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출판에 관한 모든 것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독서 취향의 스펙트럼이 예전보다 넓어졌다면, 그 공은 이 멋진 ‘독립 출판사’들에게 있다. 얄팍한 잡식의 세계에서 깊은 우물을 파는 인디 프레스 3곳의 대표를 만났다.



유유출판사

1 대형 출판사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몇 년간 일을 하면서 ‘나만의 책’에 대한 욕심이 생겼습니다. 연차가 쌓이면서 관리자 직급이 됐지만, 실무를 계속하고 싶었죠. 책을 만드는 일이 재미있고, 이걸 오래도록 하고 싶었거든요. 생계만 해결할 수 있다면 조금 벌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고 나니 출판사를 열 용기가 나더군요.

2 유유는 고전, 공부, 중국이라는 키워드로 재미있게 읽히는 인문 교양서를 만드는 작은 출판사입니다. 인문 교양 공부와 동아시아 공통 지식의 확산을 돕는 책을 내는 데 주력합니다.

3 다양한 책이 성과를 내고 있다면 이건 우리 사회가 그만큼 기호가 다양해졌다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자신의 기호가 분명하면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멋지게 말하고 싶지만 실제로는 능력 있는 사람들을 품어주지 못하는 업계의 영세함 또는 못남 탓이 아닐지…. 하지만 서점에 가면 자기 스스로 책을 골라 보기보다 베스트셀러 코너로 향하는 분이 여전히 많은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4 자신을 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읽기와 쓰기에 관한 책을 꾸준히 펴내려고 합니다. 각국의 서점 기행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고요. 학문별 기초 교양을 쌓는 데 도움을 주는 작은 책들도 만들어 보려고 챙기고 있습니다.



<공부하는 삶>

유유가 지향하는 공부의 정신이 담긴 책. 성장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늘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공부에 필요한 마음가짐을 수도자의 언어로 차분히 들려준다.



전기가오리

1 마무리를 잘 짓지 못해 벌려놓고 끝내지 못한 텍스트가 산더미였던 저는 같이 공부할 사람을 트위터에서 찾아 모임을 만들면서 텍스트를 끝까지 읽을 수 있었죠. 그 모임이 계기입니다. 이후 구성원들에게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어 번역 원고를 만드는 쪽으로 모임의 지향점을 잡았습니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원고를 출판사에 보냈는데 받아주지 않더군요. 운영자로서 책임감을 느껴 졸지에 출판사를 차리게 됐습니다.

2 전기가오리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책을 내는 것이 아닙니다. 출판의 앞과 뒤에 사람이 있습니다. 텍스트를 함께 읽고 번역하는 공부 모임의 구성원에게, 또 출판된 책을 교재로 철학 공부를 하고자 하는 독자 및 후원자에게 구체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전기가오리에서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전기가오리를 ‘교육 기관’이라고 감히 말하고자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텍스트를 함께 읽고 번역하는 공부 모임을 총 7개 운영하고 있습니다. 후원자를 위한 3개의 해설 모임도 있고요.

3 약진도 독립 출판사의 현재지만, 염려도 있습니다. 재정 문제가 가장 큰 걱정입니다. ‘스탠퍼드 철학백과의 항목들’이나 ‘서양철학의 논문들’ 같은 시리즈는 출간하면 할수록 적자입니다. 그래도 학술서 출판의 의의를 인정해 전기가오리를 지원하는 후원자가 이제 400명을 넘었습니다. 후원자를 통해 재정적인 안정을 확보한 뒤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을 펼치고 싶습니다. 디자인 및 제책 방식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철학서의 형태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한 표지 및 레이아웃을 선보이고자 합니다.

4 복잡하고 전문적인 철학의 문제를 비전공자에게 정확하고 친절하게 전달하고 싶습니다. 의학 철학, 분석적 형이상학, 언어 철학, 페미니즘 철학 같은 현대의 주제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그에 대한 성과물을 내고 싶습니다. 내년쯤엔 사무실 겸 강의실로 쓸 공간을 마련해 활동을 더욱 전문화하고 싶기도 합니다.



<빈틈없는 철학사 1: 초기 그리스 철학>

저자 피터 애덤슨이 2010년부터 진행 중인 철학사 팟캐스트 원고를 책으로 냈다. 인물, 주제, 지역, 성별 등에서 가능한 한 빠진 요소가 없이 철학사 전체를 촘촘하게 서술했다.



엣눈북스

1 저는 영화와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습니다. 하지만 시나리오 일은 거대 자본에, 팀 프로젝트이다 보니 제 색깔과 의도를 온전히 살린 작품을 만들기가 힘들더군요. ‘내 것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간절했고, 그 즈음 기성 출판사에서 책을 한 권 출간한 것이 계기가 돼 출판사를 직접 운영하게 됐습니다.

2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주로 출간합니다. ‘스토리와 이미지가 결합된 콘텐츠’가 엣눈북스의 정체성입니다.

3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인디 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도 있고, 블록버스터를 좋아하는 이들과 독립 영화를 찾는 이들이 있듯이 책도 다양한 독자가 자연스레 공존하게 된 것 같습니다. 단, 인디 신의 역사가 긴 음악과 영화와 달리 소규모 출판이라는 것 자체가 생겨나고 자리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낯설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4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을 꾸준히 출간한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런 콘셉트가 흔해진 것 같아 또 다른 방향도 고민합니다. 최근 출간한 독립영화 배우들의 사진집 <스위치> 같은 경우가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고요. 특정 장르에 제한두지 않고 ‘스토리와 이미지가 결합된’ 다양한 형태의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훗날 엣눈필름을 만들어 책과 영상이 결합된 작업도 해보고 싶고요.



<검은 반점>

어느 날 얼굴에 검은 반점이 생겨난 소녀의 이야기. 엣눈북스의 색깔이 잘 담긴 그림책이다. dppa 출간 지원 공모에 선정된 작품.


독서 취향의 스펙트럼이 예전보다 넓어졌다면, 그 공은 이 멋진 ‘독립 출판사’들에게 있다. 얄팍한 잡식의 세계에서 깊은 우물을 파는 인디 프레스 3곳의 대표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