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페티시, 나만 갖고 있니? | 코스모폴리탄 코리아 (COSMOPOLITAN KOREA)

누군가는 턱선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발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건 목소리다.


아아, 깊게 울려 퍼지는 동굴 저음에 말투가 부드럽고 담백한 사람을 찾습니다.

아아, 깊게 울려 퍼지는 동굴 저음에 말투가 부드럽고 담백한 사람을 찾습니다.

우선 확실하게 짚고 가자면 내가 이성을 볼 때 100%, 아니 1000% 가차 없이 보는 한 가지가 바로 그의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다. 그냥 ‘목소리가 좋으면 땡큐’ 정도가 아니라 목소리에 따라 그 사람의 이미지와 그로 인한 나의 태도까지 180도 바뀐다. 만약 아주 관능적인 목소리를 지닌 사람을 만난다면, 그가 가진 옷이 고작 티셔츠 두 장뿐이고 심지어 그중 하나는 닳고 닳아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있다고 해도 상관없을 것이다. 하지만 첫 만남에 모기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헤헤”라고 인사하는 남자라면, 그가 설령 마이클 B. 조던과 같은 미남이라고 해도 관심 밖이다. 나는 없는 반려견을 만들어서라도 집에 가봐야 할 거 같다며 20분 만에 그 자리를 떠날 거다. 진심이다. 쉽게 말해 남들이 외모, 성격, 능력 등을 따질 때, 내게 가장 중요한 건 상대방의 목소리라는 것이다.

확실히 자신의 목소리 톤을 완전히 바꾸거나 타고난 언어 및 발음 문제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나도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ㄹ’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내가 느끼기에) 덜 유혹적이라고 해서 남자들의 목소리를 함부로 비판하거나 지적하지는 않는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말할 뿐이다. 참고로 나는 확신이 담긴 화법과 더불어 낮고 거칠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를 좋아한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이다. 누군가는 티모시 살라메처럼 소년미 넘치는 목소리를 좋아할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는 아나운서들의 침착한 말투와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리는 듯한 단단한 목소리에 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경우, 허스키하면서도 위엄 있는 중저음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내 마음속에선 ‘날 가져!’라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 용솟음친다. 심지어 우리가 데이트하는 상황을 전부 내레이션으로 읊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다.

PS. 이 기회에 세상 모든 똑똑한 사람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고자 한다. 제발 데이팅 앱에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OOO입니다”라는 음성 인사말을 남기는 기능도 추가해주길 바란다. 제발!

한 예로 나는 가끔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소설 원작인 영화〈라스트 송〉을 볼 때면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리암의 그 섹시한 억양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그리고 낯선 사람이 깊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로 자신 있게 “이 자리 비었나요?”라고 나에게 물어오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저릿저릿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렇다. 나에겐 그 어떤 전희보다 더 흥분되고 자극되는 것이 바로 목소리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항상 데이팅 앱으로 알게 된 사람과 실제로 만나기 전에 전화 통화부터 한다. 만약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의 그곳이 ‘맘마미아!’를 외칠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나는 아마 그를 만나러 가는 내내 흥분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피커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땐, “전 남친이랑 다시 잘해보기로 했어요. 정말 미안해요”라며 그와의 만남을 거절할 것이다. 목소리를 듣고 설레지 않는다면 그 데이트의 결말은 불 보듯 뻔할 테니 말이다.

심지어 만남을 미루며 상대방과 무려 네 번이나 전화 통화만 나눈 적도 있다. 당시 그는 오지랖 넓은 자신의 룸메이트에게 우리 대화를 들키지 않으려고 늘 속삭임에 가까운 목소리로 통화했는데, 그 목소리가 너무나 거칠고 섹시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괜히 그의 실제 목소리를 들었다가 내 청각적 환상이 무너지는 사태를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를 실제로 만나야 했고, 아니나 다를까 코앞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내 환상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내가 특이하다는 건 잘 안다. 하지만 나를 깊이 없는 사람이라고 손가락질하기 전, 당신이 이성을 볼 때 유독 집착하는 게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길 권한다. 키가 180cm 이하인 남자와는 절대 사귀지 않는가? 혹은 손톱을 물어뜯는 사람을 보면 이제 막 설레기 시작한 마음도 짜게 식지 않는가? 아니면 맨발로 구두를 신는 건 비호감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사람마다 각자가 고집하는 취향이 다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턱선을 좋아하고, 누군가는 발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건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