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 기다릴 줄 알아야 최고로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어. -영화 〈리틀 포레스트〉
딸을 위해 온갖 땅의 재료들로 다양한 미각을 경험하게 해주면서도, 유독 딸과 거리를 두는. 따뜻하면서도 차갑고, 무관심한 듯하면서도 정성을 들이는. 〈리틀 포레스트〉 속 엄마는 이해하기 어렵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스러웠다. 어쩌면 원망스럽기 그지없는 캐릭터를 무언가 뭉클하게 만들어준 건, 바로 문소리라는 배우의 힘. 단호하지만 지혜롭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깨닫게 해주는 엄마의 목소리다.
시어머니도 하나고, 애기도 하나고, 작품도 일년에 해봐야 한두 편 하는데 뭘 줄여요, 내가?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배우, 극본, 감독을 모두 담당한 문소리의 자전적 작품인 만큼, 배우이자 엄마, 며느리 등등 한국 사회에서 ‘여자 배우’로 살아가는 지난한 일들을 그대로 표현했다. 별다른 극적인 일은 없이 일상적으로 펼쳐지는 옴니버스식 구성 속에도 지루하지 않은 것은 그녀가 직접 썼을 찰진 대사들. 특히 남편 장준환 감독과 나눈 이 대사가 참으로 웃프다. ‘여보, 힘들면 뭐라도 하나 줄여요.’라는 남편의 조언에 대한 대답. 그리고 뒤이은 남편의 대답 역시 하이퍼리얼리즘. “그럼… 술이라도 좀 줄여요.” 다른 건 줄여도, 술은 못 줄이는 것이 여배우의 오늘이라고!
나도 그냥 이렇게 한번 업어주고 싶어서 그래. 업혀. 진짜 괜찮아. -영화 〈하하하〉
다른 여자와 모텔에서 나오는 남자친구에게 이렇게 말했고, 진짜 업어주고 떠났다. 통영 사투리가 이렇게 쿨한 거였어. 범상치 않은 상황조차 공감하게 만드는 그것이 바로 연기력!
나 포기 안할거야. 그러니까 너도 포기하지마.-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감동, 실화. 눈물샘을 자극하는 주옥 같은 대사들 중에 가히 최고라 꼽히는 대사는, 생계를 위해 마트에서 일하다 다시 ‘노장’으로서 핸드볼 국가대표팀에 복귀하게 된 ‘미숙’의 이 대사. 여전히 막막하고 누군들 포기할 수밖에 없을 법한 절망적인 상황에서 꿋꿋하게 팀의 목표를 향해 다시 일어서는 강한 에너지를 함축한 한 마디로 감동을 자아냈다.
용서하기 위해 바람을 폈어. 당신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바람을 핀 거지만 난 육체적으로만 핀거야. 당신도 바람피우지 않았어? -드라마 〈내 인생의 황금기〉
2008년.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의 ‘가족드라마’에서 등장한 이 대사에 뭇 유부녀들이 무릎을 탁 쳤을 것이다. 결혼 전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지고 결혼하고서도 남편이 바람피워서 나도 바람피웠다고 당당히 말하고, 시어머니조차 설득하는 며느리라니! 당시 가족드라마계의 획을 그은, 문소리라는 배우의 당당하면서도 절도있는 사이다 매력이 제대로 발산된 캐릭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