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복스(Baby V.O.X) 코스모폴리탄 3월호 화보, 인터뷰 전문 보기
우리가 열렬히 사랑했던 언니들. 데뷔 28년 차 걸 그룹 베이비복스가 돌아왔다. 변함없는 용기와 열정, 그리고 더 단단해진 신념을 가진 여자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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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눈치챘나요? 촬영장에 있던 모든 스태프가 베이비복스의 팬이었다는 걸요.
김이지(이하 ‘이지’) 정말요? 저희는 한창 활동할 때 이후로 이런 촬영은 거의 처음이라 되게 어색했는데.
이희진(이하 ‘희진’) 그러니까요.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서니까 약간 떨리기도 했는데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윤은혜(이하 ‘은혜’) 사실 단체로 예쁘게 사진을 찍은 게 너무 오래전인데, 그때는 이런 화보보단 무대의상을 입고 찍은 사진이 다였거든요. 다 같이 추억이 될 수 있는 기록을 남겨보자는 마음으로 즐겁게 촬영했어요.
간미연(이하 ‘미연’) 예쁘게 나와야 해요.(웃음)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스태프들이 모니터를 보며 연신 외쳤거든요. 어쩜 이렇게 한결같이 멋지고 아름다울 수 있냐고요.(웃음)
이지 너무 칭찬해 주시니 앞으로 어떻게 유지해야 할지 고민되기도 해요. 뭘 해야 할까요?(웃음)
지난 연말은 단연 베이비복스의 무대가 화제였어요. 14년 만에 오른 완전체 무대였죠?
심은진(이하 ‘은진’) 14년 만의 무대인데,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고 싶다는 마음이 저희 모두에게 있었어요. 오로지 무대에 집중하느라 그 외의 것들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는데, 방송 다음 날부터 이렇게 이슈화될 줄은 상상도 못 했죠. 멤버별로 직캠이 올라온다는 것도요.
희진 그러니까요. 직캠의 존재도 전혀 몰랐고, 사실 제가 그렇게 많이 틀린 줄도 모른 채 세상 긴장하면서 무대를 하고 내려온 기억밖에 없는데 ‘뚝딱이’라는 새로운 별명이 생겼죠. 그 모습을 보고 좋아해 주시는 새로운 팬분들도 생기고요.
은진 덕분에 베이비복스의 넥스트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는 중이에요. 생각하지 못한 일이지만, 그저 재미있고 즐거워요.

우연한 기회로 뭉쳤지만, 하나둘 베이비복스의 다음 행보가 생겨나고 있다는 말이 무척 의미 있게 들려요. 기대하는 것들도 있죠?
은진 가능성은 다 열려 있다고 봐요. 가장 먼저 보여드릴 수 있는 건 지금 저희의 목소리로 다시 녹음한 앨범이에요. 저희가 활동했던 음악 중 ‘우연’, ‘Get Up’, ‘Killer’, ‘야야야’ 등 10곡을 골랐고, 녹음은 했지만, 앨범에 싣지 못했던 한 곡을 더해 총 11곡이 베스트 앨범 형태로 나오게 될 거예요. 특히 ‘나 어떡해’라는 곡은 2025년 버전으로 편곡했죠.
베이비복스는 여자라면 그저 사랑스럽고 순종적인 모습이 전부였던 당시 미디어에 반기를 든 유일무이한 그룹이었어요. 보이시한 콘셉트로, 또 칼군무를 추는 파워풀한 퍼포먼스로 페미니스트적인 메시지가 담긴 노래를 하는 여자도 있다는 걸 보여줬죠.
은혜 이제야 이야기하는 거지만, 그땐 맏언니도 겨우 20대 초반이었어요. 너무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그 감성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사실 힘들었죠. 피나는 연습을 통해 보여주는 모습이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옆에서 본 언니들도 저희가 내세웠던 이미지보다 순하고 여린 모습이었는데 말이죠.
은진 맞아요. 눈을 세게 뜨고 옷만 파격적으로 입으면 다 되는 줄로 알았죠.(웃음)

왠지 좀 뭉클한데요.(웃음) 인터뷰에 앞서 베이비복스의 1집을 다시 듣고 새삼 놀랐거든요. 긴 머리를 짧게 자르고 연인에게 이별을 고하는 노래가 있는가 하면, “나는 엄마의 인형이 아냐”라고 선언하는 당돌한 가사도 있었죠.
이지 그렇게 봐주셨다면 너무 감사한데, 마냥 어렸던 저희는 우리 콘셉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은혜 그래도 지금은 그 시절 베이비복스를 ‘걸 크러시’의 원조라 말해주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그 수식어가 이제는 한결 익숙하게 느껴지는 한편 감사한 마음이 들죠.
‘걸 크러시’라는 수식어와 함께 베이비복스는 당시 ‘한류’를 이끈 1세대 걸 그룹이기도 해요. 1999년 중국 진출을 시작으로 태국, 베트남,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전역에서 공연을 하는 아티스트로 성장했죠. 한국 걸 그룹 최초로 베이징에서 콘서트를 한 팀이자, ‘나 어떡해’로 외국 가수 최초로 중국 인민 라디오 차트 1위에 오른 기록까지 보유하고 있던데요?
은진 저희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정보를 새삼 이렇게 알게 되네요.(웃음) 너무 기분 좋은 타이틀인데, 그 원조의 길을 가기 위해 뚫고 나아가야 하는 것이 참 많았어요. 한국에서 승승장구하던 시기에 중국으로 가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잖아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들긴 했지만, 어느 순간 변화가 느껴지더라고요. 처음엔 공항에 저희를 마중 나온 팬들이 10명 정도였는데, 나중에 공항을 가득 메운 팬분들이 저희를 맞이해주셨을 땐 그간의 고생을 보상받는 것 같았어요.
은혜 타지에서 받는 사랑이 어떻게 보면 낯설기도 하지만, 그만큼 느껴지는 감동 또한 컸어요.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싶다는 의지를 다질 수도 있었죠.

데뷔한 지 28년이 됐지만, 지금도 잊지 못하는 생생한 순간들도 있죠?
희진 데뷔하고 첫 1위 했을 때. 이지 그리고 최다 1위 기록이 이어졌을 때.
은진 그리고 2002년 월드컵 열기와 함께 ‘우연’도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희진 맞아. 바빴지만, 정말 행복했어요.
미연 ‘야야야’로 활동하며 신인상 받았을 때도 잊지 못하는 순간 중 하나예요.
이렇게 열렬한 사랑을 받은 동시에 당시 유독 가혹한 시선을 받았던 팀도 베이비복스였어요. 지금보다 보수적이었던 사회 정서의 영향도 있겠지만, 왜 유독 베이비복스에게 엄격했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지 그러게요.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그 시기도 잘 지나왔네요. 이렇게 다시 만나 활동도 하고요.
은진 만약 그때 혼자였다면 전 무너졌을 거예요. 의지할 수 있는 멤버들이 옆에 있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갔던 것 같아요. 그만큼 저희끼리 엄청 끈끈해졌죠. 누군가 날 세워 공격하면 그보다 더 끈끈한 연대가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사실 앞에서 뭐라고 하든 저희는 무대를 즐겼었어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랬다고, 저희 나름대로 무대 위에서 즐거움을 찾았던 거죠. 유튜브에 그 시절 저희 무대를 모아놓은 영상이 있는데, 저희의 멘털을 많이들 칭찬해주시더라고요.

어린 나이에도 용감했네요. 누군가 비난해도 베이비복스는 꿋꿋이 자신들의 음악을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팬분들이 한결같이 베이비복스를 좋아해주시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거고요.
일동 맞아요.
이지 저희의 자존심은 베이비복스 음악 그 자체인 것 같아요.
<코스모폴리탄>의 슬로건 ‘Fun Fearless Female’ 그 자체인데요? 베이비복스가 정의하는 ‘FFF’는 어떤 여성인가요?
이지 FUN이건 FEARLESS건 한 번에 이뤄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유쾌하고 용감한 여성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스스로 잘 만들어가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나 자신을 그 누구와도 비교하지 말고, 섣불리 평가하지 않아야 하죠. 요즘은 타인과 비교하기 참 쉬운 시대기도 하잖아요. 비교에서 비롯된 박탈감에 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사랑할 줄 아는 여자, 그렇게 정의하고 싶어요.
미연 전 원래 제 얼굴에 크게 신경 쓰는 스타일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점점 나이 들어가는 제 모습이 어느 순간 보기 힘들어지더라고요. 너무 어릴 때 데뷔했다 보니까 변해가는 제 모습이 보기 싫어서 방송을 조금 멀리하던 때도 있었는데, 그게 건강하지 않은 생각이라는 걸 알았죠. 돌아보면 전 ‘난 이런 사람이야’ 하고 스스로 단정 짓고 한계를 만들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가진 고유한 성향은 환경에 따라 변하기도 하거든요. 한계를 두지 말고 변화와 도전에 스스로를 내던져봤으면 좋겠어요. 스스로를 어떠한 프레임에 가두지 않고 도전하는 사람이 멋진 여자라고 생각해요.
은진 공감해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해요. 실패하고 상처받을까 봐 걱정만 하면 결국 아무것도 못 하게 되잖아요.

요즘 젊은 친구들이 언니들을 동경하는 건, 단순히 예쁘고 멋져서는 아닐 거예요. 지난한 시간을 지나오며 단단해진, 그래서 일과 삶에서도 연륜이 느껴지는 선배를 닮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동하기 때문일 텐데요, 그런 마음으로 베이비복스를 바라보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이지 지금 겪는 크고 작은 힘듦이 있을 거예요. 그 힘든 시간을 지나온 사람으로서 “다 지나가더라”라는 말을 해드리고 싶어요. 지금을 너무 바닥이라 생각하지 말고 힘을 냈으면 좋겠어요.
은혜 그리고 뒤를 돌아보지 않는 태도도 필요한 것 같아요. 과거에 묶여 있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을 계속 깎아내리는 거예요. 결국 내가 가진 단점보다는 장점에 좀 더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죠. 다른 사람보다 내가 잘하는 점을 하나씩 발견하게 되면 그 하나가 굉장히 큰, 나의 아이덴티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희진 지금의 ‘나’를 누구보다 사랑해주고 보듬어줬으면 좋겠어요. 이 이야기가 아직 와닿지 않겠지만,(웃음) 지금 이 시간은 되돌릴 수 없거든요.
은진 그리고 자신의 열정을 사랑해줬으면 좋겠어요. 애써 부족함을 찾지 마세요. 이미 여러분은 충분히 멋진 삶을 살아가고 있거든요.

지금 베이비복스는 또 어떤 삶을 그리고 있나요? 수많은 여성이 언니들의 그 길을 따라가고 싶을 테죠.
이지 조급해지는 때도 여유를 잃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길 꿈꿔요. 워낙 성격이 급하거든요.(웃음) 어떤 것이든 여유를 가지고 선택하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 된다는 걸 시간이 갈수록 체감해요.
은혜 아까 은진 언니가 말한 것처럼 생각지 못한 베이비복스의 일들이 생기면서 어쩔 수 없이 미뤄놓은 일들을 하나하나 해나가면서 제 삶을 개척해가려고 해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요.
희진 하루하루 저 자신에게 칭찬을 해줄 수 있는 일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힘들고 스트레스받는 순간에도 그 안에서 스스로 웃음을 찾을 수 있는 포인트를 잃지 않고 싶어요. 여러분도 삶에서 그런 순간을 꼭 찾으시길 바라요.
언니들의 30주년 콘서트도 기다려봐도 되겠죠?(웃음)
미연 내후년이네요.
은진 내후년이면 가능할까?
이지 지금부터 체력 운동을 열심히….(웃음)
희진 그런 날이 꼭 왔으면 좋겠네요. 최선을 다해볼게요!
Credit
- Feature Editor 천일홍
- Photographer 이준경
- Hair 강수정(간미연/윤은혜) / 신탁(김이지/심은진/이희진)
- Makeup 이상미(간미연/윤은혜)/홍성희(김이지/심은진/이희진)
- Stylist 윤지빈/박이화
- Assistant 함상우
- Art Designer 진남혁
- Digital Designer 김지수
코스모폴리탄 유튜브♥
@cosmo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