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새해에는 취미 하나 제대로! 칼 라거펠트처럼 책에 빠져볼까, 아니면 릭 오웬스처럼 운동?

새해에는 운동? 독서? 아니면 정원 가꾸기? 패션 디자이너들의 취미를 훔쳐보면 답이 나와요.

프로필 by 김성재 2025.12.31

새해를 맞이하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올해는 무엇을 새롭게 시작해볼까? 무엇이 나를 더 나답게 만들까? 늘 창작의 최전선에 서 있는 디자이너들 역시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다만 그 답은 패션 바깥에 있죠. 컬렉션과 끝없는 일정 속에서도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많은 디자이너들은 패션 바깥의 세계로 시선을 돌립니다. 이 사적인 취미들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그들의 미학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창작 언어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분명합니다. 취미를 대충 대하지 않는다는 것. 그들에게 취미는 여가가 아니라 감각을 다듬는 시간이고, 결국 더 나은 디자인으로 돌아오는 순환의 일부입니다. 새해를 앞둔 지금, 거창한 목표보다 하나의 취미를 진지하게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어쩌면 그 사소한 선택이, 한 해를 가장 멋지게 바꿔줄지도 모르니까요.


Dries Van Noten

드리스 반 노튼 | 인스타그램 @driesvannoten

드리스 반 노튼 | 인스타그램 @driesvannoten

드리스 반 노튼 | 인스타그램 @driesvannoten

드리스 반 노튼 | 인스타그램 @driesvannoten

드리스 반 노튼 | 인스타그램 @driesvannoten

드리스 반 노튼 | 인스타그램 @driesvannoten

드리스 반 노튼 | 인스타그램 @driesvannoten

드리스 반 노튼 | 인스타그램 @driesvannoten

드리스 반 노튼 | 인스타그램 @driesvannoten

드리스 반 노튼 | 인스타그램 @driesvannoten

벨기에 앤트워프 근교, 약 6만 7천 평 규모의 광활한 정원을 품은 저택 ‘링겐호프’. 드리스 반 노튼의 하루는 이곳에서 시작됩니다. 1840년대에 지어진 신고전주의 맨션은 한때 방치되어 있었지만, 그의 손길을 거쳐 지금은 수많은 이들이 ‘로망’이라 부르는 정원으로 다시 태어났죠. 그는 정원을 단순히 바라보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직접 흙을 고르고, 식물을 심고,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받아들이죠. 이 느린 리듬은 그의 디자인에도 고스란히 스며듭니다. 드리스 반 노튼의 컬렉션에서 유독 플로럴 패턴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옷감 위에 실제 꽃을 얹는 기법, 회화처럼 번지는 컬러 팔레트, 자연을 연상시키는 텍스처들. 그의 디자인은 정원에서 시작해 런웨이로 이어집니다. 플래그십 스토어와 쇼 공간을 직접 플라워 인스톨레이션으로 꾸미는 것도 같은 맥락이죠. 꽃은 그의 취미이자 감정의 언어이며, 동시에 브랜드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가장 직관적인 장치입니다.


Karl Lagerfeld

칼 라거펠트 | 출처 Getty Image

칼 라거펠트 | 출처 Getty Image

켄달제너 | 인스타그램 @kendalljenner

켄달제너 | 인스타그램 @kendalljenner

칼 라거펠트의 삶에서 책은 취미를 넘어 생존의 조건이었습니다. 담배도 술도 멀리했던 그가 유일하게 탐닉했던 것은 지식이었죠. 그의 집에는 약 30만 권에 달하는 책이 쌓여 있었고, 그 규모는 하나의 도서관에 가까웠습니다. “책이 없는 방에서는 살 수 없다”는 그의 말은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독서를 통해 세상과 대화했고, 패션을 넘어 인문과 예술, 철학을 흡수했습니다. 샤넬과 펜디를 위해 탄생한 수많은 아이코닉한 실루엣과 개념들은 이 서재에서의 사색 끝에 완성됐습니다. 책은 그에게 영감의 저장고이자 사고의 훈련장이었죠. 이 애정은 향수 프로젝트 'Paper Passion'으로도 이어집니다. 새 책을 펼쳤을 때 느껴지는 종이와 잉크, 공기의 냄새를 향으로 옮긴 이 프로젝트는 ‘지적 감각’마저 스타일로 승화시킨 칼 라거펠트다운 시도였습니다.


Rick Owens

릭 오웬스 | 인스타그램 @rickowensonline

릭 오웬스 | 인스타그램 @rickowensonline

릭 오웬스 | 인스타그램 @rickowensonline

릭 오웬스 | 인스타그램 @rickowensonline

릭 오웬스 | 인스타그램 @rickowensonline

릭 오웬스 | 인스타그램 @rickowensonline


새해하면 운동이 빠질 수 없죠. 릭 오웬스는 40대에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흔히 떠올리는 건강 관리나 자기 과시와는 거리가 먼 이유였죠. 그는 자신의 디자인과 어울리는 신체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프랑스 자택에 직접 만든 홈짐에서 그는 지금도 일주일에 5~6회, 약 1시간씩 운동을 이어갑니다. 하드코어한 테크노 음악을 크게 틀고, 무게보다는 리듬과 지속성을 중시하는 방식으로요. 63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단단한 몸은 결과이자 과정입니다. 그의 근육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태도입니다. 절제되고 구조적인 실루엣,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디자인처럼, 그의 몸 역시 철저히 ‘릭 오웬스답게’ 설계되었습니다. 운동은 그에게 취미이자 철학을 실천하는 방법입니다. 옷과 삶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그의 세계관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죠.


Jun takahashi

준 타카하시 | 인스타그램 @joniotakahashi

준 타카하시 | 인스타그램 @joniotakahashi

준 타카하시 | 인스타그램 @joniotakahashi

준 타카하시 | 인스타그램 @joniotakahashi

준 타카하시 | 인스타그램 @joniotakahashi

준 타카하시 | 인스타그램 @joniotakahashi

준 타카하시 | 인스타그램 @joniotakahashi

준 타카하시 | 인스타그램 @joniotakahashi

준 타카하시 | 인스타그램 @joniotakahashi

준 타카하시 | 인스타그램 @joniotakahashi


언더커버의 파운더, 준 타카하시는 바쁜 브랜드 일정 속에서도 독학으로 회화를 이어온 지 어느덧 10년 이상이 됐습니다. 개인전을 열 만큼, 이 취미는 그의 또 다른 정체성이 되었습니다. 하나의 프레임 안에서 세계를 완성하는 회화의 매력은 언더커버 SS25 여성복 컬렉션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죠. 그가 직접 그린 작품이 컬렉션의 출발점이 되었으니까요. 눈이 없는 인물,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 대상들. 그는 일부러 해석의 여지를 남깁니다. 보는 이가 스스로 상상하도록 하기 위해서죠. 패션과 예술,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흐리는 이 방식은 준 타카하시가 오랫동안 추구해온 태도와도 닮아 있습니다. 옷은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고, 질문을 던질 뿐이라는 믿음 말이죠.


Credit

  • 에디터 김성재
  • 사진 각 브랜드 SNS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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