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와 친구로 지내도 괜찮을까?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이 질문이 ‘부질없는 희망’으로 느껴지는가? 물론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여자들이 헤어진 남자 친구와 ‘친구’로 남기를 꿈꾸는 이유 중엔 꽤 타당한 것도 많다. 예를 들어 그가 당신의 막역한 친구 무리 중 하나라면 더 그렇다. 옛 연인과 친구로 지내는 것이 괜찮을지 알고 싶은 이를 위한 냉정한 지침서. | 사랑,연인,EX,구남친,구여친

헤어졌는데 왜 굳이 친구 관계를 유지하려는 거야? 전 남자 친구와 친구로 지내는 일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 에디터는 적어도 열에 아홉은 이런 반문을 제기할 거라고 예상했다. 섣부른 오산이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 모(31세) 씨는 ‘끝내지 않은 관계’에 대해 꽤 설득력 있는 변을 던졌다. “서로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와 저는 중학교 때 만나 대학 졸업 전까지 사귀었어요. 만난 기간이 워낙 길다 보니 설렘도 긴장감도 사라져 헤어졌고요. 그런데 한창 취향이나 가치관이 형성될 나이에 가장 가깝게 지내던 친구잖아요. ‘남친’과는 헤어질 수 있지만 ‘베프’를 잃긴 싫더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도 종종 연락하고 있어요. 물론 이별 초기엔 여전히 잠자리를 갖는 애매한 관계이긴 했지만, 나중에 서로의 연인이 생겼을 땐 철저하게 선을 지켰어요. 얼마 전엔 그가 결혼할 여자 친구를 저에게 소개해주기도 했고요.” 이 기이한 관계가 정말로 성립될 수 있을까? ‘찰진 속궁합 때문이 아니고?’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숨기지 못한 에디터에게 그녀는 “서로에게 아주 확실한 상대가 있기 때문에 다시 만나볼까라는 생각도, 혹은 잠자리 친구로 지낼까 하는 마음도 전혀 없어요. 그저 그가 행복해 보이는 게 좋아 보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옛 연인에 대해 여자들이 갖는 마음은 사실 너무나 복잡 다양하다. 어떤 이들에겐 여전히 전 남친이 ‘볼드모트(이름조차 불려서는 안 될 해리포터 시리즈 속 그 존재)’처럼 불쾌한 존재지만 위의 경우처럼 둘도 없는 친구가 돼 각자의 새로운 연인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도 한다. 당신은 어떤 부류에 속하는가? 자신을 거쳐 간 무수한 옛 연인 중 ‘사랑이 식어 자연스럽게 헤어진’ 누군가와 취향을 공유하는, 혹은 동성 친구에겐 말하지 못하는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로 남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가? 전 남친과 ‘플라토닉’한 우정을 꿈꾼 적이 있다면, 혹은 이미 그러고 있는 사람이라면 잠시 이 기사에 주목하자. 여기,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매우 중요한 4가지 질문과 함께 당신의 숭고한 결정을 잘 수행할 수 있는 몇 가지 조언을 전한다. 충분히 많은 시간이 흘렀는가? 이별은 힘들다. 그 결정이 ‘나 자신을 위한 최선의 선택’일지라도 고통스러운 건 사실이다. 당신이 먼저 헤어지자고 말한 당사자라 해도 그와의 관계를 단칼에 끊는 일은 확실히 어렵다. 미국의 섹스&관계 심리치료사 에스더 퍼렐은 헤어진 연인과 ‘우정’을 유지하고 싶다면 그와의 사랑을 과거로 만들 물리적인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연인과 헤어지고 힘들어하는 상담자들에게 늘 하는 조언이 있어요. ‘이별을 상처처럼 대하라’는 말이지요. 상처가 잘 아물기 위해선 충분한 시간과 치료, 정성스러운 보살핌이 필요하잖아요. 시간이 지난 뒤 반창고를 뜯어내면 상처가 잘 아물고 흉도 지지 않죠. 한때 당신을 그토록 고통스럽게 했던 이별 후 후유증도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처처럼 ‘추억’이 될 거예요.”그 ‘충분한 시간’의 물리량을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다. 3개월? 반년? 혹은 연애 기간의 절반? 에스더 퍼렐은 단호히 잘라 말한다. “사람마다 이별 후 느끼는 상처의 깊이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스스로 판단하고 파악해야 합니다. 당신이 이별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마음의 정리가 됐다고 느꼈을 때, 그리고 상대방 또한 당신과 같은 마음일 때 친구로 다가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사이에 당신에게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거나 여행과 같은 새로운 경험을 한다면 더욱 좋겠죠.” 에스더 퍼렐은 친구나 주변 사람들에게 당신의 연애가 언제, 어떻게, 왜 끝났는지에 대해 털어놓는 것도 꽤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공유하고 “우리는 서로 사랑했지만 각자가 그리는 결혼 생활의 밑그림은 너무나 달랐어. 그래서 헤어질 수밖에 없었지”와 같은 얘기를 구체적으로 하는 것은 상황을 현실로 인지하는 데 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와 친구가 되려는 이유를 따져본다 “단지 이별이 두려워 연인을 친구로 삼으려고 하는 건 아닌지 냉정하게 생각해보세요.” <자립 명사:연애>의 저자인 연애 칼럼니스트 현정은 헤어진 남친과의 우정을 꿈꾸는 여자들이 가장 많이 빠지는 착각을 명쾌히 꼬집는다. “누구보다 친밀한 사이였고, 서로 공유했던 수많은 시간이 존재하기 때문에”라는 변으로는 사랑을 우정으로 지속하는 데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없다. 이런 유형은 대체로 이별을 ‘실패’로 간주하는 오류를 범한다. “그저 이별을 피하기 위해 전 남친과 친구가 되는 건 어리석은 선택입니다. 헤어지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은 문제를 낳거든요. 관계의 종결은 동시에 자기 인생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기회입니다. 그러니 다시 연인이 되고 싶어 친구인 척 연기하는 것이라면 즉시 그에게서 물러서세요.”   에스더 퍼렐은 옛 연인과 친구가 되려는 이유와 그와 유지하고 싶은 관계의 목적을 명확히 하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는 친구들이 동일하다거나 그가 당신의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고 가정한다면, 서로 연을 이어가는 것이 더 낫다. 회사원 박 모(28세) 씨는 자신에게 늘 동기를 부여하고 유용한 조언을 해주는 전 남친과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스페인 교환학생 시절에 만난 전 남자 친구는 학생 때부터 자기 관리를 똑 부러지게 하는 사람이었어요. 그 모습에 반해 사귀게 됐는데 그는 거기에 남고 저는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만남을 유지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해 헤어졌죠. 그런데 그때 제가 한참 진로 고민을 하던 시기라 그의 조언이나 의견이 제겐 너무 필요했어요. 초반엔 마음 정리가 안 돼 힘들었지만 몸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만고의 진리에 저 자신을 맡겼죠. 그리고 지금 그와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도움을 주고받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됐어요.”   친구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나친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이별한 연인과 친구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고민과 번뇌에 휩싸였다면 그건 당신의 감정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연애 칼럼니스트 여성욱은 “감정은 정리가 됐지만 주변의 시선이나 사회적인 통념 때문에 고민이라면 굳이 주의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라고 조언한다. “이별한 연인과 친구가 되는 일은 사람들의 냉소나 비난을 무릅써야 하는 죄나 부정한 행동이 아닙니다. 두 사람의 감정이 명확하다면 신경 쓰지 않는 태도가 필요해요. 관계에 있어 너무 많은 생각을 한다는 건 ‘하지 말아야 할 것’의 목록만 늘리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절대 스킨십을 하면 안 돼’, ‘사귀는 사람이 생기면 우리 관계는 끝이야’ 같은 거죠. 이런 강박이 우정을 지속하는 데 방해 요소가 됩니다. 친구끼리는 그런 생각 안 하잖아요?”둘 중 한 명이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면 당신이 그와 ‘우정’을 나눌 수 있을지 없을지를 판단하는 가장 결정적 질문이다. 그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겼을 때 그 관계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또는 당신에게 사랑하는 연인이 생겼을 때 그의 존재에 대해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 물론 당신과 옛 연인의 새로운 관계가 한 점 부끄럼 없는 ‘플라토닉 우정’일지라도 상대에게 연인이 생겼다는 사실을 처음 접할 땐 기분이 조금 이상할 수 있다. 에스더 퍼렐은 그러한 반응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말한다. “당혹스러움, 어색함, 질투심 같은 감정이 잠시 당신을 스칠 수 있어요. 그러나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그 감정에 대처하는 자세입니다. 당신 앞에 나타난 그 여자의 자동차 타이어에 펑크를 내는 상상을 하기보다는 조금 어렵더라도 상대방의 존재를 웃으며 받아들여주세요. 반대로 당신이 새로운 사람과 진지하게 만남을 갖게 된다면 초반에 그에게 친구로 지내는 전 연인의 존재에 대해 미리 얘기하길 권합니다. 그와 당신 사이에 비밀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거죠. 물론 세세한 내용까지 말할 필요는 없어요. 가볍게 툭 언급하는 정도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