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터키 유산 답사기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동쪽에서 시작해 서쪽에서 끝나는 터키 여행. 남동부 샨르우르파와 아드야만에서 인류 문명의 기원을 만나고, 유럽과 아시아의 길목인 이스탄불에서 역사 속 거대 제국의 터를 거닌다. | 답사기,터키,세계 문화유산,세계 인류학계,터키 여행

「 신성한 도시, 샨르우르파  」 아브라함 탄생지 근처의 호수, 아인젤리하. 터키를 온전히 즐기려면 시간을 잠시 잊어야 한다.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원지,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이 흐르는 아나톨리아 지역이 터키가 자리한 터다. 마치 그림지도 같은 능선과 계곡을 가로지르면 터키의 남동부에 자리한 도시, 샨르우르파에 닿는다. 시내에 들어서면서부터 한국과는 템포가 사뭇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 개들은 길거리에서 꾸벅꾸벅 졸고, 주유소에서는 차량이 들어오든 말든 직원이 우적우적 케밥으로 늦은 점심 식사를 이어간다. 샨르우르파의 여름은 뜨겁지만 그늘은 서늘하며, 햇빛은 따사롭고 땅은 비옥하다. 구약성경에 노아의 방주와 홍수 사건 이후 비둘기가 올리브 나뭇가지를 가져왔다고 기록된 지역도 근처의 산이라 알려졌다. ‘샨르’라는 말은 ‘영광스러운’이라는 뜻으로 제1차세계대전 이후 붙은 수식어이며 원래 이름은 ‘우르파’다. 이름에 대해 여러 유래가 있지만 아시리아 말로는 ‘물이 많은 도시’란 뜻이다. 우르파의 고대 이름은 ‘에데사(Edessa)’, 즉 ‘예언자들의 도시’란 뜻이다. 시내에는 예언자 아브라함이 태어난 동굴과 그 터에 세워진 옛 대학 건물, 그리고 ‘발륵르괼(Balklgo..l)’이라는 연못이 있다. 연못의 물고기는 성스러운 것으로 여겨진다. 옛 신화에서 독재자였던 넴루트 왕이 아브라함을 화형하려 하자 불이 물로, 장작이 물고기로 변했다는 전설 때문이다. 사람들은 공중화장실에 마련된 공간에서 발을 씻고 사원으로 들어가고, 물길은 공원을 따라 흘러 노천카페 금룩한(Gu..mru..k Han)으로 이어진다.   「 까마득한 시절의 신전, 괴베클리 테페  」 괴베클리 테페를 모두 발굴하려면 최소 60년이 걸린다. 샨르우르파의 외곽을 따라 달릴 때, 운이 좋으면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피스타치오 나무들과 목화밭을 볼 수 있다. 샨르우르파의 북동쪽에는 현재 발굴된 인류의 신전 중 가장 오래됐다고 알려진 ‘괴베클리 테페(Go..bekli Tepe)’가 있다. ‘배불뚝이 산’이라는 뜻으로, 일대의 광활한 구릉 지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신전이다. 제대로 발굴이 이뤄지기 시작한 건 1994년,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이 2018년, 연대기 추정 결과 이곳이 세워진 건 약 1만2천 년 전이다. 5m가 넘는 T자 모양 석상들이 둥글게 세워진 구조는 얼핏 스톤헨지를 떠올리게도 하지만, 그보다 약 7천여 년 앞선 유적이다. 1만2천여 년의 아득한 세월이 무색하도록 석상에 새겨진 그림과 부조는 선명하다. 찬찬히 조각을 살펴보고 있으면 저 멀리 초원과 구릉으로부터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어 제사를 지내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오리부터 여우까지 양각으로 새겨진 다양한 동물은 근방에 거주하던 각 부족을 대표하거나 이들이 숭배하던 동물로 여겨지며, 어떤 석상에는 대머리 독수리 한 쌍과 목이 잘린 인간 남성의 모습이 표현돼 있다. 실제로 신전에서는 각종 동물과 사람의 뼈가 발견돼 제물 희생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괴베클리 테페의 발굴은 전 세계 인류학계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지금까지는 인류가 정착 생활을 하고 문명이 생긴 후에야 대규모의 건축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정설이었지만, 괴베클리 테페의 연대기는 인류가 정착 생활을 하기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가 인류의 역사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은 진실에 비해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일까? 이곳을 한층 미스터리하게 만드는 건, 신전 터를 인위적으로 덮은 흔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누군가 어느 시점에서는 이 신전의 존재를 부정하려 했다는 얘기다. 전체 20개로 추정되는 신전 터 중 6개의 크고 작은 터가 발굴됐으며, 이는 전체의 약 20%에 불과하다.   「 져버린 제국 위로 솟아오르는 태양, 넴루트산 」 넴루트 동쪽 테라스. 콤마게네 왕국은 천문학을 고도로 발달시켰다. 샨르우르파와 인접한 도시 아드야만에도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유적이 있다. 기원전 60년경 헬레니즘 속에서 꽃피웠던 콤마게네 왕국의 황제 안티오코스 1세의 무덤이다. 넴루트(Nemrut)산 정상, 해발 2206m에 자리한 이 무덤은 한 사람의 무덤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거대하게 솟아 있으며, 그 주위로 높이 2m가 넘는 기묘한 석상 머리들이 몸과 분리된 채 고요히 세월을 맞고 있다. 각각 안티오코스 황제, 행운을 관장하는 티케 여신, 제우스, 그리고 아폴론인데 그리스와 페르시아, 아나톨리아의 양식이 혼재한다. 석상이 있는 테라스는 동쪽과 서쪽에 각각 하나씩 있는데 약속이나 한 듯 동쪽 테라스는 일출, 서쪽 테라스는 일몰을 향하고 있다. 문화유적이지만 넴루트산에는 20TL의 입장료 말고는 별다른 접근 제한이나 높은 펜스가 있지도 않다. 다만 행여나 한시라도 일출을 놓칠까, 한밤중에 찢어질 듯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300m나 이어지는 계단을 쫓기듯 오르다 보면 ‘예쁘지 않기만 해봐라’ 하는 심술이 절로 생긴다. 그럼에도 멀리 아타튀르크(Atatu..rk) 댐 위로 솟아오르는 붉고 선명한 태양과 희부옇게 밝아오는 대기 사이로 윤곽을 드러내는 석상의 모습은 기대를 훨씬 넘어선다. 별다른 안전 장치나 장비 없이 또다시 가파른 산등성이를 내려가야 한다는 건 아찔하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아드야만의 자연경관은 한층 더 아찔하다.   「 Must Do 」 할페티(Halfeti) 보트 투어 100TL면 보트를 빌려 20여 년 전 유프라테스강 댐 건설로 수몰된 세 마을, 룸크알레(Rumkale), 사바산(Savas¸an), 이스키 할페티(Eski Halfeti)를 둘러볼 수 있다.   스파이스 바자르(Spice Bazaar)에서 쇼핑 하울 그랜드 바자르보다 규모는 작지만 그만큼 가격이 저렴한 편. 로쿰이나 각종 향신료, 동물 뼈로 만든 수공예품, 염소 수염으로 만든 스카프까지 있다.   터키 음식 도장 깨기 쫀득하고 달콤한 터키식 아이스크림 돈두르마, 유지방으로 만드는 카이막(꼭 꿀과 함께!), 청양고추보다 훨씬 맵지만 시원해서 중독적인 터키 고추 이소트(isot)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