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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동시대적인 직업, 지그재그 PO 이미준 인터뷰

취업 스펙, 세부 업무 등 알려진 것이 많지 않아 PM, PO의 세계에 대해 더욱 궁금한 지그재그 PO 이미준에게 물었다.

프로필 by COSMOPOLITAN 2024.04.01
IT 회사 내 서비스를 기획, 운영하는 PM, PO.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혜안을 지닌 제네럴리스트이자 자기주도적으로 업무를 이끈다. 취업 스펙, 세부 업무 등 알려진 것이 많지 않아 PM, PO의 세계에 대해 더욱 궁금한 지그재그 PO 이미준에게 물었다.

최근 PM, PO 직군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요.
PM(Product Manager), PO(Product Owner)는 최근에 새로 생겨난 게 아니에요. 서비스 기획자라는 이름으로 이전부터 있던 직업이죠. 서비스를 기획할 때 우리가 상상할 것들을 개발자에게 말해주기만 하면 모두 알아서 개발할 수 있을 듯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거든요. 예를 들어 ‘카카오톡 선물하기 서비스를 만든다’고 가정했을 때 어떻게 상품을 등록할 것이며 주문이 일어났을 때 처리는 누가 어떻게 할 것인지의 프로세스가 구축되어야 하죠. 또 시스템적으로 결제, 배송, 정산 등을 위해 어떤 정보를 취득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해야 해요. 이 모두를 개발자가 단독으로 기획하는 건 불가능해요. 프로그램 개발을 넘어 프로젝트의 방향이나 정책에 대한 정리, 기획하는 역할을 담당하죠.

서비스 기획자, PM, PO 등 이름에 따라 직무 차이가 있나요?
서비스기획자, PM, PO 등 부르는 이름에 따라 사내 조직구조가 조금 다른데, 현재는 대부분의 회사가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이름보다는 회사에 따라 담당하는 직무가 다른 편이죠. 종종 국내에서는 Owner라는 단어가 Manager보다 높은 직급으로 느껴지는데, 실제로 해외에서는 Owner가 좁은 단위의 프로덕트를 책임, 관리하는 반면 Manager는 더 넒은 범위의 프로젝트를 핸들링하는 경우가 많아요.

인터뷰를 준비하며 ‘서비스가 론칭되면 PO, PM의 역할이 끝나는 건 아닐까?’라는 1차원적인 궁금증이 들었어요.
오프라인 매장, 상품의 경우에는 만들고 나면 운영 이외에 손댈 일 없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IT는 절대 그렇지 않아요. 개발 이후에 수정, 보완이 이뤄지지 않으면 서비스가 망가지죠. 계속해서 서비스를 일관성 있게 바라보면서 확인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필요해요. 또한 마케터, MD 등이 수정, 업데이트를 희망할 때 개발자에게 적확한 비즈니스 언어로 정리해 줄 사람이 필요하죠. 단순히 페이지 하나를 추가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의 목표 수립부터 다른 페이지와의 연동, 디자인, 개발 등을 전체적으로 고민하는 일을 해요.

어떻게 서비스 기획자의 세계에 입문하셨나요?
대학생 때부터 기획에 관심이 많았어요.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기획에 관심을 두고 경험을 쌓았는데 어떤 기획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평소에 잘하는 걸 먼저 떠올려보니 블로그, 홈페이지 운영 같은 걸 꾸준히 해왔다는 사실이 떠올랐죠. 지금 생각하면 터무니없긴 하지만 HTML로 홈페이지도 만들어봤으니 온라인 서비스 만드는 회사에 입사해야겠다고 단순히 생각한 거죠. 여러 포털 회사에 인턴 면접을 보던 중 UX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고 웹 기획을 그때 처음 접했어요. 롯데닷컴에서 인턴십, 정규직 전환을 거치면서 서비스 기획 분야에 진짜로 발을 담그게 되었죠. 물론 제가 회사 밖에서 상상하던 일과는 실제 업무는 너무나 달랐지만요. 앞서 말씀드렸듯 비즈니스 프로세스 설계부터 개발 요청, 정책 확인 등 다양한 일을 담당하는데요. 그중에서도 커머스 서비스는 복잡도가 높은 시스템 중에 하나에 속해서 꽤나 고생했죠.

그럼에도 벌써 12년째 기획자로 일하고 계시잖아요. 그 원동력이 궁금해요.
매일매일 다른 문제, 프로젝트에 직면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전문가와 커뮤니케이션하다 보니까 어제보다는 더 똑똑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또 다른 기획에 비해서 결과물, 피드백이 굉장히 빠르게 나오는 일이기도 하고요. 저는 일을 선택할 때 ‘모든 것을 다 경험한 뒤 최상의 것을 고르자’는 주의가 아니에요.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인 동시에 스트레스의 상황도 무던히 넘길 수 있는 분야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죠.

의외예요. PM, PO 관련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브런치에 글도 쓰고 책도 3권이나 내신 터라 엄청난 커리어 목표가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모든 플랫폼에 콘텐츠 업로드 주기가 들쭉날쭉해요. 여유가 되고 마음이 동할 때 하나씩 업로드하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여러 콘텐츠 계정을 운영하는 이유는 그저 제 일을 어제보다 더 잘하고 싶어서에요. 새로운 기획 방식, 개발 방법론, 서비스가 계속해서 쏟아져요. 배울게 정말 많은 일이죠. 남들에게 그것들을 소개하면서 스스로 공부도 되고요. 또한 기획은 일이 자체가 남에게 가르치기가 쉽지 않아요. 실제 상황에서 몸소 배워야 하는 것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기획자들 사이에 자신의 지식을 공유하는 걸 꺼리는 문화도 있어요. 제가 오랜 시간 부딪히면서 배워야 했기 때문에 후배들만큼은 더 쉽게, 빨리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요.

직무에 꼭 필요한 역량이 있다면 무얼까요?
일단 이 일 자체가 전공이 없는 일이에요. 굉장히 다면적인 직무잖아요. 경영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해는 물론, 인문학, 심리학,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도 있어야 하죠. 그래서 메타인지가 중용해요.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무엇인가를 구분하고, 모르는 것에 대해 동료들에게 물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죠. 종종 코딩 능력을 직무 이점으로 내거는 사회 초년생들이 있는데요. 얕은 코딩 실력으로는 우리가 사용하는 복잡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없어요. 또한 개발자분들과 코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지도 않고요. 제가 개발자의 코딩 오류를 지적하는 건 월권이죠. 오히려 엑셀 함수를 잘 다룰 줄 아는 게 큰 도움이 될 듯싶어요. 서비스 기획자는 작은 프로젝트를 맡는 것에서 부터 점차 커리어를 쌓아 나가는 일이에요. 그러니 누구나 실수가 많을 수밖에 없죠. 특히 IT 업계의 기본 원칙은 ‘오류가 늘 생긴다’예요. 또한 어떤 기획을 하던 부족한 부분은 늘 생기기 마련이고요. 부족한 걸 개발자, 디자이너 등 여러 사람들과 함께 채워 나가면서 성장해요. 그래서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1순위로 꼽고 싶어요. 사람들이 회사나 서비스의 방향성에 맞게 함께 달릴 수 있도록 끊임없이 소통하니까요.

그렇다면 서비스 기획자는 MBTI E나 J에게 최적화된 직업일까요?
전혀 아니에요. 대면해서 대화하는 것만이 소통은 아니니까요. I형일지라도 정돈된 문서, 메일로 멋지게 소통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또한 비즈니스를 구조화하고 정리하는 게 중요하지만 그게 J형의 기질과는 아무 관계가 없어요. 오히려 예기치 않은 일들로 정해진 데드라인을 넘어가는 상황들로 인해 극도의 스트레스를 경험할 확률만 높죠. N과 S도 마찬가지예요.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는 N과 현실성이 높고 실현 가능한 최적의 방안을 제시하는 S, 둘 다 좋은 기획자에요. 제가 느끼기에 MBTI로는 개인의 직무적합도를 판단할 수 없어요. 각자마다의 개성이 어떻게 일로 발현되느냐, 부족한 부분을 잘 훈련했는가가 더 중요하죠.

최근에 신간 <대한민국 이커머스의 역사>를 출간했어요.
지금까지 3권의 책을 썼는데 사실 이 책을 제일 먼저 쓰기 시작했어요. 제가 이커머스 회사에서 일하면서 ‘고객은 왜 이렇게 생각하고, 우리 시스템은 어쩌다가 복잡해졌나’를 종종 고민했거든요. 그러던 중 미래의 이커머스는 어떻게 될지를 고민해 보는 기회가 생겼어요. 역사를 쭉 되짚어보면 어떤 패턴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국내 이커머스 역사를 조사하기 시작했어요. 사실 논문을 비롯해 다양한 자료가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마존, 이베이처럼 국외 자료는 많지만 국내 이커머스에 대한 것들은 없더라고요. 직접 연도별로 뉴스 기사들을 역추적하면서 연표를 작성하고 그 속에서 키워드를 찾아내 글을 썼어요. 국내 26년 이커머스 역사를 다룬 첫 책이라서 의미 있죠. 개인적으로 이 책을 쓰면서 어떤 문제, 사고로 인해 새로운 정책이 생기고 비즈니스, 시스템이 고안되었는지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책을 읽는 서비스 기획자들에게도 똑같이 도움이 되길 바라요.

책을 쓰시면서 발견한 다음 이커머스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지난 10년간 여러 이커머스 회사가 모바일 마켓을 성장시키기 위해 쿠폰을 뿌려 유저를 유입시켰어요.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이커머스 회사 전반에 투자비가 낮아졌고 운영 비용을 잘 절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회사만이 살아남을 거라 생각해요. 비슷한 전환기가 몇 번 있었는데 닷컴 버블 시절과 유사해요. 궁극에 어떤 회사가 살아남을지 잘 지켜봐야겠죠.

서비스 기획자의 시선에서 새로운 책을 쓰신다면 다음엔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으신가요?
저는 커머스 시스템 내에서 주문 클레임 분야를 주로 다뤄왔어요. 이론만으로는 배울 수 없는 모듈이기 때문에 실제로 일해본 사람만이 분야의 구조, 비즈니스를 알죠. 그래서 정보가 거의 새나가지 않은 분야기도 해요. 누군가 읽고 바로 습득할 수 있게끔 이곳의 정보들을 정리하고 싶어요. 물론 읽는다고 모두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지침, 교본이 있는 것과 없는 건 천지 차이니까요.

PO 이미준 님에게 물었다!

🔍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즐겨 찾는 사이트 또는 인스타그램 계정은?
영감보다는 해결책이라는 단어가 맞을 듯 싶어요. 충분히 고민을 해도 해결책이 떠오르지는 않을 때는 샤워를 하거나 글을 쓰는 등의 다른 일을 해요. 일에서 벗어났을 때 역으로 생각이 나기도 하니까요.

🔍 하루 평균 인스타그램 또는 타 SNS 사용 시간은?
2시간 이상?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브런치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는데요. 각자 활용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페이스북은 업무의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브런치는 사람들의 생각을 읽기 위해 보아요.

🔍 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3개는?
슬랙, 구글, 페이스북.

Credit

  • Freelance Editor 유승현
  • Photo 개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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