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심판>부터 <길복순>까지, 강렬한 각인을 남기는 배우 이연의 행보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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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심판>부터 <길복순>까지, 강렬한 각인을 남기는 배우 이연의 행보

<소년심판>의 촉법소년 ‘백성우’로 존재감을 뽐낸 배우 이연이 2023년 <길복순>의 리틀 복순, ‘김영지’로 또 한 번 기세를 드러낼 때. 배우 이연이 지나간 자리엔 깊은 각인이 남는다. 후회 없는 차가운 눈빛으로 맹렬하게 나아가는 그 이름 이연.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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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 멋진 이름이에요. 활동할 때만큼은 어머니의 성을 따르고 싶었다고요.
전 누군가의 딸이고, 제 이야기를 하려면 부모님 얘기를 안 할 수가 없기 때문이죠. 어머니는 일찍이 홀로서기를 하셨고, 전 외갓집에서 이모 손에 자랐어요. 배우라는 직업을 빼면 여전히 전 정이연이지만, ‘이연’이라는 이름이 외갓집을 향한 선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머니의 성을 따르는 건 딸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볼 법하죠.
성씨 개명도 고려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활동할 때만이라도 이씨로 하자고 생각했죠. 그 이름이 더 많이 불릴 것 같았고요. 사실 제 이름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 줄은 몰랐는데 많이들 공감해주셔서 감사했어요.
 
디지털 콘텐츠 촬영할 때 캐릭터를 잘 떠나보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죠.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의 ‘김영지’와는 멋진 안녕을 했나요?
〈길복순〉 팀은 여전히 자주 만나요. 감사하게도 작품이 오랫동안 넷플릭스 영화 순위권에 있기도 했고요. 그래서 ‘영지’와는 자연스럽게, 멋진 안녕을 한 것 같아요. 완전한 이별을 했다고 말하기는 좀 어렵지만, 제 안에서 천천히 빠져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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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콘텐츠에서 배우 전도연과 연기해보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2년 뒤 그 꿈을 이루게 됐죠.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선배와의 호흡은 어땠어요?
도연 선배님과 촬영하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연기 못하는 후배로 보이고 싶지 않았어요. 첫 촬영이 ‘길복순’의 집에 찾아가는 신이었죠. 그날만큼은 단 한 번의 NG도 내고 싶지 않아 전날까지 대사를 완벽히 외우는 데 열중했어요. 침대에 누워서까지 종이에 대사를 여러 번 쓰면서요. 그러다 저도 모르게 잠이 든 거예요.(웃음) 다음 날 아침 일어났는데 종이를 손에 쥔 채 웅크리고 있더라고요.
 
세상에.(웃음) 새우잠 자며 준비했던 보람은 있었고요?
네! 너무 다행이었죠.(웃음)
 
전도연과의 인연은 드라마 〈일타 스캔들〉까지 이어졌어요. 전도연 배우가 직접 제안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기분이었어요?
선배님께서 너밖에 생각이 안 나서 전화했다고, ‘남행선’의 아역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연기 못하는 후배로 남지는 않았구나 싶어 기분이 너무너무 좋았어요. 단번에 하겠다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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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을 앞둔 드라마 〈이로운 사기〉에선 해커 ‘정다정’을 연기하죠?
‘다정’은 어릴 때부터 해커 교육을 받으며 자란 아이예요.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이로움’(천우희)의 복수를 돕는 친구이자, 다정하려고 노력하는 해커 역할을 맡았어요.
 
다정하려고 노력하지만 친구의 복수를 돕는다, 복잡 미묘한 인물처럼 들려요.
맞아요.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새로운 장르의 드라마가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복수극이지만 재미있는 요소도 있고, 우희 선배가 카메라를 보면서 방백하는 장면도 있죠. ‘다정’이라는 캐릭터도 지금까지 제가 연기했던 인물과는 완전히 반대예요. 가장 평범하고 내향적인 인물이라 말할 수 있을 거예요. 에너지를 정적으로 쓰며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제 행동반경을 좁혀나가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천우희 배우와의 케미도 기대가 돼요.
너무 좋았어요. 우희 선배는 정말 따뜻한 사람이에요. 현장에서 벽을 깨려고 많이 노력해주셨죠.
 
블레이저 32만9천원 보카바카. 반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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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전도연, 이솜, 천우희 등 선배 여배우들과 자주 호흡을 맞추네요.
제가 참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느껴요. 도연 선배님은 호랑이 선생님 같지만 칭찬할 땐 끝내주게 해주시는 선배님이라면, 우희 선배는 친구처럼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선배님이에요.
 
언젠가 여자 배우들의 케미가 돋보이는 작품에서 이연의 연기를 보고 싶어요.
너무 원해요!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도 너무 하고 싶고, 워맨스를 그린 작품도 좋을 것 같아요. 좋은 이야기가 있다면 제게도 꼭 왔으면 좋겠어요. 기다리고 있습니다.(웃음)
 
전공은 실용음악이네요? 음악을 하던 삶에 어떻게 연기가 들어오게 된 건가요?
입시 음악을 준비하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아요. 대학에 들어가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수업을 병행하며 매주 무대에 서야 하는 상황이 생기더라고요. 그게 반복되니 완전히 무너져버렸어요. 무대에서 절대 흔들리면 안 된다는 강박에 하루는 무대 위에서 한 소절도 부르지 못한 채 펑펑 울어버린 거예요. 선배가 우연히 연기 치료를 제안했는데, 그게 시작일 수 있겠네요. 첫 연기 치료 수업 때 발레 바가 있었는데 여기가 옥상 난간이라 생각하고 달려가 소리쳐보라고 하셨어요. 상황을 생각하며 해봤는데, 왈칵 눈물이 터졌죠. 저도 모르게 욕도 나오고요.(웃음) 안에 쌓여 있던 게 분출되는 느낌이었어요. 그때 깨달았죠. 이렇게 감정을 드러내도 세상이 달라지는 건 없다고. 그러니 느끼는 대로 솔직하게 표현해도 괜찮다는 걸요. 그렇게 연기 치료를 거듭하며 재미를 느꼈고, 이 일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어요.
 
그렇게 시작한 연기가 스스로 하길 잘했다는 생각으로 바뀌게 된 순간은요?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성우’가 재판 중에 갑자기 증인석으로 뛰어들면서 말하는 신이 있는데, 그건 현장에서 감독님이 주셨던 디렉션이었어요. “좀 더 과격하게 해보면 어떨까?” 물어보셨는데,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해봤더니 되는 거예요. 감독님이 머릿속에 그렸던 그림을 제가 표현해냈을 때 짜릿함을 느껴요. 감독님과 제가 연결돼 있다고 느껴진달까요.(웃음)
 
〈길복순〉의 ‘영지’, 〈소년심판〉의 ‘성우’ 등 필모그래피를 보면 매 작품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인물을 연기했어요.
지인이 그런 말을 한 적 있어요. 이연을 생각하면 당차고 굳센 이미지가 떠오른다고요. 공감해요. 돌아보면 씩씩하고, 무언가를 견디며 나아가는 역할을 주로 해왔던 것 같아요. 이연이라는 배우에게 원하는 이미지가 단단한 면모일 수 있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죠. 그런데 전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다양한 역할을 해왔던 것 같기도 한데, 제가 그 단단함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아직은 확신이 없어요.
 
사람은 입체적인 존재잖아요. 단단한 모습이 나올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죠.
요즘 고민은 그런 점이에요. 절 알아보시는 분들을 만날 때 감사한 동시에 놀랍기도 해요. 지금까지 대중에게 저는 주로 캐릭터로 기억됐으니까요. 물론 저 역시 캐릭터 앞에 제가 보이는 건 선호하지 않는데, 부쩍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관객분들께 나라는 사람은 어떻게 기억될까? 이제 어느 정도는 이연이라는 사람이 보이는 게 필요할까?’
 
블레이저 32만9천원 보카바카. 팬츠 40만원대 르수기아뜰리에. 이너톱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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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심판〉의 ‘성우’와 〈길복순〉의 ‘영지’가 같은 배우라는 사실이 생경하게만 느껴졌던 때가 있었다면, 〈길복순〉을 통해 알게 된 이연이 〈소년심판〉의 ‘성우’도 연기했던 배우였구나 하고 인식이 확장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연이라는 배우의 존재감도 단단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죠.
그렇다면 스스로를 의심하지 말아야겠어요. 서른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고민이 많아지나 봐요.(웃음) 기억에 남는 질문 중 하나가 〈소년심판〉이라는 작품을 왜 했냐는 거였어요. 첫 상업 작품을 남자 역할로 시작했으니 평범한 루트는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성우’를 연기한 걸 후회하지 않아요. 이연이라는 배우를 각인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제가 중성적인 모습을 지닌 사람이라는 것도 인정하고요.
 
그런 이미지를 깨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그렇다고 굳이 이벤트처럼 보여주고 싶지는 않아요. 가령 ‘이런 여성성도 있어요’ 하는 모습도 자연스럽게 연기로 보여드리면 되는 거니까요.
 
동의해요. 스물아홉 이연의 야심, 궁금해요.
꿈은 크게 꾸라고 하잖아요.(웃음) 지금의 제 야심이라면 해외 제작 영화의 주인공으로 연기를 하는 것, 그리고 그 작품이 영화제에도 진출하는 날이 온다면 좋겠어요.
 
코트 71만8천원 얼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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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랐던 게 하나 있어요. 어쩜 그렇게 팬분들께 정성스러운 편지를 쓸 수 있는 거죠?(웃음)
팬분들, 그러니까 ‘연애인’분들은 독립 영화를 했던 시기부터 오랫동안 큰 힘을 주신 분들이에요. 그 사랑이 감사하면서도 미안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저와 제 작품을 보기 위해 시간과 돈을 쓰시는 거잖아요. 물론 팬분들께도 좋은 추억으로 남을 테지만, 노력 없이는 힘든 일이니까요. 제가 보답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했고, 그게 편지라고 생각했어요. 팬분들의 편지를 읽고 답장을 써드리는 일이 어려운 게 아니거든요. 팬분들이 제게 주시는 거에 비해 제가 하는 건 아주 작은 일이에요.
 
뮤지션 김사월, 배우 최유화·이종원 등 또래 아티스트와도 친분이 있더군요. 그들과는 어떤 교류를 나누나요?
사월이는 영화 〈담쟁이〉로 만나 친해졌는데,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도 있고 같은 프리랜서지만 배울 점이 많죠. 저희끼리 정한 “재즈하자”라는 말이 있어요. 만나자는 뜻이죠.(웃음) 맛있는 것도 먹고 산책하며 시간을 보내요. 서로 고민을 나누는 이종원 배우는 필름 카메라로 사진 찍는 법도 많이 알려줬어요. 요즘은 이은선 기자님, 한예리 선배와도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이로운 사기〉 촬영 전에 함께 일본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어요. 그 모임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곤 해요.
 
외향적인 사람이네요?
맞아요. 사람을 통해 얻는 게 참 많아요. 많은 분 덕분에 여기까지 왔고, 그분들께 얻은 모든 게 일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도 풍경보다는 누군가의 얼굴을 찍는 걸 좋아해요. 결국 제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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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Feature Editor 천일홍
    Photographer 김신애
    Stylist 이필성
    Hair 오지혜
    Makeup 이준성
    Assistant 박한나
    Art designer 김지원
    Digital designer 민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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