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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슈퍼모델, 한혜진!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한혜진은 영원한 모델이다.

BYCOSMOPOLITAN2020.08.25
 
 
오늘 촬영 어땠어요? 이게 바로 슈퍼모델의 카리스마구나 생각했어요. 정말 멋졌어요!
요즘엔 아무래도 커머셜한 촬영을 많이 하다 보니, 오늘처럼 온전히 사진에 집중할 수 있는 화보는 오랜만이에요. 좋았어요!
 
시니어 모델을 선발하는 새 프로그램의 MC를 맡았어요.
기대와 걱정이 마음속에서 교차하고 있어요. 그동안 이런 프로그램을 많이 해왔지만, 저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과 작업하는 건 처음이라 걱정이 많이 돼요. 하지만 그분들을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설렘 또한 가득해요.
 
코스모가 창간 20주년을 맞았어요. 모델 한혜진도 지난해 데뷔 20주년을 맞았죠.
사실 저는 지나간 시간에 연연하는 편이 아니에요. 기념일을 잘 챙기는 성격도 못 되고요. 하지만 10주년, 15주년, 20주년, 이렇게 특별한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저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해 기념할 만한 일들을 해왔어요. 일에서만큼은 지난 시간들에 의미를 더하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하면,  제 직업에 대한 책임감이 더 강해지는 것 같아요. 마인드 세팅을 다시 할 수도 있고요. 스스로에게 대견하다 칭찬하는 저만의 의식과 같은 거였어요.
 
10대 시절, 20살이 오길 기대했나요?
저는 17살의 어린 나이에 데뷔했기 때문에 20살이란 나이에 큰 기대가 없었어요. 그리고 정말 치열하게 그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다시 20살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죠.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20살은 제 인생에서 최고로 빛나던 시절이긴 한 것 같아요. 20살이란 나이의 상징성이 있잖아요. 어떠한 제약도 없고, 뭐든지 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죠. 뭘 해도 비난받지 않고요. 그래서 요즘 친구들을 보면 많이 안쓰러워요.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제가 20대 땐 사회가 이렇지 않았으니까. 불안하고 힘들겠지만, 마음만은 그렇지 않길 바라요. 그 나이를 온전히 또 행복하게 느끼고 즐겼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20살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살고 싶어요?
일을 조금 덜 열심히 하고, 좀 더 많이 놀 거예요. 그렇게까지 치열하게 할 필요는 없었는데, 욕심 때문에 들어오는 모든 일을 다 했거든요. 다시 돌아간다면, 그러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뭘 해도 비난받지 않는 나이라고 했는데, 20살의 내가 하면 용서될 일이 있을까요?
자유롭게 연애하는 거? 하하. 이젠 연애에 대해 너무 많이 알아버려 시작도 하기 전에 그 관계에 대해 쉽게 재단하게 되더라고요. 20살의 순수함으로, 마음을 열고 연애의 세계를 좀 더 자유롭게 유영해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에디터가 지금껏 현장에서 봐온 모델 한혜진은 언제나 열정적이었어요. 오늘도 정말 활활 타오르는 불꽃 같았죠. 도대체 무엇이 모델 한혜진을 그렇게 열정적으로 만드는 거예요?
모델이란 직업의 특성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아요. 나를 표현해야 하고, 나의 모든 걸 다 드러내야 하는 직업인지라, 일을 하는 매 순간 ‘나’를 만나거든요. 지칠 때도 그걸 계속해내야 하는지라…. 그렇기 때문에 이 일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는 것 같아요. 모델이란 직업 자체가 워낙 강렬해, 이 일을 떠나선 마치 내가 없는 것처럼 느껴져요. 또 모두가 직업에 만족하며 살 수 없는데, 저는 제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잖아요. 37년 중 21년을 모델로 살아왔어요. 제 인생의 반이 넘는 시간을 모델로 살아왔는데, 열정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에겐 열정으로 보이겠지만, 사실 저는 그냥 ‘나’를 보여주는 거기도 하고요.
 
수많은 후배 모델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어요. 모델 한혜진이 다져놓은 그 길 위에서요.
제가 그 길이 힘든 걸 너무 잘 아니까, 다들 짠하고 안쓰러워요. 그 친구들에게서 해외에서 활동하던 시절의 저를 봐요. 후배들 마음속의 치열함과 불안함이 시너지를 일으켜, 스스로를 더 눈부시게 느끼며 성장할 수 있길 바라요.  
 
라이선스 매거진의 커버를 장식한 최초의 한국인 모델이에요.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의 눈부신 커리어를 돌아보면 어떤 감회가 드나요?
20년 동안 모델 일을 하다 보니, 모든 작업이 소중하게 느껴져요. 커버나 해외 활동만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요. 그리고 그냥 이런 생각은 들어요. 앞으론 단순히 모델 활동에만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이 업계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고 싶다.
 
‘한혜진의 100벌 챌린지’가 그 계획의 시작이겠네요. 오늘도 챌린지의 의미를 잇기 위해 한국 디자이너들의 의상으로 화보 룩을 구성했어요.  에디터 또한 한국 패션의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고 항상 생각하지만, 결코 쉽지 않아요. 하지만 한혜진은 그걸 해냈어요. 100벌이라니. 정말 대단해요.
제가 작년에 컬렉션을 여러 이유로 쉬었기 때문에 올해엔 런웨이에 서야겠다 생각하고 있었어요. 무대가 너무 그리웠거든요.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서울 컬렉션이 취소됐어요. 제가 20년 넘게 서왔던 무대인데 이렇게 한순간에 쇼를 못 하는 상황이 왔고, ‘내가 이걸 지나칠 수 없다. 그렇게 하면 나는 되게 못난 거다. 그럼 그 수많은 옷은 다 어떻게 하지? 내가 입어보자!’ 하며 시작했죠. ‘몇 벌이나 입을 수 있을까? 100벌은 입을 수 있지 않겠어?’라고 처음엔 쉽게 생각했어요. 하하. 처음엔 제 SNS 계정을 통해 보여드리려 했는데, 더 많은 분에게 서울 디자이너들의 옷을 보여드리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매체를 통해 선보였어요 .
 
방송 일은 어때요? 방송에선 모든 걸 즐기고 있는 듯 보이는데.
아직까지 즐기진 못해요. 일을 즐기며 하는 성격이 못 돼서…. 그저 잘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드레스 레호.

드레스 레호.

방송 덕분에 한혜진이란 존재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는 팬이 많아졌어요.
모델 일만 했을 때의 딱딱한 텐션이 방송에서는 조금은 부드럽게 표현돼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요. 모델 일을 할 때는 스스로에게 매우 엄격한 편이거든요. 그런데 방송에서는 그렇진 않으니까. 풀어진 모습을 보고 좋아해주시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모델 일 하는 한혜진을 봤을 때는 정떨어질 수도 있어요. 하하.
 
이렇게 방송인으로 큰 사랑을 받지만, 이름 앞에 ‘model’을 붙인 SNS 아이디가 인상적으로 다가왔어요.
또 한 방송에선 “예전에 모델 활동을 할 때의”라는 동료 방송인의 말에 “나는 지금도 모델이에요”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모델로서의 저를 빼면 사실 남는 게 없는 것 같아요. 단 한 번도 제 이름 앞에 모델이란 수식을 붙이는 것이 부끄럽지 않았어요. 어딜 가도 “모델 한혜진입니다”라고 저를 소개하기 때문에 쑥스럽지 않아요, 그 단어가.
 
앞으로 모델 일보다는 방송 일의 비중이 더 커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된다면 한혜진은 ‘모델 한혜진’일까요, ‘방송인 한혜진’일까요?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계속 모델 한혜진일 것 같아요. 또 그러고 싶고요. 하지만 내가 나를 어떻게 수식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 같아요. 사람들은 모두 각자가 보고 싶은 방향으로 저를 바라볼 테니깐요. 그래서 앞으로 제가 어떻게 살아갈지,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 이번 프로그램의 시니어 모델분들을 뵈면서 많이 배우게 될 것 같아요.
 
한혜진처럼 자주적이며 도전적으로 삶을 개척해나가는 여성이 바로 코스모가 지향하는 여성상이에요. ‘인생 언니’로서 이 시대 2030 세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다 해보세요. 삶을 너무 겁내거나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시간이 굉장히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지만, 또 생각보다 더디게 지나가기도 하거든요. 언제든 궤도는 수정할 수 있으니, 용기를 가지라 말해주고 싶어요.
 
본인의 단점이 뭐라고 생각해요?
음… 항상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것?
 
반대로 장점은요?
한 가지 분명한 장점은 있어요. 저는 지나온 시간에 대해 후회하는 일이 별로 없어요.
 
20년 후의 한혜진은 어떤 모습일까요?
음… 20년 후의 저를 만날 수 있다면 말하고 싶은 게 한 가지 있긴 해요. 겁내지 말고 도전적으로 살라고요.
 
한혜진을 설명할 단어 하나를 말한다면?
모델!
 
모델 한혜진이 어떤 존재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기억되는 존재로 남고 싶지 않아요. 저는 늘 현재진행형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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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ashion Editor LEE BYUNG HO
  • Photographer ZOO YONG GYUN
  • Hair 한지선
  • Makeup 정수연
  • Assistant 허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