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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 '양규'로 터닝 포인트를 맞은 배우 지승현, 카리스마 넘치는 화보 공개!

지난한 시간과 몇 번의 변곡점을 지나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의 ‘양규’로 궤도에 오르기까지, 배우 지승현이 꺼내온 용기와 천진함, 사랑에 대하여.

프로필 by COSMOPOLITAN 2024.02.22
 
 재킷, 팬츠 모두 가격미정 송지오. 터틀넥 1백20만원대 셀린느. 안경 15만원대 팀베리스 by 옵티칼W. 슈즈 1백60만원대 프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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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화보는 <연인>과 <고려 거란 전쟁>까지 연달아 사극을 촬영한 배우 지승현을 위해 준비했어요. 2024년으로 초대하는 의미로 말이죠.
재미있었습니다. 사진이 잘 나왔는지 모르겠네요. 괜찮았나요?
 
그럼요. 비록 화보 컷에선 사극 속 모습을 찾아볼 수 없지만, <고려 거란 전쟁>의 ‘양규앓이’는 여전해요.
제가 그걸 잘 모르겠어가지고…. 온라인이나 SNS에서 그런 거죠?(웃음) 많이 사랑해주신 덕분에 오늘처럼 화보 촬영과 인터뷰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양규’를 통해 새롭게 입덕한 팬들을 칭하는 ‘양규 소녀’라는 애칭도 있던걸요.
정말요? 앞으로 글을 올릴 때 “양규 소녀분들 감사해요”라고 써야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웃음)  
 
 스트라이프 셔츠 13만원대, 이너 셔츠 가격미정 모두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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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라인을 과거로 돌려, 양규라는 인물과의 첫 만남부터 이야기하고 싶어요.
시청자분들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역사 속 양규 장군에 대해 잘 알지 못했어요. 역할을 준비하며 엄청난 업적을 가진 분이라는 걸 알게 됨과 동시에 부끄러움이 밀려왔어요. 준비하면서는 이분을 잘 표현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고요. 이 드라마가 끝날 쯤엔 모든 사람이 양규라는 인물을 알게 만들고 싶다는 책임감이 생긴 거죠.
 
양규를 입는 과정은 어땠어요?
승마와 활쏘기를 정말 자유자재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감독님의 주문이 있었던 터라 바로 승마장으로 갔어요. 승마장에 훈련을 앞둔 배우들 이름을 적어둔 리스트가 있었는데, 제 이름 옆에 유일하게 “정말 잘 타야 함”이라고 써 있었죠.(웃음) 부담이 됐지만, 최선을 다해 훈련에 임했어요. 훈련 때부터 아예 손을 놓고 타는 걸 연습했는데, 덕분에 현장에서도 표현이 잘된 것 같아요. 활 쏘는 것도 고증을 위해 선생님까지 붙여주셨죠. 이런 외형적인 것들에 먼저 집중했고, 대사를 표현하는 데 있어선 나라와 백성들에 대한 진정성을 입히려고 노력했고요.
 

 코트 59만원대 더발론. 셔츠 80만원대, 니트 톱 60만원대 모두 르메르. 시계 2천9백만원대 태그호이어.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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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했던 인물의 면면을 가늠해보며 가까워질 수 있었던 자료도 있었나요?
<난중일기>라는 역사적인 자료도 참고했지만 사료가 많지 않았어요. 그러다 우연히 본 영화 <실미도> 속 대사에 확 꽂힌 거예요. “정치가는 정치를 잘하고, 군인은 나라를 잘 지키고, 각자 맡은 책임과 의무를 다하다 보면 나라는 저절로 잘되는 것 아닙니까?” 양규 장군은 이 마음 하나로 나라를 지키시려고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 마음을 대사 한 줄 한 줄에 담으려고 신경 썼어요.  
 
전쟁 직전 ‘현종’과 양규가 대화를 나누던 장면이 생각나요. 잘 싸워달라는 현종의 부탁에 양규는 말하죠. “부탁하실 것이 아니라 명하시면 되옵니다.”
그러곤 “반드시 지켜내겠사옵니다!”라고 말하고요. 이제 막 왕위에 오른 어린 황제에게 충성심을 표현하는 대사였죠. 드라마의 큰 줄기로 보자면 ‘강감찬’이 현종을 이끄는 인물이지만, 그 장면에서만큼은 양규 역시 “이것이 당신이 가야 할 길이오”라고 알려주는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어우, 갑자기 닭살이 돋네요. 개인적으로도 정말 좋아했던 신이었어요.  
 
 전장 한가운데의 양규에게선 복합적인 감정이 느껴지곤 했어요. 이 싸움에서 이기겠다는 비장함뿐 아니라 찰나의 두려움, 슬픔, 나라와 백성을 향한 마음 등 여러 감정이 양규의 얼굴 위에서 교차됐죠. 그래서 여운이 더 오랫동안 남지 않았나 싶어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현장과 섬세한 콘티, 배우들이 마음껏 놀 수 있게 준비해주신 감독님 덕분이에요. 한번은 활을 쏘다 활시위가 터져 뒤집어지는 신이 있었어요. 생각보다 한 번에 활시위가 뒤집어지지 않아 1시간 동안 수십 번을 찍었는데도 잘 나오지 않으니 감독님은 포기하자고 하셨어요. 하지만 제가 끝까지 해보고 싶다고 했죠. 이게 있어야 다음 장면이 더 극적으로 느껴질 거라 생각했어요. 결국 제가 힘으로 잡고 있다가 활시위를 놓는 식으로 촬영했어요. 모든 장면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만들어간 현장이었죠.  
 
 재킷, 팬츠, 슈즈 모두 가격미정 페라가모. 셔츠 1백만원대 셀린느. 타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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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 밖에 있는 것들도 직접 제안하기도 했다고요.
흥화진 전투 때 거란의 방패가 돼 끌려오는 백성들을 향해 “쏴라”하고 말하는 장면엔 ‘눈을 감았다 뜨며 고민한다’ 정도의 지문이 있었는데,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감독님께선 신파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하셨지만, 장군으로서 그 순간에 느낄 감정을 설득하며 눈물 흘리는 양규의 얼굴을 담았죠. 마지막 전투에서 양규가 전사하는 순간, ‘김숙흥’ 장군이 “형님!” 하고 외치는 대사도 주연우 배우의 아이디어였어요.
 
마지막 전투 신이야말로 현장에서의 호흡이 어쩌면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을 거예요.
그 장면을 찍는 데만 꼬박 3일 걸렸어요. 양규 장군이 전사하는 마지막 순간부터 눈이 내리도록 감독님이 설정해두셨는데, 촬영에 들어가니 진짜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다음 날은 제 시신이 도성에 들어오는 장면 촬영이었는데, 앞선 전쟁 신에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눈이 펑펑 내렸죠. 그때 정말 소름이 돋았어요. 심지어 모든 촬영이 끝나고 라운드 인터뷰하는 날에도 눈이 내렸어요. 그때 감독님께서 “우리 인터뷰한다고 양규 장군님께서 눈으로 연결해주시네요”라고 하셨죠.(웃음)  
 
실존 인물의 삶을, 그리고 삶의 가장 극적인 순간을 연기로나마 경험하는 건 배우만이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나요?
실제로 연기를 하는 순간엔 몽롱한 상태였던 것 같아요. 전쟁에 승리했을 때는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희생당한 이들의 모습에 슬픔과 비통함, 씁쓸한 감정까지, 이 모든 감정이 한 번에 다가왔어요.
 
  아우터 1백60만원대, 스팽글 톱 1백20만원대, 팬츠 1백9만원대, 슈즈 가격미정 모두 드리스 반 노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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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가 안 될 정도로 깊고 큰 감정에 잠식된 상태였을까요?
정확해요.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는 감정. 이야기하다 보니 현장이 그리워지네요.(웃음) 
 
지금은 어때요? 양규 장군을 잘 보내주는 중인가요?
네. 3월 9일이면 실제 양규 장군이 돌아가신 날인데, 그때 절에라도 가서 인사드리고 올까 생각 중이에요. 보통 촬영을 끝내고 나면 아쉽기도 하고 시원섭섭한 마음이 들곤 하는데, 이번 작품은 다시 해도 이보다 더 못할 정도로 모든 걸 쏟아부었다는 마음이 앞서요. 숙제를 잘 끝냈다는 생각이 든 건 처음이었어요. <고려 거란 전쟁>으로 받게 된 우수상과 인기상도 배우로서 받는 첫 상이었고요. 촬영하면서 마냥 행복했는데, 많은 분들께 사랑도 받게 돼서 감사한 마음이에요.  
 
데뷔 18년차인 지금 받고 있는 관심은 적당한 시기에 왔다고 생각하나요?
네. 이제 나이가 있기도 하고요.(웃음) 18년이란 시간을 돌아보면 어떻게 버텼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한편, 뒤로 처지지 말고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자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응원하면서 걸어왔던 길이었어요. 지금까지 열심히 해온 것에 대한 작은 보답이자, 앞으로도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너무 일찍 왔다면 어느 순간 건방져 있을 수도, 그래서 지금의 전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재킷, 팬츠 모두 가격미정 페라가모. 셔츠 1백만원대 셀린느. 타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 팬츠 모두 가격미정 페라가모. 셔츠 1백만원대 셀린느. 타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소위 ‘인생작’이라고 하죠. 영화 <바람>, 드라마 <태양의 후예> 등 배우 지승현이라는 이름 앞에 여러 작품이 따라붙지만, 전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를 꼽고 싶어요. 이 작품으로 ‘쓰랑꾼(쓰레기+사랑꾼)’이라는 별명도 얻었죠.
하하. 맞아요. <바람>이라는 영화를 통해 인터뷰라는 걸 처음 해봤어요. 한마디로 업계에 들어왔다는 느낌을 받게 해준 작품이었다면, <태양의 후예>를 하면서는 본격적으로 드라마 작품을 할 수 있게 됐죠. 그때까지만 해도 주로 악역이나 강렬한 역할을 맡곤 했는데, <검블유>는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작품이었어요. 이 작품을 기점으로 로맨스,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의 연기를 할 수 있게 됐죠. ‘쓰랑꾼’ 하니 생각나는 것이 있는데, <검블유> 촬영이 끝나고 스태프분들께 기념으로 상을 받았어요. ‘오진우’의 아내 이름을 따 상 이름이 ‘송가경을 항상’이었어요. ‘송가경’을 항상 바라본다고.(웃음)
 
‘송가경을 항상’이라니, ‘쓰랑꾼’ 맞네요.(웃음) 새삼 양규 이전에 슈트가 잘 어울리는 ‘실장님’이 있었다 싶어요. 최근 라디오 방송에서 보여준 로맨틱 코미디 상황극도 화제가 됐던데.
보셨군요. “저녁 아직이죠?”(웃음) 연기라는 게 그런 것 같아요. 지승현이라는 사람이 가진 색깔들이 있잖아요. 양규를 연기할 땐 제 안의 용기를 최대한 뽑아내려 했고, 로맨스 연기를 할 땐 사랑과 중후한 면모를 가득 꺼내오죠. 코믹한 역할을 할 땐 제 안의 짓궂고 천진한 모습을 상기할 테고요.  
 
 트렌치코트, 톱 모두 가격미정 페라가모.

트렌치코트, 톱 모두 가격미정 페라가모.

차기작 드라마 <굿파트너>와 영화 <목스박>에서도 그런 모습을 볼 수 있겠네요.
극 중 장나라 씨의 남편이자, 가정에 충실하고 부성애도 강한 인물을 연기할 예정이에요. <목스박>은 목사, 스님, 박수무당 세 캐릭터가 악을 추적해가는 코믹 액션 영화예요. 아, 그런데 지난해까지 사극 두 작품을 길게 촬영한 탓인지 현대극 말투가 새삼 어색하게 느껴져 큰일이에요.(웃음) 잘 준비해보겠습니다. 
 
그것도 아셨어요? 작품 안에서 자주 죽음을 맞이하는 탓에 팬들 사이에서 “이 작품에선 죽지 않는다”고 영업을 한대요.
와, 몰랐어요! 하긴 많이 죽긴 했네요. <고려 거란 전쟁>부터 <7인의 탈출> <형사록2> <최악의 악>까지. <연인>의 ‘구원무’도 어떤 의미에선 죽음을 맞이했다고 볼 수 있겠고요.(웃음)  
 
올해 지승현이 연기할 인물에게 “무운을 빈다”는 말을 해드리고 싶네요.(웃음)
꼭 살아남아라! 그렇네요.(웃음) 이제 곧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는데, 어떻게 하면 지금과 다른 색깔의 즐거움을 전달해드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에요.
 
 

Credit

  • Feature Editor 천일홍
  • Photographer 김참
  • Hair 박규빈
  • Makeup 김부성
  • Stylist 윤지빈/정다미
  • Assistant 박한나
  • Art designer 진남혁
  • Digital designer 민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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