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변심에 예의있게 대처하는 법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연인에 대한 마음이 예전 같지 않을 때, 우리는 어떤 예의와 배려를 갖춰야 할까?

변심의 변명
변심은 나쁠까? 지난 몇 주간 폭로와 설전, 디지털 포렌식까지 동원해 생중계된 어느 연예인 부부의 이별 과정과 그 아래 달린 댓글을 보며 떠오른 의문이다. 공개된 대화 이면에 숨은 맥락은 차치하더라도 상대의 인격을 짓밟는 잔혹한 언어를 보며 많은 이가 이별의 태도에 대한 생각을 자신의 SNS 피드나 친구들과의 대화방에 올리고 있다. 좋게 헤어질 순 없는 걸까?
즉각적으로 회의감이 들게 하는 이 부질없는 질문에 대한 답을 책에서 찾다가 스스로에게 먼저 물었다. 나는, 좋게 헤어진 적이 있었나? 모두가 입을 모아 “바람직한 이별”이라고 말하는, ‘만나서 얼굴을 보고, 감정을 정직하게 전달하며, 서로의 행복한 미래를 빌어주는’ 모범 답안을 따른 적이 있던가?
솔직히 말하면 그런 이별은 없었다. 나만 이렇게 찌질하고 몹쓸 사람인가 싶어 주변을 캤다. “난 항상 차였어”라는 슬픈 고백을 빼면, 모두가 자신의 ‘변심’ 경험을 떠올리며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이별이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 않은) 이들이 던진 ‘로직’은 이렇다. 자신의 감정이 확실한지 살핀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상대에게 소홀해진다. 헤어지자고 말한다. 통보당한 이가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다음부터가 진짜 이별의 절차라고, 전혜민(가명, 33세) 씨는 말한다.
“상대에 대한 마음이 식어 헤어지자고 했을 때, 대부분은 ‘거부’했어요. 그러곤 애원을 하거나, 설득을 하거나, 화를 냈죠. 처음엔 이해시키려 애쓰며 어르고 달랬지만 그 감정을 전부 다 받아줄 순 없잖아요.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옳은 방법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하게 되는 행동이 있죠. 돌변해 냉정하게 굴거나, 잠수를 타거나, 상대가 나를 싫어하도록 정떨어지는 행동을 하는 거요.”
실제로 싱글 남녀의 절반 이상이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할 때 ‘회피’에 가까운 방법을 선택한다. 결혼 정보 업체 듀오가 지난 4월 ‘나의 이별 공식’을 주제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화, 문자, 카톡으로 이별을 통보한다고 말한 응답자가 43%, 타인을 통해 통보한다는 답변은 약 10%, 상대가 이별을 통보하도록 유도한다는 답변도 10%에 달했다. ‘직접 만나서 말하지 않는’ 사람이 63%에 달한다는 뜻이다. 이 회피 유형의 응답자들은 반면 가장 받기 싫은 최악의 이별 통보로 잠수(43%)를 선택했다. 또 22%의 응답자는 전화나 문자 이별 통보가 가장 싫다고 말했다.
이 ‘내로남불’의 심보에서 우리 역시 자유롭진 않을 것이다. “어차피 좋은 이별은 없다”라는 문장 뒤에 숨어 우리는 한때 사랑을, 혹은 좋은 감정을 품었던 이에게 얼마나 많은 무례를 범했을까? ‘작별(farewell)’이라는 아름다운 마침표까진 아니더라도, 배려와 예의까지 저버리며 그렇게 해선 안 되는 것 아닐까? 변심한 당신과 연인이 조금 덜 상처받는 이별의 방법은 분명히 있다.

변심한 이가 가져야 할 이별의 태도
이별 그 자체보다 이별 방식, 특히 먼저 마음이 떠난 이의 태도가 더 큰 상처를 줄 때도 있다. ‘좋은’과 ‘이별’이라는 단어의 조합은 어불성설이라도 잘 헤어지는 방법은 있다는 뜻이다. 먼저 자신의 이별 습관을 되돌아보자. 잠수, 문자 통보, 이별 유도 등의 행동을 계속 해오고 있진 않나? 심리 전문가들은 대인 관계 패턴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회피 습성이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 선안남 심리 상담 연구소의 선안남 소장은 저서 <행복은 좋은 이별 후에 온다>에서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고 이를 이야기할 내면의 힘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변한 마음, 그걸 전달하는 방법, 상대의 반응에 정면으로 마주할 엄두가 안 난다면 ‘전략’이 필요하다.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마이클 J. 코디 박사는 ‘이별의 5가지 전략’ 연구에서 ‘긍정적 어조→부정적인 단어→타당한 이유→행동의 단계적 축소→단계적 축소’라는 절차를 따르라고 조언한다. ‘긍정적 어조’는 말 그대로 긍정적인 뜻을 가진 단어를 사용하거나 아쉬움, 미안함과 같은 태도를 드러내는 전략이다. 같은 내용이라도 “너랑 더 이상 못 만나겠다”보다는 “헤어지는 편이 더 낫겠다”라고 표현하는 식. 단, 화려한 수식어나 미화된 표현은 삼갈 것.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레슬리 A. 벡스터 역시 상대방의 감정을 신경 쓰면서 이별이 가져올 긍정적인 결과를 이야기하길 권한다.
1단계에서 끝나지 않을 경우엔 ‘부정적인 단어’를 꺼내야 한다. “너랑 함께 보내는 시간이 즐겁지 않다”라고 말하는 식이다. 좀 더 적극적인 제스처가 필요하다면 불만 사항을 토로하는 ‘타당한 이유’ 전략을 세울 것. “너의 이기적인 태도 때문에 힘들었다”, “네 독선적인 면을 더 이상 받아줄 수 없다”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자. ‘싫은 소리’ 하는 게 힘들다고? 그렇다면 행동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있다. ‘행동의 단계적 축소’는 함께 보내는 시간, 애정 표현 등을 줄여나가면서 상대의 감정을 가라앉히는 전략이다. 최후의 방법은 ‘단계적 축소’, 즉 “한동안 떨어져 있자”라고 말하는 것. 이 서사가 이별을 ‘쉽게’ 만들어준다는 뜻은 아니다. 적어도 당신의 연인이 회피나 조종(상대의 실망감이나 화를 돋워 이별을 유도하는 것)보다는 ‘덜’ 상처받도록 해주는 ‘배려’라는 사실을 명심할 것.

밀레니얼의 디지털 이별
모든 관계·심리·언어 전문가들은 여전히 고전적인 이별 통보 방식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 대화를 나누는 이별 말이다. 그러나 만남의 방식도, 사랑에 대한 의식도 많이 변했다. 10여 년 전 ‘최악의 이별’로 꼽혔던 <섹스 앤 더 시티>의 ‘포스트잇 통보(캐리 브래드쇼의 연인 잭 버거가 “I’m sorry, I can’t. Don’t hate me”라고 쓴 메모를 벽에 붙이고 사라진 사건)’는 차라리 우아한 이별인 시대가 됐다. 심리 상담사 김정연 씨는 밀레니얼 세대가 텍스트로 관계를 맺고 끊는 이유를 ‘감정 소모를 최소화하려는 본능’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렇다고 해서 ‘문자메시지(문자, 메신저 톡을 모두 포함)’가 항상 ‘최악’인 건 아니다. 미국의 관계 전문가 줄리 스피라는 만난 지 얼마 안 된 관계일 땐 상대 역시 문자를 더 편하게 느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당신이 데이팅 앱을 통해 알게 된 남자와 몇 번 만난 후 관계를 지속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디지털 이별’이 오히려 그를 배려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는 뜻. 단, 텍스트로 이별을 고할 땐 단어를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이별 극복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심리 앱 ‘Mend’의 창업자 엘르 후르타는 “글엔 읽는 이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맥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 명확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언어학자이자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미셸 맥스위니는 그 ‘문자’를 받아볼 상대의 충격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지금 그 사람에게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 대신 그에게 처음 끌렸을 때를 떠올리며 이별 메시지를 쓰면 도움이 됩니다.”
그녀가 예시하는 답안은 이렇다. “너도 아마 요즘 나의 변화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우리의 관계를 끝내고 싶다. 네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지만 이 관계를 더 지속하긴 힘들다. 너에 대한 미안함, 혹은 정이나 의리 때문에 내 감정을 외면하는 건 우리 둘 모두에게 좋지 않다. 네가 좋은 사람 만나고 행복하기를 바란다.” 이 예시문의 핵심은 ‘명료하고, 격이 있으며 상황 안에서 최대한 친절하게’에 있다. 너무 심각하다고? 맥스위니는 이별 메시지는 이전의 다른 메시지와 확연히 구분되는 어조가 필요하다고 귀띔한다. 상대에게 당신이 이별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으며 단호한 마음 상태라는 것을 어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 ‘헤어지는 이유’에 대해 길고 깊은 대화를 원한다면 문자는 좋은 수단이 아니다.
상대의 격렬한 감정이나 반응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즉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껴지지 않아 문자 이별을 선택하는 이도 있다. 연인의 감정적인 대응이나 폭력적인 언행이 걱정된다면 상대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 전에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마음이 변한 이가 ‘이별’ 앞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관계의 마무리 역시 시작처럼 두 사람이 함께 결정하는 일이라는 점이다. 회피나 일방적인 요구로 헤어지는 건 결국 두 사람 모두에게 상처를 남긴다. 이별은 한 시점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서사의 한 구간을 지나는 과정이다.
연인에 대한 마음이 예전 같지 않을 때, 우리는 어떤 예의와 배려를 갖춰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