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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연락해 구 남친과 진짜 이별하는 방법

헤어진 후에도 감정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채로 애매한 관계를 이어가거나, 늦은 밤 술에 취한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말해 맘을 뒤숭숭하게 만드는 그 남자, 구 남친. 이달 코스모 라디오가 블랙데이 이슈로 준비한 테마는 구 남친의 세계에서 벗어나는 법이다!

프로필 by COSMOPOLITAN 2015.03.19


구 남친은 구 세계에

이별이 엄청난 실패처럼 여겨질 때가 있다.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 내가 관계를 망쳐버린 건 아닌가 하는 자책, 다시는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은 관계가 종결됐다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만든다. ‘서로를 증오해서 헤어진 것도 아닌데 다시 만나면 잘 지내지 않을까? 그가 바라는 대로 내가 변하면 관계가 회복될 거야. 나를 만족시킬 수 있는 사람은 그 사람밖에 없어’ 식의 생각들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다면 새벽 2시 구 남친이 보낸 “자니?”란 물음에 대책 없이 흔들리고 만다. 

구 남친에게서 온 연락은 ‘쉽게 잊히 지 않는 여자’라는 허영심을 채워주는 듯 보이지만, 한편으론 이별 후 허기져 있던 그의 성욕을 손쉽게 채워주는 존재로 전락하기도 한다.물론 구 남친도 애초부터 그럴 작정으로 연락을 시도한 건 아닐 것이다. 여친과 만나던 당시 잘해주지 못한 게 미안했거나, 그 순간만큼은 정말 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 마음 자체를 불순한 의도로 곡해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것이 ‘다시 잘해보자’의 제스처는 결코 아니다. 여자들은 찰나의 순간에도 뇌 내 망상 극장을 통해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게 된다. 현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사랑이 복구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구 남친을 단호하게 끊어내지 못하는 여자들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타인의 체온이 필요해지는 외롭고도 야릇한 그런 밤, ‘날 쓰다듬어주던 손길이 있었지’, ‘내가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몰라 하던 눈길이 있었지’ 하는 기분에 쓸쓸해할 즈음 구 남친으로부터 연락이 오면 한때 우리가 연인이었음을 증명하듯 비슷한 시기에 서로를 그리워했다는 사실에 몰입하게 한다. 이별 후, 사랑받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은 몸으로도 표출되게 마련이다. 그런 날 둘만이 아는 특유의 뉘앙스가 오고 가면 여전히 사랑하는 연인처럼 기만스러운 순간의 쾌락 속으로 빠져드는 건 너무나 쉬운 일이다. 다음 수순도 정해져 있다. “어제는 미안했어”라는 카톡 메시지는 양호한 축이다. 동물적 욕구에 굴복해버린 다음 날, 쓰나미처럼 밀려올 자괴감에 대해선 아무런 대비가 없었을 터. 애매하게 망가진 관계 안에 덩그러니 방치된 채 위악적으로 ‘나는 괜찮아’를 되뇔지도 모른다. 순간의 즐거움과 따스함을 취한 것치곤 감당해야 할 대가가 크다. 이미 헤어진 연인과 나누는 섹스는 아슬아슬한 미봉책일 뿐이다.


“성숙해져야 이별할 수 있어. 헤어지는 사람들이 문제가 아니야. 이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문제지.”

구 남친과 얽혀 엉망진창인 감정 상태로 나 자신을 소모하며 시간 낭비를 하고 있을 때 한 친구가 해준 말이다. 그 말을 이해한 건 그에게서 완벽하게 벗어난 후였다. 정체된 나, 과거 속에 사는 나, 현실을 부정하는 나를 버리고 한 발을 겨우 내딛고 나서야 뒤를 돌아보게 되었고, 그와의 이별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속정만 남은 과거의 연을 끊어내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하나의 관계를 종결 짓는 일은 하나의 세계를 닫는 일,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와 그를 직시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제대로 본다는 건 아프고 힘이 든다. 그러나 그렇게 과거를 끊어내고 홀로 설 때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온다. 폐쇄시킨 과거의 세계가 다시금 내게 달려든다면 온 힘을 다해 막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거의 연인 때문에 감상에 젖어 드는 것은 미숙하고 어리석은 일이다. 이제 그는 어떤 방식으로든 내 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과거는 과거다. 구 남친은 구 세계에, 그가 내게 돌아올 세계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현정(<사랑만큼 서툴고 어려운>, <나를 만져요> 저자)


구 남친이 당신을 찾아온 진짜 이유 

‘연애’라는 단어가 가끔 무서울 때가 있다. 분명 누군가 좋아지면서 시작된 게 사랑이고 연애일 텐데, 안 하면 뒤처지는 듯한 요즘의 분위기가 썩 내키지 않아 갈수록 이 단어를 쓰기가 조심스러워지는 것이다. 이 텍스트 자체에만 휩싸이면 ‘사람’은 사라지고 ‘패턴’만 남는다. 그리고 ‘어떠한’ 사람을 사랑하겠노라 하는 다짐보단, ‘사회 보편적’ 패턴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조바심이 앞서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이 아직은 충분히 뜨거워서인지, 그토록 불안해하면서도 반복적으로 사람을 찾고 사랑을 하고 추억을 남긴다. 

나는 당신의 지난 남자 친구들이 ‘구 남친’으로 묶여 기억되는 것에 반대한다. 반드시 잊혀야 하는 연애사의 불필요한 흔적 정도가 되는 것이 슬프다. 물론 다 필요 없고 그들 모두를 도매금으로 갖다 버리겠다면 반대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들이 당신에게 뜬금없는 연락을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구 남친’ 폴더를 잠시나마 압축 해제한 후 들여다봤으면 좋겠다. 지금은 ‘그 인간’이 됐지만, 한때는 ‘사랑했던 사람’을 말이다.


추측하건대 ‘그 인간’이 당신에게 연락하는 이유는 ‘확인받고 싶어서’일 가능성이 크다. 사랑하던 시절 인정받았던 자신의 모습을 확인받고 싶었을 것이다. 스무 살의 허풍스러웠던 내 꿈을 유일하게 응원해주고, 귀찮아서 쇼핑을 멀리하던 날 위해 옷을 선물하고 그걸 입은 내 모습에 기뻐하며, 사실 내가 잘못했지만 무조건 내 편이 되어 상사 흉을 같이 보던 그녀. 나의 서툰 움직임조차 모두 말없이 안아줬던 그 밤들까지, 당신이 나를 제일로 생각해주던 그 순간들이 그리워서 그랬을지 모른다.

나를 포함해서 많은 남자들은 당시엔 고마움을 모른다. 지나고 나서야 깨닫고 후회한다. 근데 중요한 건, 그걸 또 반복한다. 어쩌다 술이라도 들어가면 후회와 인정 욕구가 되살아나 쓸데없이 손가락을 스마트폰에 가져간다. “자니?”로 시작하는 우리들의 이 과정을 옹호하거나 합리화하겠다는 건 아니다. 소위 ‘구 남친’이라면 ‘익숙한 그 품’ 때문에 연락하는 것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다.


새로운 사람과 사랑을 시작하며 ‘익숙한 과정’을 시도했는데, 전혀 낯설거나 심지어 좋지 않은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그제야 남자는 알게 된다. 그 음식이라서 맛있었던 게 아니라, 그 장소라서 행복했던 게 아니라, 그건 그 사람과 함께였기에 가능했던 감정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의 연애’라기보단 ‘그 사람과의 사랑’이었다. 구 남친들이 갑자기 연락하는 이유가 어쩌면 저마다 다를지도 모른다. 당신이 그들 모두를 한결같이 ‘내 연애의 참여자들’로 대하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 정도면 단순히 취한 그 밤 어떻게 한번 해보려는 것 말고도 ‘구 남친’이 당신을 찾는 이유가 한두 개쯤은 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를 ‘구 남친’으로 묶어두지 말라는 이야기를 다시 한 번 하고 싶다. 아이러니한 부탁을 하나 더 하자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어조와 논리로, 이름을 불러가며 당신을 찾아온 우리를 거절해줬으면 좋겠다. 당신이 우리를 ‘구 남친’ 중 하나로 에두르며 모호한 태도를 보이면 무식한 우리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왜냐하면 당신의 다른 구 남친들과 나는 전혀 다르다고 믿으니까. 그러니 할 수 있는 한 강하고 구체적인 한마디로 우리를 거절해줬으면 한다. 거절하고 떠나보내야 할 이유는 많이 있다. ‘연애’ 말고 ‘사랑’을 다시 시작할 시간이라면 더. -고창인(밴드 ‘슈가볼’ 멤버)



구 남친, 왜 그랬을까?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행동으로 나의 현재를 흔드는 구 남친들. 대체 이유가 뭔지 따져봤다.


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하냐? 

그와 헤어진 지 몇 달이 지났습니다. 안 좋게 헤어진 케이스라 재회를 꿈꾸거나 애틋함이 남아 있진 않아요. 그런데 문제는, 헤어지고 난 후 전 남친이 술만 마시면 저한테 연락을 한다는 겁니다. 전화를 해서 딱히 별말을 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술 취한 목소리로 “그때 미안했다”, “사귈 때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했다”라며 자꾸 사과만 하는 거죠. 처음 그 전화를 받았을 땐 그가 나와 다시 잘 해보려는 마음이 있는 건가 싶었는데, 그다음 날 술 깨고 나서 “어제는 미안”이란 문자만 보내더라고요. 그냥 술 먹고 꼬장 부린 거구나 하고 넘겼더니, 얼마 후 또 똑같은 내용으로 전화가 오고,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 그러고 있습니다. 이 남자의 속마음은 대체 뭘까요?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려고 그렇게 전화를 해대는 걸까요? -이연희(27세, 회사원)

고창인 정말 혼자서 ‘삼보일배’라도 하고 싶을 만큼 미안할 수도 있죠. 그게 아니라면 전 여친한테 다음 스텝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운을 띄운 걸 수도 있어요. “넌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왜냐하면…” 식으로 말해주길 기대하는 마음으로요. 둘 중 어떤 상황이든 미련이 없다면 연락을 차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봐요. 

현정 남자들이 그렇게 ‘미안하다’면서 전 여친한테 연락하는 건 본인의 감정을 해소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아요. 애틋함이 남아 있지 않은 사이라면 그를 굳이 위로해줄 필요도, 특별한 리액션을 할 필요도 없어요. 구 남친의 연락을 정말로 끊어내고 싶다면 다음번에 그가 연락했을 땐 계좌번호를 찍어 보내세요. “그렇게 미안하면 돈으로 줘. 그때 네가 사준다던 원피스 선물받은 셈 칠게”라면서요. 


너 내 친구한테 왜 그래? 

전 남친을 소개해준 사람은 제 절친이었어요. 전 남친과는 동창 사이고요. 그야말로 사이에 낀 경우인데, 전 남친이 제 친구만 만나면 아직도 그렇게 제 얘기를 한대요. 어쩌다가 함께 술을 마실 때면 계속 제 얘기만 하면서 다른 얘기는 꺼내지도 못할 정도라고 해요. 그래서 그 친구가 저한테 미련이 남았으면 다시 연락해보라고 했더니, 그건 또 아니라고 딱 잘라서 말했다는 거 있죠? 잡을 마음도 없으면서 제 친구에게 제 얘기를 계속 해대는 전 남친, 이 남자의 심리는 뭘까요? -정혜연(35세, 사업가) 

현정 제 경우엔 예전 남자 친구의 절친과 매우 친하게 지낸 적이 있는데요, 사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싶어 정보원을 심어둔 거였어요. 정말 힘겹게 이별을 하고 나서도 친구를 통해 그의 근황을 듣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고창인 두 분은 꽤 오래 연애를 한 것 같네요. 이 남자한테는 전 여친이 엄마이자 누나 같은, 자신의 보호자인 거예요. 나를 잘 이해해주고, 좀 더 신경 써주는 상대요. 그래서 헤어지고 난 후 계속 후회의 넋두리를 하는 것 같은데요?


이 죽일 놈의 자존심 

전 남자 친구와 저는 둘 다 자존심이 센 편이라 사귀는 동안 정말 많이 싸웠어요. 서로 힘든 상황에서 자주 다투다 보니 결국 헤어졌고요. 그런데 그가 주변 지인들한테 제가 너무 보고 싶어서 힘들다고, 저와 다시 만나고 싶다고 했다는 이야길 듣게 된 거예요. 저도 그땐 마음 정리가 안 된 상태였고, ‘이런 연애를 다시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많이 좋아했던 사람이었기에 용기 내 연락을 했는데요. “잘 지내?”라는 제 문자에 돌아온 그의 대답은 “어” 한마디였어요. 정말 그 답장 하나에 오만 정이 다 떨어지더라고요. 물론 답장은 안 했지만, 아직까지도 정말 궁금합니다. 아직 저한테 마음이 있다면서 “응”도 아닌 “어”라는 단답을 보낸 건 어떤 의미였을까요? 혹시 제가 한 번 더 매달렸어야 했던 걸까요? -이재은(28세, 대학원생)

고창인 남자가 어떤 캐릭터인지가 변수겠네요. 만약 그 남자가 힘들어도 티를 내지 않는 타입이라면 여자분이 한 번쯤은 못 이기는 척, 한 번 더 찔러봐줬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정 근데 이 두 분이 연애할 때 정말 많이 싸웠다는 게 중요한 단서인 거 같아요. 여자분을 많이 그리워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할 맘은 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우린 둘 다 자존심이 너무 세서 다시 만나봐야 같은 엔딩을 맞을 거야’라는 생각으로요. 감정적으로는 재회를 원하지만, 이성적으로 상황 판단을 하고 차단을 한 건 아닐까요?      



Credit

  • Editor 김가혜<br />Photographer (비긴 어게인)판씨네마
  • (멋진 하루
  • 브레이크업)중앙일보<br />Illustrator 우주로<br />Assistant 박지연
  • 구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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