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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김선호

웃는 남자는 다 예쁘다. 그중에서 가장 예쁜 건 배우 김선호가 깊게 파인 보조개를 보이며 웃을 때다.

BYCOSMOPOLITAN2020.12.21
 
 
재킷 2백 73만5백원 보테가 베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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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AAA(Asia Artist Awards)에서 이모티브상을 받았더군요. 축하해요! 대세 배우라는 게 실감나요?
아휴, 대세까지는 아니고. 그냥 너무 좋아요. 너무 좋은데 ‘갑자기 왜 이렇게 됐지?’란 생각이 들어 어색하기도 하죠. 광고나 화보를 찍으면서 많은 분이 좋아해주시는 걸 실감하는데 신기할 따름이에요. 얼마 전에 공연 같이 하는 형이 사람들이 이렇게 좋아해주니 어떠냐고 묻더라고요. 잘 모르겠어요 정말. 드라마 〈스타트업〉 주연배우들 덕에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도 늘고, 외국분들이 댓글도 남겨서 신기하고 좋은데 그것 말고는 달라진 건 없어요.


〈1박 2일〉에 출연하기 전 한 인터뷰에서 작품을 오래 하기 위해 예능은 자제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지금은 예능 덕에 더 오래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게 아닌가 싶은데요?
그때 정말 고민 많이 했어요.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고, 나의 진짜 모습을 사람들이 좋아할지 확신도 없었으니깐요. 저를 위해 옆에서 열심히 일하는 스태프와 냉정하게 득실을 생각했어요. 결정 이후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처음엔 눈만 돌리면 카메라가 있어 심장이 두근거렸어요. 예능인들이 방송에선 즐거워 보여도 뒤에선 엄청 힘들어하겠지 하는 편견도 없지 않았죠. 근데 멤버들 보니 카메라 앞과 뒤가 다 똑같더라고요. 카메라 앞에서 했던 대로 사석에서도 장난을 치다 보니 많이 편해졌어요. 일상이 바쁠 때는 오히려 〈1박 2일〉 촬영 가서 좋은 거 보고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편해요. 하하.


이러다 하차하는 거 아니냐고, 시청자와 멤버들이 불안해하던데요?
아휴! 정말 쓸데없는 소리예요. 제가 사람들에게 이렇게 감동받을지 몰랐어요. 너무 따뜻하고 좋아요.


〈스타트업〉에서 ‘한지평’은 ‘서달미’(배수지)와 달미 친할머니 ‘최원덕’(김해숙) 앞에서만큼은 ‘순둥이’가 돼요. 선한 인상을 가진 김선호 씨에게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역할이자 별명이라 생각했어요. 박혜련 작가가 염두에 두고 지은 설정일까요?
한지평의 순둥이라는 별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어요, 수지 씨와 주혁 씨도 오래전에 캐스팅된 상태에서 뒤늦게 제가 합류하게 된 거죠.


혹시 선호라는 이름의 한자를 착할 선(善) 자로 쓰지 않아요?
다들 그럴 거라 생각하는데, 베풀 선(宣)에, 범 호(虎) 자를 써요. 베푸는 호랑이.


선한 인상 때문에 실제 성격도 착할 거라 기대할 것 같은데, 부담감은 없어요?
부담은 없지만 연기할 때는 그런 모습이 안 보이면 좋겠어요. 선해 보이는 인상이 악역을 할 때 도움될 수도 있겠지만, 놓치는 부분도 있을 테니까요. 지금도 고민하는 지점이긴 해요.
 
롱재킷, 셔츠, 팬츠 모두 가격미정 프라다. 캡 가격미정 던힐.

롱재킷, 셔츠, 팬츠 모두 가격미정 프라다. 캡 가격미정 던힐.

언제 제일 못되지나요?
일단 〈1박 2일〉 촬영할 때 못되져요. 하하.  장난을 많이 치니까요. 그리고 연기할 때만큼은 저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상대 배우를 배려하기도 하지만, 제가 연기할 인물의 감정선부터 해결한 후에 다른 인물을 받아들여요.


연극을 하다 드라마로 영역을 넓혀야겠다 생각한 계기가 있었어요?
예전에 한 인터뷰에서 영화와 드라마 중 뭘 더 하고 싶냐고 묻더라고요. 그 질문에 대부분의 배우가 영화라고 말하는데 저는 드라마라고 답했어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희 부모님은 평생 영화관을 몇 번 못 가보셨거든요. 부모님한테 아들인 제가 배우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은데, 영화보다는 TV가 더 나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그 기회가 쉽게 오진 않았죠. 그러다 〈클로저〉라는 연극을 하며 오디션을 보게 됐고, 운 좋게 드라마 〈김과장〉의 '선상태'라는 역할이 주어진 거예요. 그때부터 시작된 거죠.


연극배우 김선호를 오랫동안 응원했던 팬들은 지금 상황이 반갑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팬들 입장에서는 ‘나만 알고 싶은 배우’로 남길 바라는 욕심도 있을 테니까요.
그런 분들이 저를 이 자리에 세워준 거라 생각해요.  연기가 잘 안 돼 너무 고통스러울 때는 팬들이 해주는 한마디가 정말 소중하거든요. “오늘은 이 연기가 좋았어요”라는 말을 할 때 너무 미안하고, 또 힘이 돼요. 그 힘이 가늘었던 기둥에 흙이 쌓이듯 차곡차곡 쌓여 튼튼한 기둥을 만든다 생각해요. 그분들이 저를 버티게 해준 거예요. 연기할 수 있는 자격을 준 거죠.


변했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걱정된다는 말을 했던데,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사람은 변할 수도 있잖아요.
저는 잘 안 변하는 것 같은데, 시간이 흐르면 변하긴 하겠죠? 다만 어떻게 변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만약에 내가 변할 수밖에 없다면 이 악물고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하면 좋겠어요.


배우로서 가장 경계하는 모습이 있어요?
상대 배우 얘기를 안 듣는 거예요. 누군가의 연기가 좋았고, 그 장면에서 빛났다면 그건 그 사람만 잘해서 된 게 아니에요. 상대가 같이 연기를 했으니 나온 결과인 거죠. 그런데 상대 배우의 말을 흘려듣기 시작하면 서로 마이너스가 되는 것 같아요.


다른 배우나 스태프들이 함께 작업하고 싶어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어요. 이제는 너무 많은 사람이 그걸 원할 텐데, 우선순위를 둔다면요?
만약 내가 고를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 같이 작업했던 사람들과 또 하고 싶어요. 한번 해본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있을 것 같거든요.
 
롱 셔츠 1백69만원, 셔츠 89만원 모두 메종 마르지엘라. 팬츠 1백42만5천원 보테가 베네타. 스니커즈 12만9천원 뉴발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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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김선호는 어떤 모습이었을 것 같아요?
모두가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라 생각하고 살잖아요. 저도 그런 마음으로 회사를 다니지 않았을까요? 사실 감도 안 잡혀요. 연기 말고 뭘 잘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배운 게 연기밖에 없고, 하고 싶은 것도 다른 게 생각 안 나요.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그 일을 하며 행복하고 좋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는 것 역시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고민을 하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연기를 한 게 지금도 잘한 일이라 생각해요.


〈스타트업〉 이후 차기작에 관심이 많이 쏠렸는데, 다시 연극 무대에 오르더군요.
연극 무대는 배우로서 순발력이나 센스, 큰 그림을 보는 능력 등을 기를 수 있어 좋아요. 그래선지 연기의 깊이가 달라지긴 해요. 저를 객관적으로 봐주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무대에는 반드시 있거든요. 누군가의 조언에 제가 수긍을 한다면 ‘아직 굳지 않았구나’란 생각에 기쁘고, 내가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아직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무대에서 배우로 얻을 수 있는 것도 많겠지만 〈얼음〉이라는 작품 자체가 주는 매력도 한몫할 것 같은데요?
2인극이고, 극 중엔 3명의 배역이 존재해요.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혁’이라는 소년이 있는데, 관객들은 그를 보지 못하고 오직 제 눈과 대사를 통해서만 존재를 알 수 있어요. 한마디로 실체가 없는 거죠. 관객은 제가 그려주는 대로 볼 수밖에 없는 설정이에요. 굉장히 흥미로워요. 특히 장진 감독님의 작품이라 더 하고 싶었어요. 그분이 연출한 연극을 다 재미있게 봤는데, 그중 〈꽃의 비밀〉은 두 번 봤을 정도로 좋아했어요. 연출을 정말 재미있게 잘하시는 분이라 기대가 커요.


촬영 전에  대본 리딩하고 배우, 스태프와 회식하는 과정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외동이라 어딘가에 소속되거나 북적북적한 걸 좋아하는 걸까요?
그런 것보다는 그 자리에서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같은 상황을 저와 다르게 생각하면 그것대로 재미있고, 사람들과 친해지는 과정도 좋고요. 한편으론 ‘이렇게 대단한 사람들이랑 내가 같이 작품을 하다니’란 생각도 하죠. 예전에는 제가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누가 저를 챙겨주는 걸 좋아하나 봐요. 하하. 사람들이 나를 챙겨주고, 서로 가까워지는 게 너무 소중하고 기분 좋은 일 같아요.


2020년은 다른 때보다 굉장히 특별했을 것 같아요.
주변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를 도와주며 애쓰는지 한 번 더 깨닫게 되고,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확인하는 해였죠. 그래서 울컥울컥할 때가 있어요. 2021년에는 받은 사랑을 보답하고 싶어요. 저를 응원하고 도와주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모습,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려야죠.


눈 밑에 점이 있던데 평소에도 눈물 많아요?
안 많았어요. 근데 〈1박 2일〉에서 사람들이 자꾸 옆구리를 찌르니까 어쩔 수 없네요. 사람들 앞에선 잘 안 울고, 연기할 때만 울려고 해요. 아무 때나 막 흘리진 않아요. 절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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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eature Director Jeon So Young
  • Photographer Kim Yeong Jun
  • Stylist 남주희
  • Hair 박미형 MakeUp 김도연
  • Assistant 김지현
  • art designer 조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