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었어요. 초에 불도 켜고, 멋진 옷도 입고, 재밌는 포즈도 하고, 새로운 기분이에요.
가끔 좋죠. 무난한 게 좋기도 한데, 늘 똑같으면 무료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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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준비하며 자료를 찾아봤는데, 최근엔 업데이트된 게 거의 없더라고요. 개인 SNS 계정도 없고요.
제가 좀 오래 쉬었죠?(웃음) SNS를 안 하는 건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에요. 트위터는 띄엄띄엄 했었는데, 재미를 못 느껴서 그만뒀어요.
SNS가 필수 조건은 아니지만, 요즘은 그게 무슨 명함 같잖아요. 그래서 드물게 안 하는 젊은 연예인을 보면 이런 생각을 해요. ‘공과 사의 경계를 철저히 지키는 사람인가?’
그런 면도 있죠. 사적인 건 사적으로 즐기고 싶거든요. 혼자 이상한 걸 한다는 건 아니에요.(웃음)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산책이나, ‘혼밥’이나, 보편적인 일상을 조용히 즐기고 싶을 뿐이죠.
SNS를 포함해 유명인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정체성을 공개하면 유리할 때도 있을 텐데.
배우로서 상업적으로, 마케팅적으로 좋은 수단이긴 하죠.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제가 배우 일을 하고 있는 이유기도 해요. 물론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대중과 소통하며 즐기는 사람이 연예인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긴 해요. 주목받는 게 쑥스러워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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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공식 석상에서 거꾸로 만든 손 하트가 밈처럼 화제가 될 때나, 쓰고 다니던 안경이 불티나게 팔리는 걸 볼 때는 어땠나요?
(웃음) 오래된 일이네요. 2가지 모두 그렇게 화제가 될 줄은 몰랐어요. 당시 ‘엔터테이너로서 대중적으로 어떤 순간을 만들었구나’ 했죠. 만족한다거나 회의감이 들지는 않았어요. 사람들이 즐거웠다면 그 자체로 감사하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런 편이에요. 이제 제 취향이 무엇인지 좀 더알게 된 나이기도 하고요. 20대 때는 취향이 뚜렷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자아가 완전하지 않았달까? 그래도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건 보편적인 것들을 좋아한다는 거예요. 작품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고요.
마침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오늘의 웹툰〉은 비교적 보편적인 소재를 다뤄요. 웹툰 편집부의 현실적 이야기죠.
‘명랑 오피스물’이라는 소개가 있는데, 평범한 소재를 통해 누구나 겪을 법한 특별한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에요. 극적이면서도 ‘저럴 수 있겠다’ 싶은 장면도 종종 있고요.
우주를 누비고 좀비가 출몰하는 드라마가 익숙해진 요즘이라 그런지, 〈오늘의 웹툰〉 같은 현실적인 소재의 드라마가 더 반갑기도 했어요.
OTT 플랫폼 시장이 커지며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잖아요. 유행처럼 SF 같은 장르가 폭발적으로 나오기도 했는데, 요즘은 다시 일상적인 드라마가 늘어나는 추세 같아요. 시청자와 관객이 현실성 있는 작품을 다시 찾는 느낌이랄까? 매일 독특하거나 찾기 힘든 음식만 먹으면 질려서 자주 먹던 밥 생각이 나잖아요. 비슷한 예로 일상과 밀접한 작품이 인기를 끄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제가 〈오늘의 웹툰〉에 끌린 이유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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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웹툰〉 관전 키워드로 ‘어른’을 꼽은 적 있어요.
(김)세정, (남)윤수처럼 젊고 반짝반짝한 친구들이 나오는 만큼 MZ세대가 공감할 만한 감동 요소가 있거든요. 그런데 들여다볼수록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한 30대가 느낄 만한 공감대도 있어요. 한 가지 일을 오래 해서 매너리즘을 느끼는 회사원도 있고 슬럼프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어른이 이 드라마를 보는 키워드라 생각했어요.
원작인 일본 드라마 〈중쇄를 찍자!〉는 어땠나요? 원작에서 ‘석지형’ 역은 오다기리 죠가 맡았어요.
재밌더라고요. 흥행한 이유가 있구나 싶을 만큼. 다만 ‘석지형’은 원작과 다른 점이 많고 각색한 인물이라 새로운 캐릭터라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베테랑 배우로서 Z세대처럼 요즘 세대를 뜻하는 단어는 어떻게 다가오나요?
요즘 세대를 보면 멋지고, 새롭고, 당당한 친구가 많다고 느껴요. 다만 제가 경험한 예전의 멋진 문화를 함께 누리지 못했다는 건 아쉽기도 하고요. 요즘은 모든게 편리하잖아요. 스마트폰으로 몇 번 터치하면 친구를 불러낼 수 있고, 연락을 안해도 SNS를 통해 누가 어떻게 사는지도 알 수 있고요. 친구 집을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편지를 쓰던 시대를 지나며 겪은 경험이 정서적으로 큰 도움이 됐는데, 요즘은 모든 게 쉬워진 시대라 아쉽달까? 낭만은 일종의 불편함에서 오는 거기도 하니까요.
맞아요. 좋아하는 영화 포스터를 모으며 취향이 생기고, 쌓인 걸 보며 느끼는 감동이 있잖아요. Z세대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아카이빙 방식이 다를 뿐인가 싶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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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3년 만에 복귀작이에요. 어떻게 지냈어요?
대외적으로는 영화 〈비스트〉(2019)가 최근 작품이기는 한데, 방영을 기다리는 드라마 〈날아올라라 나비〉 촬영도 마쳤어요. 그 외에는 잘 놀고, 잘 쉬고, 잘 지냈달까? 딱히 하는 게 없으니 시간이 더 빨리 가더라고요.(웃음)
필모그래피를보면 특별출연을 열 번이나 했던데, 부탁을 거절 못 하는 성격인가 했어요.
좋은 인연을 맺은 사람이 부탁하면 별일 없으면 수락하는 편이에요. 누군가는 특별출연을 많이 하면 배우로서 이미지가 깎인다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배우 최다니엘이라면 그런 걱정할 시기는 지나지 않았나 해요. 그보단 의리 있는 사람이구나 생각했죠. 요즘은 어떤 작품에 끌리나요?
일단 시나리오가 재밌으면 끌려요. 반면에 여러모로 흥행할 것 같아도 구미가 당기지 않으면 고사하기도 하고요. 배우에게 흥행이 다가 아니니까요. 〈오늘의 웹툰〉은 일본 드라마가 원작이라는 점도 좋았고, 함께하는 모두에게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데뷔 18년 차, 지금은 배우로서 어떤 시기라고 보나요?
여전히 배우고 싶은 게 많아요. 작품마다 새로 알게 되는 것들도 있고, 나이에 맞는 경험을 하고 있는 기분이에요. 20대 때는 전부라고 생각했던 게 30대가 되니 새롭게 보이고, 예전에 한 선배가 말한 “배우는 나이와 비례해 깨닫는 게 있다”라는 말을 곱씹게 돼요. 전보다 ‘그럴 수 있겠다’ 이해하는 것이 많아졌고요. 굳이 꼬집어 제 생각을 설득하는 것도 에너지 소모니까요. 욕심을 내도 안 되는게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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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11편, 영화 8편. 배우로서 일군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열심히 일하며 살았구나 하죠.(웃음) 자주 찾아보지는 않는데, 전작을 보면 ‘저 때의 나는 저런 연기를 좋아했구나, 저 때는 표현하고 싶은 게 많았구나’ 하며 추억에 잠기기도 해요.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2009)처럼 화제를 몰고 다니던 시기는요?
당시에는 큰 감흥이 없었어요. 워낙 바쁘기도 했고, 알아봐주는 사람이 늘었다는 점에서 실감하기는 했는데 낯설기도 했던 것 같아요. 유명해지고 싶어 달렸는데, 막상 유명해지니 어색한 기분이 들었달까?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웃음) 요즘은 종종 지하철도 타고, 마스크 끼고 사람 많은 곳을 혼자 다니기도 해요. 확실히 편하고 안정적인 기분이에요.
배우로서의 욕심과 유명인으로서 개인적인 삶의 균형을 지키는게 쉬운 일이 아닐텐데.
둘 다 가질수는없죠.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듯이요. 앞서 말한 SNS를 안 하는건 후자를 위한 선택이기도 해요.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것들을 노출해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게 더 행복한 삶인가 자문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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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도 성격상 주목받는 걸 부끄러워했는데, 연기를 위해 카메라 앞에 설 때는 좋았어요. 이상하게 편안한 느낌까지 들었고요. 그러다 감독님이 “컷!” 하시면 또 부끄러워지고.(웃음)
작품을 대하는 태도나 연기에 대한 욕심은 한결같죠. 맡은 캐릭터를 순수하게 대해야겠다는 마음은 여전한 것 같아요. 개인적인 욕심을 연기에 투영하면 작품에 해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제가 애드리브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기도 해요. 달라진 거라면, 시간이 지난 만큼 농후해졌다는 것 아닐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