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이 초딩 느와르 영화를 만들었다고?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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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이 초딩 느와르 영화를 만들었다고?

연출가로서 27명의 어린이 연기자와 호흡한 박정민은 동심을 ‘가장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아이들의 마음’이라 이름했다. 아이들의 세계가 어른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듯, 아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마음으로 첫 단편 <반장선거>를 선보이는 감독, 박정민.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1.11.23
 
셔츠 가격미정 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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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의 쇼트 필름 프로젝트 〈언프레임드〉로 첫 연출작을 선보이게 됐어요. 손석구, 이제훈, 최희서, 박정민 네 배우가 감독이 돼 단편영화를 만들었죠.
박정민(이하 ‘정민’) 프로젝트에 참여한 가장 큰 이유가 제훈이 형 전화 때문이긴 해요. 제훈이 형을 너무 좋아해 그 형이 부탁하면 거절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이야기하고 싶은 걸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서 풀어나가는 과정은 마치 어렸을 때 찰흙이나 수수깡으로 ‘만들기’ 하는 느낌이었어요. 배우가 감독이 조립하는 수수깡 역할이라면, 그 수수깡으로 성을 만들든 뭘 만들든 제가 만든 것에 책임을 지는 경험이 즐거웠어요.


27명이나 되는 어린이 배우들과 작업했는데, 케미는 어땠어요?
정민 디렉팅할 때 아이의 언어를 어떻게 파악하고 설명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애들이 우리랑 그렇게 다른 언어를 쓰고 있지 않더라고요.(웃음) 굳이 쉽게 설명하려 애쓰지 않아도 감독과 배우로서 이야기하면 다 알아듣는 게 신기했어요.


부산국제영화제 GV에서 출연 배우들이 발언할 때 ‘오구오구’ 하는 눈빛으로 사진을 찍어주더라고요.
정민 감독님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본업인 배우로 연기할 때 가끔 ‘저 감독님이 나를 왜 이렇게 아껴주시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었는데, 제가 그 입장이 돼보니 어린 친구들이긴 하지만 배우들한테 되게 많이 의지가 되더라고요.


영화 제목이 〈반장선거〉예요. 반장 선거에 출마한 기억이 있어요?
정민 그럼요. 반장은 많이 해봤죠.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는 정말 반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그런 아이였는데, 5학년 때 애들이 저를 좀 좋아해줬는지 반장이 됐어요.


어떤 공략으로 어필했어요?
정민 제 몸이 걸레가 되도록, 헌신짝이 되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뭐 그런 거 있잖아요. 어릴 적 친구들이 아직도 제 기억을 왜곡하곤 하는데, 당시 반에 삼국지 만화 60권짜리가 있었거든요. 저는 분명 반장이 되고 난 다음에 60권을 기증했는데, 친구들은 자꾸 그 60권으로 반장을 샀다고….(웃음)


소재가 ‘선거’인 만큼 영화에서 어린이들 간의 파벌이나 정치 싸움도 그려지더라고요.
정민 초등학교 3학년 때였나, 반장 선거에 엄청 진심이었던 학급 친구들의 모습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거든요. 개표 과정에서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 이름이 불릴 때마다 교실이 떠나갈 듯 “으악!” 환호하는데, 선거에 대해 왜 저렇게까지 진심이지 싶어 무서웠어요. 그런 기억을 영화적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고, 아이들의 반장 선거를 조금 비틀어보면 재밌는 얘기가 나올 수 있겠다 싶었어요.
 
실크 재킷, 가죽 팬츠 모두 가격미정 아미리. 부츠 가격미정 벨루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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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어린아이를 마냥 맑고 순수한 존재로 표현하지는 않았더라고요.
정민 제 기억이 왜곡된 건지 모르겠는데, 저 초등학교 때 애들이 그렇게 순수하지 않았어요.


옆에서 다들 끄덕이면서 공감하고 있어요.(웃음) 여러분은 스스로를 순수한 어린이라고 생각하나요?
김담호 저는 순수한 어린이인 것 같아요. 근데 주변에서 사람들이 저한테 순수하다고 얘기하지도 않고, 순수하지 않다고 얘기하지도 않아요.
박승준(이하 ‘승준’) 저는 순수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아요. 그냥 활동적이고 장난꾸러기라는 말을 좀 많이 들을 뿐.
정민 이렇다니까요? 순수라는 단어에 다가가는 개념 자체가 어른이랑 아이랑 너무 다른 것 같아요.


그쵸, 아이들은 그저 자신인 채로 있는 거니까요.
정민 저 나이대에는 뭔가 거르는 게 없잖아요. 너무 순수해서 자기의 목적이나 감정에 너무 확실하고, 나쁜 짓을 가장 많이 하는 시기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도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른들의 이야기를 가장 잘 말해줄 수 있는 때가 딱 저 시절 같았어요. 원래는 초등학교 5학년 교실을 배경으로 나이 많은 50대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했었어요. 너무 실험적인 것 같아 시도 못 했지만.


27명 안에 권력 관계도 있더라고요. 항상 반에는 힘 센 아이와 그 아이를 동경하는 아이들이 있고, 그 아이한테 괴롭힘을 받는 아이가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런 인물 구도 자체가 클리셰 같기도 해요.
정민 어디에서 많이 볼 법한 구도죠. 어느 학교에나 은근히 강자와 약자가 있잖아요. 나쁜 사람 되기 싫으니 대놓고 누굴 괴롭히거나 하진 않지만, 사람 심리에는 그런 게 다 있죠. 이건 되게 동물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애들 때부터 시작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초등학생은 초등학생대로, 중학생은 중학생대로, 사회에 나와도 마찬가지죠.
아이들에게서까지 이런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어른들의 자기 해석이 있잖아요. 왜 아이들을 자꾸 어른들의 시선에 가두는지, 이 또한 일종의 차별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의 세계에서 외면하고 싶었던, 그렇기에 많이 보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어디서 볼 법한 구조를 가져와서 붙여봤죠.


그렇기에 어른의 세계를 연기할 수 있는 어린이 배우를 캐스팅하는 게 정말 중요했을 것 같아요. 캐스팅할 때 ‘이 친구다!’ 하는 느낌이 온 적 있어요?
정민 ‘인호’ 역을 찾는 게 힘들었어요. 어느 날 집 앞을 지나가는데 노란 학원 버스에서 담호만 한 친구가 내리는 거예요. 얼굴은 못 봤고,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이 제 머릿속의 ‘인호’ 같았어요. 지금 따라가서 캐스팅을 해야 되나 싶을 정도로요. 얼마 뒤 담호가 오디션을 보러 사무실로 왔는데, ‘정인호’가 걸어 들어오는 거예요. ‘정인호다!’ 싶어 너무 고마웠어요.


그 버스 소년을 따라가서 캐스팅했으면 더 드라마틱했을 텐데 말이죠.
정민 그렇긴 했을 텐데 경찰서에 갔을 수도 있어요.(웃음)


박정민 감독이 〈반장선거〉로 얘기하고 싶은 주제는 뭐예요?
정민 어른들로 하여금 그들의 부정적인 모습을 바라보게 하고 싶었다, 어른들이 좀 반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 정도일까요? 이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이 기분 나빴으면 좋겠어요.


저는 기분이 많이 나빴어요. 주요 인물 4명 외 친구들의 힘 빠진 표정을 비추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그렇게 먹먹하더라고요. 중심 캐릭터가 아닌 주변부 인물들을 통해 영화의 주제를 표현한 게 재밌기도 했고요.
정민 영화에서도 그렇듯, 누구의 패거리도 아닌 다른 친구들이 ‘인호’를 바라보는 표정이 이 사회를 이루고 있는 주된 시선이잖아요. 그럼에도 사회는 특정 권력에 의해 움직이는 게 아닌가 싶어요. 사회 전체든 그 안의 작은 조직이든 평범한 사람들의 의견이 조금씩 배제되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어 넣은 장면이에요.
 
(박승준)니트 베스트 95만5천원 에트로. 팬츠 가격미정 코스. 셔츠, 스니커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박정민)후디 2백79만원, 가죽 팬츠 가격미정 모두 살바토레 페라가모. 안경 가격미정 젠틀몬스터. 스니커즈 가격미정 디올. (강지석)니트 톱 15만원 코스. (김담호)니트 베스트 10만5천원 코스. 스니커즈 가격미정 반스. 셔츠, 쇼츠, 양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박효은)니트 톱 24만8천원 쟈니헤잇재즈. 스커트 25만8천원 프레드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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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을 OST로 활용했는데 찰떡같았어요.
정민 단편영화는 장편보다 더 리듬을 조절하기 쉽지 않은 장르라, 음악이 정말 중요했어요. 그런 고민을 하던 시기에 차 안에서 시나리오를 보고 있었는데, 이영지 씨의 ‘나는 이영지’가 흘러나오는 거예요. 그 비트에 영화를 대입해봤는데 뭔가 ‘어! 어! 뭔가 영화가 간다 간다!’ 이런 느낌이었어요. 곧장 시나리오를 고치고 마미손에게 전화했죠.


원래 친분이 있어요?
정민 배우 조현철이 제 친구인데, 마미손은 조현철의 형이잖아요. 아, 마미손이 아니라 매드클라운이지.
(아이들에게) 둘은 다른 사람이니까 모르는 척해줘.

일동 네!
정민 영화가 좀 쿵쿵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애들 영화에 이렇게 힙합 음악이 나오니 재밌더라고요.


동심, ‘어린이의 마음’이란 뭘까요?
승준 7살 때 엄마가 산 선물을 산타할아버지가 주는 거라고 할 때 충격 먹었어요.
정민 너 그거 아직도 믿어? 요런 게 바로 동심이죠.
강지석 동심은 꿈이나 목표를 생각하고 꿈꿀 수 있는 힘 같아요. 어릴 때 TV 만화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며 꿈을 꾸듯, 그런 마음이 어른이 돼도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목표를 위해 계속 달려가고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감독님은요? 영화 찍는 동안 아이들을 많이 겪어봤잖아요.
정민 그냥 현재를 가장 충실하게, 걱정 없이 사는 존재가 아이들인 것 같아요. 지금 자기가 처해 있는 상황 안에서 가장 솔직하게 사는 거죠. 저도 본업이 배우다 보니 아역 배우랑 연기하면 부러울 때가 종종 있어요. 어른이 되고 나면 따져야 할 게 많아지는데, 이 친구들은 그 감정에 충실하더라고요.


박정민은 현재를 충실하게 동심으로 살고 있어요?
정민 아뇨, 저는 철저하게 어른의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내일은 어떻게 살지 항상 앞을 걱정하고. 뒤를 후회하고. 항상 아이들처럼 되고 싶고 저렇게 살아야지 하는데 말이죠. 쓰읍….


12월 8일 왓챠에서 〈언프레임드〉와 〈반장선거〉가 공개돼요. 완성본을 본 감독님의 첫인상은요?
정민 저는 편집하면서 너무 많이 봐가지고.(웃음) 얼마 전에 왓챠 송출용 완성본을 보는데, ‘나쁘지 않은데?’ 이런 생각을 했어요. ‘뭐, 처음 한 것치곤 잘했어.’ 이런 느낌이랄까요.


나쁘지 않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말 같아요.
생각보다 음… 열심히 했더라고요.(웃음) ‘그래? 그래~ 잘했어’ 하는 마음으로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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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Feature Editor HA YE JENE
    Photographer YOON SONG YI
    Stylist 이종현(Assistant 김나영/이가은)
    Hair 은지/위위아뜰리에(박정민)/다연(어린이 배우)
    Makeup 혜진/ 위위아뜰리에(박정민)/김부성(어린이 배우)
    Assistant 김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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