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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차 비주얼 디렉터가 일하는 '똑똑한' 방식
20년 차 비주얼 디렉터 이혜원의 손을 거친 작업물은 왜인지 과거를 향해 있다. 비주얼도 콘텐츠도 범람하는 시대, 지속해야 할 것과 과감히 버려야 하는 것들을 판별할 줄 아는 시각이 비주얼 디렉터에게 필요하기에 디자인 기술만으로는 부족한 것. 그가 찾은 해답의 키워드는 인문학적 사고. 새로움이라는 감각 이전에 존재 이유부터 명확히 세우는 비주얼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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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 성수, 현대식품관, 포인트오브뷰, LCDC, 오설록 티하우스에 이르기까지 브랜드의 정수를 짚는 비주얼 작업을 펼쳐왔다. 현세대를 향한 애정과 존중을 바탕으로 선보이는 자체 프로젝트 ‘파운데이션 아라비’를 함께 전개하며 아라비스튜디오만의 비주얼 세계관을 견고히 쌓아나가는 중. 이혜원 아라비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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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정의하는 비주얼 디렉팅이란 무엇인가?
분야마다 다를 것 같은데, 내가 일하는 영역에선 생활 속 가까이 존재하는 것들을 보기 좋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그림으로 만들어내는 일이 아닐까. 그렇게 해야 브랜드와 대중 간의 수신과 발신이 원활하게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수신과 발신 사이에서 밸런스를 지키는 게 꽤 어려운 일일 것 같다.
나만의 디자인을 펼쳐내는 건 내 일이 아닌 것 같다. 그건 아티스트의 몫이다. 내가 하는 일은 브랜드와 대중 사이를 연결하는 ‘브리지’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소통이 된다는 건 매출로 이어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선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할, 사용자 입장에선 브랜드가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시각화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단순히 “이 제품 맛있으니 사세요”가 아니라, 브랜드만의 언어를 가질 수 있도록 조율하고 정교화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 비주얼 디렉터의 일이다.
‘아름다운 비주얼을 만드는 사람의 미적 감각은 어떻게 길러질까?’ 하는 막연한 궁금증이 있다. 당신은 어렸을 때 어떤 아이였나?
유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오랫동안 음악을 해왔다. 그러다 우연히 채널 V를 보고 비주얼이란 것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전엔 그저 아름다운 걸 보면 기분 좋은 정도였다면, 음악을 비주얼로도 표현할 수 있다는 걸 그때 알게 된 것 같다. 멋진 사람이 나와서 음악을 소개해주고, 음악을 표현하는 영상까지 전반적인 것들이 좋았다. 그런 생각 하지 않나. 영상 속에서 예쁜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을 보면 ‘저 옷은 누가 만들고, 어떤 콘셉트로 저런 머리를 했을까? 저걸 누군가는 결정하고 만들어낼 텐데’ 하고 말이다. 그런 시스템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어렸을 땐 말이 없고 조용한 아이였다. 무얼 하기보다는 보는 걸 좋아하는.

파운데이션 아라비 프로젝트 생활의 기초가 되는 것들을 소재로 전개하는 아라비스튜디오의 자체 프로젝트.
어떤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아 있나?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 지금 하는 일에 좋은 작용을 한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많이 한다. 자아가 채 형성되기 전 순수하게 받아들였던 것이 지금까지도 내 안에 생생하게 살아 있고, 그 힘으로 일하는 것 같다. 물론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의식적으로 전시를 보러 가는 것도 미적 감각을 기르는 자양분이 되겠지만, 무의식적으로 내 안에 들어왔던 것들이 남게 되더라. 어렸을 때 시골에서 보냈던 시간, 그때 봤던 꽃, 하늘. 나의 에센스는 어린 시절에 있다.
성장하며 후천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이 있다면?
일하면서 만났던 선배들에게 받은 것이 많다. 직업인으로서의 책임 의식이라든지, 관계를 잘 맺고 또 잘 노는 법까지. 그들 덕분에 패션부터 F&B 영역까지 선진적인 것도 많이 경험할 수 있었다.
아라비스튜디오는 스스로를 “인문학적 사유에 기반해 디자인을 설계한다”고 소개한다. 인문학적인 시각을 가지고 접근한다는 개념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다면?
세상에 명백하게 유지되는 모든 것은 근원이 확실하다. 디자이너로서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고, 그래서 세상의 수많은 회사 중에 아라비스튜디오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기본부터 충실히 다지는 것이 필요했다. 어떻게 보면 디자인이라는 작업 자체가 인문학적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쓰는 컵도 이 컵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왜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 없이 아름답게만 만드는 건 디자이너의 개인적인 취향만 넣을 수 있을 거다. 역사 속에서 차근히 정립해온 것들을 먼저 공부하고 그 위에 디자인이 더해졌을 때 존재 이유가 명확해진다고 믿는다.
아라비스튜디오가 일하는 방식이 궁금하다.
같은 것도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견문을 넓힌 상태에서 작업을 시작한다. 리서치부터 깊이 있게 하려고 하는 편이다. 만약 도자기를 다루는 브랜드의 작업을 앞두고 있다면, 단순히 도자기 트렌드를 보는 것이 아니라 도자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유약에 대한 공부부터 시작한다든지, 도자기의 역사나 문화적인 배경까지 과거의 자료에서 찾는 것이 먼저다. 명확한 근거가 있는 역사와 지금과는 다른 배경에서 느껴지는 것들이 흥미롭게 다가와서 그걸 현대적으로 잘 녹여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편이다.

현대 식품관 신도림 다큐브점 리뉴얼 아트 디렉션부터 사이니지, VMD, 직원 유니폼 등 새로운 식품관 공간의 시각 요소를 제작했다.
그런 의도는 ‘아라비’라는 이름에서도 느껴진다. 어떤 이야기를 이름에 담고 싶었나?
아라비는 말 그대로 ‘아라비아’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흥미로운 설일 수도, 역사적 사료가 남아 있어 충분히 가능성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를 우연히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게 됐는데, 신라의 한 공주가 페르시아 왕자와 결혼했었다고 한다. 당시 이슬람 사람들이 비단길이라고 칭하는 ‘실크로드’를 통해 동양의 신라라는 나라까지 왔었다는 것. 거기서 착안해 만든 이름이다. 아랍과 신라의 어떤 물건이 긴 육로를 건너 전해지며 서로의 가치를 교류한 것처럼 아라비도 그런 역할을 해내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다. 지금 우리가 소비하는 커피나 단 음식의 근원도 페르시아와 관련 있듯, 신라에도 분명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들이 존재했고 그것이 아랍으로 전해졌을 것이다. 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안에 아름다움이 내재돼 있었다는 것, 그리고 국제적인 디자인을 갖추고 있었다는 걸 뜻하기도 한다. 코어의 축을 내 안으로 가져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아라비는 아름다운, 또 국제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겠다는 일종의 선언이기도 하다.
요즘은 어떤 작업을 진행하고 있나?
서울 근교에 위치한 식물원의 브랜딩과 전략을 다듬어 공간을 새롭게 설계하고 있다. 기존의 식물원은 놀이공원처럼 공적 개념이 강한 곳이라, 그 개념을 좁혀나가는 작업이 될 것 같다. 그 외에 F&B 브랜드와 새롭게 론칭될 침구 브랜드의 브랜딩 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최근 작업해 오픈한 곳을 꼽자면, 북촌 가회동의 오래된 집을 개조해 만든 오설록 티하우스. 공간에 대한 전반적인 전략부터 그래픽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진행했다.
오설록 티하우스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전개했나?
북촌이라는 오래된 동네에 당도한 오설록이 무엇을 드러내고 싶은지, 그것을 어떻게 진정성 있게 보여줄지를 고민하다 북촌의 공방들이 떠올랐다. 유명한 온지음이나 아름지기 외에도 장인들의 신념과 정서가 느껴지는 공방이 많다는 걸 많이들 놓치고 있을 것 같았고, 그것을 티하우스 안에 들어가는 기물로 드러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북촌의 공예입니다”라고 텍스트로 전하는 것도 좋겠지만, 공예품을 실제로 사용해보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 그래서 북촌 티하우스에 들어가는 기물은 모두 공예품으로 제작했다. 티하우스의 3층에는 ‘바 설록’이라는 바 공간이 있는데, 일반적인 브랜드의 VMD 연출이 아닌 한 사람의 셀렉션 같은 느낌으로 구현했다. 그 당시 여흥을 즐기는 이들이 읽었을 것 같은 원서를 두고, 자개장으로 만든 쇼케이스 안에 과거의 담뱃대부터 1960년대의 빈티지 소품을 섞어두기도 했다.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점 고전의 길상을 모티브로 차의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 바 공간의 전경.
일종의 페르소나가 있는 셈이겠다.
그렇다. ‘바 설록’이라는 페르소나를 설정해 좋아했을 법한 취향을 떠올리며 문고리부터 기물까지 모든 걸 구상했다. 완벽하게 한 사람의 취향처럼 보일 수 있도록 말이다. 다만 너무 쾌락적이거나 아카데믹한 선비처럼 보이지 않게 밸런스를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호감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2층의 다식 공방도 다도를 즐기는 애호가가 페르소나다. 사용감이 묻어나는 1인 다기 세트를 가져다두고, 중국의 다기나 알려지지 않은 영국 작가의 소품도 이 공간에 뒀다. 차에 관련된 다양한 셀렉션을 보여주고 싶었다. 한 사람의 취향에는 다양한 것이 녹아 있으니 그 디테일을 표현하고자 한 거다.
어쩌면 많은 브랜드가 놓치고 있는 포인트일지도 모른다. 한국의 브랜드는 무조건 전통적인 비주얼만 보여줘야 한다는 것 말이다.
그건 매력이 없지 않나, 뻔하다는 거니까. 아라비스튜디오가 구현한 북촌 티하우스는 공예와 차에 애호가 깊으면서도 국제적인 취향도 품을 줄 아는, 멋을 아는 곳이다. 나아가 오설록이라는 집을 통쾌하게 열어놓고 방문객들을 환대하는 공간이다.
당신이 만들어낸 비주얼엔 당신의 어떤 일면이 담겨 있나?
어떤 작업을 하든 목표로 삼는 건 우리라서 할 수 있는 비주얼을 만드는 것이다.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가 완전히 투영된 결과물, 그래서 여기서만 볼 수 있는 작업을 보여주고 싶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인간적인 따스함을 담으려고 하는 것. 문고리 하나까지 눈에 거슬리지 않게 마감할 수 있지만, 비주얼 디렉터로서 한 번 더 만지고 싶게 만드는 요소를 남겨두는 거다. 그게 특별하게 뭘 상징하지 않아도 보는 이들의 감정을 건드릴 수 있다고 본다.
단 하나의 작업물로 당신을 대표해야 한다면 어떤 작업을 꼽을 수 있을까?
아무래도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점이지 않을까? 집의 형태를 띤 공간이 시간이 지날수록 어떤 멋을 품게 될지 궁금하다. 함께 나이 들 수 있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작업이다.

LCDC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콘셉트로 구성한 공간 플랫폼 LCDC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및 패키지 시스템을 설계했다.
자체 프로젝트인 ‘파운데이션 아라비’라는 시리즈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개인의 영역을 지키고 현명하게 관계를 맺으며 삶을 영속해나가는 요즘 세대가 궁금하기도 하고, 함께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그들을 위한 것을 만들어가는 작업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F&B라는 단어가 생소했을 시절, 선배들을 통해 커피 맛을 알게 됐던 것처럼 일상에서 접하는 기초적인 것들을 양질의 퀄리티로, 좋은 이야기를 담아 선보이고 싶었다. ‘파운데이션’이라는 이름처럼 생활의 기초가 되는 것들 말이다.
‘기초’라는 개념에 집중한 것이 흥미롭다.
원형에 가까운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음식을 담는 사발이나 도자 접시 같은 것. 음식을 그냥 아무렇게나 놓고 먹는 것이 아니라, 잘 담아서 내고 싶은 마음처럼 앞으로 올 세대를 파운데이션 아라비를 통해 대접해주고 싶었다. 티하우스 북촌점을 위해 제작한 기물도 파운데이션 아라비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매년 아라비 커피 블렌드를 선보이기도 한다고.
매일 즐기는 것 중에 가장 세련된 컬처가 커피라고 생각한다. 커피를 아라비만의 스타일로 만들어 나눌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제품의 크기가 작다는 점도 작업하는 데 부담 없이 다가왔다. 매년 카페 ‘다두’와 함께하는데, 아라비스튜디오의 작업물을 보고 맛으로 치환한, 그윽하고 오묘한 맛의 원두를 구현한다. 덕분에 감각적인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취미가 프로젝트로 발전한 ‘피오리 클럽’은 어떤가?
‘이케바나’는 중국의 승려가 일본에 들어오면서 생긴 꽃꽂이 스타일인데, 마치 연못에 꽃이 피어 있는 모습처럼 정갈한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이케바나를 배우면서 계절마다 달라지는 식물의 모습을 더 관심 있게 지켜보고 나누고 싶어 ‘피오리 클럽’이라는 식물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아라비스튜디오의 한 파트처럼 식물 컨설팅을 진행하는 방식이 주가 됐다. 시간이 허락하면 다시 이케바나 클래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일과 취미가 일치된 모습이다. 쉴 틈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는 느낌인데(웃음), 비주얼 디렉터로서 지키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컨디션이 1번이다. 비주얼 디렉터로서 필요한 미적 감각은 수용성에 달린 것 같다. 그 때문에 무엇이든 잘 흡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몸과 마음 상태를 잘 유지하려고 한다. 매일 운동하고 잠도 많이 자는 등 나에게 잘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비주얼 디렉터를 꿈꾸는 지금 세대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마음에 여유가 있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단련하면 좋겠다. 자신이 허용할 수 있는 최고의 사람이 되는 것이 첫 번째다. 불순물 없이 깨끗이 비워져 있어야 좋은 것을 더 많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받아들일 수 없다면 줄 것도 없으니까. 지속적으로 꾸준히 작업하기 위해서는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리추얼을 만들어나가는 게 필요하다. ‘나’라는 사람이 단단하고 건강한 상태라면 타인도 좋게 바라볼 수 있고, 그런 사람에게 기회가 오는 것 같다.
한 인터뷰에서 인턴을 교육함에 있어 ‘의전’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전이라고 하면 대단한 것 같은데, 쉽게 말하면 남을 모실 수 있는 마음이 있느냐 하는 거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많은 이들과 함께 일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을 대접하고 모시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런 마음 자세를 알려주고 싶었다. 상대를 정중히 대접했을 때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되레 내가 얼마나 높아지는지. 스스로 고양감을 가지는 건 삶을 우아하게 지키는 방법이자 기분 좋게 일할 수 있는 기술이 된다.
지속 가능한 비주얼을 만드는 직업인으로서의 자세도 필요한 시대가 된 것 같다. 아라비스튜디오의 인문학적 사고가 가치 있게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기도 하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다. 가장 쉽게 해볼 수 있는 건 모바일 디톡싱이다. 나의 경우 밤 10시 이후로는 휴대폰을 끄는데, 그 이유는 아이폰이라는 기계가, 알고리즘이라는 게 뇌의 어떤 부분을 만들어가는 것이 싫어서였다. 퇴근하면 종종 ‘뭐 하지?’라는 고민 없이 교보문고로 가는데, 어떤 책을 사겠다는 목적이 없어도 여러 책을 뒤적이다 오곤 한다. 이렇게 생활 환경을 좀 더 인문학적 사고를 시도할 수 있는 곳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휴대폰만 들여다보면서 나의 관심사를 좁혀나가는 것은 그만하고, 그냥 흘러가는 시간에 스스로를 맡겨봤으면 좋겠다. 대단한 무언가를 하는 게 아니라, 주변의 사소한 것들부터 해보는 거다. 사람들을 관찰하고 나에게 생각하고 탐미하는 여유를 주는 것. 그게 이 시대에 필요한 학자의 모습 아닐까?
‘인스타그래머블’이라는 단어를 당신은 어떻게 해석하고 있나?
이제 대다수가 매력이 없다고 느끼지 않을까? ‘이른바 피드를 생성하고 수치를 가져가는 행위 자체가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지?’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꿀팁’이라 불리는 수많은 콘텐츠가 피드에 있지만, 인생에서 지속되는 게 그렇게 쉽게 오는 것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를 갉아먹고 곧 사라지는 것. 그러니 인스타그래머블은 거기서 끝나야 한다고 본다. 쉽게 취할 수 있는 만큼 부가가치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비주얼은 끊임없이 생겨나고 소비된다. 지금 비주얼 디렉팅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하다못해 에르메스 계정에 가면 다양한 영상 필름이 있는데, 보는 사람은 그저 결과물을 매력적으로 느끼고 넘기는 것이 끝이다. 하지만 그걸 만드는 사람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비주얼을 구현하기 위해 쏟은 많은 이의 시간과 노력과 투자가 보일 것이다. 앞으로 이런 창작자의 가치가 높아질 테고, 이 사람들을 지켜내는 것도 비주얼 디렉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의미 있는 결과물을 지속해서 만들어낼 수 있도록, 또 그들의 작업물을 통해 보는 사람도 가져가는 것이 있을 수 있도록 그 경계에 현명하게 서 있는 것, 그게 비주얼 디렉터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Credit
- editor 천일홍
- Photo by 송시영
- digital designer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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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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