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레스 83만6천5백원 리리. 패시네이터 가격미정 벨앤누보. 귀고리 17만8천원 렉토.
소문이 났더라고요. 제가 또 생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 생일날 일하시게 한 게 미안한 거예요. 두 배로 감사했죠!
사람을 잘 챙기네요.
그냥 누군가와 일할 때, 함께 일한 게 행복하고 기분 좋은 시간으로 남길 바라요. 저에게도, 상대에게도요.
방영 중인 드라마 〈간 떨어지는 동거〉에서 상대역 장기용 씨와의 합이 아주 좋아요.
사실 저 로맨틱 코미디는 처음이에요. 근데 장기용 씨도 처음이더라고요. ‘이거 큰일 났다’ 싶었죠. 초반엔 되게 어색했는데, 감독님과 자주 이야기한 게 “우리는 케미로 승부를 보자!”여서 그쪽으로 연구를 많이 했어요. 사전 제작이라 촬영 마치고 홍보 활동하는 동안 “너네 되게 친해 보인다”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 것 같고요.
혜리는 누구와 붙어도 상대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케미 요정’이죠.
확실한 건 다들 저를 편하게 생각한다는 거예요. 제가 낯을 안 가려 먼저 잘 다가가고, 장난도 많이 치거든요. 되도록 상대의 좋은 점을 보려 하고요.
촬영 현장에 블랙핑크 로제, 태연, 박나래, 크리스탈, 전작 PD와 제작자 등 수많은 지인이 커피차를 보내왔다고 들었어요.
아유, 너무 감사했죠. 모두 평상시 자주 대화하는 분들이에요. 여태까지 했던 드라마에 비해 제 분량이 많고 추울 때 찍기도 해서, 고생한 걸 종종 털어놨죠. 제가 특별히 뭘 잘해서가 아니라 그냥 너무 찡찡대서 보내준 게 아닌가 싶어요. 하하. 이 일이 외로워지기 쉬운 직업이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 참 고마워요.
누군가와 금방 친해지는 혜리만의 방법이 있나요?
전 ‘물음표 살인마’예요. 하하하. 누군가 날 궁금해한다는 건 친해지고 싶다는 신호잖아요? 그래서 자꾸 질문해요. 사무적이거나 건조한 자리에서도 요즘 뭐해요? 어디 사세요? 거기 살면 샵 다니는 거 불편하지 않아요? 어떤 게 좋아요? 사소한 것들을 묻죠. 질문 속에서 나와의 접점을 찾아요. “그렇구나, 나도 그런데!”라면서 공통점부터 시작하죠.
인터뷰어를 해도 잘하겠어요.
인터뷰요? 저는 밤샐지도 몰라요!
약 3년간 출연했던〈놀라운 토요일〉(이하〈놀토〉)에서의 활약상을 보면, 남들 리액션이 있을수록 더 신나고 흥이 오르는 타입 같더라고요.
전 채찍보다 당근이 더 좋은 사람인가 봐요. 관심과 칭찬이 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그렇게 오래 한 방송을 할 수 있었던 건 제가 어떤 한 캐릭터로 방송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랬으면 금방 ‘아, 바닥났다, 그만해야지’ 싶었을 텐데, 놀러 가는 기분으로 방송한 덕에 끝까지 즐길 수 있었죠. 〈놀토〉는 제게 전환점이 돼준 방송이에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내 모습이 뭘까 고민하던 시기였거든요. 내가 잘하는 게 뭘까, 어떻게 하면 날 좋아해줄까에 대한 답을 〈놀토〉를 통해 찾았어요.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줘도 사랑해준다는 걸 알았죠.

롱 드레스 1백4만8천원, 듀이듀이. 슬리브리스 브라톱 6만9천원, 쇼츠 6만9천원, 모두 코스. 드롭 귀고리 26만7천원, 텐데코아트 by 11:55. 옐로우 컬러 펌프스 96만원, 지안비토 로시.
그랬죠. 많이 의식했어요. 절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 시기엔 저에 대한 나쁜 글들을 보며 ‘왜 날 싫어하지? 뭔가 다르게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이젠 ‘날 싫어하는 사람도 당연히 있을 수 있지!’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지금 혜리의 마음엔 구김이 없어 보여요.
그늘이라는 건 큰 욕심, 높은 목표가 성취되지 않았을 때 생기는 그림자 같아요. 목표가 클수록 이루지 못했을 때의 좌절감도 깊으니까요. 돌이켜보면 제가 힘들었을 때는 욕심이 컸던 시기였어요. 그걸 비워내니 좋더라고요. 이젠 지금 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하고, 닥쳐오는 것에 잘 맞서요. 현재에 충실해야죠. 과거에 살지 않는 혜리. 오늘만 산다. 하하.
혜리의 마음에도 그늘이 있다면 뭔가요?
기본적으로 제겐 슬프다, ‘블루’하다는 감정이 잘 찾아오지 않아요. 부정적인 일이 생기면 슬프기보단 화가 나죠! 화 잘 내고 다 말해야 하는 성격인데, 또 금방 풀리고 뒤끝이 없어요. 고민이 생기면 가까운 이들에게 털어놓기도 하고요. 별거 아니라며 흘려보낼 수 있는 건강한 시기가 있고, 조금만 쌓여도 너무 별거인 시기가 있잖아요. 지금은 환기가 잘되는 시기예요.
본연의 캐릭터가 뚜렷해 어떤 배역을 만나도 그 역할이 혜리를 반영하게 되는 것 같아요. 호탕하고 꿋꿋하고 뭘 해도 밉지 않은. 이 확실한 개성이 배우로서 마음에 드나요?
사실 전 제가 그런지도 몰랐어요.〈응답하라 1988〉 땐 ‘덕선이’랑 닮았다고 하셔서 ‘이렇게 해맑고 따듯하고 친구 하고 싶은 애가 나랑 비슷하다고?’ 하고 놀랐죠. 캐릭터에 제가 반영되기도 하겠지만, 오히려 제가 캐릭터에서 배우는 점도 많다고 생각해요. 연기할 때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인물은 이렇게 대처하네?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네? 나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하면서요.
‘담이’에게서 배운 건 뭔가요?
‘담이’는 혜리 같은 사람이 다가왔을 때 ‘뭐야, 아직 안 친한데, 상대가 마음을 다 열지 않았는데 왜 혼자 신났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담이’를 연기하면서 제가 저와는 다른 성향의 이들을 배려하지 않은 면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담이’ 같은 사람은 다가서고, 끄집어내려 할수록 마음의 문을 닫거든요. 앞으론 그런 부분도 배려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와 다른 인물을 연기하면서 배운 거죠. 지금 촬영 중인 드라마 〈꽃 피면 달 생각하고〉의 ‘로서’는 여태까지 했던 인물들과도 또 달라요. 되게 똑똑하고 이기적인 면도 있어 영리한 면모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나쁜 애는 아니에요!
영화〈콜〉에서 전종서가 연기한 사이코패스 살인마 캐릭터를 인상적으로 본 것 같던데.
그런 역할, 너무 해보고 싶어요. 욕심나요. 저와 정말 반대되는 이미지잖아요. 제가 세상과 사람을 보는 시야를 넓히다 보면 언젠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럼요.
최근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고 있잖아요. 또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어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보고 ‘와, 진짜 여자들끼리 저렇게 나와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너무 재미있구나’ 싶었어요. 영화 〈써니〉나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같은 작품도 진짜 좋아했거든요. 어떤 캐릭터든 그 사이에 있으면 되게 즐거울 것 같아요.
아직 어리게 느껴지는데 벌써 데뷔 11년 차더라고요.
오늘 처음 만난 스타일리스트 실장님이 “이런 옷 입어도 괜찮나?” 이러셨는데, 제 나이를 듣고 “어리지 않네요”라고 하셨어요. 스무 살 넘으면 어른이라지만, 그동안 제가 어른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거든요. 그런데 이만큼 일하고 이만큼 나이 들었으면, 어른의 역할이 뭔지 고민해볼 때가 온 것 같아요.

드레스 1백2만8천원 듀이듀이. 귀고리 7만8천원, 반지 3만2천원 모두 해수엘.
어른이란 게 뭘까요?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게 뭘까?’ 전 요즘 이 질문을 자주 생각해요. 예전엔 이해라는 걸 단편적으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누군가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건 더 깊게, 입체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문제 같아요.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어른 아닐까요?
어떤 사람이 멋지다고 생각해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저한테 멋지다는 말은 되게 큰 표현이라서요. 저는 앞뒤가 같은 사람이 멋지다고 생각해요. 강한 사람에게 약하고, 약한 사람에게 강한 사람은 정말 싫어요. 가장 멋없는 건? 자신과 다른 것을 ‘틀렸다’고 하는 것. 나는 나고 그 사람은 그 사람이잖아요? 서로 존중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 사람은 나랑 달라, 그래서 틀렸어”라고 하는 건 멋없어요. 저도 그러지 않으려 해요.
어른이 됐네요. 어른이라는 건 이해심이 넓어지는 일이라고 했잖아요.
흐흐. 아직 멀었죠!
혜리는 자신을 사랑하나요?
종종 미울 때도 있고, 혼란스러울 때도 있지만, 사랑하죠. 제가 저 자신을 가장 많이 사랑할걸요. 제가 나오는 방송이 제일 재밌고, 제 유튜브가 제일 재밌고, 제가 좋아하는 게 제일 좋아요. 절망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어도 몇 년 뒤에는 ‘왜 내가 그것 때문에 그렇게 힘들어했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잘해내왔어요. 그걸 믿으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