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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운의 숨고르기

스물여섯 살 로운은 매일 여행을 꿈꾸고, 이따금 시를 쓴다.

BYCOSMOPOLITAN2021.07.16
 
코트, 셔츠, 팬츠, 타이, 컵으로 연출한 미니 백 모두 가격미정 루이 비통 남성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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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코스모의 창간 20주년 기념 커버를 장식했었죠. 거의 1년 만인데 그간 어떻게 지냈어요?
그러게요, 그게 벌써 1년이 다 됐네요. 그동안 드라마 한 편 찍었고, 앨범 준비 끝나서 컴백 앞두고 있고…. 음, 몰랐는데 꽤 많은 걸 했네요.
 
오늘 촬영 콘셉트가 여행이에요. 여행을 굉장히 좋아하는 걸로 아는데, 코로나 시국이 진정되면 제일 먼저 어디 가고 싶어요?
이젠 정말 어디든 상관없을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일정만 가능하다면 안 갈 이유가 없는 게 여행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예전에는 국내 여행도 자주 다녔는데 그러지 못해 갑갑해요.
 
여행 갈 때 미리 계획을 세우는 스타일인가요?
전혀요. 무계획에서 오는 즐거움이 있거든요. 계획대로 일정이 딱 들어맞는다고 해서 희열을 느끼는 성격도 아니고요. 그리고 어차피 막상 가면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요.(웃음)
 
책 읽기를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드라마 찍기 전에 철학이나 심리학 관련 책을 읽으며 캐릭터를 분석하기도 한다고요. 요즘 읽은 책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최근에는 〈미움받을 용기 2〉를 다시 읽고 있어요. 챕터별로 이야기가 짧게 나눠져 있어 시간 날 때 틈틈이 읽기 좋더라고요.
 
〈미움받을 용기〉가 속편이 있는지 몰랐네요. 전편이랑 내용이 많이 다른가요?
1권은 세상에 부정적인 청년이 철학자를 찾아가는 게 시작이잖아요. 그러다 큰 깨달음을 얻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게 끝이고요. 2권에서는 청년이 철학자에게서 배운 걸 현실에 적용해요. 막상 해보니 당신 사상에는 오류가 있다,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며 다시 철학자를 찾는 거죠. 1권이 이상적인 이야기였다면 2권은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에요. 그래서 더 좋은 것 같아요.
 
3년 전 ‘시 쓰는 아이돌’ 중 한 명으로 기사가 난 걸 봤어요. 요즘도 계속 쓰고 있나요?
매일 꾸준히 쓰는 건 아니고요. 그냥 가끔 베란다에서 바깥 보다가 일기처럼 끄적이는 정도예요. 그러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더라고요. 어떤 때는 ‘이걸 가지고 가사를 써볼까?’ 싶은 마음도 들고요.
 
키 크다는 말, 이제 좀 지겹죠? 로운의 정확한 키가 몇이냐, 하는 이야기는 늘 답이 달라져서 재미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정확히 몇 센티미터예요?
얼마 전 건강검진 때 190이 살짝 넘었던 걸로 기억해요. 193이다, 196이다 여러 가지 루머가 있는데 그 정도는 아니고, 그냥 190 정도로 알고 계시면 될 것 같습니다.(웃음)
 
베스트, 셔츠, 데님 팬츠, 클러치, 트롤리 모두 가격미정 루이 비통 남성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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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기 불리한 신장임에도 춤 선이 참 예뻐요. SF9 무대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왜 센터인지 알겠더라고요. 배우에게도 큰 키는 핸디캡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가요?
맞아요. 그래서 저 나름대로의 방법을 강구하는 편이에요. 상대 배우가 저보다 많이 작아 보일 것 같으면 제가 몸을 살짝 낮추는 식으로요. 그래도 로맨틱한 장면에서 여자 배우랑 투샷이 잡힐 때만큼은 ‘설레는 키 차이’라고 많이들 말씀해주세요. 물론 저 때문에 상대가 좀 힘들긴 하겠지만요. 계속 올려다보려면 목이 많이 아플 테니….(웃음)
 
지난 인터뷰 때 외모에 대한 질문에 이런 답변을 했어요. “연예계 활동하면서 느낀 게 있다면, 잘생기기만 해서는 되는 게 없다는 거예요. 외모 말고 내면을 많이 채워 그게 노래나 연기로 잘 드러나면 좋겠어요. 겉보단 속이 잘 단련된 사람이 더 멋있는 것 같아요.” 어떤가요? 지난 1년간 내면이 많이 채워진 것 같나요?
저는 저 자신에게 마냥 관대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라서요. 그간의 활동에 대한 평가를 제 입으로 말하긴 좀 어려울 것 같아요. 다만 계속 본질을 추구해야겠다는 욕심은 있죠. 남들의 평가에 흔들리는 일 없이요.
 
배우로서 앞으로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그 생각을 되게 많이 해봤는데요, 저는 궁금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어떤 캐릭터를 연기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궁금해했으면 좋겠어요. 저 사람이 저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하다, 기대가 된다, 이렇게요. 그게 제 욕심입니다.
 
로운은 가수와 배우를 병행하는 아이돌 중 지금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이에요. 〈어쩌다 발견한 하루〉와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로 대중에게 배우로서 확실히 존재감을 드러냈죠. 제 주변 30대 이상 시청자 중에는 SF9 멤버 로운은 몰라도 배우 로운은 아는 경우가 제법 많아요.
고마운 일이죠. 사실 잘 모르겠어요. 연기라는 게 하면 할수록 어렵게 느껴져서요. 어떨 때는 대본 보다가 너무 막막해서 막 화가 나기도 해요. 과연 내가 짧은 시간 안에 이 인물을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하고요. 물론 저도 좋은 배우로 기억되고 싶죠.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그래서 계속 본질을 추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세간의 평가에 너무 신경 쓰다 보면 중요한 것을 놓쳐버릴 수 있으니까요.
 
원래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인가요?
아뇨, 원래는 엄청 신경 썼어요. 늘 남에게 어떻게 보여질지를 먼저 걱정하고, 눈치도 많이 보는 성격이었죠. 근데 문득 너무 아쉬운 거예요, 그런 제 인생이. 어느 순간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있어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그냥 다 차단하려는 편이에요. 제 역할에 집중하기 위해서요.
 
배우로서 어떤 자각이 생길 시기라고 생각해요.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의 ‘채현승’도 지금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소중한 경험이었겠지만 자기 색을 좀 더 개성 있게 드러낼 수 있는 역할에도 분명 관심이 있을 것 같아요.
아유, 물론이죠. 그런 욕심은 늘 있어요. 기회만 된다면 ‘예쁜 캐릭터’가 아닌 인물에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요. 물론 그게 제 의지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아요. 남들이 저를 보는 시선이 있고, 그 이미지에 맞춰 캐스팅되는 거니까요. 언젠가 배우로서 그런 틀을 한번 깨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선인인지 악인인지 모호한 인물 혹은 그로테스크한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 제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역할이란 것도 있으니, 그런 기회도 놓치지 않으려 해요.
 
 
후드 톱, 스케이트보드 모두 가격미정 루이 비통 남성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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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본 영화나 드라마 중에서 연출이나 연기에 깊은 인상을 받은 작품이 있나요?
영화 〈유전〉이요. 사실 제가 공포 영화를 잘 못 봐요. 아리 에스터 감독의 최근작인 〈미드소마〉를 먼저 봤는데 실은 그 영화도 그런 장르인 줄 모르고 봤어요. 보면 볼수록 불쾌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근데 이게 또 중간에 끊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유전〉도 보기 전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막상 보니 와… 그냥 너무 좋더라고요. 미장센이며 연출이며 카메라 무빙이며, 전부 다요. 아리 에스터의 차기작에 호아킨 피닉스가 출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워낙 좋아하는 배우라 기대하고 있는 작품 중 하나예요.
 
지금 보니까 호아킨 피닉스 이미지도 살짝 있네요. 그런 말 안 들어봤어요?
네, 아쉽게도….(웃음) 근데 닮고 싶은 배우는 있어요. 크리스천 베일이요.
 
오, 의외네요. 그의 어떤 면이 마음에 드나요?
음, 이게 언어가 달라서 그렇게 느껴지는지는 모르겠는데요, 같은 캐릭터라도 그 사람이 연기하면 확실히 달라 보여요. 캐릭터를 분석하다 보면 배우 개인의 해석이 들어갈 수밖에 없거든요. 배우가 땅이라면 그 아래로 뿌리를 내려서 나무가 된 것이 캐릭터라고 생각하는데, 크리스천 베일은 그런 면에서 늘 예상치 못한 결과물(나무)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표현도 세련되고, 그만의 멋이 있죠.
 
연기에 정답은 없겠지만 그래도 가끔 뭔가가 꼭 들어맞는 듯한 순간이 있지 않나요? 그러니까 ‘이거다!’ 싶은 순간이요.
있죠. 사실 현장이 굉장히 정신없거든요. 어떨 때는 커다란 반사판이 제 턱밑까지 올라와 있기도 하고, 영화 〈옥자〉처럼 가상의 상대를 앞에 두고 연기해야 할 때도 있어요. 정신없는 현장에서 배우가 상상력을 총동원해 연기해야 함에도 이따금 주변의 모든 것이 잊히는 순간이 있죠. 그런 순간이 되게 신비로워요.
 
슈트, 셔츠, 타이 모두 가격미정 루이 비통 남성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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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말이네요. 그 맛에 배우 하는 거 아닐까요? 그렇죠.(웃음) 새 드라마 〈연모〉 촬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세 번째 주연작인데 특별히 이 작품을 택한 이유가 있나요?
두 주인공의 서사가 너무 비극적이어서 마음이 끌렸어요. 아직 방영 전이라 내용을 자세히 말씀드리긴 그런데, 이게 겉으로는 상당히 희극적이지만 실은 비극적인 속내를 품고 있는 이야기거든요. 사극 출연은 처음이라 약간 불안하기도 해요. 사극은 궁극적으로 판타지라고 생각해서요. 어느 정도 고증이 돼 있긴 하지만 그 시대에 살아본 적이 없는 만큼, 배우의 상상력이 많이 필요한 장르죠. 근데 또 사극 하면 떠오르는 일반적인 톤이 있잖아요. 일본 애니메이션 같은 것도 성우 바뀌면 사람들이 못 보거든요. 기존의 톤을 너무 거스르면 거부감을 일으킬 것 같아서, 그런 점을 주의하면서 저만의 캐릭터를 찾아가고 있어요. 욕 좀 먹더라도 한번 도전해보려고요.
 
SF9 멤버로 컴백을 앞두고 있어요. 1년 만의 컴백인데 기분이 어떤가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다 나와 있는 안무를 3일 전에 수정했을 만큼 하나하나 열심히 준비한 앨범이라서요. 오랜만에 팬분들 보는 것도 기대되고, 코로나19 때문에 다들 지치셨을 텐데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앨범에서 특히 마음이 가는 노래가 있나요?
멤버들과 같이 고생하며 녹음한 〈킹덤〉 파이널 곡(숨[Believer])이 제일 애착이 가요. 일정 탓에 제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진 못했지만 멤버들 보면서 정말 자랑스러웠거든요.
 
데뷔 초와 비교해 많이 성장했다고 느끼나요?
많이 변했다고는 생각해요. 전보다 더 현실을 직시하게 됐고요.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는 조금 용감해진 것 같아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에서요.
 
만약 가수나 배우가 안 됐다면 뭘 하고 있을까요?
와, 진짜 뭐 했을까요? 뭘 하든 벌어먹고 살지 않았을까요? 아마 회사는 못 다녔을 것 같아요. 그거 하나는 확실해요. 제 주변에 저를 아시는 분들은 다 공감할 거예요.(웃음)
 
서른이 되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예전에는 미래에 대한 계획을 되게 뚜렷하게 세웠거든요? 근데 뭐 하나 그대로 되는 게 없더라고요. 지금은 어떤 목표를 세우기보다 그냥 현재에 만족하면서 살려고 해요. 그게 행복해지는 길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