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NO"라고 외치는 게 왜 나빠?

분명하게 선을 긋고 명확한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스스로의 정신 건강까지 지킬 수 있는 방법임을 잊지 말자.

프로필 by 김미나 2026.05.20

모두가 편안하려면 웃으며 "네"라고 답해야 한다. 이렇게 'Yes Girl'이 되라는 지침은 어릴 때부터 자주 들어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고방식 때문에 직장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피하는 불편한 일을 떠맡고, 가정에서는 가족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의 필요를 자신의 것보다 우선시하게 된다. 그 결과 하루 끝에는 완전히 지쳐 스스로를 챙기는 시간조차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러니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고, 나의 에너지는 유한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 나를 먼저 생각하고 경계를 세워야 할 때다.


타인에게 선을 긋는 일은 당연히 불편하게 느껴진다. 그 이면에는 관계가 틀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를 잃을 가능성을 감수하기보다 차라리 내가 한 발 물러서게 되는 것이다. 심리학자 다니엘라 콘스탄틴은 "거절하고 나면 혹시 상대에게 상처를 준 건 아닐지, 너무 직설적이었던 건 아닐지 걱정하게 된다"라고 말한다. 이런 반응은 어느 순간 나 자신을 놓치고 있다는 적신호일 수도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모두와 잘 지내는 게 '좋은 것'이라고 배우며 자라왔고, 그 영향으로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양보하는 태도를 익힌다. 여기에 자존감까지 낮다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콘스탄틴은 "자신의 욕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자존감이 낮을수록 타인의 의견에 쉽게 휩쓸리게 된다"라고 설명한다. 게다가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타인과 하루 종일 연결된 상태로 살아간다. 이 흐름에서 잠시 벗어나려는 시도조차 어딘가 어긋난 행동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콘스탄틴은 "빠른 커뮤니케이션 환경은 우리가 항상 응답해야 한다는 압박을 만든다. 바로 답하지 않으면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의 시간과 컨디션을 지키기 위한 경계를 세우기가 더 어려워진다"라고 덧붙인다. 결국 '경계를 세운다'는 일 역시 연습을 통해 익혀야 하는 하나의 기술인 셈이다.


먼저 마인드셋을 전환해야 한다. "아니요"라고 말하는 건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우선에 두고 자신의 행복과 안녕을 돌보겠다는 의미다. 웰니스 코치 누리아 그라할은 '경계'를 피부에 비유한다. 피부가 외부 자극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고, 통증이나 위험이 닥치면 즉각 반응하듯, 경계는 우리가 타인에게서든 스스로에게서든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우리를 지켜준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경계를 세우는 것은 자기애의 한 형태다. 이 명확한 경계가 없으면, 타인에게 내 에너지를 무방비 상태로 내어주게 되고 감정적으로 번아웃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정신 건강 상담가이자 작가인 페이스 G. 하퍼는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은 생각보다 단순하다고 설명한다. 그의 조언에 따르면 필요 이상으로 설명하지 말 것, 상대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입장에 집중할 것, 친절하되 짧고 명확하게 말할 것,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논쟁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것이다. 하퍼는 "상대가 물고 늘어질 수 있는 여지를 주는 표현은 피하는 게 좋다"라고 강조한다. 물론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이 대화에 긴장감을 줄 수는 있겠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사람을 정말로 지치게 하는 건 계속해서 양보하는 것이라는 걸 잊지 말자.


한편, 원칙을 분명하게 설정해두면 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콘스탄틴은 "타인을 향한 경계가 없으면 관계가 쉽게 불균형해지거나 상호 의존 상태에 빠질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라할 역시 "어떤 경우에는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이 진정한 자기애이며, 자신의 에너지와 마음의 평온을 지키는 방법이다"라고 언급했다. 무엇을 받아들이고 거절할 것인지 명확히 표현함으로써 스트레스를 낮추고, 감정적 소진을 예방하며, 자기 신뢰를 강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렇게 해야만 진짜 내가 원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쓸 수 있다. 그 결과 주변 사람들이 나를 더 존중하게 되고, 나아가 이상적인 '워라밸'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결국 경계를 설정하는 것은 무언가를 잃는 게 아니다. 내가 마땅히 누려야 할 공간과 존중을 부여하는 일인 것이다. 스스로 설정을 완료했다면, 이제 행동에 나설 때다. 먼저 어떤 상황이 특히 나를 지치게 하는지, 어디에서 더 명확한 경계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이 리스트를 완성했다면 내 의견을 어떻게 하면 명확하고 쉽게 전달할지 연습해야 한다. 만약 나의 거절에 누군가 부정적으로 반응한다면, 그건 내 문제가 아니다. 하퍼의 말을 되새기자. "당신이 원하고, 필요로 하고, 바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퇴근 후에는 업무 알림을 꺼두고, 도움이 되지 않는 약속에는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해도 괜찮다. 모든 일에 대해 변명하는 습관을 멈추고, '나'를 우선순위에 두자. 그라할이 말했듯 경계를 세우는 것은 나를 돌보는 일이다.



[HOW TO] 효과적으로 대화하는 방법


1. '나'를 주어로 말하기

이 방법은 의사 표현을 더 명확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저는 전화 중에 방해받으면 불편해요"라는 표현은 "전화할 때 방해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것보다 공격적이지 않으면서도 내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2. 거울 앞에서 연습하기

처음부터 무리하게 상황에 뛰어들기보다 집에서 혼자 연습하고, 알맞은 표현을 고민한 뒤 적절한 타이밍에 말하자.


3. 감정적으로 휘둘리지 않기

상대가 나의 죄책감을 자극해 감정적으로 휘들리게 할 수도 있다. 그럴 때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되, 결국 내게 맞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자. 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기준이다.



[HOW TO] 상황 별로 전략 세우기

아래 가이드를 참고해 명확한 경계를 세워보자. 핵심은 "네"를 줄이고,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일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건강하고 존중받는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AT WORK

1. 근무 시간 외에는 대응하지 말자

근무 시간 외에 오는 메시지나 이메일에 답하지 않음으로써 나의 여가 시간을 지키자.

2. 감당할 수 없는 업무는 거절하자

추가 업무에 무작정 "네"라고 답하지 말고, 현재 업무량을 먼저 확인한 뒤 감당할 수 있는지 생각해본다.

3. 완벽주의 내려놓자

지나치게 높은 기준은 경계를 세우기 어렵게 만든다. 나의 컨디션과 한계를 먼저 생각하자.


AT HOME

1. 항상 응답 가능한 상태로 있지 말자

모든 가족 모임에 참석하거나 가정 문제를 내가 해결해야 할 필요는 없다.

2. 대신 결정하게 두지 말자

조언은 감사히 받되, 결정은 스스로 한다는 점을 가족에게 명시해야 한다.

3. 원치 않는 참견은 초기에 차단하자

사적인 일에 간섭할 때는 친절하지만 단호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WITH FRIENDS

1. 모든 부탁을 들어주지 말자

도와주는 건 좋지만, 의무처럼 느껴진다면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도 필요하다.

2. 버거울 때눌 거리를 두자

변명을 늘어놓기보다 지금은 나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고 솔직하게 말하자.

3. 내 사생활을 지키자

무례함을 용인하지 말자. 불편하다면 차분하고 분명하게 표현해야 한다. 친구라면 이해할 것이다.


WITH A BOYFRIEND

1. 독립성을 유지하자

내 돈은 스스로 관리하고, 의식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자.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 건강한 관계다.

2. 변명하지 말자

경계를 세운다고 해서 사랑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죄책감 없이 내 필요를 명확하고 자신감 있게 표현하자.

3. 소모적인 싸움은 피하자

논쟁이 생산적이지 않다면 즉시 멈추자. 때로는 거리를 두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다.



Credit

  • 에디터 김미나
  • 글 에스테르 G. 발레로 (Esther G. Valero・스페인 저널리스트)
  • 사진 STOCKSY
  • 아트디자이너 장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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