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부산에서 열린 워터밤 페스티벌 때 문빈 씨가 엄청난 화제였죠. 특히나 상의를 벗은 채 공연해서요.(웃음)
워터밤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벗게 될 수도 있겠다고는 생각했는데 그렇게 반응이 좋을 줄 몰랐죠. 사실 무대 자체는 아쉬움이 많았어요. 춤도 제대로 못 췄고, 인이어가 도중에 빠지는 바람에….
그래도 분위기를 즐기는 게 워터밤의 묘미잖아요.
그렇긴 하죠. 워터밤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내년에도 열린다면 또 가고 싶어요.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노래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따라 하기 쉽고, 심장박동 소리에 맞춘 리듬으로요.
콘서트는 저희를 보러 오시는 팬이 대다수인데, 페스티벌에는 불특정 다수의 관객이 있으니 아무래도 더 긴장하게 되죠. 그랬는데 무대 올라가자마자 긴장이 풀어졌어요.
재킷 7백10만원, 시스루 톱 1백40만원, 팬츠 5백40만원 모두 발렌티노.
무대 체질인 것 같아요. 무대 준비할 때 상당히 예민하고, 특히 뭔가를 처음 선보일 때는 엄청 떨어요. 주변에서는 항상 티가 안 난다고 하지만요. 근데 무대를 시작하면 긴장이나 불안이 싹 사라져요.
워터밤 영상 댓글에 “잔근육이 다 보이니까 춤선이 더 디테일해 보여 좋다”는 말이 많았어요. 대체 어느 정도로 연습을 하나요?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쓰죠. 천천히 시뮬레이션 복습해보고, 거울로 제 모습을 보며 정확하게 박자 맞춰 다시 빠르게 해보고, 그다음에는 노래에 맞춰 해보고요.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해요. 사실 시간이 지나면 처음 익힌 디테일이 조금씩 무너지기 마련이거든요. 가끔은 의상 때문에 동작에 제약이 생길 때도 있고요. 그래서 활동하면서도 중간에 한 번씩 ‘아차’ 싶을 때 디테일을 다시 잡아줘요.
인스타그램을 보니 얼마 전 해외 공연 다녀오는 참에 겸사겸사 쉰 것 같던데요.
시드니 갔을 때 하루 정도 여유가 생겨 산하랑 머드크랩도 먹고 스테이크도 먹고 바다도 보고 그랬어요.
여행을 딱히 좋아하지는 않고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뭔가를 하는 편이에요. 생각해보니 혼자 여행을 간 적은 없네요.
싫어한다기보다 혼자 갈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혼자 운동은 자주 하는데….
음, 보통은 유튜브를 많이 보죠. 춤 영상, 노래 영상도 보고. 다른 뮤지션 것들도 보고 제 것도 모니터링하고요. 가끔 멍때릴 때도 있고요. 게임도 하고, 웹툰도 보고, 너무 집에 오래 있었다 싶으면 밖에 나가 러닝하며 분위기를 환기해요. 거리를 달리다 보면 ‘그래, 세상엔 다른 사람들도 있었지’ 싶죠. 살아 있음을 느끼고요.
보통은 이것저것 상상을 많이 하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이 이어져요. 예를 들어 이번 노래가 이러저러한 스타일이라 하면 콘셉트는 어떻게 잡을지, 안무를 이렇게 가면 반응이 어떨지, 그런 것들을 생각해봐요.
사실 그런 문빈 씨의 공상 세계를 대강 알고 있기에 이런 화보 콘셉트를 잡은 거예요. 타락 천사 느낌?(웃음)
사람은 선하게 태어나는 것 같아요, 악하게 태어나는 것 같아요?
그거 옛날에 독서 토론 때 얘기한 적 있어요. 연습생 때, 16살이었나? 그때는 성선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아니에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잖아요. 최상위 포식자로서 생존을 위해 다른 생명을 죽이기도 하죠. 그런 걸 생각하면 생존은 본능적으로 악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해요. 커가는 과정에서 선과 악을 구분하게 되는 거겠죠
있다고 생각해요. 불교에서 카르마를 얘기하잖아요. 제가 종교는 없지만, 뿌린 대로 거둔다고 믿어요. 권선징악이 주제인 영화를 좋아한다거나 하는 취향도 있죠.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결국에는 승리하는 히어로물 같은 거요.
인과응보를 믿는다면,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을 때 ‘내가 뭘 잘못해서 벌을 받나?’라는 함정에 빠지기 쉬워요.
그렇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하고 뒤돌아 생각해본 적이 많았던 것 같아요. 기억은 하되 과거에 너무 잡혀 있으면 안 되는데, 현재에서 해결을 못 하니까 자꾸 과거로 가서 어떠한 사건을 찾고 ‘내가 그래서 이랬을 거야’ 하고 합리화하려는 습관이 있었던 것 같아요.
뜬금없지만, 이번 촬영을 위해 소품으로 검을 준비하면서 문빈 씨 최근 인터뷰 생각이 났어요. 어렸을 때 꿈이 ‘검사’였다고요.
어릴 때 칼싸움을 엄청 좋아했어요. 장난감 칼이 항상 집에 있었거든요. 초등학교 1학년 때였던 것 같은데, 그림일기에 꿈에 대해 써보라 하면 검을 찬 제 모습을 그렸어요.
모르겠어요.(웃음) 그때 아마 한창 유행하던 드라마 〈주몽〉을 보면서 활 쏘는 거나 검 쓰는 거에 관심을 갖지 않았나 싶어요.
동생이랑요. 한 살 차이니까 같이 잘 놀았죠. 어렴풋하지만 항상 좀 격하게 했던 것 같아요. 누구 한 명은 울어야 끝이 났어요.(웃음)
아동복 모델을 시작하면서 장래 희망란에 ‘연예인’을 쓰곤 했죠.
초등학교 5학년 때였어요. 너무 어렸죠. 진짜로 운이 좋아 뽑힌 건데 이렇게 될 줄 몰랐네요. 그래도 제가 업을 잘 쌓았나 봐요.
그저 운이 좋다고 생각하기엔, 아주 긴 연습생 생활을 버텼잖아요.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으니까 악착같이 열심히 했죠. 좀 재수 없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늘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더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반대로 말하면 스스로의 기준이 너무 높은 거겠죠.
그럴 수도 있죠. 연습생 때 무척 엄하게 훈련을 받았거든요. 그러니까 아스트로가 데뷔했을 때 “실력 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었던 거겠죠. 방송 프로그램 나갈 때도 준비할 시간이 2~3일밖에 없을 때도 있어요. 연습생 때부터 일주일에 안무 몇 개씩 만들어오는 훈련을 했으니까 이만큼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해요.
최근에 방탄소년단의 RM이 “K팝 아이돌 시스템이 사람을 숙성하게 두지 않는다”라는 말을 했죠.
데뷔 초반에는 쉬지 않고 달려야 하고, 어느 순간에는 ‘이게 맞나?’ 싶을 때도 있거든요. 스스로를 돌아보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시간이 별로 없죠.
인생이라는 자체가 준비되지 않은 채로 갑자기 세상에 떨어지는 것이기도 하죠.
그래서 확신이 안 들 때는 그냥 질러요. ‘에라이, 모르겠다!’ 하고 나를 믿는 거죠. 작년에 ‘호랑이’ 무대 할 때도 부상 때문에 몸이 옛날 같지 않았는데 ‘어쩌겠어, 지금은 지금이고 최선을 다해서 나중에 후회하지는 말자’ 생각했어요.
문빈 씨 팬이 아닌 사람들도 ‘1일 1호랑이’ 하러 온다는 그 전설의 영상이요?
당시 몸이 너무 무거웠고, 힘이 많이 들어갔어요. 춤추면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걸 무대에서 제가 하고 있으니까….
베스트 가격미정 송지오. 팬츠 가격미정 본봄.
그래도 일생을 통틀어 그 나이 때만 할 수 있는 무대였고, 기록으로 남으니까요. 한편으로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해요. 내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많은 사람이 담아주죠.
얼마 전엔 개인 화보집도 냈죠. 스스로의 기록을 다시 찾아보기도 해요?
약간 그런…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웃음) 취하고 싶을 때 있잖아요. 나 스스로도 진짜 ‘잘했다’ 싶은 레전드 영상이 있거든요. 자신감이 떨어졌을 때 옛날 무대 영상을 많이 찾아보는 것 같아요.
최근에 힘이 됐던 말이 있다면요? 영화 대사라거나.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 중 하나였는데, 여주인공이 혼란스러워하는 걸 보고 남자 주인공이 손을 잡은 다음 이렇게 해줘요(손과 손목이 이어지는 지점 가운데서 중지 끝까지 한 손가락으로 쓸어내린다). 정확한 대사는 기억이 안 나지만 한 번 선택한 이상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길로 직진하면 된다는 의미 같았어요.
마지막으로, 문빈 씨가 정말 천사라서 선한 일을 딱 하나 할 수 있다면 뭘 하고 싶나요?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고 싶어요. 사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우리가 늘 죽음을 생각하며 살지는 않죠. 그저 오늘 뭐 먹을지, 내일 뭐 입을지 그런 행복한 생각만으로도 하루가 모자라는데,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는 게 너무 안타깝고 아까워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