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LEBRITY
젠틀우먼, 이청아
내가 내 곁에 있을 것. 나와 당신 사이의 거리를 지키되 다정할 것. 젠틀우먼, 배우 이청아와 밤을 걸으며 나눈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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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났네요.
만나기 전에 공유해주신 질문지를 읽었는데 심상치가 않은 거예요. 설마 하고 시안의 크레딧을 확인했는데, 제가 기억하는 에디터분이 맞더라고요.
제가 진행한 권해효 배우의 인터뷰를 공유하면서 “이런 인터뷰어와 인터뷰해보고 싶다”고 개인 SNS에 인용해주신 적이 있죠.
사회에 대한 주관부터 카메라, 자동차에 대한 취향까지 ‘이렇게 멋져야 배우가 될 수 있는 건가?’ 생각했어요.하하. 제가 그때 권해효 선배님 인터뷰를 읽고 에디터님의 글과 인터뷰를 최근 것부터 쭉 거슬러 올라가며 찾아봤거든요.
저도 언제나 만나고 싶었던 사람이었기에 화보 콘셉트를 바로 떠올렸어요. ’젠틀우먼’이라는.
그 제목이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제게 젠틀우먼이란 건 선을 지키는 사람이란 이미지예요. 저는 늘 매너를 지키려고 하는데, 사실 편리를 위한 것이죠. 사람 사이의 거리감을 지켜야 자기 자신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가장 화를 많이 내는 대상은 제일 가까운 사람들이잖아요? 부모, 자녀, 연인… 가까이 있을수록 나 자신이 아닌 누군가의 엄마나 딸이 돼버리죠. 그래서 저는 늘 간격을 지키려고 합니다.
그런 단독자의 모습을 오늘 화보로 멋지게 담아보자고요.
좋아요. 헤어나 메이크업에 많이 손대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서 느슨하게 풀어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예전에 케이트 블란쳇이 턱시도를 입고 타이를 느슨하게 푼 채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는 화보를 본 적 있어요. 평상시에 그런 옷을 입는 게 자연스러운 사람처럼 보여서 좋더군요.
슈트를 좋아하죠?
정확히는 팬츠 슈트 셋업. 중학생 때 저의 가장 큰 불만은 왜 바지 교복과 치마 교복 중 선택할 수 없는지였어요.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슈트와 턱시도를 여성도 입을 수 있도록 가장 먼저 선보인 생 로랑이라는 브랜드에도 애정이 있어요.
사실 슈트는 편한 옷이기도 하죠.
자기 몸에 맞춘 넉넉한 슈트는 정말 편해요. 그리고 슈트 스타일링은 실패하기 어려울 만큼 쉽죠. 연예인이기 때문에 화면에서 돋보이는 옷을 입을 때도 많지만, 사실 저는 미니멀한 걸 더 좋아하고, 심심하게 입는 것도 좋아해요.

니트 톱, 미디스커트 모두 구찌. 로고 캡 웰던.
언제부터인가 이청아를 좋아하게 됐어요. 그런데 사람들과 이야기 나눠보면, 그 시점들이 다 비슷하더라고요.
그럴 거예요. 배역 외에 모습을 잘 안 보여드리는 편이고, SNS도 늦게 시작했고. 진짜의 저에 가까운 모습을 보게 된 시점이 있었을 테니까요.
<늑대의 유혹> <꽃미남 라면가게> 류의 캔디형 주인공을 연기하던 이청아에서, <VIP> <셀러브리티>의 서늘하고 품격 있는 여성을 연기하는 현재의 이청아까지. 확실한 터닝 포인트가 있었던 배우예요.
어떤 분들은 그 기점을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라고 말하고, 어떤 분은 드라마 <VIP>라고 말하시더라고요. 드라마 <꽃미남 라면가게> 작가님과 연을 이어가고 있는데, 어느 날 무슨 배역인지 말도 안 해주고 “해줘야 할 게 있어”라고 하시는 거예요. 제가 할 수 있는 역이냐고 묻자 “자기랑 너무 잘 어울리는 역이야”라고 하셔서, 바로 오케이했어요. 저를 너무 잘 아는 분이라, 하하. 그때 많은 걸 덜어내는 시도를 했어요. 액세서리도, 메이크업도 덜어내고, 염색하지 않은 머리색 그대로 가고, 고집스럽고 촌스러운 게 자기 멋인 사람을 만들었는데 이청아와 많이 닮아 있었던 거죠. 성격적으로도요. 후에 그 작가님은 이렇게 말하셨어요. “청아는 신사적이야.” 제가 장착한 기본 매너가 있대요. 의자를 빼준다든지, 가방이랑 옷을 받아준다든지. 정소민 씨와 연기할 때 그런 태도가 자연스럽게 드러났는데 그걸 좋아하시더라고요.
이청아는 밝고 서툰 여성과 대비되는, 성숙한 ‘전 여친’이나 능력 있는 ‘라이벌이자 조력자’ 역할로 자주 등장하죠. 거기서 항상 제가 주목하는 건 여성 주인공과의 케미스트리였습니다. 그 묘한 긴장감이 좋거든요.
팬분들 댓글 중에 “언니 ‘퍼컬’ 최소 전 여친”이라는 글을 봤어요. 처음엔 이게 뭔 말인가 했는데, 제가 전 여친 역할을 잘하고, 여자랑 케미스트리가 좋다는 뜻이래요. 하하하. 전 멜로 장르를 꽤 좋아해요. 다양한 멜로를 만나고 싶네요.
드라마 <하이드>로 이보영 배우와 연기하죠. 분위기가 잘 붙어서 굉장히 기대돼요.
맞아요. 다들 비슷한 계열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차분한 느낌이 있다고. 연기하면서 보영 선배님이랑 붙을 때마다 재미있어요. 제가 찍으면서도 ‘이 신 너무 재미있는데?’라고 느꼈던 구간이 많아요. 기대해주시면 좋겠어요. 뭘 말해도 스포일러가 되는 캐릭터라 여기까지만 할게요.
여자 팬들, 많죠?
SNS에서 팔로어 비율을 볼 수 있는데 남녀 비율이 2:8 정도예요. 그래도 드라마 <연인>을 마치고 3:7 정도로 가고 있어요.

베스트, 와이드 슬랙스 셋업 토즈. 반지 모두 아티카. 안경 샤넬.
드라마 <안녕 드라큘라>에서 서현과의 연인 연기도 좋았죠. 언젠가 <캐롤> 같은 영화도 해주시면 좋겠네요.
제가 좋아하는 케이트가 둘 있는데, 케이트 윈슬렛과 케이트 블란쳇이에요. <캐롤>은 겨울이 되면 늘 다시 보는 영화예요. 저는 퀴어 영화가 사랑 그 자체에 대해 더 깨끗하게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퀴어든 아니든, 멜로는 언제든 환영. 요즘 제가 가장 하고 싶어 하는 장르예요.
캔디형 캐릭터를 연기하던 데뷔 초 이야기도 궁금해요.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기분이었나요?
시대마다 유행하는 캐릭터가 있어요. 영화 <늑대의 유혹>은 두 남자 사이에 낀 한 여자아이를 그린 전형적인 하이틴 로맨스예요. 그 후 캔디형 캐릭터들이 들어오면서 배우 생활의 고난이 시작됐어요. 가장 많이 들었던 디렉션이 “톤 올려”, ”밝게, 귀엽게”였어요. 근데 제가 그다지 귀여운 사람은 아니라서 많이 힘들었죠. 저는 일하지 않을 땐 늘 학교로 도망쳤어요. 그래도 학교는 제가 숨 쉴 수 있는 공간이었거든요.
돌아갈 곳이 있어서 다행이었네요.
저는 대학교 1학년 때 그냥 학생이었고 2학년 때 <늑대의 유혹>이 개봉했죠. 그래서 동기들에게 저는 연예인도 아니었고, 그 영화 속 캐릭터도 아니었어요. 하지만 점차 많은 사람들이 미디어의 모습을 저라고 생각하며 대했고, ‘대중이 진짜 내 모습을 사랑할까?’, ‘사람들이 내게 다음을 기대할까?’ 하는 의문들이 생겨났어요. 하지만 그냥 사라질 순 없다고 생각했어요. ‘연기 잘한다는 소리 한 번만 듣고 사라질 테다. 이대로 사라지면 오명이다’ 그런 마음으로 연기에 임했어요.
오래 걸렸지만, 결국 자기 옷을 입었어요. 그걸 대중도 알아본 거고요.
맞아요. 저는 그 세월에 감사해요. 항체가 생겼거든요. 처음부터 지금 같은 역할만 했다면 오히려 연기할 수 있는 폭이 좁았을 거예요. 그 덕에 지금 저는 사회성을 장착하게 됐고, 따듯하고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었어요. 오히려 지금 제게 캔디 같은 캐릭터나 까부는 캐릭터를 시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고난이 이청아의 그릇을 넓혔네요.
그렇죠. 저는 고난이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마냥 행복하기만 한 것은 지루하죠.
단단하네요. 저는 여전히 고난을 좋은 것이라 생각할 수 없는데.
저는 진짜 힘든 날 생각하는 게 있어요. 내가 지금 80세에서 돌아왔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제가 80세여서 “젊은 날로 돌아가게 해주세요”라고 빌었는데 딱 깼더니 지금인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 해결책이 막 보여요. 갑자기 이 하루에 생동감이 생기죠. 주변인들도 새삼 반갑고요.
좋은 팁이에요.
지금 조금 바뀌었죠, 무드가.
그렇다면 지금에서 스무 살로 돌아가는 건 어때요?
전 20대로는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지금 아는 걸 조금이라도 잃어버리고 싶지 않거든요. 지금 찾은 이 균형감과 적응력이 얼마나 간신히 얻어진 것인지 아니까. 게임으로 치자면 지금이 가장 많이 업그레이드해둔 상태인 거예요.

톱, 쇼츠, 스카프, 벨트 모두 프라다. 귀고리 모니카 비나더. 사이하이 부츠 찰스앤키스.
지금의 목소리 톤, 분위기, 화법, 모든 것이 본연의 모습에 가깝고, 또한 잘 벼려진 것이기도 하니까.
지금의 제 나이에 그것들이 어울리는 탓도 있는 것 같아요. 20대 때의 저에겐 그런 것들이 절 무겁고 심각한 아이로 보이게 했나 봐요. 그때 저한테 기자분들이 “요즘 고민은 뭐예요?”라고 했는데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나 생각해요“라고 답하면 얼마나 곤란하셨겠어요? 하하. ‘이걸 어떻게 받아줘야 하지’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저라면 좋아했을 텐데.
하하. 그러셨을 것 같네요. ‘영화계 신데렐라’ 같은 타이틀로 인터뷰를 하고 있을 때였는걸요. 다들 귀엽고 여린 소녀를 기대하셨을 텐데 저는 그렇지 못했죠. 다행히 지금은 저라는 사람과 제가 하는 배역들이 잘 어울리는 시기가 왔고, 여기서 또 나이가 더 들면 지금과 다른 모습이 찾아올 텐데, 먼 미래엔 귀여운 호호할머니 같은 사람이 돼 있길 바라요.
저는 샬롯 램플링이나 이자벨 위페르 같은 중년을 기대하고 있는데.
하하. 전 프렌치 스타일은 아녜요. 개인적인 사람은 맞는데, 그렇게 시크하지 못하죠. 뭐 바람으로는 키가 훤칠하고 각진 얼굴이 돼서 롱 코트나 슈트가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지만, 그러기에 저는 좀 더 동그랗고 좀 더 작아요.
이청아가 생각하는 이청아는 어떤 사람이에요?
모순적인 사람이요. 제가 아침마다 표어처럼 되새기는 문장이 있어요. “어제의 나에게 발목 잡히지 말자.” 어제 화가 났다고 오늘도 화내야 된다고 생각하지 말자는 거예요. 어제 힘들었지만 오늘은 그래도 힘이 좀 있는데, 괜히 사무실 들어가면서 어제 나 힘들었으니까 좀 힘든 분위기로 들어가야지, 하는 거. 뭔지 알죠? 프로젝트가 잘 안 돼서 다들 의기소침해 있다고 “우리 빵 먹을래?”라는 말을 못 하는 상황을 만들진 말자는 거예요. 쟤는 좀 일관성 없고 이상하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빨리 사과하고, 빨리 좋아하고, 특히 부정적인 감정은 끌지 말고 빨리 끝내버리는 거예요.
지금의 이청아는 대중에게 오해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나요?
오늘 제게 멋지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그게 오해 같아요. 미디어에서 저를 표현하는 수식들을 보며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짐작하곤 하는데, ‘워너비’라는 수식어를 자주 달아주세요. 아니요. 저는 꽤 하찮은 사람인걸요. 하하. 다만 요즘 주변에서 “너 요즘 좋아 보인다. 편해 보여”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그건 좋아요. 아마 그건 지금이 순탄해서가 아니라, 제 태도가 바뀌었기 때문일 거예요.
이청아의 때는 지금인가요?
80대에 만개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네요.
다독가로 유명해요. 어떤 책을 읽어요?
책은 취향이 계속 변해요. 요즘엔 철학과 과학 분야 책을 좋아해요. 대학생 땐 잘 안 읽던 분야인데, 어떤 이야기든 내가 받아먹을 수 있는 상태일 때 봐야 하나 봐요. 요즘 다시 보면, 분명히 읽었던 아도르노인데 완전히 달라요. 어릴 때 공부 머리가 더 잘 돌아간다고 하지만 저는 지금의 제가 학습력이 더 좋다고 느껴요. 30대 초반까지 읽었던 철학서들은 제가 가진 생각과 태도를 강화하는 용도로 읽은 것 같거든요.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방향으로요. 쇼펜하우어의 글처럼 굉장히 냉소적으로 읽혔던 책들도 지금 다시 보면, 그럼에도 인간이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나아가길 바란 게 아닐까 되레 따듯하게 느껴져요.
위스키를 좋아하는 이유는 뭐예요?
위스키는 참 파볼 만해요. 피트 위스키만 좋아했는데, 요즘엔 좀 넓어졌어요. 셰리나 버번을 한두 잔 마시고 마지막은 피트로 끝내는 게 그렇게 행복하더라고요. 밤새 마시는 건 힘들어서 딱 밤 12시까지만 마신 뒤 집에 가서 잘 자고 다음 날을 지장 없이 시작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러기에 위스키는 최적의 술입니다.

레더 셔츠 질샌더. 안경 레이벤. 타이 보스. 슬랙스, 슈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취하면 어때요?
저요? 제 만취한 모습을 본 사람은 세상에 몇 안 될걸요? 하하. 적당히 들어가면 좀 귀여워집니다. “음악 줘” 이러고 춤도 춰요.
좀 뜬금없지만 바흐의 ‘인벤션’을 좋아한다면서요? 단순하면서 고결해서 저도 좋아해요.
하하. 권위적이신가요? 저는 ‘인벤션’을 좋아하는 사람은 좀 권위적이라고 생각해요. 딱딱하달까, 고딕함이 있죠. 그래도 그런 종류의 굳건함은 좋습니다. 미니멀리즘의 미학은 ‘이렇게 뺐는데도 아름답지?’라는 자부심에 있는 것 같은데, ‘인벤션’이 바로 그런 곡이에요. 대위법의 수학적 아름다움도 좋아해요.
바흐는 수학이죠. 좋아하는 연주자는 글렌 굴드겠죠?
그럼요.(웃음) 저는 그를 철학자라고 생각해요. 굴드는 후대를 교육하기 위해 자신의 음악 지침 같은 걸 남기지 않았대요. 그런 걸 생각하면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요. 실존주의적인 사람인데 연기자에 대입할 수 있는 모습이 참 많아요. 연주하는 순간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도, 자유로워지는 것도. 그런데 질문지를 보니, 프랜시스 베이컨 좋아하세요?
좋아합니다.(웃음) 그러고 보니, 저희 지난 프리즈 아트페어에서 마주쳤어요.
여러 부스를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었죠.(웃음) 사실 전 한 화가의 전 생애 작품을 좋아하는 적이 없거든요? 호크니도 LA 시절의 그림만 좋아하죠. 그런데 프랜시스 베이컨은 말년까지 그린 모든 그림을 좋아해요. ‘교황’을 봤을 때 평온함을 느꼈어요. 전쟁 같은 그 그림 앞에서 오히려 고요해졌죠. 그리고 그림보다 인간에 대해 열광하는 건 프리다 칼로입니다. 그렇게 고통으로 얼룩진 삶을 살았는데도 유작으로 ‘인생이여, 만세’라는 그림을 남긴 건 정말 대단하죠.
이런 취향들이 이청아라는 사람을 설명할 수 있을까요?
아니요. 못 할 것 같아요. 나를 진짜로 알아주는 사람은 평생 나밖에 없을 거예요. 사람들은 제가 보여주는 모습으로 저라는 사람을 보게 될 테고, 어떻게 보느냐 역시 그들의 몫이죠.
언젠가 책을 내볼 생각 없어요?
제목은 정해져 있어요. ‘내가 내 곁에 있을 것’. 언젠가 안식년을 가지고 써보려고 합니다.

불안을 마주하는 이청아만의 방법이 있어요?
불안의 본질을 보려고 노력해요. 제가 불안에 대해 결국 깨닫게 된 건 ‘아, 내가 저것에 절실하구나’라는 것이었어요. 애인이 나만 사랑했으면 좋겠는데, 나한테 정말 좋은 배역이 들어오면 좋겠는데 ‘아니면 어떡하지?’라는 절실함이 불안이 되는 거죠. 그럴 땐 빨리 포기해야 돼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일단 저를 따듯한 물에 집어넣고, 그날은 특별히 일반 딸기가 아닌 설향 딸기를 삽니다. 그렇게 자신을 돌보는 거예요.
첫 책의 제목처럼, 내가 내 곁에 있을 것.
정말 힘들던 시기에 일기에 그렇게 적은 적 있어요. “나는 한 번도 내 곁에 앉아준 적 없구나.” 보통 사람들은 자기한테 가장 나쁜 걸 줘요. 남은 나한테 제일 좋은 걸 줬으면 하면서 말이죠. 우리, 그러지 말자고요.
좋은 인터뷰어가 될 것 같아요. 이청아에게 가장 궁금한 건 뭔가요?
제일 해방되고 싶은 것이 뭔지 물을래요. 답은 남들의 평가. 또 제일 집착하는 게 뭔지 물어볼래요. 괴롭히려고. 하하.
그 답은요?
‘진짜’요. 얼마 전 이 고민을 한 선배에게 털어놨더니 제게 그러더라고요. “아직도 너는 진짜에 대해 고민을 하는구나.” 가장 오랜 친구도 나를 온전히 다 알 수 없는데, 어떻게 스크린 건너에 있는 대중에게 진짜 나를 알리겠다 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늘 진짜에 대한 고민을 합니다.
곁에 어떤 사람들을 둬요?
씩씩한 사람? 적당한 무관심에도 굴하지 않는 사람. “언니는 원래 이렇게 혼자 다녀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요, 전 그래요. “어, 나 혼자 다녀.” 여행 가서도 방은 두 개를 잡는 스타일이에요. 거리가 있어야 저는 다정할 수 있거든요.
이청아는 뭘 믿나요?
내 세상은 내 것이라는 것. 눈앞에 보기 싫은 사람이 있으면 눈을 감아보세요. 그럼 그 사람은 내 세상에서 사라져요. 내가 눈을 뜨고 들여보내줘야 내 세상에 들어올 수 있고요. 결국 세상은 내가 꾸리기 나름이에요. 내가 내 삶을 어떤 장르로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죠. 이를테면 너무 힘들 때는 내 삶은 지금 블랙코미디라고 생각해요. 뇌는 똑똑하지만 동시에 멍청해서 ‘이거 지금 웃긴 상황이야’라고 생각하면 웃긴 이유를 찾아봐요. 결국 우리의 삶은 스스로가 이 순간을 어떤 톤의 필터로 선택하냐에 달려 있어요. 내 세상의 톤과 장르는 내가 정할 수 있는 거예요. 그리고 그 장르는 매번 바꾸어도 돼요. 힘들 때는 코미디로 바꿨다가, 진한 멜로를 하다가, 잘 안 되면 시트콤으로 바꾸는 거죠. 자, 이제부턴 <프렌즈>로 가보자고. 하하. 그냥, 내 삶은 내 거다. 그걸 믿어요.
Credit
- Feature Editor 이예지
- Photographer 이준경
- Hair 백흥권
- Makeup 최시노
- Stylist 황초롱
- Assistant 박한나
- Art designer 김지은
- Digital designer 민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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