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생리를 한다면?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그날이야? 왜 이렇게 까칠해?” 은연중에 생리를, 동시에 생리하는 여자를 비하하는 이런 말 따위, 목구멍으로 도로 집어넣어주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나? 남자들은 생리 중인 우리 여자들의 상태를 가늠이나 할 수 있을까? 만약 ‘생리’라는 생리 현상이 남자에게도 일어나는 것이었다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의 21세기적, 그리고 코스모적 패러디. | 코스모스페셜,생리,남자생리,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

남자도 생리를 한다면 ‘생리’에 대한 세상의 온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어느 날 갑자기 이상하게도 남자가 월경을 하고 여자는 하지 않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렇게 되면 분명 월경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남자들은 자기가 얼마나 오래 월경을 하며, 생리량이 얼마나 많은지 자랑하며 떠들어댈 것이다. 초경을 한 소년들은 이제야 진짜 남자가 됐다고 좋아할 것이다. 처음으로 월경을 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선물과 종교의식, 가족들의 축하 행사, 파티들이 마련될 것이다. 지체 높은 정치가들의 생리통으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의회는 국립 월경불순 연구소에 연구비를 지원한다. 의사들은 심장마비보다는 생리통에 대해 더 많이 연구한다. 연방 정부가 생리대를 무료로 배포한다….” 2000년대 초반,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1978년에 쓴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을 읽었다. 세계관이 흔들렸다. ‘미러링’이라는 단어가 있는지도 몰랐던 그 시기에, 미러링에 대해 어렴풋하게나마 인지하게 됐던 것도 같다. 내 몸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배출한 난자를 내보내기 위해 한 달에 꼬박 일주일간 피를 흘리는 일, 그 모든 과정이 아무리 불편하고 힘들어도 감추어야 할 부끄러운 것이라 당연하게 여기던 내 모습이, 세상의 부조리가 만들어낸 ‘조작된 논리’라는 것도 그때 깨달았다. 이후 ‘젠더’와 관련된 대부분의 이슈가 의외로 간단한 ‘역지사지’의 문제임을 남자들은 1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 놀랍도록 충격적이었다. 툭하면 ‘군대’가 여성의 생리·임신·출산과는 비교도 안 되는 상위 레벨의 무엇이라고 뼛속까지 믿고 있다든가 하는, 코웃음으로밖에 대응할 도리 없는 문제에서부터 최근 #MeToo 운동을 조롱하는 각종 야비한 물타기 전술까지, 모두 ‘직접 경험해보지 못해서, 몰라서 하는 헛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코스모가 ‘생리’를 여성의 특별한 일상으로 다룬 이 시점에, 새삼 궁금해졌다. 만약 남자‘도’ 생리를 한다면, 생리에 대한 세상의 온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생리 기관은▶ “그럼 어디로 나와요? 꼬추?” 후배가 해맑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그렇네? 남자가 생리를 한다면 어디에서 피를 흘리게 되는 걸까? 여성의 생리혈이 생식기관인 질을 통해 배출되는 현상에 대입해보자. 아마 사정 시 정자의 마지막 통로인 ‘요도’가 되지 않을까? 내 소중한 고추에서 피가 주르르르 흘러내리는 모습에, 남자들은 본능적인 공포를 느낄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 줄 설 일 드물다는 쇼핑센터 남자 화장실 ‘좌식칸’이 생리대를 교체하는 남자들로 만원사례를 이루겠군. 생리대▶ 요도에서 생리혈이 나온다고 가정한다면, 생리대의 형태는 아마 크게 패드형과 콘돔처럼 성기에 씌우는 형태의 캡형으로 나뉠 것이다. 도톰한 흡수층을 가진 ‘캡’ 말이다. 성기에 양말을 신긴 것 같은 우스운 모양을 상상하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상쾌하네? 생리대의 착용감과 소재에 대한 연구에도 엄청난 논의와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다. 통풍과 위생을 고려한 특수 소재로 만든 인체공학적 핏의 생리 전용 팬티가 출시되고, 무엇보다 자신들의 소중한 ‘정자’를 지키기 위해 소재의 유해성 검사도 철저히 했겠지. 아마 얼마 전 발생한 ‘화학물질 생리대’ 같은 사건은 일어나지조차 않았을 거다. 만약 일어났다 해도,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애당초 그럴 일은 없었을 거다.생리에 대한 인식은▶ ‘생리혈’이 새는 것은, 운동 후 겨땀과 등땀이 옷에 스미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졌을 거다. 찝찝하긴 해도 ‘부끄러운 것’은 아닌 정도로 말이다. 남자들은 피가 묻은 바지를 입고도 ‘어쩔 수 없는 일’ 정도로 여기며  당당하게 돌아다닐 것이며, 남자의 생리혈은 남자의 땀 냄새보다 많은 페로몬을 함유하고 있어 ‘이성을 매혹하는 향’이라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된다. 그리고 생리라는 단어가 ‘그날’, ‘마법’, ‘공산당’으로 대체되는 일도 없었겠지. 생리는 생리 현상일 뿐, 왜 굳이 부끄러워하고 숨겨야 하는 건지 세대 간 혹은 특정 계층 간의 공방이 벌어질 순 있을 것 같다. 공공장소에서 트림을 꺽꺽 하고 방구를 뿡뿡 뀌어대는 ‘개저씨’ 군단과 최소한의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는 매너남들이 극과 극으로 갈리듯 말이다. 그런데 그 전에, 이런 얘기 싹 다 무색할 정도로 이미 ‘무혈 생리’가 일반화됐을 가능성이 높다. 불편하고 괴로운 생리 기간을 단축하면서도 인체에 무해한(특히 생식기관과 생식력에 무해한!) 약을 개발하기 위해 WHO의 진두지휘하에 전 세계 제약업계가 전폭적인 투자와 연구를 진행했겠지. 생리통? 인류는 그런 단어를 잊고 산 지 오래였을 거다. 생리에 대한 법적 제도는▶ 생리대의 품질과 안정성을 관리하는 것은 국내 기준 식품의약품안전처다. ‘식품’을 관리하는 데서 왜 생리대까지 관리하냐며, 그래서 ‘화학 생리대’ 사건 같은 게 발생하는 거라는 이의가 제기된다. 어쩌면 그런 소음조차 일 필요 없이 각국 정부에는 이미 ‘생리처’가 개설돼 있을 것이며, 생리대와 생리 관련 증상에 대한 연구비는 항상 정부의 1순위 예산안으로 자리한다. 가장 부러울 법한 시나리오는 어쩌면 생리대가 ‘무상’이었을 거라는 점. 신발 깔창 생리대? 제3세계 빈곤 국가에서조차 보기 드문 일이었을지도. 그리고 그 힘들고 불편한 생리 기간에 ‘일’까지 해야 하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생리휴가는 법정 공휴일에 맞먹는 효력을 지녔을 게 분명하다. 기업들은 의무적으로 한 달에 최소 3일, 길게는 7일의 생리휴가 사용을 보장해야 하며 부당하게 생리휴가 사용에 제재를 가하면 엄청난 벌금형에 처해졌을 거다. 하나님, 남자들도 그냥 생리하면 안 될까요? 우리도 같이 덕 좀 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