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희의 비상 | 코스모폴리탄 코리아 (COSMOPOLITAN KOREA)

날개를 단 천우희는 보란 듯이 아주 가볍게 날아올랐다. 영화와 드라마를 바삐 오갔던 그녀에겐 종횡무진이라는 말이 딱이다.

드레스 가격미정 랄프 로렌. 스니커즈 10만9천원 아디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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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화보에서 못 봤던 천우희 씨의 얼굴을 보고 싶기도 했고, 새해를 기대하는 마음을 트램펄린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무척 잘 뛰던데요?
촬영할 때 무술 팀에서 항상 꼭 액션을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해요. 민첩하지는 않아도 자세가 좋대요. 운동신경이 없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오랜만에 ‘방방’을 뛰니까 웃음이 새어 나오더라고요. 20대 중반 때 친구들이랑 부산에 놀러 갔다가 작은 놀이공원에 있던 ‘방방’에서 신나게 논 적이 있어요. 친구가 텀블링을 하길래 따라 하다가 제 무릎에 눈이 찍혀 멍까지 들었죠. 하하.

드라마 <멜로가 체질> 덕분에 연애 관련 질문을 많이 받죠?

마음이 맞는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니, 시작하면 그 관계에 책임감을 갖고 오랫동안 만나려 노력해요. 맞지 않는 부분도 최대한 인내하며 맞춰가려 하고요. 아니다 싶으면 바로 돌아서죠. 헤어지고 나서도 질척거리지 않아요. 힘들어도 혼자 앓는 편이 나아요.

드라마 시청률이 저조해 서운하지 않았어요?

우리끼리 ‘섹시한 1%’라고는 하지만 당황스럽긴 했어요. 내부적으로 반응도 좋았고, 기대가 컸거든요. 하지만 시청률과 상관없이 제 만족도가 큰 작품이라 아쉽지는 않았어요. 함께 작업한 사람들도 너무 좋았고, 이야기나 소재, 캐릭터 모두 제가 해보고 싶었던 거라 되게 고마운 작품이에요.

평범한 상황에서도 뻔하지 않은 대사를 해서 배우들이 연기할 맛도 났을 것 같아요.

감독님이 클리셰를 굉장히 싫어하세요. 뻔한 상황을 교묘하게 잘 피해 가는 센스가 남다르시죠. 상투적인 상황을 예상하고 있다가 갑자기 그걸 통쾌하게 바꾸잖아요. 현실적이면서도 판타지적이라 느껴졌어요. 실생활에서는 할 수 없는 말을 사이다처럼 내뱉으며 ‘나도 저런 말을 하고 싶었어’라고 대리 만족을 느끼니깐요.

그중에서도 기억나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어요?

너무 많은 대사를 한 데다 내레이션 녹음 작업까지 해서 특정한 장면을 꼽기가 어려워요.

저는 ‘승효’(이학주)가 ‘한주’(한지은)에게 이혼을 통보하면서 “네 행복을 왜 나한테 물어?”라고 말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아까 천우희 씨가 말한 연인 사이의 책임감과도 연관이 있는 장면인 것 같아요.

연인 사이라고 해서 상대의 행복까지 책임질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노력은 필요하죠. 꼭 연애가 아니어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건 행복하고 즐겁기 위한 거잖아요. 행복을 각자 알아서 찾는 거라면 누구와도 교류를 하지 말아야 하죠. 모든 걸 해줄 순 없어도 어느 정도 서로에게 책임은 느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묻는 노래가 갑자기 생각나요.

본질적으로 사람을 사랑하고 끌리는 마음은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니겠지만, 사랑을 얻기 위해서든, 유지하기 위해서든 어느 정도 서로의 노력은 필요하다고 봐요. 그런데 사랑하면 자연스럽게 노력하게 되지 않나요? 요구하지 않아도 시간을 쪼개서 더 보고 싶고, 상대에게 맞추고 싶잖아요.

<멜로가 체질>은 ‘여성 서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얘기했었죠?

여성 중심의 작품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꽤 오랫동안 했어요. 5년 전에 출연했던 영화 <카트>가 개봉할 때, 그런 움직임이 좀 있었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활발해진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꼭 여성이라는 특정한 성을 이야기한다기보단, 영화 <버티고>도 그렇고 누구에게나 적용하고 대입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버티고>를 통해 보편적이고 평범한 이야기를 다각도로 들여다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투피스 가격미정 지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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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영화 <버티고>가 개봉해요. 기분이 어때요?
특이하게도 촬영하고 개봉까지 2년이 걸린 작품이 많았어요. <한공주> <곡성> <우상>이 다 그랬죠. 개봉할 때가 되면 ‘이젠 나만의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우울해질 때도 있어요. 다른 사람들과 캐릭터를 공유한다는 점이 설레기도 하지만 왠지 모르게 센티멘털해지는 기분이에요.

같은 30대 여성이지만 <멜로가 체질>의 ‘진주’, <버티고>의 ‘서영’은 전혀 다른 결을 가지고 있어요.

배우로서 저도 흥미로웠던 지점이었어요. 출발점은 비슷해요. 갓 서른을 넘겼고, 미생이고, 많은 것을 갖추고 있지 않았는데 20대를 지나면서 성숙해지고 자리 잡기 위해 꿈을 꾸며 도약하길 원하죠. 하지만 둘은 삶의 방식이 완전히 달라요. 처해진 상황에 따라 다른 방식을 취하는 건 그 사람의 성향이겠지만 주변 환경의 영향도 커요. ‘진주’는 유쾌하고 따뜻한 부모님과 친구들이 곁에 있지만 ‘서영’은 가족도 연인도 모두 불안해요. 두 사람은 각자 그 안에서 선택을 하죠. 강인하고 주체적인 여성의 이야기를 많이 하고는 있지만, 사실 제 목소리를 쉽게 낼 수 없는 사람도 존재하잖아요. 그런 사람을 다그치지 말고, 포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제 성격은 두 인물 중 ‘진주’와 더 가까울 것 같아요.

불편한 건 참지만, 부당하다고 느끼는 건 얘기하는 편이에요.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싶지 않아서, 상황이나 관계를 생각해서 한 템포 쉬고 얘기할 때도 있죠. 최대한 현명하게 대처하려고 노력해요.

<버티고>라는 제목은 ‘버틴다’는 의미와 현기증을 뜻하는 영어 ‘vertigo’를 모두 내포하고 있죠. 요즘 많은 사람이 ‘버티는 삶’에 대해 얘기해요. 천우희 씨가 흔들리지 않고 15년 동안 연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을 할수록 자신감이 떨어지거나 좌절감과 자괴감이 들 때가 있어요. 만약 힘든 상황을 마냥 꿋꿋하게 이겨내겠다고 버텼다면 진작에 부러졌겠죠. 그런데 저는 그렇게까지 간절하게 연기만 보며 달려오진 않았어요. 그래서 ‘어느새 연기한 지 15년이 됐네?’라며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느 순간에 좌절하고 푹 가라앉은 채로 있다가 마음을 다잡고 다시 한번 일어나 꿋꿋하게 가보는 거죠. 이런 과정의 연속이에요. 그런 상황에서 역행하지 않고 몸을 내맡기다 보면 어느 순간 버티고, 견디게 되는 것 같아요.

연기 말고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 있어요?
애초부터 반드시 연기를 해야만 한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연기가 재미있고, 흥미로웠고, 하다 보니 점점 호기심이 커졌죠. 그러다 이 일을 사랑하게 됐고, 욕심이 생긴 거예요.

그야말로 ‘연기가 체질’인 건가요?

<멜로가 체질> 때문에 “연기가 좋아요”라는 말만 해도 인터뷰 제목이 다 그렇게 붙더라고요. “연애 적지 않게 한 것 같아요” 이러면 ‘연애가 체질’이라 나오고. 네, 저는 모든 게 다 체질입니다. 하하. 뭘 하든 잘했을 것 같아요. 성격상 시작하면 끝까지 해야 해서 흥미가 없는 일이더라도 직업으로 하게 되면 열심히 했을 거예요. 대충 하는 걸 싫어해요.

한 가지 일을 10년 넘게 해도 어느 순간 ‘이 일은 나랑 안 맞는 것 같아’란 생각이 들기도 해요. 천우희 씨도 그런 때가 있어요?

살면서 계속 그러지 않을까요? 연기가 적성에 맞지만, 나는 연예인 할 성격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은 해요. 누군가는 대중의 관심을 받고,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는 것도 태연하게 넘길 수 있지만 저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요. 연기 외에 어려운 게 많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나는 이 일이 안 맞는 것 같아’란 순간이 있을 거예요. 그럴 때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했으면 좋겠어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한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지 잘 알고 있으니깐요.

배우들은 배역을 옷에 비유하곤 하는데, 천우희라는 배우는 옷발이 잘 받는 사람이에요. 연기하면서 ‘잘 안 맞는 옷을 입었다’라고 느낀 적 있어요?

아마 모든 배우가 있을걸요? 제발 사람들이 그걸 눈치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불안해하죠. 몰입하지 못했던 순간은 배우 자신이 가장 잘 알잖아요. 배우들이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복잡한 게 충분히 납득되면 연기를 잘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힘들어요.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거나 기대했던 것을 비껴가면 자괴감이 들 때가 많아요. 그런 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더 열심히 하는 거죠.

미니드레스 가격미정 지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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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누구와 의논하는 편이에요?
엄마요.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에요. 예술적인 기질은 아빠, 성향이나 성격은 엄마를 닮았어요. 엄마의 강인함과 현명함을 닮으려고 해요.

드라마에서 술 마시는 장면이 많이 나왔어요. 여배우 3대 주당으로 꼽히던데, 그와 연관 있나요?

이건 정말 해명하고 싶어요. 술자리에서 (전)여빈이가 “여배우 3대 주당이 전도연 선배님, 문소리 선배님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이 천우희라는 말이 있다!”라고 하더라고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술을 안 좋아하지만 약하진 않아요. 영화 시사회 뒤풀이 자리도 빠지지 않는 편이고요. 그래서 주당이라고 소문난 것 같아요.

술은 안 좋아하지만 취하지 않을 정도로 주량이 세다?

술을 마시면 잠을 못 자요. 어차피 그 상태로 집에 가도 자지 못할 테니 그럴 바엔 술자리에서 밤을 새우는 편이에요. 그러니까 소문을 정정하자면 저는 주당이 아닙니다. 술을 안 마시고도 술 마신 것처럼 잘 놀 수 있기 때문에 술이 필요하지 않아요. 취중진담이라는 말도 믿지 않아요. 진짜 가까워지려면 맨 정신에 만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좋은 사람이자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어요. 좋은 배우가 반드시 좋은 사람은 아니죠.

도대체 좋은 배우는 뭘까란 고민을 한 적이 있어요. 주변 사람을 잘 챙기고,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주는데 연기력이 조금 부족한 배우가 좋은 배우일지, 도덕적인 면에서 부족하고 행실은 바르지 않지만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가 좋은 배우일지. 되게 어렵더라고요. 저는 위선적인 걸 되게 싫어해요. 성인군자처럼 모든 행실이 바르지 않고, 실수도 하지만 최대한 남한테 상처 주지 않고 정도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살려고 하죠. 그걸 유지하면서 좋은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 좋은 사람이자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올 한 해 영화, 드라마는 물론 유튜브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했죠.
2019년은 뿌려 놓은 씨를 한꺼번에 추수하는 한 해였어요. 그래서 아쉬운 점도 있어요. 천천히 하나씩 꺼내놓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게 한 번에 다 펼쳐진 거니깐요. 작년 한 해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어요. 별명이 개구리인데, 한 해 동안 웅크리고 있다가 올해는 트램펄린을 타듯 폴짝 뛴 것 같아요. 그동안 평지에 있었다면 한 단계 올라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내년에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예전 인터뷰에서 쉴 때는 신생아처럼 가만히 누워만 있는다고 했어요.

지금은 바뀌었어요. 운동이라도 한 번 더 하고, 영화라도 한 편 더 보려 하죠. 돌이켜보면 20대 때는 아무것도 안 하며 보내는 시간이 아깝지 않았어요. 지금은 시간이 지날수록 연기도 더 많이 하고 싶고, 시간을 쪼개서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어요. 주변의 선배님들이 점점 더 왜 그렇게 열심히 사시는지 알겠더라고요.

곧바로 영화 <앵커> 촬영에 들어간다고요.

미스터리 심리극이에요. 이혜영·신하균 선배님과 함께 호흡하는데 제가 아나운서 역할을 맡았어요. 평소에 꼭 뵙고 싶었던 분들인데, 어떨지 너무 기대돼요. 그동안 미생 역을 많이 했다면, 이번에는 완생이 된, 각 잡힌 전문직 여성으로 나올 거라 그것 역시 기대돼요.

2019년을 보낸 천우희에게 한마디한다면요?

고생했다, 수고했다, 잘했다! 하하.
날개를 단 천우희는 보란 듯이 아주 가볍게 날아올랐다. 영화와 드라마를 바삐 오갔던 그녀에겐 종횡무진이라는 말이 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