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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라비의 시간

세차 호스를 손에 든 라비의 팔에는 헤르미온느 시계 타투가 새겨져 있었다. 하루를 하루 같지 않게, 충실히 시간을 쓰고 싶다는 의지를 담은 타임 터너라고 했다. 하루가 이틀처럼, 이틀이 나흘처럼, 지금 라비의 시간은 충만하게 흐른다.

BYCOSMOPOLITAN2020.05.25
 
 
셔츠 58만원 우영미. 팬츠 가격미정 던힐. 목걸이 가격미정 락킹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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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세차장을 콘셉트로 촬영했어요. 평소 차에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지금은 포르쉐 카이엔을 타고 있어요. 가지고 싶은 차는 많아요. 언젠가 벤틀리를 타고 싶고, 세단 외에 SUV와 스포츠카도 따로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경제적인 상황이 허락한다면요. 하하.


‘포르쉐 미담’으로 화제가 됐던 바로 그 차죠? 전동 킥보드 타다 접촉 사고를 낸 학생에게 선처를 베풀어 칭찬을 많이 받았잖아요.
전 되게 평범한데 너무 좋은 사람처럼 보이는 것 같아 민망해요. 하지만 비슷한 일이 생길 때, 서로 얼굴 붉히기보다는 좀 더 따듯한 방향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알게 된 건 좋아요. 그런 의미라면 나름 좋은 영향이겠죠?


그만큼 많은 관심을 받는다는 뜻이죠. 최근 보이 그룹 브랜드 평판 순위에서 7위를 했어요. 다양한 분야에서 섭외 요청이 올 것 같은데요? 뮤지컬을 전공했는데, 연기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은 없어요? 라이언 고슬링 닮은꼴로도 유명하잖아요.
제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하는 편이에요. 뮤지컬 수업 들을 때 이미 연기에는 재능이 없다고 느꼈고요. 하하. 스스로 즐기지 못한다면 제 영역이 아닌 거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못 하는 것을 객관적으로 잘 구분하고 싶어요. 그래야 현명하게 활동하고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뭘 하든 이유와 명분을 생각해요.


거장 감독이 작품 출연을 제안한다면, 그 자체로 명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운이 좋아 기회가 온다 해도 저는 못 할 것 같아요. 단지 거장의 손을 잡는다고 능사가 아니라 저랑 잘 맞고 잘해야 기회가 되는 거니까요. 가령 제가 정말 존경하는 카니예 웨스트나 크리스 브라운에게 협업 제안을 받는다 해도, 발라드처럼 제가 자신 없는 장르라면 함께 할 수 없어요. 제가 해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까 저한테는 기회가 아닌 거죠. 결국 모든 기회는 준비된 사람만이 얻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생각보다 되게 고민을 많이 해서, 즉흥적으로 행동하지는 않아요.


예능에서만큼은 준비된 것 같았어요. 예능에서 어록을 많이 남기는데, 그중 최고는 미식 프로그램에서 말한 “고기와 밀가루를 멀리하면 오래 살 수 있지만, 그렇다면 딱히 오래 살 이유가 없다” 같아요. 평소에 먹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미식을 즐기거나 좋아하지는 않아요. 관리를 계속하다 보니, 먹는 것에 따라 몸이 영향을 받으니까요. 저는 세끼 내내 먹고 싶은 걸 먹는 것보다 꾸준히 식단 관리를 하다가 한 번씩 먹고 싶은 걸 먹었을 때 더 자극적이고 맛있게 느껴져요.
 
셔츠 18만3천원 올세인츠. 팬츠 가격미정 GMBH. 슬리브리스 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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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관리가 철저하네요. 오늘도 촬영 중에 갑자기 노출을 하게 됐는데, 관리가 잘된 몸을 보고 감탄했어요.
큰 스트레스 없이 몸 관리를 하고 있어요. 미식보다는 몸을 좋게 유지하는 게 더 욕심나요. 공연할 때 상의 탈의도 많이 하니, 항상 더 좋은 몸매이고 싶어요.


타투가 멋진 몸을 더 부각시키는 것 같아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어요?
등의 나침반은 스스로 중심을 잡고 싶다는 다짐이에요. 팔의 타투는 헤르미온느 시계예요. 하루를 하루 같지 않게 잘 쓰고 싶다는 의지를 새긴 타임 터너죠. 최근 발매한 첫 번째 정규 앨범 로고가 마음에 들어 옆구리나 어깨에 새로 새기고 싶은데 쉽게 발걸음이 안 떨어져요. 타투할 때 정말 아프거든요. 하하.


뮤지션보다 예능인 이미지로 굳혀지는 것에 대한 고민은 없어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건 결국 음악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예요. 사람들이 저를 모른다면 음악으로 설득시킬 기회도 별로 없죠. 예능 덕분인지 이번에 에일리 누나랑 함께한 싱글은 기존의 제 음악보다 성과가 좋았어요. 무엇보다도 예능을 하느라 바빠 음악 작업을 많이 못 할 것 같았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거예요. 아무리 바빠도 꾸준히 곡을 만들 수 있고, 앨범도 계속 발매할 자신이 있었어요.


음악할 때는 정말 꾸준하고 성실하죠. ‘아이돌 저작권 곡 순위 2위’라는 사실로도 주목받았는데, 여러 자작곡 중에 좀 더 알려졌으면 하는 노래가 있다면요?
최근에 발표한 ‘묻지마’와 첫 정규 타이틀곡인 ‘Rockstar’를 들어주셨으면 해요. 청하와 함께한 ‘live’는 가사가 많은 사람에게 와닿을 것 같아 추천하고 싶고요.


2016년에 발표한 솔로곡 ‘DamnRa’는 여성 비하적인 가사를 쓰는 래퍼들을 디스해 이슈가 되기도 했어요. 여동생에 대한 각별한 마음이 영향을 준 걸까요?
지금껏 여성 비하적인 가사가 너무 자연스럽게 쓰여왔고, 지금도 많이 쓰여요.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면 때문에 힙합을 저속하게 보는 시선이 아쉬웠어요. 그런 모습이 힙합의 전부가 아니니, 힙합이라는 문화의 좋은 점이 더 부각됐으면 했죠. 도끼 씨도 이런 얘기를 한 적 있어요. 자신도 힙합을 하지만 힙합 문화에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라고요. 그러니 뮤지션들이 힙합의 좋은 면은 많이 부각시키고, 아니다 싶은 것들은 시대에 맞게 해석해나가야 한다고 했죠. 힙합이 원래 우리나라 문화가 아니다 보니, 한국에서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라면 듣는 사람들의 정서도 어느 정도 생각해야 한다고 봐요. 뮤지션이 만든 음악을 듣고 영향을 받는 사람이 분명 있으니, 힙합의 좋은 면과 한국 정서에 맞는 가치들이 부각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국내 힙합 시장을 대변하거나 다른 래퍼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위치는 아니니 그냥 바람이죠.
 
셔츠 42만원, 쇼츠 31만원 모두 나누시카 by 매치스패션. 슬리브리스 톱 가격미정 벨루티. 팔찌 모두 가격미정 소운스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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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곡에서 여성을 깎아내리는 가사를 쓰는 래퍼들에게 센 표현을 많이 했죠. 같은 남성으로서 직언을 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객관화이기도 했을 것 같은데요.
제 노래도 무의식중에 여성 비하적인 내용을 담은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지금도 예전에 나도 모르게 썼던 표현을 쓰지 않기 위해 의식하기도 하죠. 예를 들면 예전에는 가사에 ‘요즘 여자’라는 단어를 썼다면, 요즘은 그런 표현으로 일반화하는 것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하게 됐죠. 어릴 때는 이런 문제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성평등 의식이 모두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저도 많이 바뀐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하기도 해요?
흐름은 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결국 평등에 관한 얘기잖아요. 서로 존중할 수 있는 것 같아 좋아요. 동시에 이 이슈에 대해서는 얘기하기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에요. 여전히 많은 사람이 싸우면서 적절한 선과 온도를 찾고 있잖아요. 다만 우리가 페미니즘을 얘기할 때 필요한 건 서로 다른 입장에 대한 존중 같아요. 사랑 안에서 모두가 함께 존중하고 이해받았으면 좋겠는데, 종종 맥락에 관계없을 정도로 날카롭고 적대적인 쟁점이 오가는 게 아쉽거든요. 적정 온도에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저만의 가치관과 기준이 생기는 것 같아요.


레이블 ‘그루블린’을 운영하는 대표죠. 코로나19 여파는 잘 이겨내고 있어요?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특히 지난 3월 발매한 첫 번째 정규 앨범에 제작비를 많이 썼거든요. 어느 정도 ‘때깔’이 좋아야 제 첫 앨범을 기다려준 팬들의 가슴이 더 뜨거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 여러모로 신경 써서 앨범을 만들었는데, 수익이 줄었으니까요. 행사가 줄어 어려웠지만 잘 견뎠어요. 현재 그루블린은 칠린호미, 시도, 콜드베이 그리고 저 4명의 아티스트가 함께해요. 계속 지켜보고 있는 뮤지션이 많은데, 새 가족을 책임질 수 있을 만한 여건이 되면 함께하고 싶어요. 기회가 되면 잔나비 최정훈 씨와도 협업해보고 싶고요.


코로나19 때문에 올해 3월로 예정됐던 월드 투어도 연기했죠. 앞으로는 어떤 활동을 보여줄 예정이에요?
저는 무대에 서는 게 좋아요. 무대 위에서 팬들의 떼창을 듣고 싶고 춤추고 싶은데, 요즘엔 공연을 못 하고 있어 힘들어요. 7월 말에 단독 콘서트와 〈워터밤 페스티벌〉로 팬들을 만날 것 같아요. 새 앨범도 준비 중이에요. 하반기에는 무조건 발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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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eature Editor HA YE JENE
  • Photographer KIM HYUK
  • Stylist 류시혁
  • Hair 수연/알루
  • Makeup 경희/알루
  • Assistant 김지현
  • Digital Design 조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