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AI가 연애에 미치는 영향

“시리야, 플러팅 메시지 하나만 작성해줘!” 썸 타고 사귀고 데이트하고, 심지어 이별의 순간까지도 AI가 도와주는 시대가 도래했다.

프로필 by 김미나 2024.08.22
단톡방 대신 AI한테 물어보세요
플러팅 멘트를 대신 만들어주는 AI 서비스 ‘유어무브’에 ‘나 배고파’를 입력해봤다. 답변 스타일은 ‘플러티한’, ‘화끈한’, ‘친근한’, ‘재밌는’, ‘격식 있는’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다. 가장 궁금했던 ‘화끈한’ 답변은 이러했다. “잘됐다! 나 요리 진짜 잘하는데 지금 먹으러 올래?”, “나도 배고팠는데! 같이 저녁 먹고 이 밤이 우릴 어디로 데려가는지 지켜볼까?” 등 “라면 먹고 갈래?”에서 100단계쯤은 업그레이드된 답변이 줄지어 생성됐다. AI 주제에 이렇게 느끼할 일인가! 좀 더 담백한 답변을 얻고자 ‘재밌는’ 스타일로도 답변을 생성해봤다 “배고파? 나 딱 스낵 사이즈인데!” 사람에 따라 자조적인 개그가 될 수도 있겠다. 답변만 생성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대화의 첫 시작을 함께 고민해주기도 하는데, 이런 식의 멘트를 제안한다. “신발끈 묶어줘도 돼? 네가 다른 여자(남자) 쪽으로 넘어지지 않게!” 이 정도 창의성이면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극본가나 소설가에게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메시지 캡처로도 답변 생성이 가능한데 영어 기반의 플랫폼이다 보니 장벽은 있는 편. 몇 가지 질문에 답을 하면 데이팅 앱에 입력할 수 있는 자기소개 문구도 만들어준다. 야구를 좋아하는 에디터가 생성해본 자기소개 문구는 다음과 같다. “나랑 야구 보면 그랜드슬램보다 짜릿할걸?” 무료 버전도 성능이 꽤 좋다. 구글에 ‘YourMove AI’라고 검색하면 누구든 이용 가능하다. 무료 버전은 하루에 7개의 답변만 열람할 수 있으며 구독료는 월 $9.00이다. 막 소개팅을 하고 온 친구가 단체 카톡방에서 소개팅남에게 보낼 답변을 고민한다면? 조용히 유어무브의 링크를 보내자. 잘 만든 AI 하나, 집단 지성 안 부럽다.

연애하고 싶은 기분이 들 땐 탄수화물이지
남자 친구가 없어도 연애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빵이 있다면? 일본 빵집 ‘기무라야’와 글로벌 전자 회사 NEC가 협업해 ‘연애 AI 빵(REN-AI PAN)’을 출시했다. 연애의 감정을 5가지 맛으로 나타냈는데 ‘첫 만남’, ‘데이트’, ‘질투’, ‘실연’, ‘사랑’이 그것. NEC는 일본의 고등학교 연애 리얼리티인 <오늘 너와 사랑에 빠질 거야> 총 3개 시즌을 통해 로맨틱한 상황에서 출연진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분석했다. 동시에 일본 노래 약 100만 곡 중에서 음식에 대한 가사가 포함된 3만5000개를 추출했다. 이 2가지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애 감정과 음식을 매칭한 것. 150년 된 전통 빵집 기무라야는 재료들을 잘 버무려 맛있는 ‘연애 빵’을 탄생시켰다. ‘첫 만남’ 맛은 솜사탕과 사과를 반죽에 넣어 달콤하게 만들었는데, 빵 표면에는 ‘운명의 뒤틀림’을 형상화한 ‘파란색 크런치’를 더해 짓궂음도 한 스푼 끼얹었다. ‘질투’ 맛엔 자색 고구마와 완두 앙금을 첨가했다. 이는 ‘불안’을 표현한 색감으로 여기에 쫀득쫀득한 식감을 더해 완성했다. ‘사랑’ 맛엔 용과, 복숭아, 꿀을 넣어 부드럽게 녹아드는 빵을 만들었다. 분홍색 반죽은 상기된 뺨을 나타낸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재료와 디자인이다. 연애를 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빵일까, 연애에 희망을 주는 현대판 사랑의 묘약일까? 뭐가 됐든 당장 사서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HER, AI와의 연애?
남자 친구의 전 여친이 AI였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썩 유쾌하진 않을 것 같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선 1000명의 여성이 등록된 데이팅 앱 ‘사만다’의 인기가 뜨겁다고 보도했다. 영화 <그녀>에 나오는 ‘사만다’가 모티브인 이 앱의 캐치프레이즈는 ‘기혼자도 이용 가능. 본인 인증도 필요 없음. 상대가 AI기 때문입니다’. 공개한 지 약 7개월이 지난 지금, 이 앱엔 AI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등록돼 있으며, 앞으로도 AI 프로필을 꾸준히 늘려갈 계획이라고 한다. 여느 데이팅 앱과 다를 바 없는 프로필 구성, 자기소개 문구, 진짜 사람 같은 사진 덕에 가짜라는 인식은 금방 사라진다. 기본 정보로는 이름과 생년월일을 비롯해 직업, 쉬는 날, 주량, 흡연 여부, 혈액형이 들어가 있고, 프로필마다 개성 있는 자기소개 글도 보인다. 프로필 사진과 자기소개를 바탕으로 각 인물의 성향이나 성격을 유추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사용자가 ‘호감’을 보내면 직접 등록한 자기소개를 바탕으로 답변이 오는데 즉시 답장이 오는 것은 아니고, AI마다 고유의 라이프스타일이 있다는 전제하에 답장 간격이 조정된다. 사만다의 개발자는 “직장인이라면 보통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 사이에 근무하며, 바쁜 날도 있고 여유로운 날도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각각의 AI마다 답변하는 패턴이나 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라며 “소비자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특정 사용자로부터 호감도가 높아지면 다른 사용자의 메시지는 거절하는 메커니즘을 가졌다”고 덧붙였다.

사만다를 직접 체험해본 일본 <아베마 뉴스>의 한 캐스터는 “상대방의 답장을 기다리는 시간이 두근거리고 좋았다”며 완전히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사만다는 별도의 수익 창출을 하고 있지 않으며 회원 가입만 하면 누구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연애 중인 사람은 물론 기혼자와 미성년자까지도! 사만다 측은 “성적인 대화는 엄격히 금지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음침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싱글이 아닌 사람이 다른 인물과 연애 감정을 키워나간다는 것은 헤어짐 사유로 충분하다. 그 상대가 AI일지라도! 코스모의 유일한 기혼자이자 결혼 N년 차 에디터 선배는 사만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결혼은 딱 맞을 수 없는 남녀가 평생을 함께 살아가는 거야. 따라서 배우자가 해당 서비스를 통해 결혼 생활에서 받는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기꺼이 허락할 수 있는데?” 물론 앱을 받아들이는 데엔 개인차가 있다. 버추얼 아이돌이나 인플루언서가 국내에서도 인기고, 최근 <제주 도정뉴스>에는 AI 아나운서까지 등장했다. 인간이 AI로 대체돼가는 세상에서 연애 영역도 점차 더 새로운 국면을 맞으리라. 비슷한 데이팅 앱이 한국에 출시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 않다. 그렇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 어떤 대체재로도 재연이 불가하다. 그것이 맛있는 빵이나 천년의 이상형과 부합하는 AI일지라도!

Credit

  • Editor 김미나
  • Art designer 진남혁
  • Digital designer 민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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