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는 쓸 수 있잖아? 소소한 사치템 10 | 코스모폴리탄 코리아 (COSMOPOLITAN KOREA)

‘나만 좋으면 됐지’라는 관점에서 ‘시발 비용’과 작은 사치는 한 끗 차이다. 그러니까 이것만큼은 기꺼이 투자해도 된다.



① 프란체스코 베촐리의 포스터 작품 by 와일드덕(28만원)
미래에 품격 있는 취향이 담긴 내 공간을 꿈꾸지만, 철부지 망상일 게 뻔하다. 게으르고 가난한 나는 늘 실용성과 가격에 취향을 양보하게 될 테니까. 그렇지만 얼핏 지저분해 보이는 집구석에도 이런 포스터 하나 붙여둔다면 내 공간이 그리 납작하게만 보이지는 않겠지. 음… 거추장스러운 액자는 빼버릴까? 스카치테이프로 무심히 붙여뒀다가 이사할 땐 둘둘 말아 가져갈 생각이다. 사치는 소소한 척 부려야 멋이니까. -피처 에디터 김예린


② 미이노코토부키 준마이긴죠 +14 오카라구치 사케(720ml 약 8만원)
홀로 떠난 후쿠오카 여행에서 〈슬램덩크〉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이자카야 셰프에게 공짜 술을 얻어 먹었다. 바로 정대만(미쓰이 히사시) 사케다. 〈슬램덩크〉 작가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이 니혼슈를 좋아해서 술의 이름을 따 캐릭터 이름을 지었다는 일화가 정설처럼 전해지며, 사케 단맛을 가늠하는 수치인 일본주도와 알코올 도수 역시 정대만의 백넘버와 동일한 +14도다. 칼칼한 끝맛이 일품인 그야말로 ‘불꽃남자’ 같은 매력에 반해 늘 집에 구비해두고 있다. 한눈에 봐도 북산고교의 유니폼을 본뜬 라벨을 보면 어찌 이리 외치지 않을 수 있나. "선생님,농구가 하고 싶어요! 아니,술이 마시고 싶어요!" -피처 에디터 하예진


③ 자크뮈스 2020 S/S 컬렉션 셔츠 by 매치스패션(50만원대)
청량한 지중해 해변과 수영복 차림새로 활보하는 구릿빛 자태를 떠올리게 하는 자크뮈스. 지난 2020 S/S 컬렉션은 내 마음을 한바탕 뒤흔들어놨다. 그중에서도 오버사이즈의 프린팅 셔츠는 무자비하게 지갑을 저격한다. 여름휴가 때 수영복 위에 걸치면 딱일 것 같고, 큰 사이즈의 맨즈 셔츠 밑단을 묶어 연출해도 좋을 것 같고…. 아, 단추는 세 개쯤 풀고 소매는 무심하게 걷어 올려야 한다. 벌써부터 이 옷을 입고 해변을 거니는 내 모습이 그려진다. 걸어놓기만 해도 기분 좋아질 것 같은 그런 옷이다. -디지털 에디터 최예지


보석 같은 화장품에는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보석 같은 화장품에는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④ 프레쉬 블랙티 인스턴트 퍼펙팅 마스크(12만5천원)
뷰티 에디터로 살면서 자주 듣는 말은 “화장품 살 일 없어 좋겠다”라는 멘트. 그러나 수많은 화장품 가운데 내 마음에 쏙 드는 원픽을 찾는 건 괜찮은 남친을 만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사무실에 빼곡히 쌓인 신상 화장품을 뒤로하고 일주일에 두세 번은 꼭 올리브영에 들른다. 마감이 끝날 때마다 한층 늙은 내 피부를 위해 고가의 안티에이징 제품을 마련하는 것 역시 일상 다반사가 된 지 오래. 아는 만큼 보인다고,뷰티 에디터 짬에서 나오는 화장품 쇼핑이 그렇다. -뷰티 디렉터 하윤진


⑤ 아티스트 노보와 정준영의 협업 작품(각 30만원대)
집 꾸미기에는 별 관심이 없지만 그릇만은 예외다. 요리도 거의 하지 않으면서 예쁜 그릇은 하나둘 사서 모으는 취미가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그릇을 사용하는 일이 많아졌다. 하루 삼시 세끼를 야무지게 챙겨 먹다 보니 음식을 플레이팅하는 재미를 알아버린 것이다. 아티스트 노보의 작업실에서 발견한 식기(보다는 오브제에 가깝지만) 세트는 쇼핑 욕구를 요동치게 만들었다. 노보 작가의 세심한 터치가 담긴 접시와 함께 집콕을 하면 삶이 좀 더 아티스틱해지지 않을까? -패션 디렉터 김지후


⑥ 시몬스 뷰티레스트 1870(800만원대)
독립 초반에는 가성비만 따지며 싸구려 살림을 공간에 채워 넣기 급급했는데, 집의 구색이 얼추 맞춰진 지금은 값이 나가더라도 요긴하게 쓸 수 있는 것을 찾게 된다. 요즘 나의 위시 리스트는 매트리스다. 결혼한 사람들이 아낌없이 돈을 쓰는 물건이기도 한 매트리스를 난 셀프 혼수로 갖고 싶다. 혼자 자는 것도 서러운데, 아침마다 싸구려 매트리스 때문에 “아구구!” 하면서 일어나는 건 너무 애처롭지 않겠나? 혼자서도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으로 내 싱글 라이프에도 잘 들어맞는 매트리스,그래 이번엔 너다!-피처 디렉터 전소영


⑦ 클래식 음반 & 오페라 시즌 북(음반, 서적 2만원대, 공연 최고 40만원대)
출장이나 여행을 가면 그 도시에서 열리는 오페라와 클래식 공연을 반드시 챙겨 본다. 첫 출장지였던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서도 시간이 나는 날마다 공연을 봤다. 클래식 덕후의 성지와도 같은 극장에서 공연을 본 그 감동을 절대 잊을 수 없다. 공연장에서 판매하는 시즌 프로그램 북과 음반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원하는대로 산다. 오페라와 클래식 음악에 관한 그 무언가를 구입할 때엔 자세부터 달라진다. 가슴팍에 고이 품고, 자세를 바로 고친 후 경건한 마음으로 계산대로 향한다.-패션 에디터 이병호


카드 한도를 상향해야 하는 사소한 문제가 있었지만....

카드 한도를 상향해야 하는 사소한 문제가 있었지만....

⑧ 맥북 프로 16인치(4백70만원)
대세는 유튜브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때마침 잘 쓰던 맥북 에어는 덜덜거리는 것 같고(기분 탓이었다), 연말정산으로 들어올 공돈(?)이 눈앞에 있고, 신상 맥북 프로 16인치가 앱등이를 유혹했다. 모든 아귀가 들어맞았다. ‘기왕에 살 거 조금 더’ 하다 보니 애플케어 플러스 포함 4백70만원짜리 노트북이 내 손안에 있었다. 그러나 이내 깨달았지. 나는 ‘헤르미온느’가 아니라는 사실을…. 내 체력과 시간은 한정돼 있고 유튜버 투잡은 절대 하지 않을, 아니 못 할 일이었다는 걸. 하지만 후회는 없다. 식탁위에 놓인 맥북은 아름다우니까.-디지털 에디터 송명경


나의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은 너무 소중하니까.

나의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은 너무 소중하니까.

⑨ 다이슨 슈퍼소닉(46만9천원)
사치가 아닌 합리적 소비라고 자기 최면을 걸지만 헤어드라이어치고 고가인 건 사실이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풍성한 머리숱과 아주 굵고 질긴 모질 덕에 밤마다 머리를 말리는 일이 여간 수고스러운 게 아니었는데, 파워풀한 건조력을 자랑하는 슈퍼소닉이 나타났다. 게다가 열 제어 시스템으로 바람 온도를 조절해 두피와 모발 손상까지 막아준다는데 혹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비록 한도까지 꽉 찬 카드값의 압박을 받긴 했지만 후회는 없다.-뷰티 에디터 송가혜


⑩ 슬로우다운스튜디오 블랭킷(28만원)
8년을 좁은 원룸에서 살다가 꿈에 그리던 투 룸으로 이사를 한 지 한 달째. 웬만한 가구는 다 갖춰졌지만 어딘가 2% 부족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거실의 널찍한 흰 벽 때문이다. 그곳에 호랑이가 그려진 블랭킷을 걸어두면 완벽할 텐데! 튀지 않는 버건디 색감에 개성 넘치는 맹수 일러스트라니. 한층 이국적인 분위기가 될 뿐만 아니라 호랑이의 용맹함이 나의 새 보금자리를 보호해줄 것만 같다. 이 정도 가격, 내 집을 위해 쓸 수 있잖아? - 디지털 에디터 정예진
‘나만 좋으면 됐지’라는 관점에서 ‘시발 비용’과 작은 사치는 한 끗 차이다. 그러니까 이것만큼은 기꺼이 투자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