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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과 연애할 수 있을까요?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과 연애할 수 있을까?” 물건 하나를 사도 ‘가치 소비’가 중요한 MZ세대에게 이 서슬 퍼런 문장은 중요한 화두 중 하나다. 실제로 네 사람에게 물었고, 각기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BYCOSMOPOLITAN2021.06.08
 
MZ세대에겐 ‘공정성’과 ‘정치적 올바름’이 가장 큰 화두다. 물건 하나를 살 때도 브랜드가 지닌 가치관이 중요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성별이나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에도 첨예하게 날을 세운다. 전문가들은 MZ세대를 ‘독자적인’ 정치 세력으로 평가한다. 기존의 보수와 진보 프레임으로 단정할 수 없는 세대기 때문이다. 4년 전 촛불로 부패 정권을 무너뜨리고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당선시킨 주역이 바로 MZ세대다. 동시에 지난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표심’으로 현 정권을 심판한 이들 또한 MZ세대다. 정치판을 양분해온 지역주의나 진영 논리 혹은 특정 정당이나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이슈에 따라 자기 목소리를 내는 세대. 이들은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과거를 답습하지 않는다. 최근 재보궐선거에서 전문가들이 유독 주목한 지표가 하나 있었다. 10~20대 남성의 70%가 보수 정당의 후보를 지지한 반면 10~20대 여성의 15%는 거대 정당이 아닌 소수 정당 소속 혹은 무소속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거대 양당이 아닌 제3의 후보에게 표를 던진 건 전체 유권자 통틀어 10~20대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는 세대와 성별에 따라 현시대의 흐름을 읽는 시선 그리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포인트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토록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만나 연애를 해야 한다는 점.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가 아닌 ‘서로 다르다’라는 상대적 인식에 대한 감수성을 지닌 세대가 MZ세대다. 그렇다면 정치적 견해가 연애를 가로막을 이유는 없을 것. 하지만 동시에 어느 세대보다 주저 없이 자신의 목소리와 가치관을 고수하는 세대 또한 MZ세대다. 그렇다면 MZ세대의 연애는 너무 척박한 땅에 뿌리내리고 있는 것 아닐까? 똑같은 질문을 MZ세대 4명에게 던졌다. “여러분,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과 연애할 수 있나요?”
 
 

빨간 당 찍은 남자

YES 

“정치적 견해는 계속 변하는 건데, 그게 왜 걸림돌이 돼?”
학교 CC로 시작해 8년을 연애했고, 작년 결혼한 남자 A(마케터, 35세)의 말. “나는 정치색이 달라도 연애나 결혼이 가능하다고 생각해. 어차피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연애하는 거잖아. 상대와 내가 다른 점이 100가지라고 치면 정치적 성향도 그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 거지.” 하지만 ‘정치색’이라는 건 단순히 음식에 대한 입맛이 다른 것과는 좀 다른 차원의 문제가 아닐까? “정치색이 그 사람의 정체성의 발현일 수 있지. 하지만 10년 전의 나와 현재의 나는 판이하게 다른 인간이잖아. 생각과 취향이 달라지듯 나는 사람의 정체성이 불변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 변해가는 환경과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지속적으로 바뀌는 게 정체성이야. 어차피 계속 바뀌어갈 가치관 때문에 연애를 못 한다면 삶을 너무 짧게 바라보는 건 아닐까?” A는 오히려 서로 다른 정치색, 가치관을 공유하는 게 자신을 편협하지 않게 만든다고 했다. “고등학생 때 논술 시험 준비하던 거 생각나? 그때 선생님들이 한겨레신문이랑 조선일보 둘 다 보라고 했잖아. 양쪽 의견을 고루 습득해야 무조건적이고 편향된 시각을 지니지 않게 되니까. 그거랑 똑같아. 나는 정치·종교관 등 모든 면에서 비슷한 사람과 평생을 함께한다고 생각하면 내가 너무 틀에 박힌 삶을 살게 될 것 같아.” 물론 논쟁이나 싸움은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서로를 알아가는 데 피할 수 없는 진통이라는 것. “나만 해도 성격과 정치관이 전혀 다른 여자 친구와 사귀며 주변에서 ‘한 달 만에 헤어질 거다’라는 식의 이야길 자주 들었거든. 그런데 난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조금씩 변화하는 우리 모습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더라. 내 정체성이 흔들리는 게 아니라 발전해나가는 거라 생각했어.” A가 답답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야, 네 정치적 견해나 정체성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해? MBTI 검사도 아침에 할 때랑 밤에 할 때랑 다른 결과가 나오는데 말이야.”
 
“다른 견해로 부딪혔을 때의 태도가 연애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해”
여자 B(프리랜서, 29세)는 남자 친구와 11개월간 연애하며 치열한 싸움을 거듭했고, 지금도 지속 중이다. 그 근간에는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가 한몫했다. B와 남자 친구가 정치 견해에 대해 대놓고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일부러 정치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정치적 견해가 자연스럽게 도마에 오르곤 했다. 함께 볼 영화를 고르는 자리에서 〈스타워즈〉 여성 제작자 캐슬린 케네디에 대해 이야기하다 싸웠고, 재보궐선거 투표를 며칠 앞둔 어느 날은 양심적 병역 거부를 선언한 후보에 대해 이야기하다 다퉜으며,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 사유리의 비혼 출산 문제로도 목소리를 높였다. “몇 번이나 이별을 떠올렸어. 우리는 생각이 많이 다르다는 걸 끊임없이 확인했으니까.” 하지만 놀랍게도 B는 최근 남자 친구와의 결혼을 결심했다. 그렇게까지 싸워도 결혼으로 상황이 귀결되는 건 사랑의 힘일까? “음… 여전히 많이 싸우긴 하는데, 그 싸움을 대하고 받아들이는 상대의 태도가 마음을 바꾸게 만들었지. 싸울 때마다 논쟁을 벌이긴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네가 틀렸다’라는 말은 하지 않았어. 다만 본인의 생각에 대한 근거를 이야기하고, 내 생각의 어떤 지점에 대해 지금껏 본인이 생각해보지 않았음을 솔직하게 인정하더라. 그리고 추후 비슷한 문제로 논쟁했을 땐 생각이 바뀌어 있기도 하고 말이야. 생각이 바뀔 ‘여지’가 있는 상대임을 확인한 순간, 나도 내 생각만을 고집하지는 않는지 되돌아보게 됐어. 서로 다른 견해로 부딪혔을 때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가 연애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한다고 생각해. ” B는 정치적 견해에 대한 논쟁이 서로의 관계에 ‘유의미’하다고도 표현했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 싸울 것 같긴 한데, 그 싸움이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거나 우리의 애정을 무너뜨리지 않을 거라 믿어. ‘쟤는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해?’라는 생각보다 ‘우리는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라는 상대적 인식이 이 연애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 같아.”
 
 

파란 당 찍은 여자

NO

“사람 성격이 변하지 않듯 다른 견해를 맞춰나가는 건 소모적이야”
“정치색이 다른 사람과의 연애? 썸은 가능하지만 오랜 연애는 불가능하지.” 연애 휴지기를 보내는 여자 C(광고회사 AE, 30세)가 말했다. “썸은 한 조각의 매력만 있어도 유지할 수 있지만 오래 만나려면 결국 두 사람의 가치관이 비슷해야 하는 것 같아. 정치라는 게 거창하게 말하면 보수냐 진보냐, 이념이 어떠냐 이런 거지만 사실 굉장히 사소한 거 하나하나를 건드리는 아주 실생활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거든.” C는 아주 쉬운 예시를 들며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가령 연애할 때 개그 코드가 중요하다고 하잖아. 그런데 만약 내가 절대 웃을 수 없는 개그 소재에 내 애인이 계속 웃는다면 분위기 싸해지는 거 한순간이야. 혹은 나는 약자나 소수자 입장에서 한 번이라도 공감하려는 노력이 중요한데 상대는 안 그럴 수 있잖아. 당장 먹고사는 게 중요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건 그 이후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사람과 내가 어떻게 연애를 할 수 있겠어? 이런 실생활적인 문제는 결국 다 정치적 입장이랑 연결된다고 생각해.” 둘 사이에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묻자 C는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성격을 바꾸는 것과 같은 문제라고 생각해. 사람 쉽게 안 바뀐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잖아, 우리. 물론 성격이 다른 사람과 단기적으로 함께할 순 있겠지만 다른 것을 맞춰나가는 데 한계는 분명 있다고 생각해. 설사 가까스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가정하더라도 그 타협점을 도출하기까지 에너지가 좀 많이 드니? 그거 소모적이야. 비슷한 결의 사람과 같은 시선을 공유하는 것이 내가 지향하는 연애 스타일인 것 같아. 마음 맞는 사람끼리 함께했을 때의 시너지를 나는 믿는 편이거든.”
 
“정치적 견해가 뚜렷할수록 다른 생각을 지닌 사람과의 연애는 불가능해”
글을 쓰는 여자 D(에세이 작가, 34세)는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과의 결혼 생활에 대해 고민 중이다. D는 연애 시절부터 서로의 정치적 견해가 다른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결혼으로 이어졌던 건 D의 표현에 따르면 “과거의 나는 내가 변하거나 혹은 그가 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현 시점에 D가 단언하는 것 하나는 “결혼까지 하고 살아본 경험상 사람의 공고한 정치적 견해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 특히나 D는 연애 및 결혼 상대를 볼 때 정치 성향이 중요한 사람이었다. 정치가 자신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절감하고, 정치적 견해가 비슷한 사람과 연대하는 것이 자신의 삶에 크게 의미 있다고 여긴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방향이 다른 사람과 사는 건 쉽지 않더라고. 매사 문제에 대한 해석이 다르니까 우리가 깊은 관계를 맺고 있지 못하단 생각이 들더라. 아주 이상적으로 생각해보면 서로 의견이나 생각이 다를 때 그게 건강한 논쟁으로 발전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애초에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문제에 그는 관심이 아예 없거나, 논쟁을 거듭할수록 서로의 견해가 틀렸다고 생각하게 되더라. 사람이란 게 현실적으로 ‘너와 나는 다른 거지. 너의 의견도 맞아’라고 인정하기 어렵단 이야기야.” D에게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 간의 연애가 아예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아예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내 경우엔 어렵단 이야기야. 더불어민주당을 찍는 사람이라도 국민의힘에 투표하는 사람과 연애하고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해. 정치적 사안에 대해 확고한 견해를 지니지 않았거나 정치적 견해 자체가 삶에 대단히 중요하지 않다면 말이야. 우리 세대는 거대 양당으로 나뉘는 정치 프레임에 갇혀 있기보단 이슈에 따라 생각이 바뀐다고도 하잖아. 그런 의미에선 연애가 가능할 수도 있지. 하지만 그럼에도 ‘변하지 않고, 양보할 수 없는 어떤 영역’에 대한 합의는 필요하다고 생각해. 나같이 정치 성향이 뚜렷한 사람일수록 그건 연애와 결혼의 필수 조건이란 게 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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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eelancer editor 김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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