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계절, 여름
새로운 장소, 새로운 루틴,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나. <코스모폴리탄> 독일팀은 이번 여름휴가 동안 다른 사람이 되어보기로 했고, 그 여정 속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솔직하게 기록했다.
전체 페이지를 읽으시려면
회원가입 및 로그인을 해주세요!
EDITOR A
Mission과감해져보기
● 평소의 나
나는 겁이 많은 편이다. 절벽에서 패러글라이딩? 절대 안 해. 등산? 유행이라도 사양. 5km 러닝? 친구들과 함께라면 겨우 가능. 나에게 모험이란, 뜨거운 햇빛 아래 버스 정류장에서 10분 이상 버스를 기다리는 일 정도다.
● 나를 바꾼 여름
가이드가 말했다. “저 바위에서 뛰어내려야 해요.” 5m 아래엔 거센 물살이 흐르고 있었고,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미 물속으로 다이빙한 친구들이 나를 향해 외치기 시작했다. “점프해! 점프해!” “나 진짜 죽을 것 같아!” 이 말을 끝내자마자 나는 뛰어내렸다. 놀랍게도 아직 살아 있다. 친구들은 웃으며 나를 둘러쌌고, 박수를 쳐줬다. 그 순간 내 안에 스위치가 켜진 느낌이었다. ‘이걸 해냈다면, 다른 것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절벽 다이빙은 내 여행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았다. 12m 암벽 클라이밍도 문제없었다. 집라인? 식은 죽 먹기. 급류 타기? 얼마든지! 가이드조차 달라진 나를 신기해할 정도였다.
● 여름이 남긴 것
두려움을 넘어서는 법. 그리고 실패를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는 법. 회사 동료들과 클라이밍하러 가면 내빼기 일쑤였는데, 이젠 클라이밍이 기다려진다.
● 지금의 나
잔잔한 호수에서 오리 한 마리가 물살을 가르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아주 천천히 다시 스포츠를 시작했다.
EDITOR B
Mission‘엄마’가 아닌 ‘나’로 살기
● 평소의 나
싱글맘으로 산다는 건 늘 시간에 쫓긴다는 뜻이다. 밥 챙기기, 숙제 봐주기, 끝도 없는 재우기, 반복되는 집안일까지…. 나는 늘 하루가 모자랐다.
● 나를 바꾼 여름
아이들이 아빠와 시간을 보내러 떠난 순간, 나는 긴 마라톤을 끝낸 사람처럼 탈진해 있었다. 며칠 뒤 친구가 두 아이를 데리고 우리 별장에 놀러 왔다. 그 친구의 육아 철학은 단순했다. “그냥 쉬어. 휴가잖아.” 아이들은 밤늦게까지 깨어 있었고, 아침엔 느지막이 일어났다. 어떤 날은 샐러드를 먹고, 어떤 날은 피자를 먹었다. 그냥 아이들이 먹고 싶은 걸 먹였다. 이상하게도 모두가 더 행복했다. 아이들은 저녁이면 기분 좋게 잠들었고, 아침엔 조용히 각자 놀았다. 그사이 어른들은 원래의 리듬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제야 깨달았다. 휴가란 이런 거구나. 느슨하고, 평화롭고, 숨통이 트이는 시간.
● 여름이 남긴 것
늦잠은 사치가 아니다. 내게 꼭 필요한 일이다.
● 지금의 나
나만의 루틴을 찾으며, 예전보다 훨씬 차분하고 단단한 엄마가 돼가고 있다.
EDITOR C
Mission드레스업하고 파티 가기
● 평소의 나
집안일, 장보기, 아이들 챙기기. 토요일은 늘 시간과의 전쟁이다. 그 와중에 또 파티라니. 옷장을 떠올리는 순간부터 스트레스받는다. 뭘 입어야 할지 몰라 결국 늘 입던 옷을 고르게 된다. 친구들은 쉽게 말한다. “대충 예쁘게 입고 오면 되잖아.” 하지만 그게 제일 어렵다. 내 옷장엔 ‘딱 예쁜 옷’이 없다. 그게 늘 아쉽지만 바꿀 에너지도 남아 있지 않다.
● 나를 바꾼 여름
우리는 프랑스 코르시카섬에 있었다. 이웃들이 여는 여름 파티에 초대받은 날이었다. 저녁 6시, 햇볕에 그을린 피부는 금빛으로 빛났고, 나는 거의 2주째 수영복 차림으로 살고 있었다. 오랜만에 몸이 정말 편안하게 느껴졌다. 친구 카로가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오늘은 진짜 제대로 꾸며보자.” 그는 등이 깊게 파인 금빛 드레스를 내게 건넸다. “입어봐. 분명 잘 어울릴 거야.” 욕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거울 앞에 섰다. 정말 완벽했다. 이렇게 드레스업한 게 몇 년 만이지? 굽 높은 샌들까지 신으니 더 완벽해졌다. 그날 우리는 10대처럼 차려입고 새벽까지 춤을 췄다.
● 여름이 남긴 것
가끔은 시간 들여 나를 꾸미기. 몇 시간씩 준비할 필요는 없지만, 평소와는 다른 버전의 나를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드레스업을 위한 멋진 옷 한 벌쯤은 꼭 갖고 싶어졌다.
● 지금의 나
12cm 하이힐을 신고 춤추는 것도 문제없다. 하지만 다음엔 꼭 플랫 슈즈도 챙기리라 다짐한다.
EDITOR D
Mission죄책감 없이 돈 써보기
● 평소의 나
3가지 일을 하면서도 빚에 시달리던 엄마 밑에서 늘 돈 걱정 속에 자랐다. 지금 나는 돈을 꽤 잘 벌지만, 소비 앞에서는 여전히 불안하다. 휴가 중에도 비싼 디저트를 사 먹지 않으려 버티다가도, 갑자기 나를 위한 선물이라며 값비싼 신발을 충동적으로 사서 후회한 적도 있다.
● 나를 바꾼 여름
프랑스 브르타뉴에서 친구 샤를린의 집에 머물렀다. 그는 멋스러운 리넨 드레스를 입고 나를 맞아주었다. 두 아이를 키우는 빈티지 셀러인 그는 비싸지 않아도 아름답고 질 좋은 물건을 정말 잘 골랐다. “내 비밀 장소 보여줄까?” 샤를린은 나를 거대한 빈티지 숍에 데려갔다. 가격은 대부분 20유로 이하. 샤를린은 보물찾기하듯 옷 사이를 헤집고 다녔고, 나는 작은 매대에서 빈티지 셔츠 10벌을 골랐다. 다 해서 73유로 정도였지만, 그 셔츠들을 내 손에 넣는 순간 해변가 레스토랑에서 비싼 음식을 먹을 때보다 훨씬 큰 만족감을 느꼈다.
● 여름이 남긴 것
행복은 가격표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 의미 없는 소비는 줄이되 나를 기쁘게 하는 것에는 기꺼이 돈을 쓰고 싶다.
● 지금의 나
‘착한 딸’ 프레임에서 벗어나 죄책감 없이 살아가는 중.
EDITOR E
Mission 남자 친구에게 다정해지기
● 평소의 나
“빵 사 오는 거 잊지 마!” 우리의 문자메시지는 늘 이런 식이다. 반복되는 일상은 관계의 불꽃까지 사그라지게 만들었다. 우리는 늘 일정과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그러던 어느 날, 넷플릭스를 보다 그가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았다. 나는 움찔했다. 스킨십이 너무 오랜만이라 낯선 동시에, 서글펐다.
● 나를 바꾼 여름
바닷가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하루를 만끽하며 몇 년 만에 제대로 된 휴가를 가졌다. 우리에게 부족한 건 사랑이 아니었다. ‘여유’였다. 늘 과로한 상태로 살아가는 탓에 서로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것. 돌아보면 우리는 늘 함께였고, 잘 지냈고, 행복했다. 해변에서 찍은 사진들을 함께 봤다. 그는 따뜻한 모래 위에 기대어 있었고, 우리는 해 질 무렵 바다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별것 아닌 순간들도 여유를 찾으니 행복했다. 예민하게 반응하던 일들이 우습게 느껴졌다.
● 여름이 남긴 것
키스하기, 일주일에 한 번은 둘만의 데이트하기, 아침에 휴대폰부터 들여다보지 않기.
● 지금의 나
그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때로는 귀찮고, 하찮은 일이라도.
나를 새롭게 만드는 4가지 만트라
다가오는 여름에는 ‘나다움’을 해치는 요인들을 하나씩 제거해보자. 혹은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해보는 것도 좋다. 구체적인 예시가 필요하다면 <코스모폴리탄> 에디터들의 여름 기록을,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안 선다면 4가지 만트라를 머리에 새겨보자.
1 편견에서 벗어나기 ‘나는 부족해’, ‘나는 절대 못 해’ 이런 생각들은 삶 전체를 불안으로 채운다. 대신 문장 끝에 이렇게 덧붙인다. ‘지금까지는.’ 예를 들어“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많이 벌 수 없어… 지금까지는.”
2 ‘나’를 먼저 챙기기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가꿀 것. 상처 되는 말을 아직 마음에 품고 있다면, 종이에 적어본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붙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넌 너무 예민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를 사랑해” 이런 식으로.
3 내 욕구를 부끄러워하지 않기 휴식, 아름다움, 햇살, 초콜릿. 이런 것들은 ‘사치’가 아니다.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사람은 메마른다. 꽃이 갖고 싶으면 스스로에게 꽃을 선물하고, 시간이 필요하다면 반드시 확보하자. 그건 타협할 일이 아니다.
4 내 삶의 중심이 되기 누군가를 통해 나를 증명하려 하지 말자. 운동하고, 요가를 하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완벽할 필요 없어. 그래도 빛나.” 그리고 스스로 기뻐하는 일을 더 자주 한다. 우리의 몸은 살아 있는 감각을 즐기니까.
Credit
- 에디터 김미나
- 글 엘사 마르고·오드리 에트너·클로에 플랑쿠엔(<코스모폴리탄 독일> 에디터)
- 사진 ROWPIXEL
- 아트 디자이너 장석영
코스모폴리탄 유튜브♥
@cosmo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