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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 해요. 우리 커플도 섹스리스인가?

몸이 식으면 마음도 식는 걸까? 뜨거운 열정이 사라진 자리는 무엇이 대체하는 걸까? 커플들에게 물었다. “안 해도 괜찮아?”

BYCOSMOPOLITAN2021.05.20
 
“나 요즘 거의 안 해.”
“뭘 안 해?”
“섹스 말이야.”
진득한 연애를 하지 못하는 친구, 연애가 어느 정도 영글었다 싶은 친구, 결혼한 여사친 모두가 ‘섹스가 부재한 날들’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짧은 연애를 반복하는 친구의 이유는 이해가 갔다. 예전엔 소개팅 첫날 혹은 연애 초반이라도 맘만 있으면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고 여겼던 그가 생각을 바꿔 먹은 지는 한참 됐다. 데이트 폭력, 성폭행, 미투 등과 관련된 뉴스는 친구가 자발적으로 섹스를 제한하게 했다.
“상대를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의 하룻밤이 생존과 관련된 문제일 수 있다는 걸 알고 무서워졌거든. 물론 길게 연애한다고 해서 그 위험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타인’에 가까운 사람과 밀폐된 공간에 같이 있는 건 무서운 일이야.” 그럼 다른 케이스. ‘신원 미상’의 누군가와 섹스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 함께 많은 시간을 견딘 사람과 ‘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미 숱한 밤을 함께했기에 더 이상 서로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걸까?
 
혹자에 따르면 여성의 경우 ‘30대 초반’에 성욕이 가장 강하다던데, 30대 언저리인 내 여사친들의 욕구는 다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한창 연애 중인 그리고 결혼한 친구들의 ‘섹스 가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이들은 여러 가지 반응을 보인다. 누군가는 “아니, 그럴 거면 왜 사귀냐”라며 핀잔을 주고, 또 어떤 사람은 “역시 결혼하면 끝이라니까. 왜 그런 책도 있잖아. 〈남편의 그것이 들어가지 않아〉”라고 책 제목까지 인용하며 서글퍼했다(참고로 그 친구는 제목만 알 뿐, 책을 전혀 읽지 않았다). 개중에는 새벽같이 퇴근해도 잠은 죽어서 자면 된다는 일명 ‘잠죽자’를 외치며 눈에 불을 켜고 섹스에 임하는 커플도 있긴 하다. 하지만 적어도 모든 커플이 섹스 라이프에 열과 성을 다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연애 초반의 뜨거움도 시간이 지나면 미지근해지기도 하고, 연애 초반부터 그리 뜨거운 밤이 없었음을 고백하는 커플도 있었다.
 
우리는 지금껏 둘 사이의 내밀한 밤이 커플 간의 관계를 얼마나 공고히 하는지에 대해 들어왔다. 또 둘 사이의 뜨거운 열기가 마치 행복하고 사이좋은 관계의 척도처럼 이야기해왔다. 그래서 연애를 하고 있거나 결혼을 한 사람들에게 ‘섹스가 소원해진 것이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관해 물었다. 밤은 차갑게 얼어붙었어도 이들은 뜨겁게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상한 것이 아님을 깨달은 커플도, 하지 않는 것이 간과할 수 없는 문제임을 인지한 커플도 있었다. 중요한 건 더 많이 상대와 이야기하고, 서로 이해하고, 둘만의 룰을 정립해온 커플이 더 건강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터놓고 이야기해보자.
“안 한다며. 괜찮아?”




CASE 1 섹스 횟수가 애정과 비례하진 않아

연애 기간은 총 1년 3개월, 이 중 같이 산 기간은 8개월 남짓. 남자 친구, 반려견과 함께 사는 여자 사람 A(34세, 프리랜스 아트 디자이너)는 사귄 지 오래되지 않아 동거를 결정했다. 문제는 이 빠른 결정만큼 섹스 가뭄도 빨리 찾아왔다는 거다. 연애 초반 섹스 횟수는 일주일에 10회 정도. 현재는 3~4개월에 1회 정도로 최근 반년을 합쳐도 연애 초반 일주일의 횟수를 못 채우는 지경이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건 A였다. A는 남자 친구를 자극하기 위해 각종 야릇한 사진을 찍어 휴대폰으로 전송하거나 귀가하는 남자 친구를 홀딱 벗고 맞이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썼다. 그래도 별다른 리액션이 없어 얼굴을 붉히며 그 집 개보다도 더 서로를 물고 뜯길 반복하는 날이 이어졌다. A의 말에 따르면 ‘자존심이 상했던 시간’이었다. “아니, 애초부터 성욕이 없었던 사람이면 모르겠는데, 같이 사는 걸 기점으로 딱 그 욕구가 사라지는 걸 보니까 약이 오르더라고. 날 여자가 아닌 룸메이트쯤으로 여긴다 싶기도 하고. 괜찮아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지.” A에게 다시금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물었다.
 
“여전히 안 하긴 해. 그런데 마음이 나아진 건 성적 긴장감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우리의 환경을 인정하고부터였어.” 그의 말에 따르면 같이 살게 되면서 나누는 대화는 ‘생존’과 관련된 이야기가 대부분. 오늘 뭘 먹을 것이며, 강아지 산책은 누가 시킬지, 이번 달 생활비는 어떻게 충당할지 등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환상, 야릇한 무드 등이 비집고 들어올 틈은 없었다. 게다가 알고 보니 남자 친구는 섹스 시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한 사람이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두 사람을 바라보는 반려견과 문 밖으로 들려오는 “배달 왔어요” 하는 소리에 그는 짜게 식었다. 오랜 인고의 시간을 거치며 A가 알게 된 건 ‘섹스의 횟수 = 애정의 총량’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늦은 시간 귀가하는 나를 뜬눈으로 기다리고, 내 기나긴 출장을 못 견딜 정도로 나를 필요로 하는 것. 그걸 발견하고 나니 꼭 왕성한 관계가 연인 간의 관계를 규정하지 않는단 생각이 들더라. 섹스가 부재한 자리를 대신할 게 있다면 그걸로 되는 것 같아.”
 
 

CASE 2 안 괜찮은데, 괜찮은 척하는 거야

연하 남자와 결혼한 B(36세, 카피라이터). 4년을 연애했고, 결혼해 6년을 함께 살았다. B는 ‘낮은 섹스 빈도’를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문제는 원하지 않는 쪽이 B라는 것. “나는 섹스 안 해도 괜찮고, 하고 싶지도 않아.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거나 내가 몰입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특히 말이야.” 문제는 B가 일 욕심 많고, 커리어를 한창 성장시켜나가고 있는 때라는 것. 바꿔 말하면 B는 거의 남편과 섹스할 욕구가 생기지 않았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건 ‘행복해 보이지 않는 남편’이라고 말했다. “사실 자연스러운 거라 생각했어. 연애나 결혼 초기보다 횟수는 보통 줄어들게 마련이고 우리는 다른 부분은 잘 맞으니까. 근데 어느 순간 우리가 그 부분을 서로 눙치고 있단 걸 알게 됐어.” B의 남편이 생각하는 ‘정상적인 부부의 범주’에는 활발하고, 정기적인 섹스 라이프가 포함돼 있었다. “아예 안 하는 건 아니어도 사실 한쪽이 다른 쪽의 시그널을 무시하는 횟수가 늘수록 맘은 상하게 마련이잖아. 서로 모른 척하고 있긴 해도 어느 부분이 곪아 있긴 할 거야. 언젠가 이 문제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기적이지만 지금 나는 일이 중요한 시기고, 이야기한다고 해도 딱히 해결책이 있을지 모르겠어.” 어제도 야근하느라 눈이 충혈된 B가 말했다. B의 벌개진 눈 속에 섹스에 대한 욕구가 자리할 틈은 없어 보였다.
 
 

CASE 3 섹스는 관계에 보탬이 되는 거지, 주가 아니에요

여자 친구와 2년째 연애 중인 C(29세, 마케터). C는 쾌활하게 “우린 별로, 아니 거의 안 해요. 여자 친구가 애초부터 성욕 자체가 그다지 없더라고요”라고 말했다. C가 너무 밝게 말해 당황했는데 그 기운에는 이유가 있었다. “물론 연애 초반엔 진짜 힘들었어요. 사랑하는 사람과 육체적 관계를 맺고 싶은 게 당연한데 여자 친구는 상대적으로 원하지 않는 게 느껴졌으니까요. 얘가 나 좋아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C는 커플 간의 성적인 욕구가 딱 50 대 50일 순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쪽이 많으면 한쪽은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 “연애를 지속하다 보니 섹스를 왕성하게 해야 많이 사랑하고, 뜨거운 커플이라는 척도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요한 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에요.” 마치 플라토닉 러브를 깨달은 듯한 C의 얼굴이 성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순간, C는 서로의 취미와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함께 테니스를 치고 맥주를 한 캔 마시는 것,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같은 순간에 웃는 것, 똑같은 식당을 좋아하게 되는 것. 우리는 같이 해서 재밌고, 즐거운 게 너무 많아요. 가끔 하는 섹스는 그 관계에 보탬이 될 뿐이죠. 우리 관계에 주가 되는 건 그게 아니에요.”
 
 

CASE 4 섹스 없는 연애는 가능하지 않아요

최근 이별한 D(31세, 식품업계 연구원)는 늘 활발하고 진취적인 성생활을 즐겨온 사람이다. 언젠가 술자리에서 D는 롤플레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었다. 2년 반을 사귄 남자 친구와 섹스 시 가상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역할극을 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였다. 오랜 시간을 사귀고, 그중 많은 시간을 같이 살다시피 하다 보니 이들에게도 둘이 하는 섹스가 빤한 시기가 왔다는 것이 D의 설명. 하지만 D에게 성욕은 식욕만큼 중요한 문제라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D는 모름지기 끈끈한 커플은 뜨거운 밤에서 비롯된다고 믿었다. 그러다 롤플레이를 하게 됐고 섹스 라이프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그와의 뜨거웠던 관계가 끝나고 D는 안타깝게도 성욕이 현저히 낮은 남자를 만나게 됐다. 비슷한 섹스 패턴이 반복된 그 전 연애엔 새로운 패턴을 만들면 됐지만, 성욕 자체가 낮은 남자 친구는 어떻게 할 바가 없었다. D에게 처음으로 찾아온 섹스 가뭄 시기였다. D는 헤어지기로 했다. 섹스 없는 연애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관계가 지속될수록 섹스의 빈도가 줄어드는 시기도 보내봤고, 나와 일명 ‘성욕 총량’이 다른 사람과도 만나봤죠. 그럴 때마다 제가 느낀 건 저에겐 딱 둘이서만 할 수 있는 행위, 바로 섹스가 연애의 원동력이 된다는 거예요. 그게 가능하지 않은 연애가 무의미하다고 할 순 없지만, 저에겐 지속하기 어려운 이유예요.”
 
 

CASE 5 오래된 관계에서의 섹스는 노잼이야

5년 연애 후 최근 결혼을 하기로 한 E(35세, 스타일리스트)는 “우리의 섹스는 노잼”이라고 심드렁하게 말했다. 더 이상 재미, 설렘, 자극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E는 같은 상대와 반복하는 관계에 한계를 느낀다고 했다. “새로운 체위를 해본다 해도 카마수트라 63가지를 달달 외울 것도 아니고, 사실 섹스는 비슷해지기 마련이잖아. 연애 초반처럼 서로의 몸을 ‘탐닉’하는 행위를 더 이상은 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인 것 같아. 서로 어떻게 해야 느끼는지 아니까 오랜만에 섹스하더라도 그 관계가 아주 효율적으로 이뤄지더라. 빨리 끝난단 소리야.” 늘 똑같아서 ‘노잼’이라면 분위기라도 환기해볼 시도를 왜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물론 그랬단다. “서로 잘 차려입고 호텔에서 만나는 것까지 해봤어. 새로운 환경에서 시도해보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더라. 그런데 결국 우리가 익숙한 집으로 돌아오잖아. 그러니까 자꾸 안 하게 돼. 최근엔 이 문제에 대해 운을 떼보려고 하는데, 쉽진 않네. 하지만 터놓고 이야기해보려고. 우리는 오래 함께하고 싶은 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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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eelancer editor 김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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