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 토트백에 새겨진 고전 문학, 조나단 앤더슨이 선택한 책은?
디올의 상징적인 북 토트 백에 익숙한 책 제목들이 새겨졌다. 클래식한 형태 위에 고전 문학이 얹어지며, 가방은 하나의 읽히는 오브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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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 앤더슨의 디올 컬렉션을 직접 마주한 자리에서 가장 오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디올 북 토트'였습니다. 대학생 시절 교양 수업에서 다뤘던 고전 문학을 디올의 가방 위에서 다시 보게 될 줄이야. ‘진짜 북 커버를 가방으로 만들었다’는 그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집요하게 구현되었는지를 단번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을 펼치기 전의 설렘을 가방에 담고 싶었다”는 조나단 앤더슨의 말은 'Book Cover Collection'이라는 구체적인 형태로 드러났습니다. 디올 하우스의 상징적인 토트백 위에 정교하게 옮겨진 클래식 문학의 표지는 책을 사랑하는 마음과 패션이 만났을 때 만들어질 수 있는 가장 시적인 결과물처럼 보였습니다.
이제 궁금해지는 건 하나입니다. 과연 어떤 고전 문학들이 조나단 앤더슨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어떤 작품이 그의 감각을 건드렸고, 그 활자들은 어떻게 가방 위에 새겨졌을지 하나씩 살펴볼 차례입니다.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
DIOR 2026 S/S BOOK TOTE | 출처 디올
DIOR 2026 S/S BOOK TOTE | 출처 디올
<드라큘라>는 1897년 발표된 브램 스토커의 소설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뱀파이어 서사의 기원이 된 작품입니다. 트란실바니아의 백작 드라큘라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영국 사회로 확장되며, 공포와 욕망, 그리고 당시 사회가 품고 있던 도덕적 불안이 겹겹이 드러나있죠. 특히 외부에서 침입해 오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 여성의 욕망에 대한 억압, 과학과 미신이 공존하던 시대적 분위기는 이 작품을 단순한 공포 소설이 아닌 사회적 은유로 읽히게 만듭니다. 서간과 일기 형식으로 구성된 서사는 독자에게 마치 기록을 훔쳐보는 듯한 몰입감을 주며, 이후 수많은 영화와 문학 작품에 반복적으로 인용돼 왔습니다.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 <위험한 관계>
DIOR 2026 S/S BOOK TOTE | 출처 디올
DIOR 2026 S/S BOOK TOTE | 출처 디올
1782년에 출판된 <위험한 관계>는 프랑스 혁명 직전 귀족 사회를 배경으로, 권력과 욕망이 인간관계를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든 작품입니다. 발몽 자작과 메르퇴유 후작 부인이 주고받는 편지로만 전개되는 서사는 겉으로는 세련되고 우아해 보이는 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끄집어 냅니다. 유혹과 조종, 복수가 치밀하게 얽힌 이 이야기는 도덕적 판단을 쉽게 허락하지 않으며, 독자로 하여금 인간의 이기심과 계산을 냉정하게 바라보게 만들죠. 이러한 구조와 주제 덕분에 <위험한 관계>는 발표 이후에도 반복적으로 각색되며, 2003년에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가 개봉됐습니다.
샤를 보들레르, <악의 꽃>
DIOR 2026 S/S BOOK TOTE | 출처 디올
DIOR 2026 S/S BOOK TOTE | 출처 디올
샤를 보들레르의 <악의 꽃>은 1857년 출간된 시집으로, 근대시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 작품입니다. 보들레르는 이 시집을 통해 아름다움과 타락, 욕망과 죽음, 신성과 죄악이 공존하는 인간 내면을 정면으로 다루는데요. 당시 기준으로는 파격적이었던 이 시들은 외설과 신성모독 논란을 불러일으켜 일부 작품이 삭제·금지되는 검열을 겪기도 했죠. 그러나 이러한 논쟁 자체가 이 시집의 중요성을 증명하듯, <악의 꽃>은 이후 상징주의 문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아름다움은 반드시 선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새로운 미학적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프랑수아즈 사강, <슬픔이여 안녕>
DIOR 2026 S/S BOOK TOTE | 출처 디올
DIOR 2026 S/S BOOK TOTE | 출처 디올
<슬픔이여 안녕>은 1954년 발표된 프랑수아즈 사강의 데뷔작으로, 발표 당시 젊은 작가의 이름을 단숨에 알린 작품입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소녀 세실은 프랑스 코트다쥐르의 별장에서 여름을 보내며 사랑과 질투, 감정의 혼란을 경험합니다. 이 작품은 극적인 사건보다는 인물의 감정 변화와 심리적 동요를 중심으로 전개되며, 담담한 문체 속에 불안정한 젊음의 초상을 담아냈죠. 간결하면서도 솔직한 문장은 전후 프랑스 문학이 지향하던 새로운 감수성을 대표하며, 오늘날까지도 ‘젊음의 고전’으로 읽히고 있습니다.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
DIOR 2026 S/S BOOK TOTE | 출처 디올
DIOR 2026 S/S BOOK TOTE | 출처 디올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는 1922년 출간된 소설로, 20세기 문학의 형식을 근본적으로 바꾼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더블린을 배경으로 단 하루 동안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지만, 의식의 흐름 기법을 통해 인간의 기억과 생각, 감정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고대 서사시 <오디세이아>의 구조를 차용해 현대인의 일상을 서사로 확장한 점이 특징이며, 방대한 분량과 난해한 문체로 유명하죠. 읽기 어렵다는 평가 자체가 이 작품의 일부로 남아 있으며, 문학이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이처럼 '디올 북 토트'에 옮겨진 고전 문학들은 단순한 장식을 넘어 하나의 해석 지점을 만들어냅니다. 가방 위에 놓인 활자는 읽히는 텍스트이자, 보는 이의 경험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는 상징으로 남습니다. 공개 이후 반응이 엇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고전 문학을 하이패션에 끌어온 지적인 유머를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시선이 있는 반면, 디자인의 고민이 느껴지지 않고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평가도 존재하죠. 하지만 이러한 반응의 간극은 이번 컬렉션이 즉각적인 호감보다는 해석의 여지를 남기도록 설계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쉽게 소비되고 빠르게 잊히기보다는, 의미를 두고 이야기되는 대상으로 남겠다는 조나단 앤더슨다운 접근 방식이죠.
'디올 북 토트'는 책장을 넘기듯 한 번 더 바라보게 만들고, 제목 하나로 생각을 멈추게 합니다.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한 권쯤 펼쳐봐도 좋겠습니다. 패션이 먼저 던진 질문에, 독서로 답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테니까요.
Credit
- 에디터 김성재
- 사진 디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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