽게 말하니까 인정! 최소한 ‘야, 빨아봐’라고 해야 돔이겠죠.” 한편 “오럴 섹스를 할 때 도미넌스를 느끼느냐, 받을 때 도미넌스를 느끼느냐”라는 내 질문에 30대 중반의 남성 이태환 씨는 “그게 갈린단 말야?”라고 되물었다. “그야 당연히 받을 때 도미넌스를 느끼는 거 아님?” 어떻게 보면 그의 말처럼 간단한 문제일 수도 있다. 내가 보기엔 최우빈 씨처럼, 오럴 섹스에서 힘의 역학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남성은 별로 없는 것 같았다(아마도 자신이 돔인 것이 너무나 당연해서?). “아무튼, 나의 지론은 오럴 섹스는 너무 과대포장돼 있다는 거야. 한쪽만 쾌락을 느끼는 구조잖아. 해주는 사람의 입술에 오르가슴이 오지는 않지.” “펠라치오 하면서 흥분하는 여자도 많은데요?” 골똘히 생각하던 태환 씨는 이내 메시지 창에 “커닐링구스는… 맞네. 흥분되긴 함”이라고 적어 보냈다. “하긴, 여자 입장에서도 그럴 수 있겠구나.” “받을 때 도미넌스를 느끼는 거면, 하는 것보다 받을 때 기분이 더 좋은 건가요?” “근데 나는 받는 게 아주 기분이 좋았던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아. 옛날에 오럴 받는 걸 아주 좋아하는 여자 친구는 있었던 것 같 같은데. 너무 좋아해서 내 정수리를 막 내리눌렀던 기억이….” “기분 나쁘지 않았어요?” “기분은 안 나빴는데, 혀도 근육이잖아. 힘들더라고.” 정수리를 내리누르는데 기분에 영향이 가지 않는다? 남자들은 그렇게 쿨할 수 있는 건가? “말했다시피 해주는 사람 입장도 흥분되긴 하니까. 뭐 섹스가 원래 남이 좋아하는 거 좀 더 해주고 내가 좋아하는 거 좀 더 받고 그런 거 아닌가?” 태환 씨와의 대화는 마지막에 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것보다 진짜 문제는 여성 상위로만 섹스하는 남자애들 아니냐? 시트콤 〈프렌즈〉에도 그런 대사 나오잖아. ‘너 머리 눌렸다. 네가 좀 해라’라고. 주변에서 기본적인 매너도 모르는 남자애들을 너무 많이 봤어.” “맞아요.. 다 같이 섬에 모아두고 굶겨가면서 6박 7일 섹스 수련회라도 시켜야 한다니까요.” “그게 신혼여행 아님? 그래서 다들 우붓이니 괌이니 가는 거 아냐.” 내가 인터뷰한 표본이 너무나 적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여러 사람과 이야기하다 보니 나이가 들수록 섹스에 대한 힘의 역학은 무뎌지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마치 시간이 지날수록 엔트로피(무질서도)가 증가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균일한 상태를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나 30대 후반의 여성인 허은진 씨와 대화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예전에는 오럴을 ‘해주는’ 거라고 생각했거든? 나는 비위가 약한 편이라 펠라치오를 별로 안 좋아했단 말이지. 그런데 지금은 양가 감정이 들어. 너무 입에 물고 싶다, 빨고 싶다, 그런 욕구가 막 생겨. 심지어 맛있어.” 싫지만 즐겁고, 지는 것 같지만 져주는 거고, 돔의 마음을 품은 섭이다. “나도 상대를 빨아주는 게 흥분돼서 하는 거잖아. 그걸 그렇게 즐겁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해준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어. 뭐랄까, 업소 가면 받는 서비스처럼 받아들여. 그런 태도가 당연히 나한테도 느껴지지. 그래서 내가 정말로 오럴을 ‘하고 싶다’고 느끼는 경우는 하룻밤 해프닝에서는 절대 없어. 어느 정도 친밀도가 쌓였을 때, 이 사람을 좋아할 때 해주고 싶어지지.” 가학적인 행동이나, 지배적인 롤플레이를 하는 것도 충분한 대화로 신뢰를 쌓은 뒤라야 원활하다. 은진 씨의 말에 공감했다. “나는 ‘해준다’라는 동사가 싫어. 오럴 받는 거? 당연히 좋아하지. 굳이 따지자면 49대 51 정도야. 하지만 커닐링구스를 통과의례처럼 해주는 경우는 별로야. ‘난 이것저것 애무했으니까 이제 삽입해도 되겠지?’ 하는 자기 합리화인 것 같아서. 20대의 치기 어린 애무도 별로 즐겁지 않아. 그래서 나는 오럴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들거든. 입장 바꿔 생각해봐. 나를 완전히 뿅 가게 하는 사람은 정말 만나기 힘들어. 누구에게나 일관적으로 통하는 섹스의 묘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애정의 문제도, 단순히 기술의 문제도 아니야. 섹스는 어떻게 보면 노동이고 체력 싸움이기도 하지. 그런데 이 사람이 좋아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건 굉장히 큰 거잖아. 상대를 완전히 만족시킬 수는 없어도 이 사람이 좋아하는 걸 보고 싶다는 그 마음. 상대가 정말 나를 기분 좋게 해주려 하고 그게 자신의 쾌락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사람이라면 나도 그걸 느껴. 반대로 ‘정복하고 말리라’ 혹은 ‘쌀 때까지 하리라’ 하는 마음으로 애무를 한다면 그 역시 상대방이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 맞는 말이다. 애정 없이 기술만 뛰어난 섹스는 아주 진한 현타를 남길 뿐이다. “내가 발전이란 말을 함부로 쓰지 않는데, 그런 게 발전인 것 같아. 진화하는 거지. 예전에는 상대방 반응을 살펴가며 ‘이게 맞나’ 전전긍긍했다면, 이젠 그렇게까지 무리하면서 뭔가를 하진 않아.” 신기하게도, 20대 중반의 남성 이윤재 씨가 비슷한 말을 했다. “오럴 섹스를 받을 때 도미넌스를 느끼는 것도 맞고, 해줄 때 서비스 모드로 돌입하는 동시에 상대를 컨트롤한다는 느낌을 갖는 이중 심리도 이해돼. 그런데 최근에 여자 친구랑 그런 얘기를 했어. 섹스할 때 빚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자고. 상대방이 오럴을 해줬으니까 나도 해줘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지 말자고. 그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윤재 씨는 오럴 해주는 걸 즐기는데도 못하는 남자가 너무 많다는 나의 푸념에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거지. 상대방이 좋아하지 않는데 자기가 일방적으로 해주는 걸 즐긴다는 건 어불성설 아냐?”라고 답했다. “펠라치오를 즐기는데 못하는 사람? 없었던 것 같아. 즐기고 싶어 하면 대화를 많이 나눌 거고, 그러면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지.” 영국의 비평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올리비아 랭은 그의 저서 〈외로운 도시〉에서 섹스에 대해 이런 문장을 썼다. “가끔은 당신도 섹스 상대가 되고 싶을 수 있다. 그러니까 신체에, 그 굶주림에, 그 접촉의 필요에 항복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는 뜻인데, 그렇다고 해서 내 피를 흘리거나 멍이 드는 대접을 받고 싶은 것은 아니다.” 오럴 섹스, 아니 섹스 자체가 불평등한 이 세상에서, 기꺼이 욕망의 ‘대상’이 되고, 지배하고 싶은 욕망에 굴복함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펠라치오를 하는 여성들은 종종 스스로를 임파워링한다. 지금은 사라진 내 파트너는 자신을 ‘바닐라’ 성향이라고 정의했다. 그런데 펠라치오 받을 때는 머리채를 잡는단 거다. 사람이 이렇게 스스로의 욕망에 솔직하지가 못하다. 아니면,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의 원리에 따라 사람의 성향은 본래 바닐라와 SM의 세계, 지배욕과 지배당하고 싶은 욕구가 혼재돼 있는 상태인데 누가 그 사람을 관측하느냐, 즉 누가 그 사람과 섹스를 하느냐에 따라 그때그때 바닐라, 혹은 돔, 혹은 마조히스트로 나타나는 것일까? 양자역학을 믿는 과학자 중 일부는 평행 우주, 나아가 다중 우주 세계관을 만들어냈다. 그러니까, 상자를 열었을 때 고양이가 살아 있었다면 또 다른 우주 어딘가에는 고양이가 죽은 채로 발견된다는 것이다. 정말로 세계가 다중 우주라면, 어떤 우주에서는 오로지 사람들이 바닐라 섹스만 즐길 수도 있다. 먼 미래의 인류가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시뮬레이션으로 우주를 만든다면, 어느 우주에는 남성이 오럴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여성이 오럴 하는 것을 미치도록 좋아하는 사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성별의 구분 자체가 사라졌을 수도 있겠고. 참, 그러나 지금 한국은 여전히 유교 국가로서의 근본을 잃지 않은 사회인 탓에, 본문의 사람 이름은 모두 가명 처리했음을 마지막으로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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