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라이프가 좋은 이유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결혼하지 않은 채로 20~30대를 보낸, 20년 이상 싱글로 살고 있는 지인들에게 물었다. “싱글이 멋진 이유는?” 돌아온 대답은 미지근했다. “글쎄, 싱글이 멋진가?” 당신의 마음속 대답이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면 잠시 페이지 넘기기를 멈추자. ‘혼자 보내는 시기’가 자신의 삶을 얼마나 충만하게 채우는지 코스모가 소상히 상기시켜주겠다. | 사랑,싱글,결혼,비혼,솔로가미

싱글의 삶은 녹록하지 않다. 지난 3개월을 돌아보건대, 외로운 동지들과 나 자신에게 “애썼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연말연시와 SNS 피드를 도배한 커플들의 요란한 애정 행각을, 전 세계가 연인들에게 헌정한 밸런타인데이의 핑크빛 무드를 잘 견뎠으니 말이다. 아! 이내 다가온 명절의 네버엔딩 레퍼토리, “네가 올해 몇 살이니? 만나는 사람은 있니? 결혼은 언제 할 거니?”가 조금 위험하긴 했다. 그렇다고 해서 샴쌍둥이가 된 커플, 내 결혼에 나보다 더 관심이 많은 오지라퍼 출현 구역을 피해 배달 음식과 넷플릭스를 벗 삼아 두문불출할 생각은 없다. 싱글을 위한 심리학서가 쏟아지고, 싱글을 겨냥한 콘텐츠가 날로 진화하고, 무엇보다 싱글의 축복을 함께 누릴 동지들이 충분한 시대에 왜 ‘혼자’인 상태에 불안감과 부채감을 느껴야 하는지? 지금 온 우주가 혼자여도 괜찮다고, 혼자의 삶을 즐기라고 말하는데 말이다.      ‘솔로가미’에 부응하는 우리의 자세 영국의 주얼리 브랜드 프레드 앤드 파에선 싱글 여성이 ‘혹’할 아이템을 소개한다. 바로 ‘셀프 러브 핑키 링’이다. 영롱한 다이아몬드가 박힌 이 반지는 자기 자신과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함께하기로 마음먹은 이를 위한 징표. 동봉된 카드엔 나 자신에게 평생 헌신하고 아끼며 사랑하겠다는 서약의 메시지까지 적혀 있다. 셀프 러브 핑키 링을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것, 즉 자기 자신과의 결혼을 공표하는 일은 더 이상 기이한 이슈가 아니다. ‘나 자신과 결혼한다’는 뜻의 신조어 ‘솔로가미(Sologamy, ‘솔로’와 ‘모노가미’의 합성어)’는 이제 ‘싱글 웨딩’, ‘비혼식’ 등의 흔한 말로 대체되고 있다. 1993년 자기 자신과 결혼한 최초의 인류 린다 베이커, 홀로 드레스를 입고 웨딩 반지를 끼고 서약을 통해 ‘결혼’을 선언한 사라 샤르페가 신인류로 분류되던 20세기 후반과 달리 지금은 글로벌 체인 호텔과 여행사, 스타트업 기업에서 ‘비혼식’ 및 ‘싱글을 위한 허니문’ 등의 각종 프로그램과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32명의 하객부터 혼인 서약서(물론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까지 결혼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담은 하드락 호텔 그룹의 ‘셀프 웨딩 패키지’, 드레스 피팅, 메이크업, 헤어 스타일링과 웨딩 촬영으로 구성된 일본 세르카 여행사의 ‘셀프 웨딩 트래블’ 프로그램이 그 예. 심지어 단돈 50달러만 있으면 캘리포니아의 스타트업 ‘아이메리드미’가 ‘셀프 웨딩 링’, 메시지 카드, 혼인 서약서를 한 박스에 넣어 만든 ‘셀프 웨딩 키트’도 살 수 있다. 혼자의 삶을 격려하고 부추기는 이 흐름을 나열한 이유는, 우리 모두 이제는 연애와 결혼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아도 된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물론 영원히 ‘비혼’을 꿈꾸거나 유지하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삶의 한 시기를 온전히 혼자 보내는 것이 인생의 숙제를 팽개친 행위가 아니라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미국에서 가장 독창적인 목소리를 내는 페미니스트, 레베카 트레이스터는 책 <싱글 레이디스>에서 20세기까지 ‘결혼하거나 결혼했었거나 결혼할 예정이거나 결혼하지 않아서 고통받는 존재’로 인식돼온 싱글 여성에 대한 정의를 통쾌하게 뒤집으며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지난 몇백 년 동안 이 사회는 거의 모든(노예도 아닌) 여성을, 개개인의 욕망과 야망, 환경과 선호하는 배우자에 상관없이 완전한 성인이 되기도 전에 이성애적 결혼과 엄마 되기라는 단 하나의 고속도로로 밀어 넣어버렸다. 이제 셀 수 없이 많은 도로가 뚫리고 노선이 생겼다. 사랑, 섹스, 동반자 관계, 부모 되기, 일, 우정 같은 요소를 자기 식대로 조합해 각자의 속도로 나아갈 수 있게 됐다. 싱글 여성의 인생은 ‘규칙’이 아니라 그 반대다. 해방!” 혼자는 완전하다 여전히 ‘혼자는 불완전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지? 그렇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미국의 심리학자 마돈나 허밍은 우리 뇌의 작용에도 원인이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뇌는 정의되지 않은 상태를 싫어합니다.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기를 원하는 거예요.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누군가의 곁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원치 않는 사람인데도 그가 내 짝이라고 믿거나 착각하기도 하고요.” 박종석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는 양자 택일의 사고에서 벗어나라고 조언한다. “우리의 삶은 ‘결혼한다. vs 결혼하지 않는다’ 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환경이 다음 달이든 5년 후든 언제라도 변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마음을 열어보세요. 또 결혼이 시간 제한적인 과제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 자신의 결혼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혼자 보내는 삶이 꽤 멋진 일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싶다면 혼자가 됐을 때 비로소 할 수 있는 일을 직접 경험하라. 김민영 씨(31세, 회사원)는 남자 친구와 헤어진 후 비로소 자신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꽤 오래 실연의 아픔을 겪었어요. 슬픔이 아물어갈 때쯤, 어느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고 내 인생을 살고 있다는 느낌이 조금씩 들더라고요. 하루를 온전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내 감정에 집중하며 보낼 수 있으니까요. 제일 좋은 건 남자 친구와 사귈 때 나를 괴롭혔던 ‘참자, 참자, 참자’ 같은 생각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죠.” 고등학생 때부터 25년간 혼자 살고 있는 ‘프로 독거인’이자 에세이 <혼자서 완전하게>의 저자 이숙명에게 ‘혼자가 좋은 이유’를 묻자 군더더기 없는 답이 돌아왔다. “싱글이 멋진 건 모르겠어요. 하지만 기혼자에 비해 멋지게 살기 유리하죠. 저는 서울의 겨울이 지긋지긋해 일 년의 반은 동남아에 와 있어요. 일하다 맘에 안 드는 사람이 있으면 ‘때려치워. 이깟 돈 없어도 돼’ 하고 들이받을 수도 있고요. 혼자면 그게 좋아요. 내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죠. 그러니 크게 자존감이 흔들릴 일도 없어요. 연애할 때도 ‘결혼 그깟 거 누가 하고 싶대냐. 싫으면 관두면 되지’ 이런 마인드니까 순간에만 충실할 수 있어 관계 스트레스가 덜해요. 가장 좋은 건 간섭할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남편, 아이, 시부모, 상사… 흔히 그런 관계가 사람을 성숙시킨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제 경험으론 아닙니다. 싱글은 가족 밖의 세계를 향해 경험의 폭이 무한정 열려 있어요. 그 시간을 충실히 쓰면서 많이 배우고 일하고 놀면 오히려 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비혼에 관심이 없다고? 연애와 결혼이 중요한 과업인 이에게도 일정 기간을 싱글로 보내는 일은 필요하다. 그 시간이 연애와 결혼 생활의 만족도를 더 높여주기 때문이다. 레베카 트레이스터는 싱글의 삶을 누리며 결혼을 연기하는 여성의 비율이 높아졌다는 사실이 결혼의 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결혼을 미룰 때 여성들만 독립적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다. 남성들도 변한다.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빨래를 하고 요리를 하고 청소를 하고 셔츠를 다리고 여행 가방을 직접 싸는 것이다. (중략) 남성과 여성이 조금 더 대등한 출발선에서 인생의 한 단계를 시작하게 되면 단순히 신체 구조에 따라 업무와 책임을 한 사람에게 부과하지 않고 그 일을 더 잘하는 사람에게 합당하게 부과할 수 있다.” 자, 이제 마음이 움직이는가? 이 글을 읽는 지금 ‘혼자’라면 조용히 읊조려보자. 혼자는 아름답다. “싱글이 멋진 건 모르겠어요. 기혼자에 비해 멋지게 살긴 유리하죠. 일하다 맘에 안 들면 그냥 때려치울 수도 있고요. 적게 벌지만 내 맘대로 쓰고, 내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죠. 그러니 크게 자존감이 흔들릴 일도 없어요. 싱글은 가족 밖의 세계를 향해 경험의 폭이 무한정 열려 있어요. 그 시간에 충실하면서 많이 배우고 일하고 놀면 오히려 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숙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